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사랑-에필로그

리해주 | 2015.11.18 21:59:02 댓글: 2 조회: 2717 추천: 0
분류실화 https://life.moyiza.kr/mywriting/2896990
외로운 사랑 에필로그
기나긴 법정 싸움에 자신이 없었는지 남편은 소송을 철회해주면 합의해주겠다고 했다. 그게 2014년 5월이다. 법원에서 도장을 찍은 조해서를 받아들고 우리는 각자 아무말없이 헤여졌다.
누군가가 그랬다. 실패는 없다. 다만 경험일뿐이라고. 나는 나의 이혼을 실패와 경험사이에서 그 어떤 정의도 내리지 못했다.
정작 이혼을 결심하고 뒤돌아섰지만 손에 쥐여진 법원의 조해서에는 웬지 모를 씁쓸함과 홀가분함이 있었다. 그리고 내 앞으로 인생에 대한 기대감과 설레임도 있었다.

ㅅ도시에서 다니던 친한 직장동료한테서 문자가 온다. 동료는 가끔 나에게 연락하여 회사의 변화를 한보따리 풀어놓으며 수다를 떨곤 한다.
"정말 너 그거 알어? 5.1절 휴가때 걔가 결혼했대."
"응? 그래? 몰랐는데.."
"응. 나도 몰랐는데 오늘 옆부서 위위있잖아 걔를 복도에서 마주쳤거든? 5.1절에 뭐했냐고 물었더니 걔 결혼식 들러리로 갔대. 모멘트에 사진 어제 올라왔던데 못봤어?"
"어... 그러게... 못봤어."
나는 부랴부랴 대화창을 뒤로하고 리스트에서 그를 찾았다. 내 모멘트는 온통 위챗상이여서 분주하기 그지없다. 일일이 차단하기도 귀찮고 해서 모멘트를 잘 여겨 보지 않는다. 나는 리스트에서 그를 찾아 클릭했다.
손가락이 미세히 떨리고 있었다.
사진속 그는 예쁜 드레스를 입은 신부와 어깨 나란히 서서 미소짓고 있었다. 그의 왼손 약지에 끼여진 반지가 눈에 들어온다. 살포시 신부의 어깨를 감싸안은 손도 내 눈에 들어온다.
그래... 행복해보이는구나...

생각보다 덤덤했다. 찢어질거라고 예상했던 내 마음도 너무 평온했도 넘쳐나리라고 믿었던 내 눈물샘도 너무 고요했다. 다만 머리가 너무 아팠다. 갑자기 현기증이 나서 나는 침대에 드러누웠다.
눈을 감고 가만히 있었다. 머리는 하얗게 비였다.
나는 꿈을 꾸고싶었다. 눈을 떴을때 다시 보이는 익숙함이 두려웠다.
나는 눈가에 조용이 차오르는 눈물때문에 눈을 떴다. 마음은 아무렇지 않는데 왜 눈물이 날가?
나는 의아했다. 눈물이 왜 날가... 닦아도 닦아도 끊임없이 흐른다. 서러움도 아픔도 없는데 왜 눈물이 나지... 왜 날까 눈물이...
기다릴수 있었는데... 내가 기다릴수 있었는데 이렇게 빨리 결혼할꺼면...
눈물이 너무 많이 흐른다. 그가 나 아닌 다른 사람과 결혼해서도... 내가 기다리지 못한 후회도 아닌... 그동안 마음 한구석에 쌓였던 얼어붙은 내 마음이 녹느라고 그러나보다.
썩 후에야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어쩌면 그는 나와 결혼할 생각이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나는 늘 그랬다. 사랑의 완성은 결혼이라고.
그러나 남자는 아닌가 보다. 사랑은 사랑이고 결혼은 결혼인가보다.

남들은 이혼을 아픔이라고 얘기한다. 나는 내가 더 잘살기 위한 선택이라서 아픔이라는건 다소 생소하다. 허나 그건 하나의 상처만은 분명하다.
이혼을 계기로 나는 강해졌다. 어쩌면 담담해졌다는 표현이 더 맞는거 같다. 남들은 나이가 들면 다 그렇게 변화한다고 얘기한다. 다만 나는 그걸 좀더 빨리 겪는것 뿐이라고 했다.

그해 5월말, 우연히 전 남편의 재혼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한달뒤 임신소식도 전해들었다. 그래서 안해준다던 이혼도 갑자기 연락와서 합의해주겠으니 서류 정리를 하자고 않하나.. 내 물건을 다 부쳐보내지 않나..

풉... 웃음이 나왔다. 큰 요동도 없었다. 오히려 나보다 내 친구들이 더 펄펄 뛰면서 온갖 비난을 하는데 나는 난생 처음 알았다. 세상에 이런 욕도 있구나를 ㅋㅋㅋㅋㅋ

2014년 5월은 나에게 꽤 력사적으로 의의있는 한달이였다고 정의한다 나는.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1년뒤.

여름이 오느라고 해가 부쩍 기를 쓰며 빛을 뿌려대던 6월의 어느날였던거 같다.
퇴근후 친구들과 가볍게 술한잔 하며 세상이 조금 쉬워보일만큼 간도 조금 부은 상태에서 수다 삼매경에 빠져 있는디 테이블에 놓은 핸드폰에 문자가 온다.
"야. 니 남친 있니?" 내 친구 홍이다. 얘가 왜 이러지? 모르는것도 아니고 한밤중에 홍두깨 내미는 식이다.
"내 남친 있니? 난 어째 모르니?"
"음.. 없니? 그럼 썸타는 남자는 있니?"
"어째 이래니? 내 연애하구 썸탈때 니 몰랐던적이 있니? ㅡㅡ;;"
"ㅋㅋㅋㅋ 그래 연애 할 생각은 있니? 아니, 결혼할 생각은 있니?"
"응.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해야지."
"총각이랑 돌싱이 있다. 어느쪽?"
"음... 돌싱은 어떤 사람인데?"
"의사래. 너보다 두살 많구."
"됐어. 의사는 싫어. 병원은 직발두 많구 휴식두 적구."
"개인 진료소 출근한대.직발없구 주말쉬구. 근데 키가 좀 작대."
내 키는 161이다. 큰 키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작은 키도 아니다. 웬만한 신발 신어도 65즘 될터이고 홍이도 내심 그걸 염두에 뒀나보다. 나는 솔직히 나보다 작지 않으면 큰 상관은 없다.
"얼만데?"
"172"
"보통이네 뭐. 작다구."
"아니야. 170이래.."
"이런... 한마디할때마다 작아지니? 이러다 만나본게 165인매 ㅋㅋㅋㅋ"
그렇게 홍이와의 문자는 별 내용이 없이 그냥 수다로 그쳤다.

홍이가 나한테 총각과 돌싱을 언급했을때 내가 돌싱한테 더 끌린건 결코 나도 돌싱이여서가 아니다. 고향에 돌아오고나서 운좋게 좋은 직장에 취직되여 내 직업도 하나의 벼슬이 되나본지 소개팅 자리가 끊이질 않았다. 총각도 돌싱도 그리고 직업도 년령대도 다양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나도 총각 만나서 뒤에서 수근대는 사람들한테 보란듯이 코대 납작하게 해야지 하는 쓸데없는 허영심도 잇었다.
내 경험상 결론적으로 총각들의 우점을 굳이 꼽자면 그저 총각인것뿐이였다. 허나 돌싱은 그들이 갖고 있는 우점중에 돌싱이라는게 흠집이였을 뿐이였다.
그렇다고 리혼이라는 문제를 가볍게 보는건 절대 아니였다. 단지 원칙적인 문제에 어긋나지 않고 불량한 기호나 습성이 없으면 충분히 긍적적으로 고려할만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아까처럼 굳이 선택을 하라면 돌싱한테 조금더 마음이 기울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그일을 점차 잊어갔다. 인사치레 하는 말이려니 하고 말이다.

그리고 아마 두주일이 지났던걸로 기억된다. 우리 시에서 예술절을 조직했는데 운좋게 조선말 사회자에 내가 뽑혔다. 나는 그즈음 매일 친구한테 부탁해서 방송국 아나운서한테서 사회를 배우면서 연습을 하고 원고를 고치고 올리뛰고 내리뛰고 하면서 눈코뜰새없이 보낼때였다.
그날도 정신없이 바삐 보내는데 홍이한테서 문자가 온다.
"야. 그 사람 니 위챗 알려줘래? 아님 전번 알려줘래?"
"응? 누기를?"
"그 전에 내 말했던 의사말이야."
"아.. 까먹구 있었다야. 나는 니 그저 해본소리인줄 알았는데.. ㅋㅋㅋㅋ 전번은 좀 그렇구 위챗 알려줘라."
"근데 있재. 이사람이 울 단위에 언니 친동생이지무. 작년에 그 언니 나한테 소개할려구 말이 있었어. 그때 내 연애하는걸 다 몰랐으니까. 내 남친 있다고 그래서 그언니 주변에 괜찮은 친구 있으면 나중에 소개부탁한다면서 그러던데 니 싱글된지두 꽤 됐구 그래서... 그래두 이런말은 미리 해야될거 같아서. 괜찮지? 니 마음에 걸리면 그만둬두 되구."
"난 괜찮다. 뭐 일있니. "
"알았어 그럼 니 위챗 알려준다?"
"응 그래라."

홍이와의 대화를 마치고 나는 다시 팽이처럼 돌아쳤다. 점심시간 밥을 먹으면서 핸드폰을 보니 위챗 추가가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출근중이세요?"
"아뇨. 지금 밥 먹으러 왔어요."
"그렇군요. 몇시 퇴근이죠?"
"다섯시요."
"알겠어요. 제가 며칠후에 부근으로 갈테니 문자로 하는 대화보다 만나서 얼굴 보면서 얘기하죠. "
"그러세요."
추천 (0) 선물 (0명)
IP: ♡.224.♡.26
꽃대지0606 (♡.192.♡.118) - 2015/11/19 14:02:03

잘 보구 갑니다. ㅋㅋ 담글도 기대할께요.

저문들녘바람처럼 (♡.62.♡.38) - 2015/11/19 14:34:15

잘 읽었습니다.정말 잘 쓰시네요.담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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