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꺽정 의형제편 길막봉이 2

3학년2반 | 2022.01.06 07:50:53 댓글: 0 조회: 373 추천: 0
분류연재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340060
막봉이 형제는 손가가 제 발로 걸음 걷게 되기를 기다리느라고 청석골서 사오
일 동간을 묵고 떠나는데 임꺽정이도 함께 떠났다. 송도 와서 손가의 집에 들를
때 꺽정이는 바로 가려고 하는 것을 막봉이가 누님을 잠깐 보고 같이 가자고 끌
고 들어왔다. 손가가 집에 오는 길로 형수를 보고 탑고개로 이사 가자고 의논하
고 막봉이 형제더러 이왕이면 이사까지 보아주고 가라고 청하니 삼봉이는 손가
의 청보다도 누이의 말을 떼치지 못하여 허락하고 막봉이는 동행을 끌고 온 까
닭에 곧 가야 한다고 누이의 말도 듣지 아니하였다. 구차한 손가의 집에서 하룻
밤들을 같이 묵은 뒤에 삼봉이는 뒤에 떨어지고 막봉이는 꺽정이와 동행하여 떠
났다. 송도 부중에서 얼마 아니 나왔을 때 뒤에서 "에라, 비켜서라! " 하고 길 잡
는 소리가 나서 꺽정이와 막봉미는 길 한옆에 비켜섰다. 탕건 쓴 양반 하나가
부담마를 타고 지나가는데 마부 이외에 선배 후배가 하나도 없어서 행차 기구는
좋지 못하나 양반의 의관이 번지르한 것은 호사하는 재상만 못지 않았다. 주홍
코와 탑삭부리 수염에 풍신없는 양반이 공연히 율기하고 사람을 내려다보며 말
위에서 끄덕거리고 가는 조격이 하도 우스워서 막봉이가 뒷생각 없이 소리를 내
서 웃었다. 양반이 마부 시켜 말을 세운 뒤에 막봉이를 가리키며 "저 총각놈 이
리 불러오너라. " 하고 마부를 보냈다. "총각, 저리 좀 가세. " "왜 오라우? " "박
선달님께서 불러오라시네. " "박선달이구 박첨지구 알지 못하는 사람을 왜 오라
우? " 막봉이의 말소리가 굵어서 말 위에 있는 양반의 귀에 다 들렸다. "그놈을
이리 잡아오너라! " 양반이 호령하며 마부가 덜미를 짚으려고 손을 내어미니 막
봉이 "뉘게다 함부루 손을 대려구 이래! " 하고 예사로 떠다밀었는데 마부가 뒤
로 나가자빠지며 "아이쿠머니! " 하고 소리를 질렀다. 양반이 이것을 보고 "양반
의 하인을 치다니 저런 놈이 어디 있단 말이냐! " 막봉이에게 불호령하고 또
다시 "못생긴 놈 같으니! 얼른 일어나서 그놈을 못 잡아온단 말이냐! " 마부에게
강호령하였다. 이때까지 가만히 보고 섰던 꺽정이가 말썽이 더 되기 전에 혼구
멍을 내어 쫓으려고 생각하고 자빠져 있는 마부에게 가서 두 손을 밑으로 집어
넣어 치어들어서 가로 떠받들고 섰다가 한번 공중에 치뜨리고 다시 받아서 일으
켜 세우며 양반 듣거라 하고 큰소리로 "사람 다리, 말 다리 모주리 퉁겨놓기 전
에 얼른 가거라! " 하고 꾸짖었다. 양반이 호령을 더 못하고 넋을 잃고 주저앉았
는 마부를 내려다보며 "얼른 가자. " 하고 재촉하였다. 마부가 고삐를 잡고 말을
끌어서 앞으로 얼마나갔을 때 막봉이는 전보다 더 크게 소리내서 웃었건만 양반
은 뒤도 돌아다보지 아니하였다. 꺽정이와 막봉이가 말 뒤를 따르지 아니하려고
한동안 앉아 쉬다가 일어나서 노량으로 걸음을 걸었다. 널문 주막 앞에 와서 보
니 벌써 멀리 갔으려니 생각하였던 박선달이란 양반이 주막방에 들어앉아서 술
장사 계집을 앞에 앉히고 술을 먹으며 희영수하고 있었다. 막봉이가 이것을 보
고 “보아하니 낫살이나 좋이 처먹은 작자가 기집은 왜 밝히는 모양일세. 욕이
나 한번 더 보일까 부다. " 하고 방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것을 꺽정이가 "고만두
구 우리 길이나 가세. " 하고 팔을 잡아끌고 주막 앞을 그대로 지나왔다. 꺽정이
와 막봉이가 임진강 나루에 와서 배를 기다리느라고 앉았다가 배를 탔는데 사공
이 배를 띄우려고 할 즈음에 박선달의 마부가 "사궁, 사궁! " 하고 소리지르며
말을 몰고 쫓아왔다. 박선달이 막봉이와 꺽정이가 배 안에 있는 것을 보고 배를
탈까말까 주저주저하는 모양이더니 나중에 상을 잔뜩 찌푸리고 배에 올랐다.
배를 띄우지 않고 행차를 기다리던 사공이 배에 오르는 양반을 보고는 공연히
입을 삐쭉하였다. 배가 물 깊은 중간에 와서 사공이 삿대를 놓고 노를 저으려고
하는데 뱃고물에 앉은 농군 한 사람이 가로 거칠 것을 보고 "비켜 나우. " 하고
불쾌스럽게 말하니 농부가 일어나서 배 안을 둘러보며 "어디 가 설 데가 있어야
지. "
하고 대답하였다. 배에 사람과 짐승을 가뜩 태워서 선창 중간에 앉았는 옷 잘
입는 양반의 앞과 옆 외에는 설 틈이 별로 없었다. "저리 못 가우! " 하고 사공
이 양반 앉았는 곳을 가리키며 소리를 왝 지르니 농군은 "양반님네 옆댕이루 어
떻게 가라우? " 하고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가라거든 어서 가, 잔말 말구. " "
양반님네 꾸중하면 나는 모르우. " "아따 못두 생겼네. " "잘난 사람은 볼기 맞기
좋수. " "볼기 맞구 살 터지거든 짚신 신은 발루 꽉꽉 밟아줄께 염려 말구 가우.
" 농군이 사공의 말을 듣고 웃으면서도 가지 못하고 주저주저하는 것을 사공이
또 소리를 질러서 쫓다시피 하였다. 농군이 양반 옆에 가서 거북살스럽게 서 있
는데 옹이에 마디로 배가 뒤뚱거리는 바람에 농군이 넘어질 듯하여 엉겁결에 손
을 내밀다가 양반의 어깨를 건드리고 깜짝 놀라 팔을 오그렸다. "이거 봐라, 뒤
루 좀 물러서라! " 하고 양반이 호령기 있게 말하여 농군이 황망히 물러선다는
것이 다른 행인의 발을 밟았다. "이 사람이 눈이 없나! " 하고 행인이 농군을 떠
다밀어서 하마터면 양반이 장기튀김을 받을 뻔하였다. 양반이 벌떡 일어서서 농
군을 발길로 차면서 "이놈 눈깔이 멀었느냐! 어디루 대드느냐. 어 고약한 놈들
다 보겠다. " 하고 큰소리로 호령호령하니 사공이 노질하면서 뒤를 돌아보고 "대
장질해서 밥술을 먹거든 국으루 가만히나 지내지 양반질은 다 무어야 아니꼽게.
" 하고 큰소리로 지껄였다.
양반이 사공의 지껄이는 말을 듣더니 흘저에 기세가 죽으며 슬며시 앉아서 강
산을 돌아보는 체하였다. 사공 가까이 앉았던 막봉이가 이것을 보고 괴상히 생
각하여 사공더러 "저 작자가 양반이 아니구 대장쟁이오? " 하고 물었다. "양반은
무슨 말라비클어진 양반이야, 대장질해 모아서 밥술이나 먹는 게지. " "우리가
도서 오는 길에 만났는데 꼭 양반으루 속았소. 이 근방 사람이오? " "이 근방
사람은 아닌가베. " "전에 알던 사람이오? " "아니. " "그럼 대장쟁인 줄 어떻게
아우? " "보다 모를라구. " "보구 어떻게 안단 말이오? " "그것두 볼 줄 모르면
구연강에서 사공질하겠나. " "대장쟁이 표가 어디 있소? " "표가 있다뿐이야. 우
선 탑삭부리 수염을 보게. 수염이 왼편으로 쏠렸지? 그것이 왼손으로 수염을 쓰
다듬은 표 아닌가. " "그것만 가지구야 알 수 있소? “ "그럼 또 소매 거드칠 때
팔목을 보게. 바른편이 왼편버덤 훨씬 굵지 않은가. 그것이 바른손으로 마치질한
표 아닌가. " 사공이 한 손으로 노질하며 막봉이를 보고 이야기하다가 실수하여
노가 놋좆에서 벗어졌다. 사공은 놋구멍을 얼른 다시 맞추더니 그 뒤에는 몸을
흔들면서 두 손으로 노를 젓고 "그래 또 다른 표는 없소? " 막봉이가 말을 물어
도 돌아보지 아니하였다. 막봉이가 꺽정이를 보고 "양반이 아니라두 양반질할 수
있소? " 하고 물으니 꺽정이가 "왜 갑자기 양반질하구 싶은 생각이 나나? " 하
고 웃었다. 얼마 뒤에 배가 나룻가에 와서 여러 사람이 앞을 다투어 내리는데
양반질한다는 박선달도 섞이어 내려와서 마부를 시켜 길양식하는 쌀로 선가를
치러 주게 하고 곧 말을 타고 서울길로 올라갔다.
꺽정이는 파주 두마니까지 와서 양주길로 갈려 가고 막봉이가 혼자서 서울길
로 올라오는데 혜음병 못미쳐서 박선달의 인마가 멀리 앞에 가는 것을 바라보고
까닭없이 쫓아가고 싶은 마음이 나서 막봉이는 걸음을 재게 떼놓았다. 고개 밑
에서 도적 두 놈이 박선달과 마부를 묶어 앉히고 부담을 말께서 떼어내리는 중
에 막봉이가 가까이 올라가며 껄껄 웃었다. 막봉이는 박선달이 도처에 봉패하는
것을 웃었건만 도적들은 수상히 여기었다. 예사 행인 같으면 도망할 것인데 도
망하지 않고 오는 것이 수상하고 오더라도 그저 오지 않고 껄껄 웃고 오는 것이
더욱 수상하여 도적들은 얼른 부담짝을 내려놓고 몽둥이들을 들고 나섰다. 두
놈이 모두
험상궂게 생겼는데 한 놈은 박선달과 같은 탑삭부리요, 한 놈은 채수염이 좋았
다. 채수염이 한두 걸음 어 앞으로 나와 서서 서너 칸 아래 우뚝 서는 막봉이를
내려다보며 볼멘 소리로 말을 물었다. "지금 껄껄 웃은 놈이 너냐? “ "녜, 저올
시다. " 막봉이가 공손하게 대답하는 것이 장난조인 줄 모르고 채수염은 가장 틀
을 빼며 "무엇 땜에 웃었노? " 하고 물으니 막봉이가 대답하는 대신 다시 껄껄
웃었다. "저놈이 허파에 바람이 들었나, 간이 뒤집혔나? " "저놈이 판순가, 청맹
과닌가. " "저놈 보아 아이놈이 어른더러 욕하지 않나. " "도둑놈이 어른 아이는
찾아 무어할 테냐. 이놈들아, 받은 밥상 차내던지지 말구 얼른 가서 부담이나 뒤
져가지고 가거라. " "저놈이 죽구 싶어 몸살이 난 놈이 아닌가! " "너놈들이 나
죽을 때까지 살아봐라. 자식 손자가 고려장 지내 줄 게다. " 채수염이 분을 못
이겨서 넉까지 까부르면서도 낫살 지긋한 덕에 막봉이를 섣불리 건드리지 못할
사람인 줄 짐작하고 탑삭부리 동무를 돌아보니 탑삭부리도 주니를 내서 선뜻 쫓
아내려가지 못하고 채수염 옆에까지 나와서 막봉이를 내려다보며 벼르기만 하였
다. "이 자식 올라만 와봐라, 대가리를 바시질러 줄 테다. " "오냐 올라가마. 너
희들이 어떻게 바디지르나 구경 좀 하자. " 막봉이가 저적저적 올라오는데 도적
놈이 양편으로 갈라서며 일시에 몽둥이로 내리쳤다. 막봉이가 한 몽둥이는 첫번
에 비키면서 곧 붙잡고, 한 몽둥이에는 어깨바디를 얻어맞았으나 데시근하게도
여기지 않고 두번째 내려칠 때 마저 붙잡았다. 막봉이가 두 손에 각각 잡은 몽
둥이를 한꺼번에 앞으로 들이채니 채수염은 몽둥이를 놓치고 탑삭부리는 몽둥이
를 쥐고 고꾸라졌다. 막봉이가 두 몽둥이를 다 빼앗아 내던지고 한손으로 채수
염의 팔을 잡아 나꾸어 마저 고꾸라뜨린 뒤에 두 놈의 상투를 한손에 하나씩 잡
아 머리만 치켜들고 이마받이를 시키면서 "너희놈이 뉘 대가리를 부신다구 횐소
리냐? " "장사를 몰라뵈입구 죽을 죄늘 지었습니다. ” "제발 목숨만 살려주십시
오. " "누가 너희놈을 죽인다니? 혹이 돋칠 만큼 이마받이만 시켜주마. " "죽을
때라 잘못했습니다. " "용서해 줍시오. " "용서해 줄 테니 일어나서 절하구 빌어
라. " 채수염과 탑삭부리가 서로 붙들고 일어나서 코가 땅에 닿도록 절하고 느런
히 꿇어앉아서 손바닥을 마주 비비었다. "너희들 성명이 무어냐? " 탑삭부리는
고개를 숙이고 대답을 않는데 채수염이 "이놈은 바눌티 사는 정상갑이옵구 저놈
은 호랭잇골 사는 최판돌이올시다. 저희들이 장사 같으신 분을 대장으루 뫼셨으
면 성세가 좀 낫겠습니다만. " 하고 말끝을 다 마치지 않고 머리를 연해 꾸벅꾸
벅하였다. "예끼 미친 놈 같으니! " "장사의 성함이나 들어 뫼셨으면 좋겠습니다.
" "내 성명 말이냐? 나는 수원 사람 길막봉이다. " 막봉이가 박선달의 묶여 앉은
꼴을 바라보며 또 껄껄 웃고 나서
채수염과 탑삭부리를 돌아보고 "나는 간다. " 하고 다시 고갯길을 돋우어 밟기
시작하였다.
박선달이 총각의 덕을 볼 줄로 생각하고 있다가 의외에 총각이 자기들을 구해
주지 않고 가려는 것을 보고 몸이 달아서 "여게 총각, 사람 좀 살려주구 가게. "
하고 죽어가는 소리를 하였다. 막봉이가 들은 체 아니하고 걸어가니 박선달과
마부가 번갈아 가며 "여보, 여보! " "여보시오, 여보시오! " 하고 소리질러 불렀
다. 막봉이가 걸음을 돌치어 박선달 앞에 와서 섰다. "왜 불렀소? " "우리를 이
대루 내버려두구 가다니 그런 인심이 어디 있어? “ "상놈이 양반에게 인심을
쓸 수 있소. " "그러지 말구 어서 이 묶인 것 좀 끌러 주어. ” "묶은 사람더러
끌러달라구려. " "제발 좀 끌러놔 주어. " "끌러 줄께 아까 저 사람들처럼 내게다
절을 할라우? " 박선달은 대답을 아니하고 마부가 "끌러만 주면 내가 선달님 대
신 절을 백번 하리다. “ 하고 말하니 막봉이는 머리를 가로 흔들었다. 마부가
박선달을 돌아보며 "선달님, 절 한번 하시지요. 절하린다구 양반이 떨어지겠습니
까? ” 하고 절하기를 권하니 박선달은 마부에게 눈을 흘겼다. “절할 테요, 안
할 테요? 안한다면 나는 그대루 가겠소. ” 박선달이 고개 끄덕이는 것을 보고
막봉이는 도적을 돌아보며 "둘 다 끌러놔라. " 하고 괴수가 졸개에게 분부하듯
말하였다. 도적들이 박선달과 마부를 끌러놓은 뒤에 막봉이는 떡 버티고 서서 "
자, 어서 절하우. " 하고 재촉하나 박선달은 자기의 다리 팔만 주무르고 앉아서
일어나지 아니하였다. "안할 제요? 도루 묶으랄 테니 알아 하우. " 박선달이 막
봉이의 얼러메는 말을 듣고야 가까스로 일어나서 끙 소리 하며 절하였다. 막봉
이가 점잖게 "오냐. “ 하고 절을 받고 나서 또다시 껄껄 웃으니 도적들도 따라
웃고 마부도 웃음을 참느라고 입을 막는데 박선달만은 두 볼이 밤 문 것 같이
부어올랐다. 막봉이가 도적들을 돌아보며 "내가 양반의 절 받은 값을 해야겠으니
부담을 도루 실어주어라. " 하고 말을 일러서 부담이 다 된 뒤에 마부는 말을 끌
고 박선달은 막봉이와 같이 걸어서 가팔지기로 유명한 혜음령을 넘어왔다.
막봉이가 전날 밤에 파주읍에서 자고 새벽에 일찍 떠났건만 두 마니서 꺽정이
와 작별할 때 한동안 지체하고 또 혜음령에서 박선달과 동행할 때 오래 지체한
까닭에 서울 팔십 리를 다 오기 전에 시월 짧은 해가 꼬빡 져서 모래재를 넘을
때는 벌써 땅이 잘 보이지 않을 만큼 컴컴하였다. 사대문은 닫힌 지가 오래라
박선달이 문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남대문 밖으로 내려와더 객주를 잡아 드는
데 막봉이도 한 객주에 들었다.
박선달은 사처를 치우고 자고 막봉이는 마부와 같이 봉노에서 자게 되어서 마
부를 데리고 이야기하는 중에 박선달이 안성 가사리서 부자로 사는 것과 송도
경력으로 있는 매부를 보러 송도 갔다 오는 것을 알았다. 이튿날 박선달은 문안
으로 들어가고 막봉이는 문안에 들버가지 않고 바로 동작이로 나왔다.
막봉이가 발안이 돌아와서 이삼 일 묵은 뒤에 남양 나가서 소금을 해 지고 안
성까지 가려던 것이 양성서 소금짐이 들나게 되어 다시 와서 소금 두 섬을 한
짐에 지고 안성으로 내려갔다. 안성 와서 박선달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박선달은
놋대장이로 치부한 사람인데 누이 하나를 어느 호반의 첩으로 주고 그 덕에 출
신하여 타향에 나가서 양반 행세하는 것은 고사하고 고향에서도 내노라고 곤댓
짓하는 사람이었다. 박선달이 아우가 하나 있는데 그 아우는 사람이 괴상하여
형과 같이 살지 않을 뿐외라 다른 사람과도 이웃해 살지 아니하려고 놋박재 밑
무인지경에 가서 여러 해포 살다가 지금은 인가 근처로 이사 와서 사다 역시 외
딴집을 짓고 살고 정초와 부모 젯날 외에는 형의 집에 오지 않는 것이 형제간에
격난 까닭이라고 안성 사람들은 말하였다. 막봉이가 열다섯부터 소금장사를 시
작하여 지금까지 오륙 년 동안에 안산과 시흥은 문턱 드나들 듯하였고 과천과
광주도 많이 다니었고 또 용인과 이천으로도 여러 차례 나갔었지만 양성을 거쳐
서 안성까지 내려오기는 이번이 겨우 두 행보째요, 전번에 안성을 왔어야 양성
접계만 돌아다니다 간 까닭에 안성읍내서 엎드러지면 코 닿을 만한 데 있는 가
사리 같은 큰 동네도 가본 일이 없었다. 막봉이가 전번 왔을 때 소금을 가지고
오라고 부탁받은 데가 더러 있어서 일일이 돌아다니며 소금 한 섬을 나눠놓고
남은 한 섬을 지고 안성읍내로 들어왔다. 막봉이 오던 날이 이틀 이레로 서는
안성 장날이라 장구경하기 겸하여 소금짐을 지고 돌아다니다가 촌 사람 하나를
만나서 소금 한 말을 곡식 받고 바꾸어 주었는데, 촌 사람이 소금말이 후한 것
을 보고 자기가 구브내 동네 일을 보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구브내를 나오면 많
이 팔도록 주선하여 줄 터
이띠 내일이라도 곧 오라고 말하여 장 이튿날 막봉이가 구브내를 찾아나오는 길
에 어느 동네 앞을 지나다가 동네가 크고 포실해 보여서 길가에 있는 사람에게
동네 이름을 물어보니, 그 동네가 곧 가사리라 여짓 박선달의 사는 꼴을 한번
들어가 보려다가 소금 팔고 오는 길에나 들러볼까 생각하고 그대로 지나왔다.
급기 구브내를 와서 보니 동네도 작거니와 집도 큰 집이 별로 없었다. 주선하여
주는 사람이 많이들 받으라고 권하건만도 한 되, 두 되 되풀이로 받는 집이 많
아서 모두 합하여 소금 너덧 말밖에 펴먹이지 못 하였다. 많이 팔게 해주마고
말한 사람이 미안한 생각이 있던지 막봉이를 하룻밤 쉬어가라고 붙들어서 자기
집에서 묵혀주고 봇들을 올라차면 흥성이 있을 듯하니 올라가 보고 봇들 가서
남은 소금을 못다 팔거든 적가리까지 가보라고 친절하게 일러주었다. 구브내에
서 봇들이나 봇들서 적가리나 다같이 몇 마장씩 안 된다는 말을 듣고 막봉이는
그 사람의 말을 좇아서 가보기로 작정하고 이튿날 아침 뒤에 구브내서 봇들로
올라왔다. 한나절 돌아다니며 소금 댓 말믈 못다 팔고 동네에 둘도 없는 주막집
에 와서 소금 주고 바꾼 곡식으로 다시 술을 바꾸어 먹는데 소금은 조금 팔고
술은 술명히 먹어서 봇들서는 곱는 장사를 하였다. 막봉이가 적가리 가
서 잘 참을 잡고 해가 거의 저녁때 다 된 뒤에 봇들서 나섰다. 촌탁배기에 배가
부른 막봉이가 껙껙 트림을 하면서 길을 가는 중에 마주 오는 사내 여편네 두
사람을 만나서 심심풀이삼아서 "적가리가 여기서 얼마나 되나요? " 하고 말을
물으니, 사내가 으레 대답할 것인데 사내는 딴전을 보고 여편네가 "얼마 안 되
네. " 하고 대답하였다. 여편네가 나이는 지긋하여 보이나 얼굴이 동글 납작하고
입술이 얇은 것이 수다스러을 상호이었다. "짊어진 것이 무어야? " "소금이오. "
"우리도 소금을 받아야겠는데. " "지금 따라갈까요? " "지금 우리 내외가 큰집으
로 제사지내러 가는데 따라와서 제삿밥 얻어먹을 테야? " "아니 소금을 받으시
겠다니까 따라가잔 말이지요. " "소금장수 지금 어디로 가나, 적가리로 가지? "
“적가리 가서 잘 참입니다. " "그럼 내일 우리 집에 오게나. 이 위로 올라가자
면 길에서 들여다보이는 산 밑에 있는 외딴집이 우리 집이야. " "적가리 못미천
가요? " "못미처구말구. " "소금을 얼마나 받으실는지 지금 가는 길에 갖다 두구
갈까요? " "안 되어, 안 되어. 지금은 우리 집에 우리 딸 귀련이가 혼자 있어. "
사내가 상을 찡그리며 "길에서 수다 부리지 말구 어서 가세. " 하고 재촉하여 여
편네가 사내와 같이 가다가 말고 돌아서서 "여게 소금장수 총각! " 하고 불렀다.
막봉이가 "왜 부르시우? ” 하고 몇 걸음 쫓아가니 "우리 집에 들리지 말고 바
로 적가리로 가게. " 당부하지 않아 좋을 당부를 하여 막봉이는 "녜, 잘 알았습
니다. " 하고 게트림을 내놓고 곧 돌쳐서서 걸음을 성큼성큼 떼놓았다.
막봉이가 얼마 동안 좌우를 둘러보며 오다가 왼손편으로 산 밑에 외딴집이 있
는 것을 바라보고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큰 산을 뒤로 둘고 서향하여 앉은 집
이라 석양 붉은 빛을 가득히 받고 있었다. '저 집이 그 집이군. 호젓한 집을 혼
자서 지킨다면 기집애가 어린애는 아니겠지. ' 막봉이가 기집애 혼자 있는 집을
가보고 싶은 마음이 과이 없지 않은 중에 가지 말라고 당부하던 여편네의 수다
부리던 꼴을 생각하고 밉살스러운 마음이 왈칵 나서 적가리로 가지 않고 산 밑
으로 들어왔다. 솔가지 설으로 울을 두르고 싸리바자로 삽작을 달았는데 그중에
초가 삼간이 깨끗하여 보이었다. 막봉이가 가까이 들어오자 삽작 안에 개짖는
소리가 났다. 방문 여는 소리가 나며 "저 개가 왜 짖어. " 계집애의 목소리가 들
렸다. 안으로 닫아 건 삽작을 막봉이가 흔
면서 “삽작 좀 열어주! " 하고 소리치니 개는 꾸짖듯이 짖고 계집애는 말이 없
었다. "얼른 좀 열어주. " "사람이 아무도 없소. " "사람이 없다구 말하는 사람은
사람이 아니오? " 방문을 도로 닫는 소리가 났다. "왜 대답이 없소? " 하고 막봉
이가 삽작을 뒤흔드나 방문은 다시 열리지 않고 개만 삽작으로 쫓아나와서 펄펄
뛰며 짖었다. 삽작을 잘 열어주지 않을 모양이라 막봉이가 한선 벌컥 떠다 미니
삽작이 귀틀에서 떨어지며 개가 뛰어나와서 물려고 덤비다가 막봉이 발길에 차
이어 나가 동그라지더니 죽어가는 소리로 짖으며 도망하여 들어갔다. 막봉이가
삽작 안에 들어설 때 방문이 펄떡 열리며 처녀가 일어서서 내다보는데 얼굴은
덜 밉지 않게 생겼고 나이는 열팔구 세 되어 보이었다. "우리 집에 와야 가져갈
것이라군 아무것도 없소. " 막봉이를 도적질하러 온 줄로 아는 모양이다. 막봉이
가 처녀의 하는 꼴을 볼 양으로 짐짓 도적인 체하고 말하였다. "가져갈 것이 있
는지 없는지 집을 뒤져봐야 알지. " "얼마든지 뒤져보오. " 처녀의 대답이 수윌
할 뿐 아니라 처녀의 얼굴에 겁내는 빛이 조금도 없었다. 본래 처녀의 부모가
삼사 년 전까지 콧박재 밑에서 살 때 도적을 많이 치러서 처녀가 부모의 도적
다루는 것을 눈으로 익히 본 까닭에 지금 막봉이에게 겁없이 말대답하는 것이건
만 이것을 모르는 막봉이는 처녀가 희한하게 대담스러운 줄로 생각하였다. 막봉
이가 삽작문 옆에 소금짐을 내려놓고 봉당 앞으로 들어왔다. "어디 방 세간부터
좀 보자. " "맘대로 하오. " 처녀가 봉당으로 나오려고 하는 것을 막봉이가 봉당
에 뛰어올라오며 팔을 벌려 가로막고 "너는 꿈쩍 말구 거기 앉아 있거라. " "나
는 밖에 나가 있을께 들어와서 실컷 뒤지구려. " "꿈쩍 말라거든 꿈쩍 말어! " "
조용조용히 말 못하고 왜 야단이오? " "잔소리 마라. " 막봉이가 처녀를 떠밀다
시피 하고 방안에 들어와서 방문을 닫은 뒤에 방 세간을 돌아보는 체하였다. 방
구석에 놓인 것은 키 얕은 밥상과 넓적한 다듬잇돌이요, 시렁 위에 얹힌 것은
헌 이부자리와 다 깨어진 상자짝이요, 벽에 걸린 것은 새까만 등잔걸이다. 윗방
으로 통한 지겟문을 열고 보니 중두리와 항아리와 바구니들이 어질더분하게 벌
여놓였는데 아랫목 편으로 조그마한 기직 한 닢이 깔려 있었다. "여기는 누자 자
는 자리냐? " "그건 물어 무어하오. 어서 뒤질 거나 뒤지지. " "뒤질 것 무엇 있
니? " "그렇기에 내가 말 아니했소? 아무것도 없다고. " "이렇게 없을 줄이야 누
가 알았나. " "뒤질 것이 없는 줄 알았으니 인제는 고만 다른 데나 가보오. " "네
몸에는 가진 것이 있겠지. " "무얼 몸에 가져요? " "아니 몸을 한번 뒤져봐야겠
다. " 막봉이가 처녀 앞에 와서 펄썩 주저앉았다. 처녀의 몸에 손을 대려고 하니
그제는 처녀의 얼굴에 겁내는 빛이 나타나며 곧 몸을 빼쳐 일어나려고 하였다.
처녀가 막봉이에게 붙들려 일어서지 못하고 겨우 돌아앉았다. 막봉이는 처녀
의 삼단 같은 머리가 거의 얼굴에 닿을 만큼 바싹 등 뒤에 붙어앉아서 무어 짚
인 사람같이 시벌시벌 지껄였다. "귀련아, 내가 너를 보려구 전위해 왔다. 도둑질
하러 온 게 아니다. 도둑놈일세 도둑질하러 오지. 나는 이십 평생에 닭서리 한번
못해 봤다. 되려 못생겼다고 웃음을 잡힐는지 모르나 그런 짓 못하는 것이 내
천성이다. 사내 대장부가 창피하게 좀도둑질이야 하겠느냐. " 도적 아닌 발명을
부옇게 한 끝에 연달아 자랑을 늘어놓았다. "내가 도둑놈들 버릇은 많이 가르쳤
다. 광주 곤재나 용인 곧은 골 같은 도둑놈들은 내 손에 어떻게 혼이 났던지 내
이름만 들어 두 벌벌 떤다드라. 십여 일 전에도 송도 청석골 탑고개에서 유명한
도적 하나를 주먹으루 때려눕혔다. 그러구 또 송도서 집으루 오는 길에 파주 혜
음령이란 고개에서 도적에게 봉변하는 사람을 구해 주었다. 그때 도둑놈들 말이
나 같은 선하 장사는 저의 평생에 처음 본다구 하며 나더러 저희의 대장노릇을
해달라더라. 내가 장사루 천하에 제일 갈는지는 몰라두 나하구 비등할 만한 사
람이 별루 없을 줄 안다. 내가 장사 소리 듣는 사람을 꽤 많이 만나보았지만 양
주 사람 하나를 빼놓구는 죄다 하잘것없더라. " 또 연달아서 이야기를 내놓았다.
"혜음령서 구해 준 사람리 다른 데 사람두 아니구 안성 사람이다. 가사리 사는
부자 박선달이 도둑놈들에게 혼이 나는 것을 내가 절 한번 받구 구해 주었다.
놋대장이루 치부한 박선달이라면 안성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니까 너두 혹시
말을 들었겠지. 그자가 바루 양반 행세를 하구 뽐내다가 한번두 아니구 두번이
나 내게 코를 떼었다. 다른 사람 같으면 걸른 그대루 구해 주었을 테지만 그자
행세가 밉살스러워서 아니하려는 절을 그예 한번 받구야 구해주었다. 옷 잘 입
구 행세하는 늙은 작자가 나 같은 소금장수 총각 앞에 무릎 꿇고 절하는 꼴을
생각해 봐라. 삼 일 안 새색시라두 웃을 일 아니냐! 귀련아, 그렇지, 우습지? “
막봉이의 발명과 자랑이 처녀의 귓속에 들어가는 것보다 귀 밖으로 흐르는 것이
더 많았다. 처녀는 총각의 뜨거운 입김이 귀 뒤에 끼칠 때마다 스멀스멀 벌레가
기어가는 것 같아서 군지러운 것을 억지로 참고 있는데 총각의 이야기를 대충
듣고 보니 총각 온 것이 곡절이 있는 듯하여 우습기는커녕 도리어 분이 복받쳤
다. 처녀가 속상해 나오는 눈물을 금치 못하고 마침내 훌쩍훌쩍 울기 시작하였
다. "왜 우니? " 막봉이가 등을 어루만지니 처녀는 윗몸을 뒤흔들었다. 처녀는
울음이 쇠어서 흑흑 느끼기까지 하더니 별안간 몸을 돌치어 한 옆으로 비켜앉으
며 사설을 퍼부었다. "우리 큰아버지가 뉘게다 절을 해? 큰아버지가 절했다면 누
치어다볼 줄 아나. 내가 기집애라고 넘보고서 천하 장사라고 흰소리나 하고 누
가 곧이들을까 봐. 큰아버지도 어쩌면 소금장수 총각에게 내 이름을 일러줄까.
아버지 어머니가 제사 참례 갈 것까지 미리 말해 주었겠지. 심청이 나빠도 분수
가 있지. 아버지하고 사이가 좋지 못하니까 아버지를 괴롭게 하려고 이런 흉계
를 꾸민 게지, 내가 죽으면 자기에게 시원할 것이 무엇 있나. 아버지 어머니가
이 잘난 딸자식을 바라토 살려다가 큰아버지의 흉계에 죽을 줄이야 꿈엔들 생각
했을까. 내가 왜 사내로 못 났던가. 애구 분해, 애구 분해. “ 처녀의 울며불며
하는 말을 듣고 막봉이는 "인제 알구 보니 네가 박선달의 조카딸이구나. " 하고
흡사 생청 쓰는 것같이 말하니 처녀가 악이 나서 부끄럼 없이 막봉이의 말을 뒤
받았다. "내가 박선달님의 조카딸인 줄을 모르고 왔어? 참 그렇겠군. " "참말 모
르구 왔다. 알구 왔다면 알구 왔다지 내가 왜 거짓말하겠니. " "내가 아무리 어
리석어도 눈감고 아옹하는 수작에는 속지 않아. " "나를 거짓말쟁이루 아는 것은
잘못이다. 내가 난생 처음으루 수다스럽게 지껄이긴 했지만 거짓말은 한마디 한
일 없다. " "그렇지, 도둑질도 할 줄 모르고 거짓말도 할 줄 모르는군. " "파같이
올곧은 사람두 거짓말을 가다가다 더러 하지만 아까 한말은 거짓말 한마디 없
다. " "우리 큰아버지란 이가 자기보다 나이 훨씬 많은 사람에게도 좀처럼 절 않
는 이야. 노인에게 절 안 하고 큰 시비까지 난 일이 있어. 그가 도둑놈에게 욕을
보기가 쉽지 뉘게다가 절을 해? " "그래두 내게는 절을 했으니. " "거짓말로야
안성 원님의 절은 안 받을라고. " "아따, 곧이 안 듣거든 고만두려무나. " 막봉이
가 잠깐 동안 뿌루퉁하다가 곧 다시 눙치어서 싱글싱을 웃으면서 처녀의 앞으로
다가앉으니 처녀가 일변 손으로 떠다밀어서 일변 몸을 옆으로 비키었다. 흐르는
눈물 콧물을 치마 끝으로 씻고 나서 처녀는 막봉이를 흘겨보며 말하였다. "내가
큰아버지를 만나서 말 한마디를 물어보고야 죽든 살든 정할 테다. 나하고 같이
큰아버지께 가거나 그렇지 않으면 혼자가서 큰아버지를 데리고 와요. " "박선달
에게 물어볼 말이 무어냐? " "내가 무슨 말을 묻든지. " "내게 절했느냐구 물어
볼라구? " "그까지 놈의 절은 했거나말거나 내게 무슨 상관이야. " "내가 박선달
하구 무슨 짬짬이나 한 것처럼 아는 모양이지만 실상 내가 안성 돠서 아직 박선
달의 코빼기두 본 일이 없다. " "곧이듣기지 않는 거짓말 고만두어. 그럼 내 이
름은 누가 가르쳐 주고 또 오늘 저녁때 우리 아버지 어머니가 집에 없을 것은
누가 가르쳐 주었어? " "옳지, 그것 땜에 의심이냐? 그건 다 너의 어머니가 가르
쳐 주었다. " "무엇이 어째? " "아까 길에서 오다가다 만나서 가르쳐 주더라. " "
거짓말 말아. 우리 어머니가 미쳤든가. " "정말이다. " "정말이 무슨 정말이야. "
막봉이가 정말을 하여도 처녀는 곧이듣지 아니하여 "너의 어머니가 가르쳐 준
곡절을 이야기할께 들어보구 말해라. " 하고 거짓말을 섞어서 그럴싸하게 꾸며대
기 시작하였다. "나는 아까두 말했지만 소금장수다. 소금 팔러 적가리루 가는 길
에 이 아래서 너의 어머니 아버지와 오껴가며 서루 만났다. 너의 어머니가 나보
구 진 것이 소금이냐구 묻기에 내가 그렇다구 대답했더니 너의 어머니 말이 우
리 집에두 소금을 받아야 할 테니 내일 오라구 하구 집을 가르쳐 주더라. 내가
적가리 갔다가 다시 내려오지는 못하겠다구 말하구 지금 가는 길에 두구 가랴구
물으니까 너희 아버지는 이담 받자구 말하는데 너의 어머니가 이담 받을 것 없
이 지금 받아두자구 우기구서 나더러 집에 갖다두라고 말하드라. 소금값은 이담
행보에 와서 받기루 했다. 그래 내가 그러마구 하구 저녁밥 한 끼나 먹게 해달
라구 말했더니 너희 어머니 말이 우리 딸 귀련이가 집에 있으니까 가서 내 말
하구 얻어먹으라구 말하더라. 그래 내 말이 거짓말이냐? " 처녀가 막쏭이의 거짓
말을 듣고서는 한참 고개를 숙이고 생각하더니 "그럼 소금이나 놓구 가지 왜
남의 집 삽작을 부시고 방에까지 뛰어들어왔소? " 하고 물었다. "열라구 소리질
러두 열지 않으니까 떠다밀어봤지. 그러구 소금 짐 진 것을 보면서두 네가 나를
도둑놈으루 여기니까 잠깐 장난으루 그런 체했다. 그게 네 찰못이지 내 잘못이
냐? " "그럼 인제 소금 놓고 얼른 가오. " "저녁밥은 어떻게 하구? " "저녁밥을
지어 주께 그 동안에 삽작이나 고쳐주오. " 처녀는 부엌으로 내려가서 서속밥을
짓고 막봉이는 삽작께로 나와서 삽작문을 고쳐 달았다.
막봉이가 소금짐을 지고 산 밑으로 들어을 때 처녀의 집 근처에서 갈퀴나무하
던 적가리 초군아이 두서넛이 이것을 보고 저희들끼리 서로 지껄였다. "저 외딴
집에 총각 하나가 들어간다. " "총각 진 것이 소금짐 아니냐? " "아마 소금장순
가 부다. " "소금장수는 숭물스럽다지. " "사람 나름이지, 소금장수라구 죄다 숭
물스럽겠니. " "소금장수가 남의 집 색시를 잘 놀려댄다더라. 우리 누나는 소금
장수 올 때 내다보다가 할머니한테 야단까지 만났다. " "너희 할아버지가 소금장
수하다가 너희 할머니를 놀려냈다는구나. " "미친 소리 하지 마라. " "저 외딴집
에 처자가 혼자 있을 텐데 소금장수 총각이 가서 일이 없을까. " "그 집주인 내
외가 아까 나갔지. 참말 처자 혼자 있겠구나. " "소금장수 총각이 오래 안 나오
면 그 집 처자는 탈이 나는 게다. " 가장 아는 체하고 말하는 아이는 그중의 나
배기였다. 키는 잔망하여 열두서너 팔 된 다른 아이들보다 얼마 더 크지 못하나
나이가 열일곱이라 셈은 다 들어서 다른 아이들이 채 모르는 처녀의 탈나는 이
허까지 잘 알았다. 다른 아이 하나가 "우리 가보까. " 하고 나배기를 돌아보니 "
급히 갈 거 없다. 우리 나무 다 해놓구 가보자. " 하고 나배기는 갈퀴질을 하면
서 "뒷집 김도령 몸집이 나더니 울밑에 개구멍 전보담 서졌네. " 하고 촌노래 한
가락을 불렀다. 나배기는 적가리 머슴방에서 명창으로 치는 것만큼 목청도 좋거
니와 소리 재주가 있어서 노래를 일쑤 지어 불렀다. 나무들을 다 해놓은 뒤에
나배기가 "자 인제 가보자. " 하고 앞장을 섰다. 아이들이 오다가 총각이 삽작문
고치는 것을 바라보고 바로 앞으로 오지 못하고 뒤껼으로 돌아왔다. 막봉이 발
길에 차여서 배창자가 꿰어질 뻔한 개가 뒤껼에 와서 숨어 있다가 울 밖에 인기
척이 나는 것을 듣고 엎드린 채 일어나지도 않고 울 밖을 바라보며 짖었다. 부
엌에서 밥짓던 처녀가 부엌 뒤로 내다보면서 "이 개가 왜 또 짖어? " 하고 개의
눈 가는 곳을 살펴보다가 "웬 사람들이 남의 집을 들여다봐! " 하고 소리질렀다.
삽작 안에 있던 막봉이가 부엌 뒤로 돌아왔다. 울 밖에서 이팔청춘 큰아기니 총
각낭군이니 하는 노랫소리가 나고
그 뒤에 여컨이 손뼉 치며 웃는 소리가 났다. 막봉이가 처녀를 바라보며 싱글싱
글 웃고 섰다가 우르르 울타리 앞으로 쫓아가며 나는 새같이 뛰어넘는데 높은
울타리의 울짱 하나를 건드리자 아니 하였다. 울 밖의 아이들이 놀라서 와 하고
도망하는 것을 막봉이가 보고 "네 이놈들 다시 왔단 봐라. 다리마둥갱이들을 부
러뜨려 놀 테다. " 하고 소리질러 꾸짖고 도로 울타리를 뛰어넘어 들어왔다. "쪼
그만 놈들이 큰아기니 총각이니 하구 사람을 놀렸어. " 하고 막봉이가 처녀보고
웃으니 처녀는 얼굴이 발개가지고 말대답이 없었다.
초군 아이들이 적가리 오는 길로 이야기를 퍼치어서 동네 총각들이 알고 공연
히 울분하여 하는 중에 그 처녀와 혼설이 있는 김풍헌의 맏손자가 여럿이 같이
가서 소금장수를 흔구멍을 내어 쫓아버리자고 의논을 돌리니 너도 나도 하고 나
서는 사람이 십여 명이 넘었다. 이때는 벌써 땅거미 지난 뒤라 여러 총각이 홰
들까지 준비하여 가지고 외딴집으로 몰려오는데 기세 사나운 품이 명화적패가
화적질하러 가는 것과 같았다.
해가 져서 어둡기 시작할 때 막봉이가 저녁 밥상을 받게 되었다. 처녀가 밥상
을 갖다 주며 얼른 먹고 더 어둡기 전에 가라고 재촉하였건만 갈 생각이 없는
막봉이는 흩어지기 쉬운 서속밥에 숟갈질을 험히 하여 일변 흘리며 일변 주워먹
느라고 한 그릇 밥을 다 먹는데 한동안이 착실히 걸리었다. 그래도 밖이 아직
환하였
다. "깜깜하기 전에 적가리는 넉넉히 갈 테니 어서 가오. " "먹은 밥이 자위나
좀 돌아야지. " 처녀가 부엌에서 설겆이하는 동안 막봉이는 방에 누워서 처녀가
또 재촉할 때 대답할 말을 생각하였다. 꾀배를 앓을까 비위를 팔까. 꾀배 앓자니
창피하고 비위 팔자니 이면이 있다. 이면을 낭하지 않자면 핑계하는 수밖에 없
으나 꾀배 같은 창피한 핑계밖에 좋은 핑계가 생각나지 아니하였다. 처녀가 많
지 않은 설겆이를 잠깐 동안에 다 마치고 와서 방문을 열고 들여다보며 "갈 생
각 안 하고 누워 있소? " 하고 골을 내서 말하는 바람에 막봉이는 벌떡 일어나
앉았다. "놓고 간다는 소금이나 주고 얼른 가오. " "옳지, 소금을 되어 주아야지.
" 막봉이가 밖으로 나와서 처녀를 돌아보며 "받을 그룻하구 될 그릇하구 가지구
이리 와. " 하고 먼저 소금짐 앞으로 갔다. 처녀가 소금 될 한 되들이 바가지와
소금 받을 큰 바가지를 가지고 왔는데 막봉이가 닷 말 소금을 놓고 갈 터인데
받을 그릇이 작다고 말하여 처녀는 다시 가서 큰 둥구미를 들고 왔다. 막봉이는
서서 바가지로 소금을 퍼붓고 처녀는 앉아서 등구미에 소금을 고루 폈다. 소금
을 다 된 뒤에 막봉이가 소금 둥구미를 한 팔로 끼어다가 윗방에 있는 중두리
위에 얹어주었다. 인제 밖이 아주 어두웠다. "어두워 어디 가겠나. " "광솔 켜줄
께 들고 가오. " "고만두고 여기서 자구 갈까. " "어디서 자? " "나는 아랫방에서
자구 너는 웃방에서 자면 되지 않아. " "새벽에 우리 아버지 어머니가 오시면 어
떻게 하고. " "제삿밥 가지구 오거든 얻어먹구 새벽길을 나서면 십상 좋겠다. " "
나는 좋지 않아. 어서 가오. " "네게 좋지 않을 게 무어냐? 인심 사납게 굴지 마
라. " "인심 노래도 할 때가 있지 고만두고 어서 가오. " "너희 어머니는 제삿밥
얻어주께 같이 갈라느냐구까지 묻더라. 네가 너희 어머니 반만해두 어둔 밤에
내쫓으려구는 안할게다. " "그럼 갔다가 우리 어머니 오신 뒤에 다시 오구려. " "
이애 그러지 마라. " "무얼 그러지 말아. 누가 장난하재. " "아까 아이놈들의 소
리 들었지. 큰애기 총각이 서로 만나서 장난 좀 하기로 어떠냐. " 막봉이와 처녀
가 어둔 봉당에 마주 서서 가거라 못 가겠다 실랑이할 때 난데없는 횃불빛이 울
사이로 보이었다. "아이구 처게 웬 횃불일까? " "글쎄 어디 나가보까. " 실랑이
는 자연히 뒷전이 되었다, 막봉이가 삽작문을 열어젖히고 나서서 바라보니 사람
십여 명이 내려오는데 횃불 너덧 자루가 앞 뒤에 섰다. 막봉이는 화적패로 짐작
하고 앞으로 마주 나가면서 "이놈들아, 이 외딴집에 무말 바라구 떼를 지어 오느
냐! " 하고 소리를 지르니 십여 명 사람이 우뚝쑤뚝 서는 중에 한 사람이 "너 보
러 왔다. " 하고 맞소리 지르고 나섰다. 이 사람은 곧 김풍헌의 손자다. "날 누군
줄 알구 보러 와? " "누구야 소금장수지. " "무슨 일루? “ "남의 집 처자를 꾀
이러 다니는 놈 버릇 가르치려구. " "오, 그래 실컷 보구 가거라. " 하고 막봉이
가 떡 버티고 섰다. "거센 체 마라, 이놈아! " "너희들이 한둘씩 덤비면 내가 성
가시니 아무쪼록 십며 명이 한꺼번에 덤벼다구. " "주제넘은 놈 같으니. " "누가
주제넘은가 그건 나중 봐야 알지. " 앞선 사람이 먼저 자 하고 소리를 지르며 뒤
에 선 사람들이 일시에 아 하고 소리를 지르고 막봉이게로 달려들었다.
여러 총각이 막봉이를 에워쌌다. 주먹질 발길질이 빗발치듯 하였다. 막봉이가
면상을 후려치는 주먹과 아랫배로 들어오는 발길만은 막기도 하고 피하기도 하
였으나 어깨바디 등줄기와 넓적다리, 견대팔을 여러 주먹에 얻어맞고 뭇발길에
차이었다, 어른이 어린아이들 데리고 장난하는 것처럼 막봉이는 "옳지, 잘 친다.
" "아이구 아프구나. " 하고 놀리면서 한동안 손을 대지 아니하다가 앞에 있는
김풍헌 손자에게 복장을 얻어차이고 흘저에 벼락 같은 소리을 지르며 내달아서
김풍헌의 손자를 잡아 동댕이치기 시작하더니 그 다음에는
손에 잡히는 대로 동댕이를 쳤다. 아이쿠지쿠 하고 삼사 명이 나가자빠진 뒤에
홰꾼들이 홰를 가지고 두들기려고 대어드니 막봉이가 얼른 총각 하나를 붙들어
서 이리위 저리위를 시키며 홰를 막았다. 홰꾼 하나가 뒤로 돌려고 하는 것을
보고 막봉디가 홰막이 총각을 들고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가는 중에 뒤에 있는
총각에게 오금을 걷어차이고 옆에 있는 총각에게 옆구리를 쥐어질리었다. 쥐어
지른 총각이나 걷어찬 총각으로 홰막이를 바꾸려고 막봉이는 들고 오던 총각을
손에서 놓았다. 홰꾼이 이 틈을 타서 일시에 악 소리들을 지르며 뛰어들었다. 막
봉이가 급히 앞에 돼꾼들을 피하다가 뒤로 돌려던 홰꾼의 홰 끝에 머리털을 그
슬렸다. 막봉이가 일변 한손으로 머리를 떨면서 일변 뛰어가서 한손으로 옆구리
쥐어 지른 총각의 멱살을 잡았다. 총각이 막봉이의 멱살 잡은 손을 뿌리치려고
애쓸 때 다른 총각 하나가 동무를 도와주려고 대들어서 막봉이가 머리 떨던 손
으로 마저 그 총각의 뒷고대믈 잡았다. 한 총각은 앞으로, 한 총각은 뒤로 막봉
이가 뺑뺑이를 돌리면서 홰를 피하다가 눈결에 두 손을 다 놓으며 곧 두 총각을
한 다리씩 잡아서 번쩍 치켜들고 내둘렀다. 홰꾼들이 도리어 쫓겨가는 것은 말
할것도 없고 다른 총각들까지도 도망하기 시작하였다. 막봉이가 "이 못생긴 놈들
아, 동무들은 내버리구 너희들만 도망할 테냐! 뒤에 남은 놈들을 칠 사람이 없으
니 너희들이 다 데리구 가거라. " 하고 치켜들었던 두 총각을 내려놓으니 두 총
각은 한바탕 몹시 내둘린 까닭으로 모두 그 자리에 쓰러졌다. "어서들 와서 다
데리구 가거라. " 하고 막봉이가 뒤로 물러서서 동무를 붙들어 일으키는 총각들
을 바라보고 "너희들 같은 조무래기에게 손찌검하는 것이 점잖지 못하지만 어린
애 매두 많히 맞으면 아픈 까닭에 본보기를 보인 게다. 인제 영문을 알았거든
지체 말구 어서들 가거라. " 하고 너털웃음을 웃었다, 동댕이쳐서 나가떨어진 총
각들 중에 김풍헌 손자는 한편 팔을 접질렸고, 다른 총각 하나는 뒤통수를 조
금 깨었을 뿐이라 제대로들 걸어가고 내둘린 두 총각은 걸음을 걷지 못하펴 동
무들이 붙들고 갔다. 사람은 보이지 않고 횃불만 보이도록 총각들 가는 것을 바
라보고 있다가 막봉이가 삽작 안으로 들어왔다. 바로 아랫방 문을 열고 보니 사
람 없는 빈방이다, 처녀가 윗방에 있는가 하고 다시 윗방 문을 열어보았다. 윗방
은 불이 없어 캄캄한 까닭에 손을 들이밀어 더듬어보니 역시 빈 자리다. 처녀가
어디 있을까? 다시 봉당 구석을 살펴보고 마당 안을 둘러 보았다. 처녀가 어디
로 갔을까 집안을 한번 돌아보려고 아랫방 등잔걸이 바탕에 있는 관솔에 불을
당겨가지고 나와서 뒤껼으로 돌아가는 중에 부엌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서
얼른 와서 부엌안을 들여다보니 풀어놓은 잎나무 더미 속에 개가 꼬부리고 누웠
다가 놀라 일어나서 몸을 훌훌 떨며 곧 밖으로 나갔다. 막봉이가 쓴입맛을 다시
고 다시 가서 앞뒤를 다 돌아보았으나 마침내 처녀는 그림자도 보이지 아니하였
다.
막봉이가 관솔불을 화토바탕에 내던지고 봉당 같에 걸터앉아서 닭 쫓던 개 울
쳐다보듯이 한등안 삽작문만 바라보고 있다가 관솔불을 다시 들고 삽작 밖에 나
퍼서 사방을 돌아보았다. 혹시 어디서 대답이 있을까 바라고 "귀련아! 귀련아! "
하고 불렀다. 앞으로 대고 불러도 대답이 없고, 뒤로 대고 불러도 대답이 없고
오직 메아리가 되받아 울릴 뿐이었다. 계집애 편성에 혹시 자처나 하지 아니하
였나 샘 있는 곳도 찾아가 보고 늘어진 나뭇가지도 살펴보았다. 처녀의 부모가
오면 말썽스러을 텃은 정한 일이고 잘못하다가는 무단히 악명을 쓰고 살인옥사
까지 당할는지 모르는 판이라 진즉 도망하는 것이 상책 같아서 도망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처녀의 부모를 보고 실상대로 말하고 밝는 날 처녀를 같이 찾아보고
가든 말든 결단하리라 생각하고 막봉이는 다시 삽작 안으로 들어왔다. 막봉이가
아랫방에 들어와서 팔뜰 뒤로 짚고 천정을 치어다보고 앉았다가 윗방 보꾹에를
한번 보려고 두 방 사이에 있는 지겟문을 열고 내려보는데 바로 지겟문 앞에 옹
송그리고 누워 있는 사람이 눈에 뜨이었다. 처녀다. 처녀가 자는지 자는체하는지
눈을 감고 누워 있었다. 막봉이가 속은 것이 분하여 처녀에게 종주먹을 대고 싶
은 마음도 바이없지 않았으나 처녀의 얼 굴을 보니 자연 마음이 가득하여져서
잡아 일으킬 생각조차 가뭇 없이 사라졌다.
한동안 지난 뒤다. 막봉이와 귀련이가 아랫방 등잔불 아래 같이 앉아서 이야
기하는데 귀련이의 지껄이는 것이 저녁 전 사설할 때처럼 무람이 없었다. "아까
나를 찾으러 퍽 돌아다녔지? " "매우 옹골지겠다. 속은 내가 얼뜨니까 속인 너를
나무라지 않는다. " "누가 속였나, 자기가 속았지. " "속일 맘이 없으면 번연히
찾는 줄 알면서 왜 나오지 않구 숨어있었니? “ "찾는 꼴 좀 두고 볼라고. " "그
게 속인 거 아니구 무어냐? " "웃방문 열 때는 곧 들키는 줄 알았어. " "아무리
옹송그리구 누웠더라두 만졌을 것인데 꼭 빈자리루만 알구 속았다. " "빈자리니
까 빈자리로 알았겠지. 이 방문 열어보고 웃방으로 을때 나는 가만히 중두리 사
이에 숨어 앉아서 숨도 크게 못 쉬었어. " "날 속일라구 그랬지? " "숭칙스러워
그랬어. " "무에 숭칙스러워? " "사람이 숭칙스럽지 않아. 가래도 가지 않고 지
싯지싯 눌어붙어 가지고 그예. " "그예 어째? " "듣기 싫어, 그만두어. " "내가
무슨 말 했나. 듣기 싫다게. " "듣기 싫다는데 무슨 말이야. 그예 어째 하고 묻는
것부터 벌써
숭칙스러운 사람이지 무어야. " "입으루는 가라면서 속으루 은근히 붙든 네가 숭
칙스럽지. " "둘러씌우면 장산가. " "내가 장사라구 흰목을 빼다가 거짓말이란 타
박을 받구 쑥 들어갔다. " "총각 둘을 한손에 하나씩 들고 내두를 제 장사다 하
고 소리나 한번 질러 줄 걸 잊었어. " "다 내다보았구나. " "그럼 삽작 귀틀에 붙
어서서 죄다 보구 웃방으로 틀어왔는데. " "삽작 밖에 나서 보면 누가 말리더냐,
귀틀에 붙어섰게. " "참말 삽작문 닫혔소? “ "안 닫혔다. " "개호주 와서 개 물
어가요. 좀 나가서 꼭 닫치고 들어오. " "같이 나가자. " "왜 ” "나 나간 동안에
또 숨바꼭질할까 무섭다. " "소금 지고 다닐 때 냇물은 못 건너겠구려. " "왜? "
"소금짐이 물에 떨어지면 소금이 풀리지요. " "이애 재담 말구 같이 나가자. " 막
봉이놔 귀련이는 그칠 줄 모르고 지껄이던 이야기를 그치고 같이 밖으로 나와서
귀련이는 봉당에 섰고 막봉이는 삽작문을 가서 닫았다. "걸지는 말지. " "왜? " "
아버지 어머니 열고 들어오시게. " “나와서 열어 드리지 걱정이야. " ”아버지
어머니가 오시면 야단이 날 텐데 겁나지 않소? " "아무리 야단해야 익은 밥을
설릴 수는 없겠지. " 막봉이와 귀련이가 이런 말을 서로 지껄이며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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