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은행직원들 22---실패

weiminghu | 2016.07.22 18:37:04 댓글: 10 조회: 2019 추천: 6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3131438

생일을 차려주는줄로 알고 좋아했던 팡팡이는 그냥 좋다가 말았다. 다들 팡팡이 생일을 잊어버린듯 했다. 누구 하나 축하메시지 보내오는 사람이 없었다. 꿀꿀한 기분으로 출근했고 그날따라 끊임없이 걸려오는 문의전화에 대고 한바탕 화풀이를 했다.

하루종일 우울한 기분으로 앉아있었는데 거의 퇴근할 무렵이 되자 강위한테서 전화가 걸려온다.

강위: 몇시 퇴근이야?

팡팡: 왜요?

팡팡이는 뿌루퉁하게 내뱉었다. 분명 강위한테는 자신의 생일을 차려줄 의무가 없었지만 팡팡이는 그래도 화가 났다.

강위: 우리 집 꿀꿀대지 오늘 기분 나쁜가봐? ㅎㅎ

팡팡: 남이야 기분 나쁘던 말던 먼 상관이예요.

팡팡이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날이 서있다.

강위: ~ 그럼 이 로씨야에서 와 한다는 발레공연 티켓은 남을 줘야겠다. 니가 기분도 나쁘다는데 가봤자 재미없겠지?

발레공연 티켓이란 말에 팡팡이는 귀가 솔깃해졌다. 언제부터 한번 가보고싶었는데 돈이 아까워 못샀던 것이다. 앞에 좋은 자리는 티켓값이 보통 천원을 넘었다.

팡팡: ? 혹시 <백조의 호수>예요? 그거 어디서 났어요? 아저씨가 산거예요?

강위: ~ <백조의 호수>가 맞아. 아까 친구가 줬어. 두장 주던데 난 별로 흥취 없으니 니가 두장 다 가져가거라. 잘생긴 놈으로 하나 꼬셔서 같이 가봐. ㅎㅎ

그 비싼 티켓을 준다는 말에 팡팡이는 꽁해졌던 기분이 다 풀렸다. 인차 애교가 흘러넘치는 목소리로 변해서 아양을 떨었다.

팡팡: 해해해~ 역시 아저씨밖에 없어요. 아저씨 따랑해요^^

강위: 이런 꼴기없는 것! 그잘란 티켓 두장에 사랑한단 말을 함부로 하나? 넌 티켓 주는 사람이면 다 사랑하나?

팡팡: 헤헤~ 근데 저 같이 갈 사람이 없어요. 아저씨가 같이 가줘요.

강위: 잘생긴 놈으로 끌고 가랬더니 왜 날 잡고 늘어지지? 내가 잘생긴 사람인가? 아님 너 인기 없어서 누구도 같이 안 가주는 거야? 크크크

팡팡: 또 기분 나쁘게 이랜다. 같이 갈거예요 말거예요?

강위: 알았어. 그럼 잘생긴 내가 같이 가주지.

둘은 극장부근에서 만났고 강위는 아직 공연까지는 한시간 반 정도 남았으니 먼저 저녁 먹으러 가잔다.

강위가 팡팡이를 데리고 간 곳은 고급 레스토랑이였다. 아늑한 분위기에 노래를 부르는 가수까지 있는 음악 레스토랑이였다. 은밀한 만남을 가지기에 딱 좋은 장소였기에 주로 연인들이 많이 오는것 같았다. 평소에 일전이라도 쪼개서 쓰는 팡팡이였기에 남이 사주지 않는 한 이런 곳에 들락거릴 일은 전혀 없었다.

잔잔한 음악소리가 흐르고 가수가 약간은 허스키한 목소리로 발라드를 뽑기 시작했다. 희미한 불빛아래 모든것이 황홀하고 아름답게 보였다. 특히 맞은켠에 앉아있는 강위의 입술이 어렴풋한 가운데서 자꾸만 섹시하게 꿈틀대며 자신을 유인하는 듯하다. 강위가 머라 하고있었는데 팡팡이의 귀에는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팡팡이의 눈길은 그저 강위의 입술의 움직임따라 움직이고 있었고 몸 전체가 강위의 입술로 빨려들어 가는것만 같았다.

웨이터가 와서 주문을 시작했다. 허나 팡팡이는 아직도 자신의 꿈속에서 헤여나오지 못하고있다.

강위: ! 무슨 생각해? 웨이터가 묻잖아? 어떤걸로 하겠냐구!

강위가 호통을 쳐서야 팡팡이는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팡팡: ? ~ 여기 이거이거이거로 할게요.

강위: 요리주문도 하기전에 입가에 침까지 질질 흘리며. 누가 너 먹새인거 모를가봐 이러나? 여자애가 진짜 이게 머니?

웨이터가 가자 강위는 낮은 소리로 팡팡이를 나무랐다. 자신과의 키스장면을 상상하며 침을 흘렸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한 그였다. 다른때 같았으면 머라고 대꾸했겠지만 그런 부끄러운 생각을 한 자신을 들켜버릴가봐 팡팡이는 꿀 먹은 벙어리마냥 앉아서 먹새취급을 받기로 했다.

드디여 요리가 오르기 시작했다. 코스요리였다. 빵으로부터 시작해서 야채샐러드/수프/스테이크/ 음료수/스파게티/케익 등 여러가지가 끊임없이 올라왔다. 남들은 양이 많아서 매 요리마다 절반씩 먹고 절반은 남겼지만 팡팡이는 다 먹고도 좀 모자란 느낌이였다. 허나 이런 우아한 곳에까지 와서 배가 안 불렀다고 쪽팔리게 세트를 하나 더 시킬수도 없는 일. 강위가 배부르게 먹었냐는 말에 배가 터질것 같다고 거짓말을 해댔다.

한시간 남짓이 저녁을 먹고 둘은 극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공연이 시작되였고 팡팡이는 그렇게도 보고싶었던 <백조의 호수>를 볼수 있어서 너무나 좋았다. 젤 앞자리라서 로씨야 미녀들의 얼굴 하나하나가 또렷이 보였다.

리듬에 맞춰 미녀들의 우아한 몸놀림을 감상하면서 그동안 조금씩 쌓였던 스트레스가 온데간데 없이 날아간것만 같았다. 강위한테 너무 고마웠다. 극장을 나오면서 은근슬쩍 강위의 팔짱을 꼈다.

강위: 어쭈! 내 팔짱은 왜 껴?

팡팡: 오늘 밥도 사주고 공연도 보게 해줘서 고마웠다는 뜻으로 서비스예요. 헤헤~

강위: 무슨 서비스가 이래? 하나도 맘에 안드네. 오히려 내가 밑지는 느낌인데.

팡팡: 머라구요? 아저씨가 왜 밑져요 네? 밑져도 내가 밑지지 아저씨가 어딜 밑져요? !

팡팡이는 또 흥분해서 강위와 떠들어댔고 그런 팡팡이가 웃긴다는듯 강위는 하하하! 하고 웃었다.

집으로 오는 길에 강위가 묻는다.

강위: 너 사실 아까 배부르게 못먹었지? 보니깐 다 먹고도 입 쩝쩝 다시던데.

팡팡: 아니예요. 배불렀어요.

그잖아도 맨날 꿀꿀대지라 놀리는데 그렇게 많이 먹고도 배가 안 불렀다면 더 놀려댈것 같아서 팡팡이는 급기야 부인하려 들었다.

강위: 에이~ 아닌 같은데. 이게 어디서 거짓말을 하려 들어? 마침 나 케익 먹고싶은데 우리 케익이나 사먹을가?

팡팡: 아저씬 단 음식 안 좋아하잖아요? 언제 케익을 먹었다고.

강위: 아무튼 오늘은 케익이 땡긴다. 사먹자.

그렇게 강위한테 이끌려 크다만 케익까지 사서 집으로 왔다. 케익을 다 먹고 자리에 누운 팡팡이는 오늘 벌어진 일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았다. 어쩐지 강위가 자신의 생일을 알고 이 모든것을 해준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의 미역국부터 시작해서 고급 레스토랑, 발레공연에 케익까지 모든게 우연이라고 해석하기에는 너무 억지가 돼보였다.

왜 두달동안 냉장고에서 보이지 않았던 미역은 오늘 아침에 발견되고 아저씨 친구는 자신이 좋아하는 발레공연 티켓을 왜 하필 오늘에 줬을가 그리고 아저씨는 왜 평소에 먹지도 않던 케익이 땡긴다 그랬을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팡팡이는 강위가 몰래 자신의 생일을 챙겨주려고 이 모든것을 비밀리에 준비했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럼 그렇지! 날 좋아하는게 틀림없어. 그냥 아닌척 내숭 떤다 이거지? 혹시 내가 고백하길 기다리는 걸가? 왜 저렇게 고백을 못하고 자꾸 발뺌하려 들가? 어떻게 하면 저 꾹 다물어진 입을 열게 하지?

팡팡이는 강위의 고백을 유도해낼 계획을 짜며 꿈나라로 들어갔다. 꿈에 강위가 팡팡이의 방을 고무풍선과 장미꽃으로 가득 장식해놓고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반지를 들고 프로포즈를 하고있었다.

그 다음날 꿈에는 강위랑 같이 집으로 가 부모님 허락을 받는 꿈을 꾸었고 또 그 다음날에는 강위랑 결혼식장으로 들어서는 꿈을 꾸었다. 꿈에 강위가 나타나고 부터는 출근해서도 자꾸만 강위 얼굴이 떠오르고 일도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시간이 너무 드디게 흘러가는 같고 한시라도 빨리 퇴근하고 싶어진다.

<팡팡이 요즘 연애하나? 얼굴에 홍조가 오르고 기분이 좋아보이는데 ㅋㅋ> 하면서 동료들이 물어온다. 그때마다 팡팡이는 웃기만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웬지 부인을 하고싶지 않았다.

한편, 토요일이 되자 팡팡이는 마트에 가서 와인과 향초를 사왔다. 분위기를 조성하고 강위한테 술을 먹여서 진심을 들어보려는 심산이였다. 집에 와보니 강위가 마침 밥을 다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강위: 어이구~ 꿀꿀대지가 먹는것만 좋아하는줄 알았더니 술도 좋아하나 보지? ㅎㅎㅎ 그러고 보니 우리 같이 술 마신적이 한번도 없는것 같네. 오늘 한번 같이 마셔보자~

강위의 말을 무시하고 팡팡이는 전등부터 껐다.

강위: ! 전등은 왜 꺼?

팡팡: 원래 와인은 전등 끄고 촛불 키고 마셔야 하는거예요.

강위: 폼 잡는다 이거지? ㅋㅋ 알건 다 아네.

팡팡이의 진심을 모르는 강위는 싱글벙글 웃으며 와인을 따르기 시작했다. 한잔두잔 강위의 잔이 비는것을 보면서 팡팡이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고 좀 있다 강위한테 머라 물어볼가 생각했다.

<아저씨, 저 어때요? >

<아저씨, 저 이뻐요?>

<아저씨, 혹시 저 좋아해요?>

<아저씨, 아저씨가 절 좋아하는거 다 알아요. 그니깐 지금 고백해도 돼요^^>

<아저씨, 저도 아저씨 좋아해요^^>

이렇게 지좋은 궁리를 하고있는데 강위가 부른다.

강위: ! 넌 안 마시냐? 왜 나한테만 자꾸 붇고 그래? 같이 마셔야지.

팡팡: ~ 지금 마실게요 ㅎㅎ

그러면서 팡팡이는 와인을 한모금 들이켰다. 근데 갑자기 배가 아파나기 시작한다. 점심에 밖에 나가 먹은 마라탕이 아마 문제가 있는듯 했다.

너무 급한 나머지 배를 부여잡고 화장실로 냅다 뛰였다. 그런 팡팡이를 의아한 눈길로 쳐다보는 강위다.

강위: 왜 그래?

대답할 겨를도 없다. 백메터 속도로 화장실로 쳐들어갔다. 변기에 앉자마자 뜨거운 용암같은것이 뿜겨져 나온다. 악취가 코를 찔렀다. 팡팡이는 코를 싸쥐면서 물을 내렸다. 근데 휴지가 만져지지 않는다.

휴지가 다 떨어졌던 것이다. ~ 하는수 없이 엉덩이를 씻고 나가려고 물을 틀었다. 근데 물이 나오지 않는다. 아무리 틀어도 물 한방울도 없다.

그제야 아까 엘리베이터에 오늘 수도관공사를 한다고 통지를 붙여놨던 것이 기억났다. 6시부터 7시까지 단수기간이라고 썼던 것이다. 일단 지금 몇시인지 알아야 했다.

팡팡: 아저씨 지금 몇시예요?

강위: 여섯시 사십분, 화장실에 들어가서 시간은 왜 물어?

그럼 이제 이십분이면 물이 오겠구나. 앉아 기다리자. ~ 강위한테 휴지가 떨어졌다고 휴지를 갖다 달라고 하기는 너무나 창피한것 같았다. ㅜㅜ 거기다 지금 화장실이 이렇게 악취를 풍기는데. 좀 있다 고백도 들어야 하는데 이런 모습을 절대 보이고 싶지가 않았다.

앉아서 기나긴 이십분을 기다렸다. 시간이 됐겠다 싶어서 물을 다시 틀었는데 나오지 않는다.

팡팡: 아저씨, 지금 몇시예요?

강위: 일곱시 오분이다. 화장실에서 대체 머하는데 시간은 자꾸 묻고 그래? 안 나와?

머야? 일곱시가 넘었는데 왜 물이 안 나오지? 또 앉아서 십오분을 기다렸는데도 물은 계속 오지 않았다. 언제까지 이렇게 앉아서 기다려야 할지 몰랐다. 너무 오래 앉아있은 탓에 두다리가 저려온다.

앉아서 언제 올지도 모르는 물을 기다리는건 너무 무모한 짓인것 같았다. 허나 화장실은 아직도 악취가 나는것 같다. 어쩌지? 아저씨를 부를가 말가? 한참을 고민하다 격렬한 사상투쟁 끝에 끝내 강위를 부르기로 했다.

팡팡: 아저씨, 휴지가 다 떨어졌어요. 휴지 좀 갖다 주세요. ㅠㅠ

강위: 머야? 휴지 없어서 여태 거기 앉아 있은거야? 언녕 말을 할것이지. 한심한 놈! 난 그 안에서 애라도 낳는줄 알았다.

강위는 혀를 끌끌 차며 빼꼼히 열린 문틈 사이로 휴지를 건넸다.

팡팡이는 너무나도 쪽팔렸고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방에 들어가 숨어버렸다. 그렇게 그가 계획했던 일은 전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추천 (6) 선물 (0명)
IP: ♡.160.♡.134
l2014l (♡.212.♡.24) - 2016/07/22 18:40:22

으흠... 역시 팡팡이... 어쩜 좋아.
근데 지금 연재가 실화바탕이라고 하셨죠?
설마 결혼까진...

weiminghu (♡.121.♡.32) - 2016/07/24 09:49:10

ㅎㅎ 실화에 제가 간장 넣고 소금 치고 고추가루 좀 뿌렸습니다. 계속 지켜봐 주세요^^

xdh1314 (♡.250.♡.72) - 2016/07/22 22:46:47

연재가 실화바탕이라고? ㅋㅋㅋㅋ

weiminghu (♡.121.♡.32) - 2016/07/24 09:49:27

네~ 안 믿기나 보죠 ㅋㅋ

노가지다리 (♡.208.♡.224) - 2016/07/23 09:05:51

하하 하필이면 그 타이밍에 화장실 가고 휴지는 왜또 없고
팡팡이 정말 꼬이네요 ...
오늘도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weiminghu (♡.121.♡.32) - 2016/07/24 09:49:54

팡팡이 원래 재수가 좀 없는 애얘요 ㅋㅋ

AD까이나2 (♡.36.♡.224) - 2016/07/23 12:46:29

보면볼수록 멋지네요

이혼남이란 조건도 무시될만큼 괜찮은 분같아요

배려심 센스. . .

내주위에도 이런분.계셧으면하는.욕심이 생겨요

weiminghu (♡.121.♡.32) - 2016/07/24 09:50:19

하하! 인젠 강위 안 미워요? 다행입니다^^

meilan0308 (♡.209.♡.92) - 2016/07/23 23:18:37

이야기점점 재밋어지구 있슴다.잘보구 감다.담편기대하구.

weiminghu (♡.121.♡.32) - 2016/07/24 09:50:47

감사합니다. 계속 추천해주시고 댓글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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