한여름날의 로맨스 - 5회

썅썅 | 2015.04.13 12:47:48 댓글: 7 조회: 3026 추천: 4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2643339

한여름날의 로맨스 - 5회

국어사전에 술의 정의는 알코올 성분이 들어 있어 마시면 취하는 음료라고 쓰여있다.

정의에 따르면 술은 취하라고 존재하는 사물인것같다.


이튿날 빠개질것같은 머리를 간신히 들고 나는 더듬더듬 주방으로 향하였다.
타들어가는 갈증으로 침대에 더는 누워있을수없었고 무거운 머리를 간신히 부여잡고 냉장고에서 냉수한병을 꺼내들었다.
눈을 감은채 꿀꺽하였고 시원한 감촉에 그나마 정신이 드는것같았다.



거실바닥에 가방이며 옷가지들이 한바닥 널려져있었다.
아마 엊저녁 집에 들어오면서 씻지도 못하고 쿡 꼬부라진게틀림없었다.
나는 주점주섬 옷들을 한켠에 치워놓고 쏘파에 벌러덩 들어누웠다.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찾아들었고 보니까 먹통이였다.
베터리를 바꿔넣고 부킹을 기다리사이 나는 관자놀이를 지긋이 눌렀다.


엊저녁 일이 주마등처럼 머리속에 하나하나 지나갔다



그여자를 만났고..

혁이가 그 여자를 데리러왔고..
혁이를 만났고..
혁이가 그 여자를 바래주었다.


나는 이 순간만큼 그 여자가 질투난적 없다.
그렇게 혁이품속에 편하게 안겨져 있을수있는지..
두눈을 질끈 감고 소파속으로 머리를 박았다.



밥먹자..
쓸데없는 생각은 말고..



힘겹게 소파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향하였다.
혼자살았어도 꼬박꼬박 잘 챙겨먹었는데 한동안 무슨 정신으로살았는지 냉장고안이텅텅 빈줄도 몰랐다.
말라빠진 식빵 한쪼각에 게란옷을 입여 후라이팬에 구워서 대충 아침을떼우고 또다시 쏘파에 쭈욱 널어졌다.
핸드폰을 들여다보아도 엊저녁 영애 가스나의 잘 들갔지 헤헤 하는 문자한통외에 스팸문자밖에 없었다.
티비도 이젠 보기가 싫다.
그냥 너무 조용한게 싫어 음성용으로 틀어놓는외에 나는 별로 화면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자꾸자꾸 나태해지는게 불안하였고 혼자서도 씩씩하게 잘 살아왔는데요즘은 자꾸 왜 이러는지 몰랐다.



슈퍼에 가서 찬거리라도 사야하는데 하면서도 나는 또다시 눈을 감았고바닥에 떨어진 담요를 끌어올려 머리위
까지 푹 덮어썼다.



내가 다시 깨여난건 핸드폰 벨소리인지 초인종소리인지 때문이다.

귓가에 뭔가 계속 울리는것같은데 그게 무슨 소리인지 몰라 멀뚱히 천정을쳐다보다 쿵쾅 문두드리는 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정혜연..정혜연..>



벌컥 문을 열었다.



<뒈졌나..왜 이제 문열어..>



말하는 꼬락서니하고는..



<전화는 왜 안받아?>


부재중 통화가 10통이나 되였다.
뭔 급한일이 있냐고 나는 묻지도 않았다.
잠시후면 영애가 제절로 말할게 뻔하고 잔소리가 늘어질게 뻔했다.



<안씻었어..아..술냄새..>



킁킁 내옷에 얼굴을 들이대면서 술냄새 난다고 난리다.
엊저녁 나랑 같이 마셔놓고 마치 나혼자만 술이 곤죽이 되서 온거같다.


술냄새난다고 베란다 창문을 휘익 열어놓고 나는 에어컨을 켯는데 왜 창문 여냐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던 말던 영애는 제맘대로다.


<자..>


내 생각해주는건 그래도 저년뿐이다.
콩나물국을 바리바리 싸들고 우리집에 오는거보면..


<솜씨 늘었다.>
<잔말말고 처먹기나 해라.>
<쳇>
<그리고 얼른 씻어 우리 갈데 있어>
<어디?>
<정말, 엊저녁은 잘 들어갔지? >


저 기대에 찬 반짝반짝거리는 눈빛봐라..


<혼자 택시타고 자~알 들어왔다.>
<왜???>


아마 나와 혁이사이 뭔가 있기를 기대한것같은데 그게 아니니까 엄청 놀라는 눈치다.


<혁이가 안데려다줬어?>
<너 어제 진짜 의리없더라.. 그냥 가버리는게 어디있어?>
<나는 둘이 얘기나 좀 나누라고..>
<그 상황에 둘이 얘기가 나오겠어..>


단둘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혁이가 나를 마중하러 나온것도 아닌데하여턴 머리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나는
한심한듯 머리를 흔들었다.



<그래도..남자가 메너가 있어야지>
<....>
<숙녀 혼자 오게 하는게 어딨어>
<그만해라>


내 눈치를 힐끔보더니 아마 나의 불쾌를 읽었던지 입을 다문다.



<다먹었으면 씻고 나와>
<배불러서 꼼작하기 싫다>
<드러워죽겠어, 빨랑 가서 씻어>


기여코 나를 화장실로 밀어넣더니 저녁에 갈때가 있으니까 깨끗하게 씻으라한다.
어디가냐고 물었지만 그냥 저녁에 약속있으니까 잔말말고 빨리씻으라한다.
샤워를 대충하고 티에다가 반바지를 꺼내입는 나를 보고 다시 입으라한다.


<쉬는날에는 좀 편하게 입자>


맨날 회사에서 정장치마에 하이힐신는것만으로도 고역인데 쉬는날은 좀 내 맘대로 했으면 좋겠다.
안된단다.
기여코 하늘하늘한 원피스에 힐을 맞추라고한다.



<선보러 가는건 아니지?>


한두번이 아니라 눈치보니까 그런것같다.


<이번엔 아니야>
<그럼..>


가보면 안단다.
확실히 선자리는 아니다.
그러나 분위기는 뭐 비슷했다.


영애 남친곁에 혼자 멀뚱히 앉은 남자를 보니까


에휴~


나는 영애 팔을 꼭 꼬집어놓았다. 그러던말던 남친맞은켠에 홀라당 앉고 나를끌어당긴다.
털썩 주저앉은 나는 영애 남친을 향해 머리를 까닥였다.


어쩜 점점 더 어려보이는지..


옆에 남자도 슬슬 쳐다보았다. 친구인지 둘이 비슷한 분위기였고 영애는 내가 이런 애숭이랑 선이라도 보라고
하는건지 10년동안 내곁에 줄곧 붙어있으면서
내가 어떤 류형의 남자를 좋아하는지 모르는것보면 저년도 참 한심했다.


앞에 남자가 힐끔힐끔 나를 바라본다.
나랑 눈이 딱 마주치면 얼른 고개를 숙이고 흰피부가 빨갛게 물드는게 나는 삐직삐직 웃음이 세여나와 더이상 앉아있
을수가 없었다.



<화장실 갔다 올게>
<혼자 먼저 가버리면 확 ..>


영애가 눈을 끔뻑끔뻑 거리면서 윽박지르는것 같은데 나는 못들은척 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유유히 일어섰다.
바로 나갈려다 화장실로 발길을 돌렸다.



앗!!



화장실입구에서 웬 남자랑 툭하고 부닺혔다.
일행이랑 희희닥닥거리면서 아마 누군가와 부닺힌줄 모르는지 죄송하다 한마디미 없이 그냥 지나쳐가버렸고 나는
그만 저기요 소리를 질러버렸다.

뭐냐고 뒤돌아본다.



이번이 아마 세번째이지..



이상하게 이번에 나는 앞의 남자를 한눈에 알아보았고 앞에 남자도 아마 나를 알아보는 눈치같았다.
번마다 왠지 이남자는 나한테 다른 인상을 준다.



<무슨일이죠?>
<네?>


오히려 내가 한방먹은 기분이다.



<아니에요.>


말을 말자.
저남자랑 자주 엮이는건 별로 기분좋은 일은 아닌듯하다.
화장실에서 나오면서 나는 영애한테 문자를 보냈다.
자리쪽으로 보니까 영애얼굴이 함박꽃이 되여서 뭐가 재밋는지 배를 끌어안고 깔깔 웃고 있었고 나는 옆에 뚱하니
앉아서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다.


[먼저 간다.담에 또 이러면 확.. ]



혼자 실실 웃으면서 전송을 눌렀고 영애가 문자를 보고 쫓아나올게 뻔해 머리를 숙이고 다급히가게를 뛰쳐나갔다.



문득 좀전에 봤던 일행들이 눈에 띄였다.
많이 친하는사이인듯 남자들의 우정이 보기좋았다.
아마 누가 지켜보고있다는걸 감지한듯 내쪽으로 돌리는 눈길에 나는 얼른 피하였고 뻐스정류장으로 종종 발길을 돌렸다.


오늘따라 뻐스는 오지않았고 내곁에 사람들을 한명,두명 바래주었다.
그냥 택시를 타고 가는게 좋을듯하다.


<타~>


택시를 타려고 뻐스정류장에서 한걸음 나가는 내앞에 갑자가 차한대가 급정거한다.
지난번 어느 한순간이 기억이 났고 언뜻 비슷한 상황에 나는 심장박동이 한템포 늦어졌다.
차창으로 내민 얼굴의 주인공이 내가 생각했던 얼굴이 아닌 좀전의 남자인걸 확인하고 내 어깨힘이스르륵 빠지면서
나는 예의상으로 한번 웃어주고 머리를 흔들었다.



<여기 주차가 안되는데.. 빨리..>



뒤에서 뻐스가 들어오려는지 빵빵 경적이 울렸고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할수없이 차문을 열었다.


<저 앞에 내려주세요>
<집이 어디지?>
<택시탈게요>
<여기 택시 잡기 힘든데>
<건데 왜 말이 이렇게 짧죠, 저를 잘 아세요?>


나는 발끈햇다.


<세번이면 구면아닌가?>


언뜻 차창밖으로 대형마트가 보였다.


<저 슈퍼앞에서 내려주세요>


낯선 남자랑 동행하는건 언제나 어색하고 익숙하지않았고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않는다.
곁에서 뭐라고 중얼거리는것같다.
본의아니게 신세를 졋지만 나는 내릴때 고맙다고 인사를 하였고 내뒤를 따라 내리는 남자를 보고 뭐냐고 쳐다보았다.
그러다 나는 대형마트가 우리집것도 아닌이상 나만 다니라는 법이 없듯이 곁에 따라오는 남자를 별로 신경쓰지않고
내 갈길을 찾았다.



요즘 잘 보는 드라마에서 이런 한대목이 있다.
슈퍼는 너무 생활화적인 곳이라 혼자인 사람은 많이 외롭다구..
나 또한 슈퍼 올때마다 사전에 메모한 리스트에 따라 살것만
사고 세일코너같은것도 구경하지않고 바로 결재하고 돌아서군하였다.



오늘은 본의아니게 동행이 생겼다.
일부러 피할려고 슈퍼에 들어서자 나는 바로 카트를 끌고 내가 원하는 코너로 향했고 옆에 남자를 따돌렸다고 방심하는
순간 문득문득 우연하게 만날수 있었다.

나를 왜 자꾸 따라다니냐고 따지고 싶지만 저 남자는 아예 나는 안중에 없듯이 혼자 물건을 고르고 카트에 담는 일에만
신경쓰고 있었다.


혼자 실없이 웃었다.
나만 이상하게 생각하는것같다.


평소보다 더 빠른 시간으로 쇼핑을 끝냈고 결재하려는 순간 나는 너무 큰 실수를
지르고 말았다.
가방에 당연히 있을려니 하는 지갑이 보이지않는것이다.
아무리 두져도 있어야할 지갑은 보이지 않고 뒤에서 자꾸 재촉하는 눈길에 나는 얼굴이 붉어지면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밑에서도 빰이 삐질삐질 났다.



<같이 결제해주세요 >



아무렇지 않게 같이 결제해주세요 하는 남자를 나는 어떤 표정으로 바라봐야할지 갈피가 서지않았다.

분명 내뒤에 서있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고 저렇게 구세주처럼 짠하고 나타나는지..



<아,아니..>



시간없다고 얼른 결재해달라고 한다.
나의 반대는 소용이 없듯이 카운터 아가씨는 재빠르게 결제를 시작하고 있었다.



<계좌번호 적어주세요.>
<밥 한끼로 퉁치는건 어때?>


또한번 다시 만나야한다는 거부감때문에 거절하고싶지만 더이상 거절은 가식으로 보일거같았다.


<네..>
<시간,장소는 내가 정할게>
<네>
<건데 어떻게 연락하지?>
<네?>
<핸드폰 갖고와봐>


뚝딱거리더니 번호를 저장했단다.


<안 궁금해, 뭐라고 저장했는지?>
<네?>


그제야 나는 핸드폰을 확인해보았다.


김우진..


이름이 김우진이였다.



<통성명합시다. 보시다싶이 난 김우진>
<난..난 정혜연>


기여들어가는 소리로 나는 이름을 말하였고 그리고 더이상 묻지도 대답도 안하였다.
집까지 바래준다고 하는걸 나는 거절하였다.
이 남자도 그럼 그러라고 어깨를 한번 으쓱이더니 혼자 휙 가버린다.
끝까지 바래다준다면 어떻게 거절할지 고민하였는데 다행이 그냥 가줘서 나는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갑자기 성큼 앞에서 걸어가던 남자가 뭔가 생각난듯이 다시 뒤돌아왔고 지갑에서 현금 백원을 꺼내 내손에 쥐여주고
쓰윽 한번 웃더니 다시
뒤돌아선다.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진 저 남자와의 관계는 제발 밥 한끼만으로 끝이 나기를 나는 돌아오는 택시안에서
간절히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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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4) 선물 (0명)
IP: ♡.28.♡.2
푸른 장미 (♡.0.♡.192) - 2015/04/13 13:45:46

드디어 글 올리셨네요 냉면사달라는남자도 나오고 ㅋㅋ잼있네요.담집기대할게요

썅썅 (♡.28.♡.2) - 2015/04/14 11:34:28

푸른 장미님:

요즘 회사일이 많이 바빠서 자주 못 올리네요.ㅎ
한주에 한편정도는 올리도록 노력할게요.ㅎ

2011내꺼 (♡.210.♡.185) - 2015/04/13 14:03:55

재밋어요. 추천합니다

썅썅 (♡.28.♡.2) - 2015/04/14 11:34:56

2011내꺼 님 :

추천 감사합니다.^^

hua0313 (♡.165.♡.185) - 2015/04/13 17:06:53

스토리가 ..살짝..비치는거 같기도 ..ㅎㅎ
암튼 잘봤습니다 ~~

썅썅 (♡.28.♡.2) - 2015/04/14 11:35:47

hua0313 님:

님이 생각하시는 스토리일까요..ㅎㅎ

heesun (♡.30.♡.145) - 2015/04/16 11:14:50

빨리 올려주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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