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마음속에 내가 산다면 25~26

단차 | 2023.11.21 03:57:07 댓글: 0 조회: 237 추천: 1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4519512
25. 나는 어디쯤 와 있는지


오렌지빛으로 바다와 지평선이 이어지는 시간, 부드러운 빛을 담은 파도가 일렁이며 밀려오고 있었다.

모래사장에 앉아있던 서연이 일어나서 핸드폰 카메라를 켰다. 여러 번 각도를 바꿔서 찍은 서연이 다시 앉아서 갤러리에서 노을 사진을 확인했다. 

마지막에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린 서연은 한참 더 여울치는 바다를 바라보다가 배고픈 감이 들자, 모래를 털고 일어났다.
 
핸드폰 진동이 느껴진 서연은 재킷 주머니에 넣었던 핸드폰을 다시 꺼내서 알림을 확인했다.

[Jimin.cha02님이 회원님의 사진을 좋아합니다.]

‘이건 또 무슨 일이지?’

핸드폰 화면을 멍하니 보던 서연은 바람이 불어오자, 고개를 들어서 지평선 너머로 사라진 태양이 머물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내가 찍은 사진이 마음에 든 건가? 그건 아닐 텐데.”

혼잣말하던 서연은 오기 전 미리 봐 두었던 가게로 천천히 걸어갔다.

주문한 메뉴가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서연은 알림 센터에서 지민의 SNS 프로필을 눌렀다. 그가 새로 올린 바닷가 사진을 다시 보던 서연은 스크롤을 내리다가 그 전에 들어갔을 때 보았던 그의 전신 샷 사진이 내려간 것을 발견했다. 

“손님, 주문하신 메뉴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서연은 어느새 뜨거워진 핸드폰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딱 기대했던 만큼의 맛이었다.



씻고 나온 서연은 창가에서 짙은 푸른 빛이 도는 밤바다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커튼을 치고 누웠다.

엄마와 같이 올 줄 알고 일부러 바다 전망이 보이는 방으로 예약했지만, 혼자 와서 있으니 뭔가 허전하고 텅 빈 느낌이 들었다. 

침대 옆 테이블에 놓여 있던 핸드폰을 든 서연은 다시 SNS에 들어가 보았다. 

피드에 하은과 재현이 여행지에서 올린 사진이 떴다. 하은이 올린 양양 수영장 사진에 하트를 누르고 나온 서연은 재현이 올린 하와이 바닷가 사진을 보았다. 

끝도 없이 펼쳐진 에메랄드빛 바다와 야자수가 있는 이국적인 배경에서 예쁘게 웃고 있는 재현을 무심히 보던 서연은 뒤로 가기를 누르고 핸드폰을 내려 놓았다.

‘하트는 어떤 기준으로 왜 누르게 되는 걸까? 사진이 예뻐서? 아니면 친해서? 그게 아니면 …….’

끝도 없이 이어지는 생각에 뒤척이던 서연은 새벽 3시가 넘어서야 잠에 들었다.

아침 8시가 넘어서 눈을 뜬 서연은 이미 떠오른 해를 보고 낙담했다.

‘아, 너무 늦게 일어났어, 나의 해돋이 ….’

아쉬워하며 다시 누운 서연은 뒹굴뒹굴하다가 체크아웃 시간이 다가오자 어쩔 수 없이 일어나서 씻으러 들어갔다.

바닷가를 한참 걷던 서연은 12시가 된 걸 확인하고 편의점으로 걸어갔다. 기분 탓인지 늘 먹던 컵라면이 더 맛있게 느껴졌다.


다시 본가로 돌아온 서연은 은주가 출근하고 텅 빈 집안에서 티비를 돌려 보다가 껐다.

“아, 오랜만에 쇼핑이나 좀 해볼까?” 

이참에 엄마에게 줄 선물도 골라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서연은 집을 나섰다.

백화점 옆 의류 상가를 돌던 서연은 별다른 수확이 없이 마지막으로 백화점에 들어섰다.

‘무슨 사람이 이렇게 많아? 아, 맞다. 나도 그중 하나지.’

화장품 판매대에서 은주에게 줄 화장품을 고르던 서연은 문득 익숙한 인영을 발견했다. 

마주 오던 그는 서연과 눈이 마주쳤지만, 곧 외면하고 옆을 스쳐 갔다. 그의 옆에는 연인 혹은 아내일지도 모를 여자가 팔짱을 끼고 있었다.

‘저 사람이 여기에는 왜? 아, 저 사람도 여기가 본가였지.’

기분 전환 겸 나왔던 외출에 어쩌다 과거의 인연을 마주친 서연은 화장품만 사고 백화점에서 나왔다. 


저녁 늦게 들어온 은주는 식탁 위에 놓인 화장품 박스를 발견했다.

“나는 아직 좀 남았는데, 네 것이나 사지.”
“얼마 없던데 뭘, 엄마 저 정도는 금방 써.”

“그래, 고마워. 잘 쓸게, 우리 이쁜 딸.”
“갑자기 나 이뻐진 거야? 기분 좋네.”

“아니야, 우리 딸은 늘 예쁘지.”

서연의 장난에 은주가 기분 좋게 답했다. 오그라든다는 듯 손가락을 쥐었다 피던 서연이 문득 입을 열었다.

“엄마, 나 아까 누구 본 줄 알아?”
“누굴 봤는데?”

“아까 백화점에 갔을 때 찬희 봤어, 어떤 여자랑 같이 왔던데.”
“아, 네가 학생 때 만나던 애 아니야? 그땐 네가 좀 고생했었는데.”

“뭐, 그랬었지. 그래도 오늘 봤는데 아무렇지도 않았어.”

서연은 덤덤히 답하고 피식 웃었다.

“그래, 벌써 언제 적 일인데.” 
“응, 나 진짜 괜찮아.”

“그래, 살다 보면 괜찮아지는 날도 오고 그러는 거야. 그런데 너 그동안 연애 안 한 거 걔 때문은 아니지?”
“응? 그런 거 아니야, 다 지나간 일인데 뭐. 엄마, 나 이제 자야겠어.”

“그래, 얼른 자. 내일 올라가려면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은주의 말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서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 준비하고 방으로 들어온 서연은 핸드폰을 들어서 어제 자기가 올린 게시물을 다시 보았다. ‘좋아요’를 누른 사람이 더 늘어나 있었다. 그중에는 재현과 하은도 있었다. 

‘아, 맞다.’

하은의 댓글에 답글을 달고 난 서연은 재현의 계정에 들어가서 최신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고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자리에 누운 서연은 은주와의 대화를 머릿속에서 되풀이해 보았다.

‘정말 그 이유가 아닌 걸까?’

찬희와의 첫 연애는 그녀의 기억속에서 확실히 강렬하긴 했다. 초반에 서연의 마음을 열게 했던 그의 다정함과 세심함이 어느 순간 집착과 의심으로 바뀌어 그녀를 들들 볶았었다. 그 이유란 서연이 자기에게 애정 표현을 안 해준다는 것이었다. 

서연은 그런 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고민하다가 이별을 고했다. 큰 호감으로 시작한 관계가 아니라 감정의 속도가 느리기도 했고, 뭣도 모르고 시작한 연애라서 표현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것도 있었다.

그 뒤로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갔다. 밤늦게 전화 오거나, 집 앞까지 찾아오거나, 협박과 애원을 번갈아 하며 구질구질하게 매달리던 찬희는 두 달 만에 겨우 그만두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보란 듯이 새로 연애를 시작했다. 상대는 서연이 친하게 지내던 과 후배였다.

아니라고는 답했지만, 확실히 그 후 몇 년간은 그 때문에 연애에 담을 쌓고 살아온 건 맞았다. 더 이상 그를 의식하지 않게 된 이후에는 그저 관성적으로 철벽을 쳐왔다. 

그래서 지금은 왜 연애를 안 하고 있는지 자신에게 묻던 서연은 문득 안개가 둘러싸인 숲속에 내던져진 기분이 들었다.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걸까.’



26. 너의 마음속에 나는


같이 거제도 여행을 갔던 친구 셋을 각자 집 앞에 내려준 지민이 집으로 방향을 틀었다. 일찍 출발했지만, 어느새 밤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가로등 불빛이 차창 옆을 빠르게 스쳐 갔다. 

지민은 며칠간 혼자 집에 있었을 그의 고양이 바니를 떠올렸다. 3박 4일 동안 집을 비우게 되면서 고양이 시터를 고용하고 홈캠으로 틈틈이 확인했지만, 마음이 다 놓이진 않았다. 

며칠 만이라면 괜찮지만, 그 이상은 무리라고 생각되었다. 믿을 만한 사람에게 맡기면 더 좋을 텐데, 딱히 그럴만한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래서는 한 달간 집을 비울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야옹, 야옹!"
"바니야, 나 마중 나온 거 맞지? 잘 있었어?"

지민이 집에 들어서자, 고양이가 뛰어와서 다급하게 울어대며 그의 다리에 머리를 부딪혀 왔다. 다행히 상태는 건강해 보였다. 그의 곁을 맴돌던 고양이는 간식을 챙겨 주자, 언제 그랬냐는 듯 폴짝폴짝 캣타워로 올라가 버렸다. 


대충 머리를 말리고 나온 지민은 세탁기를 돌리고 거실로 나왔다. 

그의 고양이는 늘 그러듯이 소파에 동그랗게 몸을 말고 새근새근 잠에 빠져있었다. 가끔 귀를 쫑긋하다가, 꿈속에서 간식이라도 먹고 있는지 입맛을 다시는 바니를 보던 지민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너는 어떡하지?" 

그 모습을 바라보던 지민은 한숨을 쉬고 방으로 들어가서 누웠다. 그의 눈꺼풀이 느릿하게 감겼다. 언뜻 멀리서 파도가 밀려오는 듯한 착각이 든 지민이 눈을 뜨고 천정을 바라보았다. 며칠간 여행지에서 지겹도록 본 광경이었다.

핸드폰으로 찍었던 사진을 넘겨보던 지민이 SNS를 켰다. 재현의 계정에 들어간 그는 팔로워를 눌러서 스크롤을 내렸다. 서연의 계정이 뜨자 그는 별 망설임 없이 프로필 사진을 눌렀다.

그전에 확인한 노을 사진 외에 더 올라온 게 없었다.

'지서연, 너는 또 어떡하지?'

그에게 오랜만에 찾아온 설렘이지만 마냥 좋기보다는 좀 더 어렵게 느껴졌다.

얼마 뒤 여행을 가야 하는 상황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문제 때문인지 명확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보다는 좀 복합적인 문제가 있다고 느껴졌다.

지민은 20대 초에 연애할 때는 별다른 노력 없이도 마음만 먹으면 쉽게 할 수 있었다. 다 오래 가지 못하고 끝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헤어짐에 아쉬움이 없을 만큼 그다음의 시작에 대한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6개월 전쯤 2년 가까이 사귄 연인과 헤어진 이후로는 조금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헤어짐의 이유는 가치관의 차이 때문이었다. 

“너는 결혼 안 할 거잖아.”

이유를 묻는 지민에게 그녀가 담담히 내뱉은 한마디였다. 굳이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던 그였고 사귀기 전에도 미리 얘기를 한 부분이었다. 그리고 사귀는 내내 그 문제에 대한 대화는 없었다. 

갑작스러운 이별은 생각보다 담담히 지나갔다. 그럼에도 한동안 그녀의 마지막 말이 마음에 남았었다.

그로부터 두 달 뒤, 건너 건너 그녀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는 마음이 더 착잡해졌다. 

그 정도로 결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왜 하필 결혼 생각이 없다는 그를 2년 가까이 만났던 건지, 그리고 만나는 동안 왜 한 번도 그에게 그런 부분에 대해 말하지 않았었는지 의문이었다. 

아마도 그와 결혼하고 싶을 만큼 사랑하지 않았거나, 오래 지켜봐 온 바로 결혼에 대한 그의 확고한 생각을 잘 알고 있어서였을 수도 있다고 생각되었다.

20대 후반 이후의 연애는 가벼운 설렘, 단순한 호기심만으로 시작하기에는 그도 상대방도 넘어야 할 보이지 않는 허들이 분명 있었다.

과거의 연애는 현재를 같이 한다는 느낌이었다면, 지금 시점에서 연애를 시작하게 되면 현재뿐만이 아니라 미래를 논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민이 생각하기엔 서연도 분명 그에게 약간은 호감이 있다고 느껴졌다. 서연은 겉으로 감정이 많이 드러나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그는 그 방면에서의 눈치는 자연스럽게 빠른 편이었다. 

그전과는 조금 다르게 접근해서 서연의 반감을 사긴 했지만, 그녀의 거절 속에서도 지민은 어떤 미묘한 호감 신호를 보아냈다. 그럼에도 서연이 그를 밀어낸 건 어떤 이유였을까.

어쩌면 지민과 같이 현실적인 이유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대로 멀어지기엔 아쉬운 마음이었다.

깊은 생각에 잠겨있던 지민은 세탁기에서 나는 알림 소리를 듣고 상념에서 깨어났다.

짧게 한숨을 내쉰 그는 일어나서 베란다로 걸어 나갔다.



진홍색 노을이 거실까지 따스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하얀 고양이가 깃털이 달린 낚싯줄을 흔드는 지민을 놀아주고 있었다.

“지민 씨, 저녁은 뭐 먹고 싶어요?”

문득 들려오는 부드러운 목소리에 고개를 드니 서연이 생긋 웃고 있었다. 지민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서연 씨가 왜 여기에 있어요?”
“왜긴요? 우리 결혼했잖아요.”

‘결혼?’

지민은 흠칫 놀라며 눈을 떴다.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오후 한 시였다.  

“결혼?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생각지도 못한 꿈에 나지막하게 혼잣말을 내뱉은 지민이 마른세수하고 일어났다. 꿈은 멀리 두고 온 과거에 뒤처진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에 보면 너무 앞서가는 경향이 있었다. 

씻고 돌아온 지민은 핸드폰을 들어서 문자를 확인했다. 

‘지민 씨, 휴가는 잘 보내고 있어? 이번 주 금토 스케줄 나오는 거 잊지 않았지? 혹시나 해서.’
‘아, 확인차 보내는 거라서 답장은 안 해도 돼.’

여행을 떠나기 전 라이브 바 사장한테 그만두겠다고 이야기했지만, 라이브 바 사장은 휴가 때문에 대타를 바로 찾기 어려워서 이번 주까지만 나와달라고 했다. 

생각보다 나머지 일들이 빨리 정리되어 갑작스럽게 그만두는 감이 있었던 터라 지민은 선선히 알겠다고 답했었다.

창밖을 보면서 생각에 잠겨 있던 지민이 문득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너 혹시 고양이 키워 본 적 있어?”


그리고 며칠 후의 금요일. 지민은 한동안 못 보고 지낸 얼굴들을 보게 되었다. 휴가에서 돌아온 재현이 하은과 같이 그가 일하는 가게에 방문한 것이었다.

당연히 같이 왔을 거로 생각한 서연이 보이지 않자 궁금했지만, 입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그가 굳이 묻지 않아도 재현과 하은이 알아서 말을 꺼낼 것이었다.

“형, 곧 여행 떠난다면서? 또 한동안 못 보겠네.”
“그래도 시간은 금방 갈 거야.”

“그건 그렇지만, 듣기론 여기서 이번 주가 마지막이라며?”
“아, 뭐 그렇게 됐어.”

아쉬워하는 재현에 이어 하은이 재현을 보며 말을 이었다.

“아, 진짜? 서연 언니도 와서 봤으면 좋았을 텐데, 오늘 야근이래.”
“그러게, 누나 본지도 느낌상 오래된 것 같아. 잘 지내고 있겠지?”

슬며시 미소 짓던 지민은 말없이 자기 앞의 물잔을 들어서 마셨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한번은 보고 가고 싶었는데,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가 찾아가지 않는 이상, 그녀가 먼저 와 줄리는 없다고 생각하면서 지민은 도란도란 떠드는 두 사람을 무심히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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