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자친구가 살해되었다 (22회)

죽으나사나 | 2024.01.21 01:38:21 댓글: 0 조회: 133 추천: 1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4541840
내 여자친구가 살해 되었다. (22회)  잘못 꿴 단추.

”혜주가 찾아갔다는 걸 민수 너는 알고 있고?“

날카롭고 매서운  눈빛을 하고 있던 주혁이가 시선을 민수한테 돌렸다.

민수가 알고 있었다고?

민서는 여전히 이해가 안 가는 이 말들에 주혁이와 민수를 번갈아보았다.

”그래 알고 있었어.“

“하민수. 넌 알고 있으면서 나한테 왜 말을 안 했어? 그리고  혜주가  유지태를 찾아가는 건 말렸어야지!”

나한테 말했더라면 못 가게 막았을 거야.

주혁은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손에 힘이 들어가고 주먹을 꽉 쥐었다.

민수가 도대체 언제부터 혜주랑 이런 비밀을 만들었는지 기분이 더러워졌다.

”당연히 말렸었지. 근데 말린다고 말려질 혜주가 아니잖아.“

알아. 안다고. 그래도 유지태는 말렸어야지.

”그리고, 남주혁 넌 혜주한테 너무 무심한 거 아니었냐?“

”뭐?“

민서는 어느새 둘 사이에 튕기고 있는 불꽃에  눈치를 보기 시작했고  민수는 인상을 구기며 주혁을 자극했다.

”주혁이 너는 우리가 말을 안 했다고 하지만 옆에 내내 있는 혜주가 무얼 하고 다니는지 아무것도 몰랐잖아.“

”…!“

남을 탓할 게 아니라 너 자신을 잘 봐. 네가 혜주한테 어떤 사람이었는지.

민수의 뼈 때리는 한마디에 주혁의 검은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민수야. 너 어디 가!”

당장이라도 서로 한 대 칠 듯 상대를 노려보는 이 둘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발을 동동 구르던 민서는 고개를 푹 떨어뜨린 주혁을 보고는 어느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민수의 뒤를 따라나갔다.

멍청한 자식. 네가 조금이라도 눈치를 채고 그랬으면 혜주가 그렇게 힘들어하지도 않았어!!

혜주는 왜 저런 꼴통 같은 자식을 좋아해서는!

민수는  민서의 부름에도 그냥  걸어갔고 화를 참으려니  짙은 눈썹이 많이 떨리었다.

7월 13일.

[대표님. 밖에 김혜주라는 여자가 찾아왔는데, 들어오라고 할까요?]

[김혜주?]

직원 한 명이 사무실에 들어와 지태한테  손님이 왔다고 알렸다.

김혜주? 누구지? 어디서 듣던 이름인데…

[들어오라고 해.]

직원은 고개를 끄덕이고 밖에 나갔다.

[유지태.]

누군가가 들어왔고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컴퓨터 모니터를  보던 지태의 시선이 그 사람한테 옮겨졌다.

[너…]

지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혜주! 누군가 했더니 그 김혜주네?]

이게 얼마 만이냐, 그때 남주혁이 훼방만 안 놓았다면 잘 담갔을 그 김혜주잖아.

지태는 의외의 인물 등장에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러나 혜주는 전혀 반가운 건 같지 않았다. 성큼성큼 지태 앞으로 다가가더니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짝—]

찰진 소리와 함께 어느새 지태의 얼굴을 향해 따귀를 날렸다.

[이, 미쳤나?]

당황한 지태가 자기 얼굴 쪽으로 한 번 더 다가오는 혜주의 팔을 꽉 잡았다.

[김혜주. 오랜만에 만난 만남치고는 너무 얼얼한데?]

생각보다 그리 화는 안 내는 지태다. 잡힌 팔을 빼려고 하니 더 꽉 조여오는 지태의 악력. 이번에는 혜주의 팔을 확 당기더니 자기 앞까지 혜주를 밀착시켰다.

[이거 안 놔?]

혜주의 표정이 일그러지며 목소리를 깔았다.

[놓으면, 또 때리게?]

김혜주 너는 아직도 예쁘구나. 제 발로 찾아오다니 이게 웬 떡이냐.

지태는 다른 한 손으로는 혜주의 어깨를 쓰다듬더니 그녀의 허리를 잡았다.

갑자기 들어온 손놀림에 깜짝 놀란 혜주는 불쾌하게 들러붙은 지태의 발을 짓밟아버렸다.

[윽.]

[너 주혁이한테 어떤 식이던 다신 접근하지 마. 알았어?]

아픈 발을 부여잡으면서 혜주를 놓아버리자 바로 몇 걸음 뒤로 물러선 혜주가 협박처럼 으름장을 놓았다.

다시 접근을 한다면  어쩔 건데 하면서 지태가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할 수가 없을걸? 너의 아버지 유성렬, 현 시장이자 대선 출마 중이신 너의 아버지는 네가 그러고 다니는 거 아니?]

지태의 눈썹이 미세하게 구겨졌고 그걸 본 혜주의 입꼬리가 슥 올라갔다.

이거지. 유지태 너는 그때나 지금이나 너네 아버지를 두려워하지. 근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무서워하면서도 나쁜 짓이란 짓을 다 하는 모습이란… 모순된다.

[야, 김혜주. 너 보니까 참 청순하게 생긴 게 나랑 사귀면 딱 좋을 거 같은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

고등학교 2학년 때쯤 자꾸 너의 시선이 내 몸에 멈춰있는 걸 느끼긴 했지만 설마 아니겠지 하는 생각으로 지낼 무렵,  애들이 다 있는 반에서 내 손을 덥석 잡고 물었었지. 유지태.

[꺼져줄래?]

이미 학교에선 소문난 양아치 같은 아이. 남자애들을 괴롭히는 건  물론 여자애들한테도 자기 할아버지를 등에 업고 뭐 갈아치우듯이 여자를 갈아치운다고 소문난 이 자식. 역겨웠다. 나의 손을 잡은 그를 탁 쳐버렸다.

[어쭈. 김혜주 겁도 없이 나한테 이런 말을 한다고?]

그 더러운 손이 나의 어깨에도  닿으려고 하는 순간, 어디 다녀왔었는지 아까까지 자리에 없었던 주혁이가 갑자기 나타나 지태의 몸을 나한테서 있는 힘껏 밀어버렸다. 그리곤 짙은 속눈썹을 내리깔며 경고장을 날렸지.

[혜주한테 얼쩡거리지 마라. 그 손모가지 비틀어버리기 전에.]

그에 쉽게 물러날 지태가 아니었다.

[야, 남주혁. 너는 좀 빠지지?]

지태의 말이 떨어지게 바쁘게 주혁은 옆에 있던 의자를 번쩍 들어 지태의 앞으로  던졌다. 의자는 정확히 지태의 몸에 닿지 않은 그 발 앞에 떨어져 뒹굴었다.  경고였다. 다음엔 얄짤없다는…

[하… X 발… 뭐같이 구네. 경고는 한 번만 한다.]

강경하게 나오는 주혁이한테 지태는 그날은 의외로 물러섰다. 뭐, 선생님이 들어오기도 했으니까.

그 뒤로 주혁이만 보면 약 올리고 속을 긁긴 했지. 얼마 안 지나 갑자기 전학을 가서 그 지긋한 얼굴이 사라졌지만.

[햐… 김혜주는 지금도 독하네.]

지태는 사무실 소파에 털썩 앉으며 눈으로 자기 앞에 있는 소파를 가리켰다. 앉아서 네 얘기를 들어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되었다.

[이제 애들도 아닌데 그런 말 같지않는 걸로 주혁이 괴롭히지 마.]

같이 앉아서 마주 보고 싶지 않았다. 할 말만 하고 갈 거니까.

[근데 내가 주혁이를 만난 것도 알고, 뭔 짓을 했는지도 아는 걸 봐서는 너희는 아직도 같이 붙어있다는 소리네? 내가 이쪽에 몸 담그는 중이라 주혁이 소식은 잘 들리고 있는데 여자가 없는 걸로 알고 있었거든? 주혁이 숨겨진 여자가 너구나?]

[그래서 뭐, 언론에 얘기라고 하게?]

[뭐?]

혜주의 삐딱한 질문에 지태는 큰 소리를 내며 웃어댔다. 그 소리에 온몸에 털이 곤두서는 느낌인 혜주였다.

[나 그렇게 유치하지는 않다. 김혜주.]

한참을 배 끌어안고 웃다가 웃음기 가신 얼굴로 뱉는 지태의 말이었다.

[거짓말.]

혼잣말처럼 외우는 혜주의 말을 언뜻 들은 지태는 소파에 몸을 기댄 채 한쪽 다리를 들어 꼬았다. 시선은 혜주의 몸을
아래위로 천천히 훑었다.

10여 년 전에는 청순했다면 지금은 더 육감적? 남주혁 그 자식의  숨겨진 여자로만 있기엔 좀 많이 아까운데?

여기까지 생각 한 지태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더러운 시선을 또 느낀 혜주가 인상이 확 구겨지면서 입을 열려는 찰나, 지태가 먼저 구미가 당기는 말을 꺼냈다.

[그날은 미안했다고 남주혁한테 전해. 2학년 때 너한테  접근했다가 나한테 망신을 준 건 주혁이었어. 그래서 한 번쯤은 골탕을 먹이고 싶었어. 장난이었으니 걔가 그렇게 바로 꼬꾸라질 줄을 몰랐다 그거야. 이제 우리도 졸업한 지 10년도 넘었어. 나도 이제 여기 대표고.]

지태의 표정이 많이 온화해졌다. 아까까지 장난만 쳐대는 얼굴을 했다면 지금은 사뭇 진지해졌다.

[나도 어느 정도 사회적 위치가 있다는 소리야. 스트레스 풀이로 손을 대면 안 되는 걸 건드렸지만 그게 세상에 알려지면 나도 곤란해. ]

뭔 자기 해명을 이렇게 길게도 늘어뜨릴까라고 생각을 하는 혜주였다.

[그러니 주혁이와 난 같은 배를 탄 거지. 그 한 번에도 주혁은 바로 꼬꾸라지던데? 약효가 왔을 때 엄청 기분이 묘했을 텐데. 너한테 어떤 느낌인지 몸으로 느껴주게 안 했냐?]

또 또 시작이다. 저질이다. 역시.

혜주는 말이 없이 아래입술을 꽉 깨물었다.

[김기석 감독 때문이라고 했지? 걔 목표가 그 형이 하는 작품에 나오는 거라며?]

반박을 할 수가 없다. 배우가 되기 전부터 주혁이가 꿈꿔왔던 거라.

[기석이 형이랑 사이가 안 좋다고 들어서 쉽지 않다는 거는 알고 있고, 내가 나서서 중재를 서 줄 수도 있긴 한데.]

어쩌라고. 그래서.

살살 말로 사람을 데리고 노는 듯한 기분에 더는 얘기 말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혜주는 몸을 돌렸다.

[내가 주혁이를 도와주면 너 김혜주는 나한테 뭐해줄 거야?]

등 뒤에서  뭔가 모를 꿍꿍이가 있을 것 같은 기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도와줄게. 동창인데 그거 하나 못하겠냐? 단, 김혜주 너 나 좀 만나야겠다.]

뭐라는 거지? 쟤가?

혜주는 자기가 지금 뭘 들은 거지? 설마 지금 그런 뜻인가 싶어 고개를 돌려 팔짱을 삐딱하게 끼고 웃고 있는 지태를 노려보았다.

***

민수와 민서가 떠나간 커피숍 그 자리에서 주혁은 한참 동안이나 움직이지를 않았다.

[주혁이 너는 우리가 말을 안 했다고 하지만 옆에 내내 있는 혜주가 무얼 하고 다니는지 아무것도 몰랐잖아.]

민수는 거의 화를 안 낸다.

참다 참다 터진 걸 안다. 모든 걸 알고 있었으면서 말을 안 한 민수한테 화가 났던 건 맞다. 내가 혜주에 대해 몰랐던 일들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을 땐 마음속 깊이 그 몹쓸 질투심도 같이 올라왔었다.

민수 말이 틀리지 않았단 생각이 들면서 가슴속 깊은 곳이 아려왔다.

난 혜주가 없으면 못 산다고 했으면서 반대로 왜 혜주한테는 내가 없으면 안 될 만한 신뢰감을 못 주었을까.
나만 바라보고 나한테만 의지했다면 혜주의 죽음은 막을 수 있었을까.

지태를 찾아가서 혜주는 뭐라고 했을까. 협상을 했을까 아니면 나한테 접근하지 말라고 협박을 했을까.

그 여린 작은 몸으로 그런 양아치를 어떻게 당해냈을까. 내가 모르는 사이 혜주가 얼마나 큰 위험에 빠졌었는지 감히 가늠할 수가 없었다.

어찌하였든 유지태를 만나야 한다.

휴대폰을 뒤지다가 생각난 건 지태의 번호는 없다. 성현이한테 연락을 해보려고 연락처를 찾고 있는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어디에서 보던 번호다.

[여보세요?]

[남주혁 씨죠? 저 기억하죠. 김상혁 동생. ]

[아. 네.]

생각도 못 한 사람의 전화라 약간 떨떠름했다. 블랙박스 찾는 걸 도와주는 걸로 이 사람과의 연락은 끝난 줄로 알았다.

[나도 바빠서 더 관여를 안 하고 싶었는데 서현 경찰서에 우리가 심어놓은 짭새가 있거든요? 뭐 뉴스 보니까 자살이라고 떠서 뭐가 있나 물어보았는데 위에서 내려온 지시라고. 다 덮으라고 했다면서 그러더라고요. 자세한 건 자기네도 모른다고 하면서  오늘 기자 한 명이 찾아와서 사건 당일 오피스텔 출입하는 사람들 사진을 찍었었다고 그러더랍니다.
이미 자살로 종결 났으니 사진만 두고 가라고 해서 사진을 갖고 있다는데 한번 볼래요? 아는 얼굴이 있을지.]

[진짜입니까? 지금 어디입니까. 제가 갈게요.]

[아. 여기로 오는 건 내가 좀 곤란하고 제가 가는 걸로 하죠. 좀 있다 나도 해야 할 일이 있는지라 지금 당장 만날 수는 있죠?]

여전히 쇠로 바닥을 긁는 듯한 목소리다.

[여기 주소 알려줄게요. 당장 만나요.]
추천 (1) 선물 (0명)
IP: ♡.214.♡.18
22,943 개의 글이 있습니다.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조회
보라
2006-08-09
33
63037
죽으나사나
2024-02-05
3
563
나단비
2024-02-05
2
326
죽으나사나
2024-02-04
3
854
여삿갓
2024-02-04
3
599
죽으나사나
2024-02-02
0
473
죽으나사나
2024-02-01
2
330
죽으나사나
2024-02-01
1
154
죽으나사나
2024-01-31
1
170
죽으나사나
2024-01-30
1
182
죽으나사나
2024-01-30
1
152
죽으나사나
2024-01-29
1
173
죽으나사나
2024-01-29
1
179
죽으나사나
2024-01-28
1
171
여삿갓
2024-01-28
3
526
죽으나사나
2024-01-28
1
160
죽으나사나
2024-01-27
1
158
원모얼
2024-01-27
8
975
죽으나사나
2024-01-27
2
155
죽으나사나
2024-01-26
2
179
원모얼
2024-01-26
5
718
죽으나사나
2024-01-26
1
124
죽으나사나
2024-01-25
1
148
죽으나사나
2024-01-25
1
165
죽으나사나
2024-01-24
2
163
죽으나사나
2024-01-24
2
161
원모얼
2024-01-23
3
338
죽으나사나
2024-01-23
1
137
모이자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