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18. 본능

chillax | 2024.05.20 15:10:44 댓글: 0 조회: 119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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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18




어떤 사람으로 살아야하는가 4



영원을 위해

사랑한다

[본능]






“사랑은 수많은 모습을 하고 나타난다. 슬픔과 환희, 고통과 즐거움, 천국과 지옥의 경험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사랑과 연애, 그리고 결혼은 인류가 태어난 이래 지금까지 이어진 영원한 관심사다. 사랑 때문에 사람들은 싸우고, 자살을 하기도 하며, 철학자도 결혼의 유혹에 빠트리기도 한다. 이기적인 사람도 사랑에 목을 매고 까다로운 사람도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일을 보면 사랑은 예측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데이팅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러브라인이 빠진 드라마는 섭섭하며, 불륜이나 출생의 비밀 등 다소 충격적인 소재들이 인기있는 것은 사랑에 대단한 관심을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사랑하면 풋풋한 첫사랑, 짝사랑을 떠 올린다. 대부분 이뤄지지 않은 그리움은 고스란히 추억으로 남는데, 이런 실패한 사랑을 플라토닉 하다고 미화하기도 한다. 영화 <건축학개론>이 얼마나 큰 인기를 끌었던가.



사랑은 영원히

살아 있음을 상징한다


쇼펜하우어에게 남녀의 사랑은 기본적으로 정신적인 사랑이 아니라 육체적인 관계를 염두에 둔다. 실제로 남녀의 사랑은 성적 본능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이유에 얼핏 성격, 경제력, 학벌 등 개인적인 조건이 중요해 보이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인생이라는 무대위에서 각자는 사랑을 하는 단역 배우고, 그 무대의 각본은 종족 보존이라는 목적으로 쓰였다. 개인은 이런 자연의 의도나 계획을 알지 못한 채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찾는다고 생각한다.

성욕은 인간의 욕망 중에서 가장 크다. 이는 자기 보존의 욕망으로 우리의 일상에서 가장 강렬하게 작용하는 본능이다. 인간이 지닌 욕망 중의 욕망인 셈이다. 우리가 비록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해도 남녀의 사랑에서 최종적인 목적은 후손을 낳는 것이고, 그것을 위한 전제는 육체적인 접촉이다.

삶에의 의지는 아무런 목표나 한계 없이 계속 노력하며, 그 정점은 생식이다. 정점에 도달하면 모든 것은 급속히 식고 쇠퇴한다. 플라톤은 백발의 시기가 되면 그때까지 우리를 끊임없이 괴롭히던 성욕에서 드디어 벗어난다는 점에서 행복하다라고도 했다. 쇼펜하우어는 성욕이 인간을 경미한 망상에 빠트리며, 성욕이 소멸해야 비로소 완전히 이성을 찾는다고도 했다.

자연의 새로운 개체인 후손 또한 종을 유지하기 위해 똑같은 사랑을 되풀이한다. 인간의 욕망은 신체와 분리될 수 없는데, 두 가지 큰 욕구는 개체의 유지와 종족 번식이다. 결국 성적 욕망의 충족은 짧은 시간에 이뤄지는 자기 만족이 아니다. 자신의 죽음을 넘어 삶을 긍정할 뿐만 아니라 삶을 연장하려는 행위다. 성적인 만족, 흔히 오르가즘이라 불리는 쾌감은 개인이 한순간 느끼는 즐거움이 아니라 영원한 미래에 죽어 없어질 자신의 삶을 이어 가는 것이다. 쇼펜하우어는 말했다.


생식은 삶을 유지하고 시간에 무한한 삶을 보증하는 원리다.”


성욕은 이 세상에서 내가 영원히 사라져 버릴것이라는 죽음에 대한 불안을 극복하는 방법이다. 죽음이 없다면 남녀 간의 사랑도 없을지도 모른다. 성행위는 개인의 쾌락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의도하지 않았으나 나의 삶이 자식을 통해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 세상을 영원히 사는 방법은 자손을 남기는 것이기 때문에 성행위는 죽음을 철저히 부정하면서 더욱더 살려고 하는 간절한 의지의 표현이다. 내가 죽어서 사라져 먼지가 되더라도 나의 생명은 이곳에서 영원히 살아남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렇듯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사랑은 달콤한 환상 뒤에 이 세상에 영원히 남으려는 의지가 강하게 작동한다. 우리는 그런 사실을 전혀 알아채지 못한다. 이런 점에서 생식의 목적은 죽음을 넘어서 영원한 삶에 대한 욕망을 실현하는 데 있다. 또한 그것은 개인의 살려는 의지를 실현한 것이 아니라 종족의 의지를 실현한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람은 자신의 취향대로 상대방을 골라서 자유롭게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는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기 집안의 대를 이은 것에 불과하다. 쇼펜하우어의 주장대로라면 상대방에게 프로포즈를 해서 차이는 경우는 개인의 슬픔이 아니라 그 집안의 대가 끊길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상처가 된다. 실연은 개인의 아픔이 아니라 그 집안의 생명이 끊기느냐 이어지느냐의 중대한 일인 것이다. 그 바탕에는 영원히 죽지 않고 존재하려는 삶에의 의지가 있다.

우리는 여러 매체를 통해 사랑의 기쁨, 슬픔, 이별, 절망 등을 여러 형태로 접한다. 쇼펜하우어는 그런 달콤한 사랑 뒤에는 종족 보존이라는 자연의 전략이 숨어 있다고 본다. 유기체가 생식의 전략을 통해 죽음을 극복하는 것은 거미, 말벌, 인간 등 모든 생명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생식이 유기체의 궁극적 목적이자 가장 강한 본능인 이유는 종족 보존을 통해서만 의지가 죽음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은 본질적으로 성욕의 실현이다. 쇼펜하우어는 말했다.


이 세상 모든 남녀의 사랑은 아무리 별나라의 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성욕이라는 본능을 근거로 한다. 즉 남녀의 사랑은 예외 없이 이 본능이 특수화되고 한정되고 개체화된 것뿐이다.”


성욕은 영원히 생존하려는 의지의 긍정이다. 이 세계를 삶에의 의지로 본다면, 그 의지가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바로 생식 행위다. 봄날에 벚꽃이 활짝 피는 것, 물고기가 수입억 개의 알을 낳는 것 모두 살려는 의지를 분명하게 나타내는 것이다.

사랑은 영원한 생존에 대한 의지의 발현이다. 우리의 사랑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통해 계속 이어진다. 우리가 끊임없이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인류의 생명은 영원히 이어질 것이다. 사랑은 우리가 살아 있음을 나타내는 영원한 상징이다.



사랑의

형이상학


에로스의 어원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에서 유래했다. 에로스는 결핍을 채우려는 욕망으로 얼핏 에로틱과 관련된 같지만 오해다. 프라토닉한 사랑의 어원인 에로스는 완전한 지혜를 갖춰 아름다운 영혼이 되기 위한 과정을 일컫는다.

쇼펜하우어는 사랑은 성적인 관계를 전제하므로 단순히 쾌락만이 아니고 죽음으로 끊어지는 생명의 의지를 이으려는 노력으로 봤다. 남녀의 성관계가 사랑의 최초의 행위이자 출발점으로 나타난다.

현재의 우리나라는 사실상 유교적인 전통과 남아 선호 사상이 없어지면서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서 남자의 역할이 줄어들고 제사 등 형식적인 의례가 많이 사라졌다. 이제는 생명의 대를 잇기 위해 결혼을 요구하는 것은 구닥다리가 할 일이다. 대가 끊기는 것을 막기 위해, 종족 보존을 위해서 사랑을 한다는 쇼펜하우어의 생각은 유교적인 전통과 비슷한 점이 있다.

가장 슬픈 일은 내가 죽어서 이 세상에 나의 유전자가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부모들은 자식보다 먼저 죽는 것을 행복이라고 생각하고, 자식이 자신보다 더 빨리 죽는 것을 가장 큰 고통으로 여긴다. 자식은 나의 삶의 연장이기 때문이다.

출산율이 세계에서 최저 수준인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사랑의 목적이 생명의 보존이라는 소펜하우어의 주장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가 경제적인 문제, 교육 문제, 경력 단절 등이 있지만, 나의 삶을 연장하지 않아도 된다는 체념과 우리 자식에게 미래가 없다는 우려가 크게 작용하는 것이 아닐까. 성에 대한 의식도 많이 바뀌다 보니 자유롭게 연애하고 헤어지는 일을 반복한다. 사랑을 일상의 일부분으로 여길 뿐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사랑이 죽음을 넘어서기 위한 행위라는 쇼펜하우어의 주장은 생각해 볼 만하다. 우리가 이런 사랑의 형이상학을 알면 쾌락과 환상에 이끌려 타인을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사랑하면서 사랑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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