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봄날이 올까 (23회)

죽으나사나 | 2024.01.06 13:24:11 댓글: 0 조회: 245 추천: 1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4537788
따스한 봄날이 올까 (23회)  짧은 행복 끝에 찾아온 건.


“그렇구나. 근데 왜 여태 안 하다가 갑자기 한 거예요?”

”오래된 거라 줄이 끊어졌었어. 어릴 때부터 하던 거라 이번엔 좋은 줄로 한다고 시간이 오래 걸려도 잘하는 가게에 맡겼었는데 내가 그동안 깜빡하고.. 흐흐.“

유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혀를 날름 내보냈다.

”근데 진짜 귀여운 거 같아요. 언니한테 어울려요.“

”고마워. 지금은 좀 유치하긴 한데  어릴 때엔 엄청 애착이 강했었어.“

”그럴 거 같아요. “

”대화중에 미안한데 날씨도 많이 더우니 나가서 아이스크림 사 올게. 유나야. 같이 갈래?“

도진이가 사장실에서 나오면서 이들한테 다가왔다.

”네. 같이 가요.“

유나는 목걸이를 다시 옷 속에 집어넣으며 화영한테 찡긋 웃어 보이고는 도진이 따라 밖으로 나왔다.

“이제 많이 더워졌네. 그쵸? 어제는 잘 잤어요?“

아무 말 없이 걷기만 하는 도진이랑 달리  재잘거리기 시작하는 유나였다.

그러는 유나를 도진이는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어서 쳐다보았다.

”왜…요?“

유나가 갑자기 멈춰 선 도진을 보며 의아해했다.

도진은 두 팔을 뻗더니 유나를 자기 품에 쏘옥 안아버렸다.

”사장님. 여긴 레스토랑 근처…“

”안고 싶었어. 아침부터 쭉.“

이틀 쉬고 나서는 오늘 갖은 일로 도진이도 바빴고 예약 손님이 꽉 찬 홀도 바빴던 지라 서로 제대로 얼굴을 마주할  새가 없었던 하루였다.

”레스토랑 근처인데…“

유나는 눈치를 보는 거 같더니 자신도 팔을 쭉 뻗어 도진이의 허리를 감쌌다. 크나큰 도진이의 품이 너무나도 따뜻했다.

”…저도요.“

”뭐라고?“

낮은 유나의 말에 못 들은 도진이가 다시 물었다.

”저도 보고 싶었다고요.“

이들은 참고 참았던 감정이 올라오면서 고작 하룻밤이 지난 건데  어느새 벌써 열애 중이었다.

도진은 유나를 안았던 팔을 풀며 자기 앞에서 사랑스레 올려다보는 유나의 이마에 가벼운 뽀뽀를 해준다.

”쉬는 날에 뭐 하고 싶어?“

“음… 웹서핑 전문가가 한번 알아보시죠?“

유나는 저번에 바닷가로 데리고 갔을 때의 도진이의 말이 생각나서 놀려댔다.

”너… “

도진은 놀리는 유나를 보고 입술을 잘근 깨물었고 유나는 키득키득 웃으면서 재빨리 도망쳐 앞으로 뛰어갔다. 그러나 금세 도진한테 잡혀서 이마에 딱밤을 맞고는 둘은 자연스레 손을 잡고 편의점으로 향했다.

며칠 후,
손님들로 붐비는 점심시간 각종 주문이랑 테이블 정리로 바쁜 레스토랑이다.

“저기요~”

손님 한 명이 지나가던 유나를 불렀다.

“네~”

유나가 다가갔고 30대쯤으로 보이는 여자 손님은 메뉴판을 보고 있었다. 손님이 주문하기를 기다리다가  이때 뭔가가 바닥에 데구루루 굴러 가는 걸 발견한 유나는 무릎을 굽혀 테이블 아래를 보았다.

어, 동전이네.

손님이 떨군 거라 생각 한 유나는 동전을 잡고 일어서려는데

”앗.“

”어머, 죄송해요. 어떡하죠?“

손님의 부주의로 쭈그리고 동전을 주우려던 유나의 유니폼에 물을 좌르륵 흘리고 말았다.

”아… 괜찮아요. 닦으면 돼요.“

당황해하는 손님을 안정 시키려고 유나는 미소를 지어 보였고 수건을 찾으러 화장실로 향했다.

”죄송해요. 제가 좀 도와줄게요. 등 쪽에도 흘려서…“

어느새 그 손님도 많이 미안한지 뒤따라와서 수건으로 유나가 젖은 옷을 닦아주고 있었다.

”괜찮아요. 많이 흘린 게 아니니까.“

”그래도… 저의 부주의니까… 아, 죄송해요 .“

손님은 유나의 옷을 뒤에서 닦으면서 손가락에 걸려 옷 속에 숨겨 있던 곰돌이가 튀어나오는 걸 보면서 또 사과했다.

”괜찮습니다.”

“귀여운 곰돌이네요.”

손님은 뒤집어진 곰돌이의 뒷면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다고 그 시선에 왠지 모를 찝찝함을 느낀 유나는 목걸이를 다시 옷 속에 넣으면서 손에 들려있던 수건을 받아 쥐었다.

“저 이제 괜찮아요. 손님.”

“네. 어쨌든 죄송했습니다. ”

손님은 한 번 더 사과하고 화장실에서 나갔다.

유나는 조금 이상한 손님에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별 신경을 안 쓴 채 다시 홀로 뛰어나갔다.

그렇게 어느덧 레스토랑 휴무일이 다가오고 유나랑 도진이가 만나기로 한 날이다.

이른 아침부터  이 옷 저 옷 고르느라 정신없는 유나다. 옷장엔 데이트하기엔 마음에 드는 옷이 하나도 없어서 고민이 많았지만 결국 그냥 무난한 하얀 티에 청바지를 입고 나섰다.

레스토랑으로 내려와보니  약속 시간은 아직 안 되었지만  이미 도착해있는 도진이가 보였다.

계단에서 내려오는 자신을 유심히 바라보는 도진이한테 부끄러움을 느낀 유나가 조심스레 묻는다.

“옷이 … 데이트하기엔 좀 그렇죠?”

“옷?”

기럭지가 우월해서 그런가, 새 옷 인지 눈처럼 하얗고 깔끔한 셔츠에  그 긴 다리를 다 감싸준 검정 바지를 차려입은 도진이가 한껏 꾸민 것도 아닌 거 같은데도 남달라 보였다. 그냥 수수한 면 티에 입고 나온 자신이 초라해진 듯싶었다.

“옷이 왜? ”

도진은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제대로 화장한 건 처음 본 거 같아서 쳐다봤어.”

‘아…’

”예쁘다.“

도진이의 짤막한 칭찬에 얼굴이 발그스름해지는 유나다.

“이제 가 볼까?”

“네.”

둘이 동네를 벗어나 도착한 곳은 놀이공원이었다.

”여기 많이 변했다~ 나 마지막으로 왔을 때가 언제지? 와아…“

아빠가 살아계실 때가 마지막이었으니…

애처럼 신기해하며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유나를 보며 여기로 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하는 도진이다.

도진은 어느새 주변 상인한테서 귀여운 곰돌이 머리띠를 사다가 여기저기 구경하느라 정신없는 유나의 머리 위에  살포시 꽂아 주었다.

”어? 뭐예요?“

도진은 유나의 어깨를  잡고 거울 쪽으로 시선을 돌려줬고 머리띠를 한 자신의 모습을 본 유나는 입꼬리를 한껏 말아올리며 기뻐했다.

그러면서 정작 자기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도진이한테도 똑같은 머리띠를 착용시켜주었다.

” 난 안 해도 되는데…“

”우리 이러고 같이 사진 찍어요! 봐요. 다른 커플들도 다 하잖아요.“

주변을 둘러보니 진짜 거의 대부분 남자도 머리띠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래. 알았어.“

도진은 못 이기는 척  다시 머리띠를 했다.

”여기 봐요. 김치~~“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사진 촬영을 마친 유나는 도진이의 손을 덥석 잡으며 빨리 앞으로 가자고 눈으로 재촉했다.

그런 유나한테 이끌려 도진이도 미소를 머금은 채 쫓아갔다.

무서운 롤러코스터, 낭만적인 대형 관람차 등등… 거의 탈수 있는 건 다 타고나니 날은 벌써  어둑어둑해졌다.

차에 올라탄 유나는 아직도 그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지 소리를 질렀다.

”아까 롤러코스터 너무 무섭지 않았어요? 난 완전 기절할뻔했는데! 사장님은 괜찮았어요?“

‘기절은 내가 할뻔했지.‘

”괜찮지는 않았지.“

신나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놀던 유나가 기절할 뻔했다니 우스워서 콧방귀가 피식 나갔다.

”우리 다음 코스는 어디 갈까?”

도진이의 물음에 유나는 기다렸다는 듯 바로 대답했다.

“영화를 볼래요? 아까 주전부리 많이 먹어서 저녁은 영화를 보고 먹는 게 어때요?”

“응. 그래. 난 괜찮아.”

“어젯밤에 영화를 좀 알아봤는데 제가 좋아하는 장르가 있지 뭐예요~ 영화관에서 보는 건 처음이라 문득 보고 싶더라고요.“

유나는 신나서 말을 했다.

”어떤 거?“

“공포요~”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유나 때문에 자꾸 웃을 일이 많아진다.

‘공포영화는 좀 무서울 거 같은데…‘


“공포라…. 근데 왜 공포는 영화관에서 처음 봐?“

차마 남자로서 무섭단 얘기는 못하겠는 도진은 다른 질문을 했다.

”매번 있는 것도 아니고 어릴 땐 청소년 관람불가라서요.“

참 우습게 들리겠지만 영화관도 몇 년 만인지… 몇 년 전에 혁이랑 가보고 못 가본 듯하다.

”알았어. 그럼 출발할게.“

”네에~~!“

*** 잠시 후 , 영화관.

“가서 팝콘이랑 마실 거 좀 사 올게.“

”그건 제가 살게요. 아까 거기서도 사장님이…“

”됐네요. 오늘은 내가 사고 다음에 네가 사.“

일어나려는 유나를 꾸욱 눌러 다시 의자에 앉히고는 도진은 매점으로 향했다.

”어떤 걸로 드릴 가요. 손님~“

매점 아르바이트생이 친절한 목소리로 도진을 맞이했다.

환하게 웃는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또 유나랑 만났던 첫 모습이 생각난 도진이.

따지고 보면 처음 만나서 지금까지 이제 고작 2개월이 지났다. 근데 마음을 누르는 인내의 시간은 2개월이 아닌, 2년도 지난 마음이었다. 더 빨리 말하고 더 빨리 마음을 확인할 걸 하는 후회도 들었다. 이렇게 좋을 줄 알았더라면.

주문을  끝내고 팝콘을 받고 나서 도진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유나를 마주 보고 빨리 말해주고 싶었다. 처음 본 그날부터 좋아했다고.

내가 너를 너무나도 좋아한다고.

도진은 더 이상 자기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녀한테로 다가 가 자기 속에 있는 걸 다 끄집어 내고 싶었다.

어느새 동생 지아를 찾는 건 이제 점점 뒷전이었다.

”띠리리리링…“

요동치는 도진의 마음을 아는지 익숙한 그의 휴대폰 벨 소리가 들려왔고, 도진은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통화 버튼을 밀었다.

“네. 실장님. “

”사장님! 동생분 찾았어요! “

”진…짜요?!“

”근데 그게 이상한데요….”

정 실장이 다시 입을 열였다.

도진의 머리는 몽둥이에 맞은 듯 이명이 들려왔고  도저히 정 실장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그의 시선은 자연스레 유나한테로 갔고 그 자리에서 꼼짝 않는 도진을 발견한 유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활짝 웃으면서 빨리 오라고 팔을 흔들었다.

유나는 도진한테 다가가려고 자리에서 일어섰고 이때 마침 영화관 단체 손님들이 앞을 가로 질러가서 어쩔 수 기다리게 되었다.

근데 단체 손님들이 지나가고 건너편 그 자리에 있어야 할 도진이가 없다.

‘화장실로 갔나?’

유나가 안 보이는 구석에서 정 실장의 얘기를 마저 듣고 있는 도진은 여기저기 자신을 찾느라 기웃거리는 유나를 얼빠진 사람 마냥 바라보기만 했다.

”집 주소로 가보니 살지 않아서 직장을 알아봤거든요. 근데 주소가 너무 낯익어서 처음엔 뭐가 잘못된 줄 알았습니다. 사장님 가게던데요? 현재 쓰고 있는 이름은 정유나고요. 거기 직원이더군요.“

”… 뭐가 잘못된 거 아닙니까? 말이… 안되잖아요. 유나가 지아라는 게!!“

믿을 수가 없다. 제발 잘못되었다고 말해주길 빌었다.

전화기 너머엔 정 실장의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제 부하직원 한 명 보내서 어제 손님으로 일부러 접근을 했습니다. 사장님이 말해주었던 핑크 곰돌이 목걸이도 확인을 했고 물론 이니셜도 봤답니다. 틀림없습니다. 사장님의 동생분 맞습니다.“

!!!! …

유나가…

정유나가 지아라니…

이게 무슨…

말이 안 되잖아!!! 어떻게 유나가 지아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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