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참 빨리도 흘러갔다. 어느덧 이학년이 되였다. 매일 위면(항천대 친구)이 어쩌고 저쩌고 하던 애가 갑자기 위면 얘기를 안한다. 주말이 되여도 항천대에 가지 않는다. 일년동안 지속 됐던 짝사랑은 그렇게 무의미하게 끝나가 버리는듯 했다.

열정이 식었나부다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매일 늦잠을 자던 청이가 요즘 들어 항상 일찍 나간다. 그리고 며칠 뒤, 정이가 슬그머니 나한테 쟤가 요즘 아래 학년 여자애 땜에 선택하지도 않은 1~2교시 수업 들으러 간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나: 그건 먼 소리냐 ?

정이: 몰라. 애들이 그렇다고 하데.

나: 아래 학년 여자애 누구?

정이: 그 키 크고 멋있는 애 있잖아. 짧은 머리에

나: 그 되게 man한 애?

정이: 어~ 맞아. 애들이 그러는데 걔가 늦잠 자느라 그 수업을 자주 빼먹는대. 근데 선생님이 자꾸 点名하고 숙제도 많이 낸대. 대신 喊到도 하고 숙제도 하느라 열심히 수업 듣는거래.

나: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야? 지 수업도 빠지는 애가 남 대신에? 청이가 그럼 걔를 좋아라도 한단 말이야?

정이: 그렇겠지 머. 낸들 알겠니? 쟤 이상한게 어디 하루이틀이야

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걔는 어찌됐던 간에 여자잖아.

정이: 아~ 나도 몰라. 궁금하면 직접 가 물어보든가

시작이야 어찌 됐던간에 그가 일찍 일어남으로 인해 나도 혜택을 받았다. 두번째 학기에 우리 학원 필수과목 이엿던 수업은 1~2교시 였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부친 정이는 항상 수업 들으러 갔고 난 기숙사에서 잠만 잤다. 근데 우리 선생님도 点名을 자주 했다. 그때마다 청이가 나 대신 喊到를 해줬단다. 그것도 나뿐만이 아니고 다른 애들것까지… 목청이 원래 큰데다가 넘 여러번 똑같은 목소리가 들려오니깐 선생님이 눈치를 채고 청이를 노려봤단다. 그래도 다행이 별말씀 안하셨기에 망정이지… 이렇게 시키지도 않은 일을 그는 잘했다. 그리고 우리한테 그 일을 말하지 않았었다. 고마웠다.

내가 정이한테서 들었던 얘기를 거의 잊어버리고 있을 무렵, 청이가 밥가마를 사들고 왔다. 식재도 한가방 가득 사가지고…

나: 밥 하자구?

청이: 아니. 떡 만들려고

나: 갑자기 웬 떡?

청이: 성이(아래 학년 멋있는 여자애)가 떡 좋아해

나: …

그렇게 시작해 만든 떡은 반죽을 잘못한 까닭으로 무슨 죽인지 밥인지 누렇고 흐물넙적거리는게 보기만 해도 막 구역질이 날 정도였다. 그후에도 여러번 시도했지만 다 그런 꼴불견으로 나와서 성이한테 가져다 줬는지는 잘 모르겠다.

위면의 이야기는 이맘때부터 성이 얘기로 바뀌여져 갔다. 암튼 청이는 이번에도 정성을 다해서 성이한테 잘해주려고 노력했다. 난 직접 물어보지 않았지만 듣는 말에 의하면 이것도 청이 혼자 좋아하는 거라고 했다. 허나 그는 항상 자기 사랑에 최선을 다했다. 상대방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헌신하고 희생하면서 부담도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상대방이 자기를 좋아하거나 말거나. 알아주거나 말거나. 그의 사랑은 이렇듯 사심없고 헌신적 인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