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봄날이 올까 (24회)

죽으나사나 | 2024.01.07 09:11:40 댓글: 2 조회: 258 추천: 2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4537988
따스한 봄날이 올까 (24회)  사라진 도진이.

늦은 밤 레스토랑 2층으로 돌아온 유나는 불안한 마음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디에서 문제가 생겼는지 알 수가 없었다. 무서운 놀이 기구를 잘 못 타는 거 같던데 자기만 생각하고 너무 열심히 논 건지, 아니면 오늘의 데이트 패션으로는 진짜 아니었던 건지… 또 아니면 공포영화가 싫어서 도망을 간 건지… 그것도 아니면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게 착각이란 걸 알게 된 건지…

다 문제가 된 것 같기도 하면서 특별히 이상한 일이 없었던 거 같은데 갑자기 말도 없이 사라진 도진이가 걱정스러웠다.

“무슨 첫 데이트가 이러냐…”

이미 열 번도 넘게 걸어 본 전화지만 마지막으로 걸어 본다는 마음으로 또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역시나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된다는 안내 음성만 나왔다.

“무슨  일이 생겼나…”

늦게라도 다시 전화가 오겠지 하고 생각 한 유나는 휴대폰을 손에 꼭 잡은 채 침대에 털썩 누웠다.

제발 내일 가게에서 만나면 웃으면서 미안하다고, 갑자기 일이 생겨서 그랬다고 말해주었으면 했다.

그러면 삐지다가 못 이기는 척 받아주어야 하지라고 생각하면서 슬슬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피곤한 하루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유나는 도진이가 자기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냥 한번 궁금했을 뿐이라고, 이제 질리기 시작했다고 유나 보고 꺼지라는 도진이의 말을 듣는 꿈을 꿨다.

깜짝 놀라  깨어난 그녀는 아무 소식이 없는 휴대폰을 바라보며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김도진 사장님. 뭐 하자는 거야….”

진짜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죠?

그래도 원망보다는 걱정이 더 앞섰다. 자신이 알고 있는 도진은 아무 이유 없이 그럴 사람이 아닌 거 같았으니…

** 아침,

점심시간이 다 되어가는데도 도진의 모습은 보이지가 않는다. 유나는 테이블을 닦으면서 이따금씩 레스토랑 창문 너머로 밖을 쳐다보았다.

“언니, 누구 기다려요?”

화영이가 그런 유나를 이상하게 여겨 물어본다.

“으응. 아니… 사장님이 오늘은 안 보이시네.”

“사장님? 아까 매니저 님한테 들었는데 새벽에 문자가 왔더래요. 한동안 레스토랑에 못 나온다고요.”

”매니저 님한테 문자를 했다고?“

”네.“

도진에 대한 배신감이 생기면서 유나는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전화랑 문자를 했는데 답장 하나 없더니…

유나는 화장실로 가서 도진이한테 한 번 더 전화를 걸었다. 아니겠지… 왜 나한테만 연락을 안 하겠어.

하지만 여전히 통화는 안 되었고, 이제는 전화기가 아예 꺼져 있었다.

하… 이게 뭔 시추에이션이야?

유나한테는 기가 찰 노릇이었다.

하루가 어떻게 지났는지 모른다. 아무 영문도 모른 채 연락이 끊긴 도진을 기다리느라 무슨 정신으로 일을 했는지 몰랐다.

마감하면서 조길 셰프가 도진이의 오피스텔 위치를 안다고 하길래 주소를 적어서 오피스텔 앞까지 찾아온 유나.

왜 연락을 안 받는지는 모르겠고 이렇게 무작정 찾아오면 많이 싫어하지 않을까 생각도  했지만 가만히 있기엔 이 며칠의 둘 사이를 생각하면 갑작스레 연락을 끊어버린 도진이가 너무나 이상했다.

“딩동~ 딩동~ …”

초인종을 눌러도 답이 없는 집안. 사람이 없는 듯했다.

유나는 그 자리에 쭈그리고 앉았다.

기다리면 오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안 오면 어떡하지? 아니지, 아무 일도 없다는 표정으로 나타나면 어떡하지? 왜 여기에 있냐고 물으면 어떡하지?

화를 내야 하는 건가… 아님 연락이 안 되어서 걱정이 되어서 왔다고 먼저 말해줘야 하는 건가…

모든 게 혼란스러웠다.

얼마나 지났을까, 쭈그리고 앉은 다리가 저려서 주무르다가 시간을 보니 새벽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유나는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도진이네 오피스텔 앞에서 몇 시간을 기다리다가 지쳐서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 며칠을 보냈다.

그러다 어느 날, 오늘도 가게 마감을 하고 도진이네 오피스텔로 가려고 레스토랑 문밖으로 나섰다. 고개를 숙인 채   앞으로 가려는데 갑자기 그녀의 시야에 들어온 건 빨간 구두를 신은 누군가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구두를 따라 머리를 들어보니 다미였다. 그녀는 유나를 보며 옅은 미소를 흘렸다.

레스토랑 안,

“요즘 어떻게 지내요?”

유나의 속을 잘 알고 있는 듯한 질문을 던지는 다미다.

“사장님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죠?”

유나는 자존심 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다미가 알고 있어도 기분이 안 좋겠지만 모른다면 더 막막할 거 같았다. 적어도 지금은 그랬다.

그런 유나를 노려보던 다미가 입을 다시 열었다.

”도진 선배가 유나 씨 연락을 안 받죠?“

다미는 힘들어하는 유나를 이때다 싶어서 조롱하러 왔는지 물어보는 대답은 안 하고 자기가 묻고 싶은 것만 묻는다. 사실 낮에 정 실장한테서 걸려 온 전화 한 통이 다미로 하여금 여기로 다시 오게 하였다.

자신의 오피스텔로 찾아온 도진이랑 대화가 끝나고 며칠을 더 아팠었다. 자신의 말실수로 시작된 이별이었지만 현재 도진의 옆에 있을 유나가 곱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녀가 있는 이 레스토랑에 더는 오고 싶지 않았지만…

[아가씨. 김도진 사장님이 며칠째 연락이 안 됩니다. 혹시  어디에 계시는지 알까요?]

[왜 그래요?]

[사실 저번에 사장님 동생분을 찾았었는데 사장님 가게 직원이더라고요. 많이 놀라 하시더니 그 뒤로 연락이 안 됩니다. 걱정이 되어서요.]

[가게 직원이요?]

[네. 정유나라고 하는 직원입니다.]

[확실해요? 정유나가 도진 선배 동생이 맞아요?]

[그게… 정황상 맞는데 왠지 뭔가를 놓치고 있는 거 같아서 더 알아보고 있는 중이긴 합니다. 저도 이런 일은 생각지도 못했던지라…]

다미는 정 실장과의 통화 내용을 곱씹으면서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자기 앞에 앉아 있는 유나를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선배가 어디에 있는지 물어보러 왔는데, 유나 씨도 모르는군요.“

유나는 다미의 말에 긴 한숨을 내쉬었다.

“둘의 감정이 그 정도밖에 안되는 거였나 봐요?”

아니면 너무 깊어졌거나,

여전히 조롱하는 듯한 다미의 말에 유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더는 할 얘기가 없는 거 같으니 그만 돌아가시죠. 사장님이 어디에 있는지는 저도 궁금하니까 연락이 되면 저한테 꼭 전화 한 통이라도 해달라고 전해주세요.”

유나는 2층으로 올라가려고 몸을 돌렸다. 뒤에서 들려오는 다미의 말에 더 움직일 수가 없었지만…

“도진 선배가 동생을 찾았대요.”

유나는 머리를 돌려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다미를 쳐다보았다.

“진… 짜요?”

동생을 찾았다니… 그래서 연락이 안 되는 거였구나.
근데… 왜? 왜 연락이 안 되었어야만 하지?

의문이 더 생겼다.

”평소 알고 지냈던 사람이 동생이었나 봐요. 아마 그 충격으로 사라진 거 같아요.“

”네? 그게 무슨…“

유나의 속이 타 들어가는 줄 알면서 다미는 알려줄 듯 말 듯  일부러 말을 질질 끌었다.

“그 동생이 누구인데요?”

유나가 조바심이 나 다미를 급히 다그쳤다.
아니,  좋은 예감이 아니었다.

“이 정도까지 말했으면 눈치를 챈 거 아니에요?”

설… 마?

유나는 당황함에 입술을 꼬옥 깨물었다. 어찌나 세게 물었는지 입안에서는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동생이 어릴 때부터 갖고 있던 목걸이가 있어요. 핑크색 곰돌이, 그 뒷면엔 이지아라는 이니셜. 동생만 갖고 있는 물건이죠.”

유나는 옷 속에 숨겨진 목걸이를 움켜쥐었다.

무슨 소리야. 저게…

목걸이라니… 이건… 이건…

“지이이이잉~”

이때 유나의 휴대폰 진동벨이 울렸다.

다미한테 할 말이 있어 보이던 유나는 혁이한테서 온 전화인 걸 보고는 바로 받았다.

“여보세…”

“누나! 엄마가 또 쓰러지셨어!! 지금 119 응급차 타고 가는 중이거든? 대병원으로 와.”

“뭐???!”

유나가 이런 일에 정신이 팔린 사이 또 일이 터져버렸다.

몇 초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던 유나가 급히 밖으로 뛰쳐나가자 다미도 뒤따라 나왔다.

“어디 가요? 차가 필요하면 제 차로 이동하죠. 뭔지는 몰라도 아주 급한 일인 거 같으니까.“

유나는 호의적인 다미를 거부하지 않았다. 지금은 튕길 여유가 없었다. 둘은 아무 말도 안 한 채 병원에 도착했다.

** 대병원,

엄마는 집에서 혁이랑 있다가 갑자기 심장 통증과 호흡곤란으로 쓰러지셨고 다행히 혁이가 금방 발견을 해서 일단 응급조치로 생명의 지장은 없지만 의식이 없는 채로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유나는 남자 때문에 요즘 엄마한테 소홀했던 거 같아 자신이 원망스러워 더 마음이 아파졌고 눈물만 하염없이 흘렸다.

우느라 정신을 못 차리는 유나 대신 혁은 입원 수속을 하러 다른 층으로 갔다.

“의식은 곧 돌아올 거 같대요.”

담당 의사를 만나고 온 다미가 유나한테 손수건을 내밀면서 입을 열었다.

유나는 대답 대신 머리를 끄덕이고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냈다.

다미는 옆에서 옅은 한숨을 내쉬더니 뭔가를 결심을 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금방 차 선생님한테서 들어보니까 유나 씨 어머님은 심장이식만이 답이라고  그러더군요. ”

그건 유나도 잘 아는 사실이다.

“ 유나 씨 어머님을 제가 도울 수 있어요.“

유나는 생각지도 않았던 다미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이 병원 원장님이 저희 아버지예요. 아버지한테 부탁하면 이식할 심장과 돈은 걱정을 안 해도 돼요.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할 수 있어요.“

”그걸 어떻게…“

도울 수 있다는 다미의 말에 유나의 눈이 둥그레졌다.

”단,“

다미의 표정이 단호해졌고, 매서워졌다.

“도진 선배 앞에 절대 나타나지 않는다는 조건이에요.”

뭐…라고??

다미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아픈 유나 씨 어머님을 걸고 이런 조건을 단다는 게 저도 마음이 편치는 않아요. 근데 저도 이게 최선이에요. 저도 얻는 게 있어야 돕고 싶죠.  미안해요.“

약간의 미안한 마음을 비추는 다미의 말을 들으며 바닥을 응시한 채 유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다미 씨는… 알고 있죠?“

”네?“

”제가 사장님의 동생일 리가 없다는 거요.“

유나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말문이 막힌 다미는 입술만 달싹이다 고개를 다른 데로 돌려버렸다.

그래, 다미는 알고 있었다.

[유전자 검사 결과로는 이 둘은 형제는 아닙니다.]

처음엔 진짜 동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게 차라리 다미한테는 좋은 일이었으니까. 근데 유나한테서 신생아 때부터 보육원에 있었다는 얘기를 듣고 아니라는 걸 바로 알았다. 그래서 얼마 전 몰래 채취한 머리카락으로 미리 검증을 받은 다미라 오늘 정 실장한테서 들었을 때도 놀라지가 않았다.

왜 그런 오류가 생겨서 유나를 이지아라고 지목했는지는  모르겠는데 도진이의 동생이 갖고 있어야 할 목걸이가 유나한테 있는 건 궁금하긴 했다.

그리고, 유나는 도진의 동생이 아니라는 걸 얼마 안 가서 바로 알게 될 거고 그걸 도진이도 알게 되면…그러면…

더 생각하기 싫어졌다.

”그 목걸이는 왜 유나 씨한테 있는 거죠?”

다미의 질문에 유나는 곧바로 대답할 수가 없었다.

유나는 아주 오래전, 이제는 점점 흐릿해져가는 그때 그 일을 다시 생각해야 했다.
추천 (2) 선물 (0명)
IP: ♡.101.♡.215
Figaro (♡.161.♡.35) - 2024/01/08 08:28:53

재밌어요.화이팅이에요

죽으나사나 (♡.101.♡.215) - 2024/01/08 10:58:52

>.<

22,943 개의 글이 있습니다.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조회
보라
2006-08-09
33
63044
단밤이
2024-01-23
2
266
죽으나사나
2024-01-23
1
133
죽으나사나
2024-01-22
3
159
죽으나사나
2024-01-22
2
165
죽으나사나
2024-01-21
1
136
죽으나사나
2024-01-21
2
189
여삿갓
2024-01-20
5
810
죽으나사나
2024-01-20
2
199
죽으나사나
2024-01-20
2
153
죽으나사나
2024-01-19
2
198
죽으나사나
2024-01-19
2
127
원모얼
2024-01-18
1
300
여삿갓
2024-01-18
5
916
죽으나사나
2024-01-18
2
203
죽으나사나
2024-01-18
2
186
죽으나사나
2024-01-17
2
222
죽으나사나
2024-01-17
2
162
죽으나사나
2024-01-15
2
209
죽으나사나
2024-01-15
2
161
죽으나사나
2024-01-14
2
173
죽으나사나
2024-01-14
2
631
죽으나사나
2024-01-13
2
178
죽으나사나
2024-01-13
2
234
죽으나사나
2024-01-12
2
221
죽으나사나
2024-01-12
3
238
죽으나사나
2024-01-11
2
239
죽으나사나
2024-01-11
1
249
모이자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