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과 여성 마시는 술이 다르다?

너의향기^ | 2006.09.09 09:38:27 댓글: 0 조회: 1146 추천: 2
분류기타 https://life.moyiza.kr/lifetips/1476802


영국의 펍(Pub)은 한국의 주점 정도로 생각하면 되는 곳이다. 봇짐장수가 건너마을에 참빗 팔고 돌아오는 길에 꼭 들리는 막걸리 집 같은 곳. 일 끝내고, 학교 마치면 하루 마감하는 의미에서 한번 들러줘야 하는 칫솔질을 하거나 세수하는 것과 같은 일상 생활의 하나인 것이다. 그렇지만 이빨을 닦을 때 치아의 마모를 줄이기 위해 좌우로 닦는 것보다는 위아래로 닦는 것이 좋듯, 세수할 때 얼굴이 처지지 말라고 아래에서 위로 마사지하듯 문지르는 것이 좋듯, 펍에서 술을 마실 때 그들만의 방식이 알게 모르게 있다. 뭐, 칫솔질 맘대로 한다고 세수 아무렇게나 한다고 누가 뭐라 하는 건 아니지만 로마까지 갔는데 로마법을 조금 따라줘도 되지 않나 생각해본다. 까짓 거.

먼저, 펍에서 말걸기

영국 사람들은 자신들의 공간을 중시하고 낯선 이들에게 그 공간을 쉽게 허용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펍은 그런 마음의 벽이 덜 견고한 곳이라 할 수 있다. 다가가기 힘든 샤프하고 차가운 이미지를 주는 옷차림을 하고 주먹만한 얼굴에 높은 콧대를 삐쭉하게 세우고 다니는 그들의 또 다른 모습, 혹은 본모습이라고 해야할까. 펍에 들어가 바에서 술을 사려고 기다리다 보면 누구든지 쉽게 말을 건네고 대답하는 것이 그리 이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니 펍에 가서 누가 나에게 말을 건다고 긴장해서 이 사람이 나에게 관심 있나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프렌즈’의 조이처럼 느끼하게 한마디 받아쳐주자. “How U Doing”

둘, 그들이 가장 많이 하는 ‘돌려 사기(Round-buying)’

말 그대로 돌아가며 술을 사는 방법이다. 한국 술자리의 경우 대개 어디를 가든 마지막에 술값을 내기 때문에 금액이 클 경우 나눠 내기도 하지만 보통은 그 자리를 빛내야 할 것 같은 인물, 예를 들면 여자친구와 100일 됐다고 자랑하러 나온 친구나 생일선물 받고 한번 쏴야 하는 놈, 첫 월급 받고 아직 무직인 친구들에게 한턱 내야 하는 때와 같이 한 사람이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영국도 그런 식의 자리라면 그날의 주인공이 술값을 내기도 하겠지만 펍에서 술을 마실 때 그날의 술값을 모두 지불한다거나 하게 되는 경우는 드물다. 펍은 선불이 기본이다. 그렇기에 “내가 쏠게!”라고 말을 한다면 전체 술값을 지불한다는 것이 아니라 한잔씩 돌린다는 뜻이다. 그런 다음 그곳에 모인 사람들 대부분의 잔이 4분의 1쯤 남았을 때 “이번에는 내 차례야(It’s my round)”라고 말하며 나서면 되는 것이다.

‘돌려 사기’를 하면 일반적으로 차례를 맡은 사람은 바에 가서 술을 사고 자리로 가져 오는 것까지를 담당한다. 여기서 에피소드 하나. 그룹이 커서 혼자 술을 돌리기 벅차면 보통 자연스레 그룹이 둘로 나뉘어 한 사람이 이쪽 그룹의 잔을 돌리고 또 다른 사람이 저 그룹의 잔을 돌린다는 말이 있어 영국사람에게 대뜸 물었다. “그럼 너네들은 그룹이 크면 내가 이 그룹 쏠게, 넌 그럼 저 그룹? OK? 그러냐?”하고 말하니 웃으며 그런 건 아니고 자연스레 분위기가 만들어지며 잔을 돌리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자연스레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두 그룹으로 나눠져 술을 돌린다는 것은 이해가 잘 안되면서도 생소하고 재미있다. 어쨌든, 영국 사람들과 펍에 갈 기회가 있으면 으레 ‘돌려 사기’를 하겠거니 하고 남들이 뭐 마실 거냐고 물어보면 빼지 말고 크게 답하라. 왜냐? 내 차례에 사면 되니까.

셋. 아무 술이나 마셔도 될까?

물론 Yes. 그렇지만 남들 눈이 약간 신경 쓰이기도 하고 또 관심 있는 친구랑 같이 갔기에 잘 보여야 한다면 굳이 그들이 이상하게 생각하는 음료를 마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한가지 예를 들어 런던에 사는 A씨의 별명 ‘기네스 걸(Guinness Girl)’이 어떻게 생겼는지 잠깐 설명을 하겠다. 친구들과 함께 펍에 가서 평소처럼 ‘돌려 사기’를 하는데 친구들은 A씨에게 뭘 마실거냐고 물었고 그녀는 주저 없이 ‘기네스 한 파인트(One pint of Guinness)’라고 대답했다. 그러니 친구들이 그녀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기네스는 보통 남성들이 많이 마시는 남성적인 술이라고 한다. "기네스는 당신을 강하게 만들어줘요(Guinness Makes You Strong)"라는 광고가 있었다고 하니 영국에서의 기네스에 대한 인식은 두말하면 잔소리. 그 후로 A씨는 어디를 가든 꿋꿋이 쓰고 강한 맛의 기네스를 시키지만 그들의 시선은 여전히 따가울 뿐이다.

그렇게 몇 가지 술을 성별에 따라 구분해보면 먼저 남성들의 경우 파인트로 시키는 어떤 술이든 무난하다. 여기서 하나. 한 파인트 하면 568cc를 말하는 데 여성이 한 파인트를 시킬 경우 어떤 사람은 이 역시 기네스를 주문하는 여성만큼이나 여성스럽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니 여성들은 상황을 봐가며 아무리 더 마시고 싶어도 반 파인트만 시키는 것을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쓴 맛이 나는 비터(bitter)나 믹서(mixer: 맛을 내기 위해 첨가하는 무알코올 음료)없이 얼음만 넣어(on the rocks) 마시는 스카치(Scotch), 혹은 샷(shot)으로 마시는 것, 모두 남성들에게 허용되는 음주방법이다.

여자들의 경우 씁쓸한 맛이 나는 비터(bitter)보다는 라거(lager)나 와인류, 화이트 와인 스프리처(white wine spritzer)와 같이 와인과 탄산음료에 라임이나 레몬 조각 혹은 레모네이드을 섞은 술, 아니면 저알코올 음료 알코팝스인 WKD나 바카디 브리저(Barcardi Breezer), 스미노프 아이스(Smirnoff Ice) 등이 괜찮다.

남성이나 여성 모두 무난하게 마실 수 있는 술은 와인이나 사이더(cider)와 라거(larger), 레모네이드나 오렌지 쥬스를 섞은 보드카(보드카 콜린스, 스크루 드라이버)와 같은 믹스드 드링크(Mixed drink) 등이다. 영국 사람들이 마시는 술 중에서 스텔라와 포스터, 벡스는 흔히 볼 수 있는 맥주인데, 포스터는 가격이 저렴한 편이어서 젊은이들이 마시는 경우가 많고, 스텔라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맥주이다. 특히 스텔라는 도가 지나친 영국의 음주문화와 관련해 ‘부인 패는 이(Wife beater)’라 불리기도 한다. 이것저것 다 귀찮으면 그냥 어디를 가든 영국 라거 시장점유율 1위인 스텔라를 시키는 것도 간편한 방법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술을 마시는데 무슨 룰이 있겠냐 생각하며 소풍가신 천상병씨의 시 한편 떠올려본다.



나는 술을 좋아한다

그것도 막걸리로만

아주 적게 마신다.

술에 취하는 것은 죄다.

죄를 짓다니 안 될 말이다.

취하면 동서사방을 모른다.

술은 예수 그리스도님도 만드셨다.

조금씩 마신다는 건

죄가 아니다.

인생은 苦海다.

그 괴로움을 달래주는 것은

술뿐인 것이다.

출처:조선일보
추천 (2) 선물 (0명)
IP: ♡.140.♡.199
11,892 개의 글이 있습니다.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조회
옥란화
2009-04-30
0
32140
보라
2006-06-20
1
39837
한마음
2006-09-29
2
874
Luna
2006-09-28
3
933
jade
2006-09-27
0
1024
Luna
2006-09-27
2
846
Luna
2006-09-27
3
1751
한마음
2006-09-25
0
1464
한마음
2006-09-25
0
733
힘있게
2006-09-23
0
1839
은이
2006-09-20
1
1610
이뿌니
2006-09-20
2
2105
루나
2006-09-19
2
940
한마음
2006-09-19
1
1174
한마음
2006-09-18
2
1238
한마음
2006-09-18
0
1928
힘있게
2006-09-15
4
1760
야래향
2006-09-11
0
1090
안개꽃천사
2006-09-11
4
2518
너의향기^
2006-09-11
1
1535
너의향기^
2006-09-09
2
1146
야래향
2006-09-07
2
1465
힘있게
2006-09-07
2
847
jade
2006-09-04
6
2578
너의향기^
2006-09-02
2
2318
jade
2006-09-01
6
1372
jade
2006-09-01
0
987
힘있게
2006-08-31
2
744
모이자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