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청산류슈 | 2015.10.14 09:18:05 댓글: 2 조회: 1337 추천: 1
분류단편 https://life.moyiza.kr/mywriting/2851627

구두

( 1 )

화창한 봄날이다.

맑게 개인 하늘은 유리알 마냥 반짝이 였고 산들산들 불어오는 봄바람에 꽃들은 수줍을 머금은 소녀마냥 머리를 다소곳이 숙이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자신을 찾아 나비를 기다리며 알릴 말듯 향긋한 냄새를 풍기며 자신의 미모를 은연히 뽐낸다.

아름다운 꽃들도 봄을 맞으며 산뜻하게 차려입은 여자들에게만은 머리 숙여 자신의 미모를 겸허히 양보한다.

이럴듯 꽃보다 아름다운 여자들을 보며 걷자니 몸과 맘이 절로 상쾌해 진다.

따스한 햇살

상쾌하고도 훈훈한 봄바람

그리고 이쁜 꽃과 여인들 참으로 아름다운 계절이다.

아름다운 계절에 묻혀 사랑하는 여친에게 기쁨을 선물 해주려고 20대를 넘긴듯한 사내가 가게 가게를 옮겨 다니며 열심이 선물을 고르고 있었다. “여친 선물 사주게~~”

사내의 행복을 흐뭇하게 깨며 구두가게 주인이 서글서글한 목소리로 사람좋게 묻는다.

조폭처럼 조금은 위압감을 느끼게 하는 얼굴과 달리 시원한 웃음소리와 말투는 사내다운 호탕함이 묻어 있어 어쩐지 안전감 마저 느껴오는것 같았다.

여친의 말이 나오자 사내의 얼굴에는 마치 자신의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여친이 보여 오는듯 환하게 빛난다.

열심이 무엇인가를 찾고 있던 사내가 빨간색 구두 앞에서 걸음을 멈추더니 안도의 숨을 쉬고는 구두를 들고 깐깐하게 훑어 본다.

마치 오랫동안 만났던 연인이라도 다시 만난듯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었고 놀라 울수가 없었다.

밤을 자고나면 새로운 구두가 나온다는 시장에서 7년전에 보았던 구두가 아직도 있다는 것이 그냥 놀랍고 신기하기만 했다.

7년전에도 여친은 자기가 그랬듯이 가게 진렬장앞에서 구두를 자신의 일부인듯 토닥이던 기억이 지금도 눈앞에서 펼쳐지는 영화마냥 선명하다.

대학시절 그녀의 꿈은 이쁜 구두를 만드는것이 였고 자신이 만든 구두를 신고 자기가 가고 싶은 곳에 가서 없이 돌아다니는 것이 자신의 소원이라고 했었다.

그런 그녀에게 사내는 자신이 여태껏 모아 알바비로 그녀에게 구두를 선물하려고 했었지만 그녀는 한사코 거절했었다.

자기가 갖고 싶은 신데렐라의 유리구두처럼 맑고 투명한 것이라고 했다.

어디에도 더렵히지지 않아서 그냥 보아도 그의 마음속까지 들여다 볼수 있는 사랑이라고 하면서 달콤하게 웃으면서 사주지 못해 미안해하는 자신을 위로 해주는 그녀의 모습은 그렇게도 사랑스러울수가 없었다.

사내는 가게주인에게 포장을 부탁하자 주인은 의아한 얼굴로 한참이나 사내를 보더니 참을수 없다는 물었다.

정말 이걸로 할거우?”

사내는 확신있게 머리를 끄덕여 보이고는 다른 구두들을 둘러 보았다.

참으로 다양한 디자인의 신상구두들이 이쁨을 뽐내며 마치 미인선발대회에 참선한 미녀라도 화려하고 도도했지만 자신이 선택한 빨강구두를 제외한 다른 구두에서는 그녀의 모습을 읽을수가 없었다.

그녀는 구두도 자신의 령혼을 갖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자신의 모습으로 드러내며 표현한다고 했다.

극히 평범한 디지안에 정열의 색상인 빨간색이 어울려져 만들어진 구두는 우리들처럼 평범하지만 꿈에 대한 열정을 태우며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기를 여기에서 말없이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우리들의 모습을 닮은 구두

세월속에 색이 다해지고 모습이 망가진다 해도 구두가 존재하는 구두의 맘은 영원하다고 했다.

그렇게 구두의 맘이 영원하듯 우리도 구두의 맘을 닮아 지금은 평범하여 존재조차 알아 주지 않지만 그래도 낙심하지 말고 우리들의 꿈을 위해 끝까지 정열을 불태우자 하던 그녀의 모습은 세월이 흘러흘러 세월이 다슬러 없어 진다 해도 잊을수가 없을것 같았다.

유행도 지난지도 오랜 구두인데………”

주인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사내를 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유행은 지났어도 맘은 구두처럼 새것 그대로 있어요!”

사내는 확신에 얼굴로 주인에게 대답했다.

그래?!

그래!

맘은 언제나 새롭게 있지!흐르는 강물처럼 말이야!

다시 물리러 오지 말게!”

사내는 그런 주인에게 걱정 말라는 환하게 웃으며 인파속에 묻혀 진다.

( 2 )

커피 두잔째 마시고 있었지만 그녀의 모습은 아직도 보여 오지 않았다.

일때문에 사내는 해외로 파견 되였고 이후로 만난지가 거의 7년이 였다.

많이 변해 있을 그녀의 모습을 상상하며 기다리는 사내에게 기다림은 지루함이 아니였고 오히려 두근거림과 설레임으로 다가와 싫지 않았다.

7년동안 하지 못했던 얘기들

날밤을 밝히며 해도 같지 못한 얘기들

그러나 어느것부터 했으면 좋을지 몰라 그냥 가슴은 벅차다.

예전에는 그냥 만났고 그냥 만나도 좋을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이 아니라는 처음으로 느낀다.

처음처럼 단순한 만남으로 즐거울수가 있을가 하는 마음이 설레임이라는 물밑속에서 살며시 고개를 쳐든다.

그렇게 마음이 설레임과 불안함 사이로 왔다갔다 산책을 하는 사이에 카페의 문이 열리면서 여인이 들어오면서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찾는다.

사내가 여인을 발견하고 녀인에게 반갑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제야 여인도 사내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어 답한다.

여인이 자리를 잡고 앉았고 사이에 간단한 인사가 오고 갔다.

여인은 무엇을 감추고 싶은 애써 사내의 눈길을 피하고 있었다.

그런 여인을 안쓰러운 마음으로 지켜 보고 있던 사내의 눈에는 여인의 손가락 사이에 끼위져 있는 결혼반지가 보여왔다.

7년이라는 시간은 그들에게 서로가 그렇게 익숙했지만 낯선 사람으로만 만든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다가갈수 없는 사람으로 만들기도 했다.

결혼 했어?”

여인이 사내의 말에 대답 대신 머리를 끄덕인다.

사내에게 잘못 한것도 아닌데

여인에게 버림 받은것도 아닌데

지금은 7년동안의 사무치는 그리움 보다 서로에게 미안함이 크다.

사내는 없이 선물을 꺼내 여인에게 건네 주었다.

여인이 포장을 뜯자 박스속에서 예전에 이루고 싶었던 꿈이 살포시 드러난다.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 잊은지 오랜데……..”

여인의 눈가가 어느새 촉촉이 젖어 든다.

사내가 대답 대신 조용이 웃었다.

힘든 외국생활에서도 자신을 있게 만들어준 구두였다.

한순간이라도 잊을수가 없었다.

피끗 여인이 신고 있는 신발이 궁금하여 머리를 숙였다.

자신이 선물한것과 같은 구두가 눈에 띠였다.

허나 지금은 색은 거의 바래 있었고 디자인은 거의 망가져 있었다.

자신이 선물한것과 같은 디자인의 같은 빨간 구두.

그런데 지금은 서로 다른 두개의 구두로 보여 온다.

같은 세월의 힘듦을 겪어 왔지만 하나는 사람의 기억속에 간직 되여 왔고 다른 하나는 한사람의 성숙을 위해 사용이 구두이다.

세월이 흘러 때로는 구두가 새것이 되여 있던 아니면 이미 낡아서 색이 바래고 디자인이 망가지고 해도 구두의 맘과 영혼은 변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새것과 낡은 것을 보는 시선은 다르다.

시선이 달라 짐에 마음이 달라지고 마음이 달라짐에 행동이 달라지고 결과가 달라진다는 사내는 몰랐다.

것과 낡은 .

같은 구두일지 몰라도 서로 다른 구두이기도 하다.

사내는 다시 조용이 구두를 포장하고 조심스럽게 도로 가방에 넣었다.

여인도 없이 모습을 지켜 본다.

낡은 구두가 새것이 될수 없듯이 이미 지나온 과거속의 구두역시 오늘에 갖고 싶은 구두는 아니였을 것이리라.

추천 (1) 선물 (0명)
IP: ♡.218.♡.84
aappllee (♡.179.♡.108) - 2015/10/14 10:34:24

오랜만에 글 올리셨내요 ㅎㅎㅎ

제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추천 한방 누르고 갑니다 .

화룡투도 (♡.166.♡.222) - 2015/10/14 11:50:06

넘 마음이 알알해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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