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자친구가 살해되었다 (1회)

죽으나사나 | 2024.01.10 00:13:23 댓글: 2 조회: 505 추천: 2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4538953
내 여자친구가 살해되었다.  (1회) 혜주가 죽었다.

“쾅쾅!!”

“이봐, 남주혁!! 인정해! 당신이 숨겨진 여자친구 김혜주를 죽인 거 맞잖아!!”

서현 경찰서 어두운 취조실에서 강력계 형사 최반장이 답답함에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리치면서 자신 앞에 넋이 나간 얼굴로 미동도 없는 주혁을 노려보았다.

“그쪽 이제 그 톱스타 배우인가 그 신분이 아니라고. 엉?! 지금 피의자라고. 언제까지 이렇게 말도 없이 있을 거냐고!”

위로 치켜올라간 매서운 눈은 원래도 날카로운 인상이 더욱더 부각되어 주혁을 다그쳤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사건은 무조건 잘 해결해야만 했다. 저번에 크게 허탕친 조폭 마X사건만 아니었다면, 윗선에 그렇게 찍히지만 않았다면,  여기서 이렇게 필사적이진 않았을거다.

앞에 앉은 이 자식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만한 인기를 누리고 있던 톱스타 - 남주혁이다.

남주혁. 32세. 현재 서울 강남 고급 오피스텔에서 살고 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남주혁은  진지하게 만나는 여자가  없는 걸로 돼 있다.

그러나 어제까지만 해도 모두가 그렇게 좋아하던 남주혁이가 하루아침에 강북에 있는 해피 오피스텔에서 술에 취해 자다가 경찰에 체포되어 여기로 오게 되었다.

취조를 시작한 지 2시간이 지났는데 얼빠진 사람 마냥 끄떡없는 주혁을 보고 최반장은 전략을 바꾸고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서 이렇게 말을 마냥 안 한다고 해서 나갈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남주혁 씨. 내가 한번 어제 일을 추리해 볼까요? 맞으면 고개를 끄덕이기라도 해봐요.“

그래도 반응이 없는 주혁을 보며 최반장은 말을 이어갔다.

“조사해 보니까 피해자 김혜주는 남주혁 씨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10년 넘게 연애 중인 숨겨진 여자친구더군요. 주변 사람 몇 명 빼고 아무도 몰랐으니  그 인기에 비해 잘도 감추었죠. 그렇게  별 탈 없이 지내오는 것 같았는데 어느 날부턴가 이렇게 숨어만 있어야 하는 자신이 김혜주는 너무 싫은 거지. 그래서 남주혁 당신한테 자신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기 시작했고, 그걸 공개하면 어쩌겠나. 지금 이 인기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건데!!”

아무 반응이 없던 주혁의 까만 속눈썹이 살짝씩 떨리기 시작하자 최반장은 이거다 싶어서 신나게 밀어붙였다.

“처음에는 말려도 보고 윽박질러 보기도 했는데 김혜주가 말을 안 들어.  급기야 이제는 언론사에 자기가 남주혁의 숨겨진 여자친구라고 공개할 거라고 협박을 해.  참다못한 남주혁 씨 당신이 스태프들이랑 술자리가 끝난 어젯밤 김혜주네 오피스텔로 가서 죽인 거지. 내 말이 맞지?“

최반장의 마지막 얘기가 끝나자  이번에는  머리를 푹 숙이던 주혁이의 어깨가 떨리기 시작했다.

성공이다!

“킥…킥킥…”

최반장이 속으로 쾌재를 부를 무렵, 주혁이 머리를 번쩍 쳐들었고 그 얼굴에는 참회의 눈물을 흘리고 있을 거라 예상했던 최반장의 생각과는 달리 광기 어린 웃음이 넘쳐서 이상한 소리를 내며 미친 듯이 웃어댔다. 그 소리는 그야말로 섬뜩하기까지 했다.

“남주혁!!”

화가 머릿 끝까지 치밀어 오른 최반장은 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끽… 키익…”

그 미친 웃음소리는 그칠 줄 몰랐고 이에 협조할 생각이 추호도 없는 주혁을 지금은 상대하긴 어렵다고 생각 한 최반장은 취조실 문을 쾅-하고 차고 나갔다.

“어때요? 반장님.”

밖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던 부하 직원 영태가 물어온다.

“저거 완전 미친 새끼네. 여자친구를 죽인 것도 모자라  참회는커녕 실실 쪼개기나 하고!!“

최반장은 묻기를 기다렸다는 듯 주혁을 미친 듯이 욕해댔다.

”근데 반장님, 아직 용의자라는 증거가 없지 않습니까,“

흥분되어서 주혁을 욕하다 들려오는 영태의 반박 말에 최반장은 자기보다 훨씬 키가 큰 영태를 올려다보면서 레이저를 쏘았다.

”어젯밤에 김혜주가 누군가에 의해 살해되었고 남주혁이 하필이면  그 시간에 그 집에서 자고 있었어. 그것보다 더 확실한 증거가 어딨어!!“

화가 안 풀린 최반장은 찌푸린 미간을 꾹꾹 누르면서 취조실 안에서 아직도 웃고 있는 주혁이를 힐끔 째려보고는 한마디를 더 얹고 영태의 시야에서 멀어져 갔다.

”김혜주 시체가 부검이 끝나기 전까지는 남주혁 아무 데도 못 가. 물도 주지 마. 저 미친 새끼!“

얼마나 지났을까,
누구도 관심을 안 주는 취조실 안에서 한참을 미친 사람처럼 웃어젖히던 주혁의 입꼬리가 서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져 갔다.

자다가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 때문에 여기까지 왔는데 혜주가 죽었다는 말을 들은 후로부터 머릿속이 백지장이 되어 앞에 있던 그 경찰이 여태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지 알 수가 없었다. 마지막 그 말 밖에는…

[… 급기야 이제는 언론사에다 자기가 남주혁의 숨겨진 여자친구라고 공개할 거라고 협박을 해.  참다못한 남주혁 씨 당신이 스태프들이랑 술자리가 끝난 어젯밤 김혜주네 오피스텔로 가서 죽인 거지.]

내가 혜주를 죽였다고? 내가??

혜주가 죽었다는 것도 지금 믿을 수가 없는데 내가 살인자라는 누명까지 씌고 있는 거란 거지 …

김혜주…!

내가 그녀를 죽일 이유가 없잖아!!!

[혜주야, 우리 이제 결혼할까?]

[응?]

주혁이가 주방에서 과일을 씻는 혜주의 뒤에서 그녀의 가는 허리를 살포시 안으면서 속삭였다.

[안돼. 아직은. 너 김기석 감독님 작품에  못 들어갔잖아. 그 감독님 작품까지 들어가고 나서 생각해 보자. ]

[ 에이, 나 이제 TOP 스타란 말이야.  너하고 결혼한다고 발표를 한들 내 인기는 아무 문제 없을 거야!]

자신감이 넘쳐서 소리 지르는 주혁에 비해 혜주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머리만 절레절레 저었다.

[에이…]

나지막이 혼자 중얼거리던 주혁은 도통 협조를 안 해주는 혜주를 번쩍 들어 올려 성큼성큼 걸어가 침대 위로 내 던졌다.

[아앗, 뭐 하는 거야!! 남주혁! 나 손 다 젖은 채로…!]

혜주는 더 말을 이어 갈 수가 없었다. 화난 들짐승처럼 덮쳐든 주혁의 거친 입술에 닿아 호흡이 막혀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젖은 손이 이불에 닿을까 봐 팔을 번쩍 들고일어나려고 저항하던 혜주는 힘으로는 도저히 안되겠는지 천천히 눈을 감고 주혁이의 뜻에 맡겼다.

열정적이 입맞춤을 나누던 주혁이가 아직 침대 위에서 심심하게 드리워져 있는 혜주의 팔을 잡아 자기 목을 감싸게 하고는 더 열심히 그녀의 입술을 탐냈다. 그러다 볼, 목까지 훑더니 갑자기 귓불 쪽으로 스르륵 스쳐가  혜주의 귓불 끝을 깨물었다.

[아앗. 남주혁!!]

갑작스러운 아픔에 정신이 바짝 든 혜주가 소리를 질렀다.

그런 혜주의 모습이  웃긴 주혁은 연신 키득키득 소리를 내어 배를 끌어안고 웃는다.

[너 죽을래 진짜?]

혜주가 침대에서 일어나면서 주혁을 때리려고 주먹을 확 내밀었다. 그러나 주혁은 바로 그런 혜주의 손목을 잡아 자기 코앞까지 당기고는 그녀의 이마에 쪼옥 가벼운 뽀뽀를 남겨주고는 씩 여유로운 미소를 흘렸다.

[내 말을 안 듣는 벌이야.]

이런 걸로 장난치는 주혁이가 괘씸했지만 그 깊고 그윽한 주혁의 눈동자를 당해낼 힘이 없었다.

[오늘은 와?]

[아니, 밤샘 촬영이라 오늘은 촬영장에 아침까지 있어야 할 거 같아. 낼 모레? 시간 되면 들를게.]

나가려고 주섬주섬 외투를 주어 입는 그를  혜주는  턱을 손으로 괴고는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왜, 네가 사랑하는 남자가 너무 멋있어 죽겠어?]

혜주의 뜨거운 시선에 주혁이가 옷을 걸치다가 그녀의 양볼을 꾹 누르며 묻는다.

[응, 너무 잘 생겨서 보고 있어도 자꾸자꾸 보고 싶네.]

[뭐, 그건 김혜주의 이 생의 복이지. 부럽다. 김혜주!]

주혁은 당연하다는 듯이 입으로 쯧 소리 내고는 아직도 침대에 걸터앉아 자신의 등 뒤만 바라보는 혜주를 뒤로하고 현관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래, 이유가 어쨌든 적어도 지금까지는 내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아 했던 건 바로 혜주였다.

그런데 내가 무슨 이유로 날 10년 넘게 지지해 주고 사랑해 주는 혜주를 죽이겠나.

더군다나 혜주는 내가 세상에서 없으면 안 되는 존재!!

나의 안식처다.

근데 그런 그녀가 어제, 그것도 나랑 같은 공간에서 살해당했다. 그 누군가에 의해.

왜, 누가, 착하기만 하고 남한테 싫은 소리 한번 못 내는 혜주한테 이런 일이!!

얼른 범인을 찾아야 하는데,

나는 왜 여기에 이러고 있는 건데!!!

“구속영장이 발부되었으니 재판 전에는 여기서 지낼 겁니다.”

누군지 모를 제복을 입은 남자가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 주혁을 교도소 안에 밀어서 집어넣었다.

원래는 구치소로 가야 할 주혁인데 살인자에 미친놈이라 판단한 최 반장이 구치소에 인원이 찼다는 핑계로 실제 살인자들이 득실대는 교도소로 집어넣었다. 단지 혼쭐을 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각종 살인, 사기 등 범죄자가 살 판치는 이 서현 교도소는 재소자들이 성질 더럽다고 악명이 높은 교도소다. 덤덤한 표정의 주혁이가 들어 오자 모든 시선이 말 한마디 없이 주혁의 몸으로 쏠렸다.

그 눈빛은 호의 따윈 개나 줘버린 듯 살기가 가득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다행히 첫날이라 그런지 아니면 얼빠진 놈처럼 한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놈을 첫날부터 건드리고 싶지는 않은지 다들 어느새 흥미를 잃고 자기 할 짓을 하는 듯하였다.

주혁은 옅은 한숨을 내뿜으며 구석 한편에 자리를 잡아 앉았고 창살 사이 조그마한 창문으로 보이는 시커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작은 별 하나도 안 보이는 어두운 밤만이 주혁의 마음을 아는   듯했고 어느덧 그의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살며시 감춰주었다.

아직 혜주가 죽었다는 게 믿어지지도 않는데 눈물은 눈치 없이 흘러내린다. 이 상황을 아직 받아들이지도 못했는데!

주혁은 그렇게 그 자리에서 쭈그린 채 밤을 새웠다.

“어이~ 일어나 봐!”

아침이 다 될 무렵 잠깐 잠이 든 주혁을 누군가 발로 탁탁 건드리면서 깨운다.

“어? 이 새끼 맞네.”

주혁이가 고개를 들어 보니 예전에 어디에서 깡패짓나 하다가 사람을 몇 명쯤은 우습게 죽이고 잡혀 들어 왔을 법한 한 덩치 하는 재소자가 깡마른 멸치 재소자한테서 주혁한테도 다 들리는 귓속말 아닌 귓속말을 전해 듣고 있었다.

“아까 문지기 강 씨한테 들었는데 이 새끼가 꽤 유명한 배우인데 지 숨겨 놓은 깔을 글쎄 그저께 밤에 죽였답니다. ”

그러면서 한 덩치 하는 재소자의 어깨도 주무르면서 아부를 떨고 있었다.

”형님은 그래도 돈도 안 갚는 나쁜 새끼들을 죽였는데 저 새끼는 지 깔을 죽였다는 게 너무 찌질하지 않습니까?“

멸치의 말에 기분 나쁜 입꼬리를 치켜 올리던  덩치 재소자가 조롱하기 시작했다.

”야. 딴따라. 노래 좀 해봐라.“

“킥킥…”

시커먼 저승사자 같은 몰골을 한 여러 명이 주렁주렁 모여서 주혁이가 과연 노래를 할지 주목하면서 키득키득 웃어댔다. 주혁은 저번에 찍은 드라마 대사를 여기서 다시 듣게 될 줄은 몰랐다. 그걸 또 상대하고 싶지도 않아서 그냥 다시 눈을 감아버렸다.

“하… 저 새끼 봐라?”

“야. 형님이 너보고 노래하라잖니! 일어나!”

한 놈이 주혁의 멱살을 잡아 틀어서 힘껏 들어 올리었고 주혁은 그 힘에 끌려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오…”

누군가의 감탄사와 그에 따른 주혁이의 훤칠한 키는 그의 멱살을 잡은 놈의 기세를 꺾기는 딱 좋았다.

키는 원래 태생이고 이놈들 말대로 남들은 어쩌면 웃을지 모르는 딴따라가 되려고 죽는 둥 사는 둥 열심히 운동을 해서 누가 봐도 187의 큰 키에 떡 벌어진 어깨의 넘사벽 외형을 가진 주혁이었다.

“운동 좀 했나 본데? 그래서 별로 쫄지 않는 면상을 하고 있었구나.“

덩치 큰 소재자가 입꼬리를 연신 올리면서 비웃어 댔다.

”울 형님이 셋 세는 동안 너 트로트 한곡 안 하면 1초에 한 대다. 신입 신고식이니까 여기선 어쩔 수 없는 룰이야.”

그저 마음을 마저 추스르지도 못한 자신을 오늘 만이라도 놔주었으면 바람도 있었다. 적어도 지금은 이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멸치가 다른 놈들 기세를 등에 업고  신이 나서  어느새 주혁의 앞에까지 와서  알짱 거린다.

참을 인내를 넘어선  주혁이 중얼거리다 소리를 지른다.

“… 이런 병신들, 내가 저번에 드라마를 하나 찍은 게 있는데 꼭 너희만한 것들이 이런 유치한 싸움을 걸어오더라? 작가가 글쓰기 전 너희들을 섭외했냐?! 꼴사나우니까 꺼져!!!”

“으윽…”

주혁은 냉소를 퍼부으면서 자기  코앞에서 나대는 멸치의 얼굴을 정확히 가격을 했다. 그러자 멸치는 코를 부여잡고 그 자리에서 뒹굴었다.

“저 새끼…”

덩치는 바닥에서  뒹구는 멸치를 하찮다는 듯 째려보고는 자신한테도 주는 모멸감에 자리에 벌떡 일어나 커다랗고 무거운 다리를 들어 올렸다.

번쩍 들어 올린 발은 주혁의 배 중앙을 묘준해서 박았고 그 힘에 튕겨 나간 주혁은 벽에 쿵 하고 부딪히면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크윽…!”

주혁의 몸은 사실 관상 용의 근육질이었지 싸움꾼은 아니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어이, 딴따라 나부랭이, 가시나들 시선 좀 끌려고 모양새는 좀 만든 거 같은데 그 몸 아껴 써. 그러다 여기서 나가기 전에 다 축난다.”

피씩 웃어대며 충고 아닌 충고를 해대는 거만한 덩치  재소자.

이제 아픈 몸 때문인지 아니면 아픈 마음이었는지 독이 오를 때로 오른 주혁은 앞에서 조롱하는 이들을 향해 소리를 지른다.

“씨 x, 그냥 죽여! 이 새끼야!”

“뭐?? 하하.. 저 새끼 자기가 저러면 누가 쪼는 줄  아나 봐.”

“하하하…”

이들의 여지없이 조롱하는  소리가 귓속에 박히지만 주혁은 턱을 치켜들고 눈을 감았다.

방금 죽이라고 말한 건 진심이었다.

누군가 성큼성큼 다가오는데 무게감이 제법 느껴지는 걸 봐서는 덩치 같다.

혜주야. 우리 금방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퍽!.. 퍽퍽!!!”

어마어마한 쇠 파이프에 맞은 것처럼  안면은 마비가 오고 귀에서는 삐—하는 소리가 들린다.

주혁은 더 이상 못 버티고 그 자리에 털썩 쓰러졌다.

그들의 웃음소리는 차츰 멀어져 가고 의식이 흐릿해졌다.

혜주야...


"야, 김혜주. 김혜주. 너 대체 언제 일어날  거야!? 너 저번에 새로 사주었던 바지 찾아 달라니까~?"

흐릿해져 가던 그 어두운 그림자들의 웃음소리는 안 들리고 누군가의 낯익은 목소리가 귓속에 맴돌았다.

근데... 지금 누구를 부르고 있지?

혜주?

주혁은 눈을 번쩍 뜨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혜주야!!"

뭐라고?

내가 어제 너무 되게 맞았나? 저 자식이 왜 내 앞에...

"혜주 너 어제 혹시 술 마셨냐? 왜 그래?"

무척이나 걱정되는지 입술을 달싹이며 그 자식이 다가와서 이마를 만지려고 한다.

"와아아아 아악!!!"

"왜왜왜!! 뭔 일인데!!!"

내 앞에 그놈은 나의 비명 소리에 자기도 깜짝 놀랐는  침대에 풀쩍 뛰어올랐다.

난 천천히 고개를 돌려 침대 옆에 있는 거울을 보았다.

김. 혜. 주.

혜주가 거울 속에 있다. 그러고 내 앞에는 헝클어진 머리, 유치 찬란한 노랑 팬티만 달랑 입고 휘둥그레 날 쳐다보는 그놈은  남. 주. 혁. 나였다.

그럼 난 지금 누구야?

"너 지금 나보고 뭐라고 불렀어? 엉? 빨리 말해봐!!"

난 내 앞에 멀뚱멀뚱 서있는 남주혁의 그 유난히도 두꺼운 어깨를 붙잡고 다그쳤다. 그러자 깜짝 놀란 그 자식이 어버버 하다가 급기야 소리를 질러댔다.


"... 혜주, 김혜주! 왜, 부르면 안 돼?? 너 혜주잖아!!"

뭐??? 내가 혜주라고??

말이 되냐 이게???
추천 (2) 선물 (0명)
IP: ♡.214.♡.18
Figaro (♡.136.♡.201) - 2024/01/11 23:05:54

드라마가 시작된것 같네요 화이팅이예욧~!>..<

모모커피 (♡.245.♡.209) - 2024/01/31 08:39:29

잘보구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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