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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

이달빛 | 2017.09.11 19:40:26 댓글: 4 조회: 1123 추천: 2
분류30대 공감 http://bbs.moyiza.com/sympathy/3456797

공기 속에 스며든 습도 높은 바람이 머릿결을 스쳤다. 잔뜩 지프린 대기는 언제든지 장대 같은 빗줄기를 내릴 심산으로 먹장구름이 군데군데 깔려있었다. 작은 일기 변화에 따라 변하는 불쾌지수는 기분을 떠나서 가끔은 정신 상태까지 지배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이었다. 연말연시 프로모션 기획 때문에 지인에게 자문을 구하던 중 농담조로 시작하여 상세하게도 답변을 해주던 지인에게서 엄마가 돌아가셨어라는 문자를 받고 한참이나 멍해져 있었다. 상중인 사람한테 눈치 없이도 이것저것 물어본 격이었으니, 정신없이 돌아 치던 와중에도 소상히 가르쳐 준 지인의 인격에 다시 한번 탄복될 만큼 강한 분이셨다.

오래 살지도, 그렇다고 이젠 젊지도 않은 생을 살며 직접적으로 죽음을 마주한 적이 없어서, 그러한 그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막막할 따름이다. 뜻밖의 소식에 슬픈 마음을 비할 데가 없다만. 그 어떤 위로의 말도 보잘 것없겠으나, 삼가 고인의 명복을 진심으로 빌며 애도할 따름이었다. 상을 당한 사람이 곁에 라도 있으면 손이라도 꼭 잡아주고, 어깨라도 토닥여 주고 싶었지만 무겁게 짓누르는 슬픔과 비통함으로 인해 그 어떤 위로의 말을 전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상에는 호상이 있는가 하면 통탄할 만한 사연의 상이 있고, 갑작스러운 변고나 사고로 인한 상도 있지만 콕 짚어 지인에게 물어보기는 미안한 상황이었다. 어찌 됐든 조문 소식을 듣게 되었으니 장례식 에라도 참석해야 될 것 같아서 물어보니 이틀 전에 이미 장례식을 마쳤다고 했다.

이승에서 저승으로 넘어가는 의식인 장례식은 죽은 자에게는 영혼을 담고 있던 육신을 버리는 절차이다. 유족에게 장례식은 망자에 대한 진심을 털어놓고 진정한 화해를 이루게 되기도 하며, 한편으로 예를 다하고 효를 다 하는 의식이다.

기억의 한 끝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것은 할아버지에 대한 내 마지막 기억이었다. 수화기 저편에서 다급히 들려오는 막내 고모의 목소리. 마지막 통화일 것 같다며 수화기를 할아버지 귀가에 대셨다. 나는 갑작스럽게 몰려오는 그 슬픔의 무게에 짓눌려 꺼이꺼이 울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 세상에 남겨진 모든 것들을 두 눈에 새겨 두고도 편히 눈을 감지 못하는 할아버지의 속 앎음이 곧 남겨진 자식에 대한 걱정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용기를 내어서 말했다. “걱정 마세요. 할아버지. 아버지는 제가 잘 모시도록 약속할 테니, 마음 쓰지 말고 편히 좋은 곳으로 가세요.”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그제야 할아버지는 두 눈을 편히 감고 저 세상으로 돌아가셨다고 했다. 세상을 하직하는 부모의 마음속에 영원히 마음 놓이지 않는 것은 언제나 남겨진 자식에 대한 걱정이 아닐까 싶다.

어른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마주한 죽음. 흘러나오는 울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펑펑 울면서도 나는 고향집으로 갈 엄두조차 못 내고 있었다. 아직은 너무나 생소한 죽음 앞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는 법을 모르고 있었다. 내가 과연 울음바다가 출렁이는 슬픔의 파도 속에서 온전히 홀로 서있는 왜소한 아버지를 지켜드릴 수 있을까. 평소에도 사이가 안 좋던 고모 동생들과 만나기만 하면 잦아지는 상속권 다툼 속에서도 과연 할아버지를 잘 보내드릴 수 있을까? 란 어이없는 생각에 지체된 채 비행기를 놓쳐버린 탓에 결국은 제때에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그리고 그 모든 아픔과 슬픔을, 이제 늙고 힘없이 왜소해 보이는 아버지 혼자서 묵묵히 감당하게 한 나는 정말 불 효자였다. 그럼에도 아버지는 이제껏 나를 장례식에 부르신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아직은 일곱 살 꼬마일 때,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적에도, 어른이 된 후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에도 아버지는 늘 항상 나를 부르지 않으셨다. 나와 죽음 사이에는 늘 항상 아버지라는 커다란 산이 가로막고 있었기에 나는, 죽음을 가까이 본 적이 없었다. 그토록 커다란 산처럼 죽음과 나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아버지도 이젠 나이가 들고 쇠약해지는 모습을 보는 동안 내 일상 속에는 차츰차츰, 적지 않은 지인들의 부고 소식이 들려오고 그제야 나는 비로소 죽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은 가끔 물어온다. “ 살면서 가장 후회되는 일이 뭐 얘요?” 그럴 때면 늘 그랬다. “사랑하는 사람 장례식에 못 참석했던 일이요.” 지금 이 순간도 누군가와 마지막 이별을 할 순간이 다가온다면 주체 없이 그곳에 가서 떠나는 망자의 손을 잡고 좋은 곳으로 잘 가라고. 그렇게라도 이생에서의 근심과 걱정들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게 기꺼이 손 흔들어 주라고 말하고 싶다. 인생에서의 마지막은 수없이도 많지만, 생과 사, 이생과 저 생 에서의 마지막만큼은 우리가 어떠한 일이 있어도 꼭 지켜야 할 인간이 도리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한 슬픔의 단상에서 벗어나니 다시금 지인의 상태가 궁금해졌다. 식음을 전폐하고 방한 구석에 박혀있는, 드라마에서 보던 스토리 한 장면이 떠올랐지만 막상 괜찮냐? 고 물어보는 건 두려웠다. 가끔 위로는 이미 최선을 다하고 있는 사람에게 더 빨리 잘 해보라고 등 떠미는 것과 같아서, 그냥 아무 말 없이, 그 사람이 아픔을 이겨낼 때까지 그 자리에서 묵묵히 지켜봐 주는 것이 도움되지 않을까? 란 생각이 드는데 지인한테서 문자가 왔다. “ 위로 고마워

그러면서 고향의 잡다한 업무처리 방식에 대해 푸념을 하면서 짐짓 괜찮은 척을 했지만, 문자 뒤에 숨겨진 건반을 두드리는 손끝에서는 아직 슬픔이 뚝뚝 떨어지는 것 같이 느껴졌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우중충 하니 두텁게 깔려 있던 먹구름들이 사라지고 빛과 공기와 시간이 그대로 멈춘 것 같았다. 국화꽃 한 다발 올려놓고 상복을 입고 묵묵히 절을 올리는 지인의 모습이 그려졌다.

누군가가 세상을 떠나고 그를 사랑했던 사람들이 슬퍼하고 있었다. 맑은 하늘 반짝이는 태양 아래 참새들이 지저귀는 맑은 고향의 아침에도 아이고~하며 슬픈 울음소리 조차 내지 못하고, 마음속으로 삭이는 그 모습에 걱정이 되기도 했다.

살아남은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기 위해서, 혹은 슬픔에 빠진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서 모든 힘을 다해 울고,모든 마음을 바쳐 슬퍼하고, 모든 기억을 더듬어 고인을 추모한다. 그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다시 살아가는 힘을 얻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니 이 시간만큼은 마음 놓고 실컷 슬퍼해도 되는 날이니 울어도 괜찮다고. 이 시간만큼은 오로지 한 사람만을 그리며 온전히 슬퍼할 수 있는 시간이기에. 힘을 안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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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173.♡.152
초채스푸 (♡.119.♡.122) - 2017/09/11 19:50:06

무개있는 글 잘 읽고 갑니다

마음가는대로 (♡.246.♡.246) - 2017/09/13 08:42:59

글 잘 쓰셨네요.
저도 매번 만날때마다 다르게 늙어가는 부모님을
보면 마음 한구석이 무겁고 서글퍼지지만...
자연의 리치라 어찌할 도리가 없네요.

장례식을 포함한 모든 의식은 산사람을 위한 의식이죠.
그냥 살아계실때 잘하는게 자식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슬프겠지만 슬픔으로 보내고싶지는 않아요.

바다79 (♡.111.♡.251) - 2017/09/17 16:28:29

죽음은 떠난 사람이 살아남은자에대한 그리움을 남겨주고 기억해주길바라는것인거 같아요

김천사 (♡.39.♡.70) - 2017/09/20 13:26:05

좋은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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