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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누님의 이야기

무학소사 | 2015.05.26 12:31:53 댓글: 18 조회: 3662 추천: 5
분류단편 https://life.moyiza.kr/mywriting/2694696

사촌누님의 이야기

여기서 우리집의 특수한 일원이였던 사촌누님의 곡절많은 이야기를 하련다.

아버지는 형제가 둘인데 그중의 둘째이다.맏아들인 큰아버지는 부모와 친척들의 부조로 중등전문학교를 졸업하였고 아버지는 야학을 다녀 겨우 신문이나 읽을 정도의 문화를 가졌다.큰아버지는 학교를 졸업하고 참군하여 해방전쟁시기에 많은 전투에 참가하였는데 마지막으로 장춘전쟁에 참가한후 상급의 지시로 옹근 부대가 공군부대로 개편되였다.공주령에 본부를 공군부대의 정위로 발탁된 큰아버지는 부대일로 동분서주하다보니 언제 가정을 돌볼 겨를이 없었다.그래서 큰어머니는 둘째딸---사촌누님을 우리집에 맡기고 첫째딸과 태여난 셋째딸을 데리고 공군부대 가족들이 모여있는 룡정에 가서 생활하였다.항미원조 전쟁이 일어나기 전해인 1949년에 큰아버지는 공군부대의 주력을 거느리고 조선에 나갔다.항미원조가 끝난후 연변에 와서 가족을 데리고 조선에 나갈때에도 둘째딸을 우리집 할머니곁에 두고 나갔다.

사촌누님은 서너살때부터 우리집에서 살았는데 내가 어릴때 누님의 등에 많이도 업혀 다녔다.내가 아플때 누님손에 끌려 병원문턱을 넘나들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있다.누님의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던 그때에는 친누님인줄로 알았지 사촌누님인줄은 몰랐다.물론 친누님과 다름이 없지만.

57년도에 큰아버지가 공주령에 있는 나머지 공군부대 장병들을 데리고 조선에 나가면서 사촌누님을 데려가려고 할머니와 상의하였다.소학교 4학년에 다니던 누님은 할머니와 떨어지기 싫어 안가겠다고 발버둥쳤지만 끝내는 끌려가고 말았다.그런데 생각밖으로 반년후에 누님이 혼자 되돌아왔다.후에 누님이 말해주었는데 처음 신의주에 있는 부모집에 가니 부모도 낯설고 남매도 낯설어 마치 남에게 입양되여 온것같아 도무지 마음이 안착되지 않더란다.너무나 오래 서로 갈라져 있다보니 친형제간에도 정이 없어 할말이 없고 자신은 마치 꿔온 보리자루신세 같더란다.자나깨나 할머니생각이 나서 언제든지 중국으로 되돌아갈 생각에 가만히 준비를 차근차근 해나갔단다.소비돈을 주면 쓰지 않고 꽁꽁 챙겨주었단다.곱게 생기고 총명한 누님이 조선에서 학교를 다니는데 동급반 학생들의 성적이 자기보다 한수 아래여서 당연히 반에서 학습위원을 하였다.그러던 어느날 학교에서 평양으로 견학을 가게 되여서 자신의 짐을 몽땅 챙겨서 평양에 왔단다.견학 사흘째 되는 날에 선생님보고 평양에 있는 칠촌삼촌네 집에 가서 하루 자고 오겠다고 하니 응낙하여 주었다.하루밤 삼촌네 자고 견학현장에 간것이 아니라 곧바로 기차역에 와서 무작정 남양으로 향하는 렬차를 잡아탔다.남양해관을 통과해야 하는데 조선해관에서 아무 증건도 없는 소녀를 무조건 건너줄리 만무하였다.중국 안도 아무곳에 있는 할머니한테로 가야 한다고 아무리 떼를 써도 건너주지 않았다.해관에서 당지의 내부소(파출소) 누님을 넘기여 내무소에 가서 질문을 받았다. 와중에 내무소의 책임자가 자식이 없어 고민하던중에 누님을 보고 마음에 들어 수양딸로 삼겠으니 함께 살자고 맛있는것도 사주며 구슬렸지만 소용이 없었다.꿩의 마음은 콩밭에 있다고 마음이 할머니한테 가있는 누님이 황궁이라도 마다했으리라.이렇게 며칠 지나는 도중에 할머니가 아우지에 할아버지벌 되는 친척이 있다는 말이 생각나 내무소 책임자에게 아우지에 있는 할아버지한테로 가겠다고 하니 승낙하였다.내무소일군과 함께 기차를 타고 아우지로 가는데 일군이 할아버지가 구아우지에 있느냐?신아우지에 있느냐고 물어서 누님의 대답이 궁해졌다.아우지가 둘인것은 물론 할아버지의 집의 위치도 몰랐다.그저 둬번 만나본 할아버지가 철로에서 사업한다는것만 알뿐이여서 구아우지로 가자고 했다.기차에서 내려 역에 들어가니 마침 할아버지가 발치에서 보여 달려가 안겼다.할아버지 집에서 며칠 보낸는 동안에 내무소에서는 중국 파출소와 련계하여 안도 아무곳에 이런 처녀애가 있는가고 탐문을 하였다.중국측의 확답이 오자 내무소의 일군이 누님을 데리고 교두에 와서 건네주었다. 두만강을 건너 중국해관에 오자 마중온 파출소일군이 누님을 데리고 기차역에 와서 기차를 태워줘서 혼자 안도역에 내려 우리집으로 털털 거리며 걸어왔다.12살내기가 혼자서 조선에서 중국으로 온다는것이 여간 보통일이 아니였다.하여간 누님은 어릴때부터 간이 녀자였다.만약 그때 누님이 그집의 양딸로 남았더라면 운명이 지금과 판판 달랐을것이였다.

문화대혁명때 누님이 한마을 청년과 련애를 하자 아버지가 심하게 반대하였다.곱게 키운 조카딸이 자신처럼 농촌에서 힘겹게 일하는것을 원치 않고 시내에 있는 공인에게 시집보내 좀금은 안락한 생활을 시켜보려는 소박한 념원이 있었기때문이리라.곱고 총명한 누님에게 혼사말이 여러군데서 들어온것은 사실이다.그러나 닭띠인 누님의 고집을 누구도 꺾지 못했다.결국 아버지는 누님의 잔치상을 차려주고 말았다.타고난 운명은 마음대로 어쩔수 없는가 본다.지금 돌이켜 보면 누님의 일생은 별로 훤한 날이 없는것 같다.만약 그때 아버지의 의견대로 공인에게 시집갔더라면 운명이 과연 바뀌였을가?누구도 앞날을 장담할수 없는 일이다.결혼을 앞두고 누님과 매형이 모주석어록책을 쥐고 약혼사진을 찍었는데 지금도 보존하고 있어 누님네 집에 가면 볼수 있다.

그렇게 곱고 씩씩하던 누님이 인젠 얼굴엔 세월의 흔적이 가득하고 허리는 활등같이 휘여70객의 꼬부랑할매가 되여 고향마을에서 고향을 지키고 있다.아들이 둘이지만 모두 외지에서 일하며 자기 가정을 챙기느라 여념이 없다.나에겐 사촌누님이지만 부모가 없는 지금 부모와 다름배 없다.자식에게 부담을 안주려고 매형과 누님은 소도 기르고 밭도 조금 다루는데 볼기가 나에게 날아온다.5.1절에는 가서 파종을 해주고 국경절에는 가서 수확을 해주고 탈곡하거나 가서 짐군노릇을 해준다.그렇지만 원망이나 불평은 전혀 없다.고향으로 누님네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언제나 즐겁기만 하다.올망졸망 먹을것을 들고 우리집으로 오는 누님에게서 진한 부모정을 느낀다.매형은 아직 병원출입이 뜸하지만 누님은 병원출입이 잦아 걱정이다.항상 마음이 날아가는 고향에 살붙이가 있어 나의 발길이 잦다.매형과 누님이 서로서로 챙겨주면서 만년을 즐겁게 보내면 나는 그것으로 만족이다.

추천 (5) 선물 (0명)
IP: ♡.50.♡.227
1957520 (♡.33.♡.60) - 2015/05/26 18:05:53

감동되서 눈물이 납니다 우리아버지도 사촌형제들 하고 할머니 할아버지 밑에서 자랏대요 친형제처럼 살앗대요 지금 우리 자식들은 사촌이라 하면서 친하게 다닙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무학소사 (♡.136.♡.233) - 2015/05/28 16:23:22

우리세대에는 친형제가 여럿이여서 외롭지 않았는데 아래세대는 형제가 한둘이여서 고독하고 외로움이 많아요,그래서 사촌들이 친 형제처럼 지내야 할것 같아요.늘 즐거우세요.

newsky (♡.239.♡.170) - 2015/05/27 09:30:34

눈에 훤히 보이는것 같네요.
그 옛날 푸짐한 인심과 후덕한 마음을 지녔던 시골사람들과 그때 나누었던 정이 그리워지네요.
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

무학소사 (♡.136.♡.233) - 2015/05/28 16:25:52

아직도 시골 인심은 푸짐하담니다.아마 고향정이란 어머니정과 같은가봅니다
좋은 댓글 주어 감사합니다.

은빛모래 (♡.37.♡.43) - 2015/05/29 20:38:54

참으로 보통내기 여자가 아니네요,~
한사람이 필사적으로 뭔가를 고집할때 그게 그사람의 운명인거같습니다.
재밋게 잘 봤습니다~

무학소사 (♡.162.♡.246) - 2015/05/31 19:54:33

아마도 타고난 운명은 어쩔수 없나봅니다.
감사합니다

초초마미 (♡.191.♡.202) - 2015/05/30 11:55:10

정성들여 쓴글 잘 읽었습니다.
궁금한건 12살에 중국에 들어와서 그후 친부모와의 래왕이
있었슴까.
사촌형제지만 친형제처럼 지네서 누나가 외롭지는 않았겠어요.

무학소사 (♡.162.♡.246) - 2015/05/31 20:01:31

래왕이 있었습니다,부모 생전에 둬번 조선에 다녀왓습니다.
지난해에 누님이 입원했었는데 자식들은 멀리 잇어 못와서 우리 형제들이 돌아가며 간호를 했습니다.
병우들이 자식들인가 오해를 했지만 우리는 하나밖에 없는 누님을 정성껏 간호해 드렸습니다.
아마도 일찍 어머니를 잃은 우리 형제들이 모성애를 누님에게서 느끼는것 같습니다.

행복속의녀 (♡.208.♡.167) - 2015/05/31 23:30:48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보는것같이 쓰셨네요

무학소사 (♡.245.♡.23) - 2015/06/04 20:58:57

곱게 봐주어 감사합니다

거뿐한아침 (♡.62.♡.179) - 2015/06/04 10:10:57

글을 참 잘 쓰시네요,한선생.요즘은 작가로 거듭날려나요.수상작부터 잘 읽엇어요

무학소사 (♡.245.♡.23) - 2015/06/04 21:03:28

어~뉘신지요?나 알아요?금년초에 아는 형님의 소개로 kbs에 글이 올라서부터 열이 부쩍 나서 글을 쓴답니다.
모이자에는 보는 사람이 많아 지면에 보다 여기에 자주 올리게 됩니다.감사합니다

거뿐한아침 (♡.62.♡.179) - 2015/06/05 08:18:11

저요?석문에 이선생인데요, 알아보실려나?

무학소사 (♡.161.♡.54) - 2015/06/12 15:43:27

생각나는건 태수밖에 없는데...

wuwanzhu68 (♡.218.♡.174) - 2015/06/11 15:25:09

很感人,珍贵,又平凡的真情,,祝您们幸福

무학소사 (♡.161.♡.54) - 2015/06/12 15:42:15

댓글 감사해요.
님도 건강하구 행복하세요.

내맘아파 (♡.161.♡.240) - 2015/06/17 21:12:59

이렇게 좋은글을 인제야 들어와 봤네요...
저의 아빠도 아빠의 삼촌집에서 자라서 장가까지 갔대요.
유복자로 태여나서 한돐반쯤 에 엄마까지 잃고 할머니도 안계신 할아버지랑 삼촌의 손에서 자라서 장가까지 갔던 저의 아버지의삶이 웬지모르게 님의 글을 읽고 제 머리속에서 여직 맴돌아 치네요...
님네 집에서 함께자란 사촌누나를 동생이 이렇게 아름다운 글로 표현했으니 누님도 참 훌륭한 동생을 두셨네요.
저도한번 제 아빠를 글로서 노래해보고싶단 생각이 드네요...제 짧은 문장수준으로 가당킨 하겠는지 모르겠어요..늦게나마 들어와서 좋은글 잘~공감하고 갑니다.
추천이 하나밖에 안되는게 아쉽네요.ㅎㅎ

무학소사 (♡.245.♡.85) - 2015/06/20 20:27:56

늦었지만 감동적인 댓글도 주고 추천도 해주어 넘 고맙습니다.
효심이 많은 님을 둔 아빠도 흐뭇할겁니다.
늘 건강하구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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