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자친구가 살해되었다 (23회)

죽으나사나 | 2024.01.22 05:33:37 댓글: 0 조회: 165 추천: 2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4542052
내 여자친구가 살해되었다. (23회)  지태와 혜주의 은밀한 만남?

김상혁 동생이라고 하는 그 남자는 얼마 안 있어 바로 주혁이의 앞에 나타났다. 급한 일이 있는지 간략하게 얘기하고는 자리를 떴다.

[남주혁 씨한테 파파라치 기자가 붙었었더라고요. 누군가 남주혁 씨가 그 오피스텔을 드나든다는 제보가 있어서 그날  맞은 켠에서 죽치고 있었지만 다른 기자의 호출에 중간에 가버려서 끝까지 찍은 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기다리면서 심심해서 찍은 거랍니다.]

그 남자의 말을 다시 떠올리며 주혁은 하얀 봉투 속 사진들을 꺼냈다.

꽤 많았다. 젊은 여자, 커플. 아줌마.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오간 거 같았다.

그러다 꽤 많이 지나치고 어느 한장에서 시선이 멈춘 주혁이의 눈썹이 크게 일그러졌다.

이건….

유지태다. 주혁이의 생각대로 유지태가 그날 혜주네 집을 다녀갔다.

혜주가 유지태를 찾아갔을 거라고 생각은 들었어도 거기서 끝일 거라 생각했다. 유지태가 어떻게 혜주네 집까지 찾아오게 된 걸까. 도대체 왜?

더 생각할 거 없었다. 바로 성현이한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전화기는 꺼져있었고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된다는 음성만 나온다.

이러면 … 지금은 민수한테 전화할 수밖에 없다. 주혁은 아주 짧은 한숨을 내쉬고는 늦을 세라 바로 전화를 했다.

전화 연결음이 몇 번 뜨더니 민수가 받았다.

지금은 민수랑 네가 잘했느니 말았느니 따질 때가 아니다.

“너 혹시 유지태 번호 아냐?”

“왜,”

아직 화가 나 있는 듯하지만 또 무기력한 말투였다.

”내가 사람을 통해서 사건 당일 오피스텔을 드나드는 기자가 찍은 사진을 손에 넣었는데 거기에 지태가 있어. 그날 유지태가 혜주네 집으로 갔다고.“

”뭐?“

주혁이와의 통화를 끝으로  어느새 민수는 주혁이랑 같이 합류를 해서 지태네 집으로 가는 길이다.

”민서는?“

”늦었으니 집에 가서 좀 쉬라고 했어.“

”아…“

”…“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아깐 미안했어. 너한테 따질 때가 아닌데 내가 마음만 너무 성급했나 봐.“

난데없는 주혁이의 사과에 민수는 굳었던 표정이 조금 풀리는 거 같았다. 시선은 운전하느라 앞만 보면서 입을 열었다.

”괜찮아. 나도 널 자극했는데 뭐. 쌤쌤이지.“

민수의 대수롭지 않아 하는 반응에 주혁은 저도 모르게 픽 하고 웃었다. 그러나 혜주의 죽음이랑 직결되었을지도 모르는 유지태를 만날 생각을 하니 다시 마음이 착잡해져 표정이 굳어져 갔다.

진짜 그 자식이 혜주를 죽인 거라면…!

“이 늦은 밤에 무슨 일인데.”

전화를 하니 나가기는 피곤하니 집까지 오라고 한 건  유지태였다.

들어가자마자 지태는 귀찮다는 듯 중얼거리며 소파에 기댔다.

저 자식이 만일 혜주를 죽인 거라면…

“퍽! 퍽 !“

”아윽…“

”야. 남주혁. 그만해!“

정말 순식간이었다. 이 집에 들어서고 현관문이 닫히기 바쁘게 신발도 안 벗은 주혁이가 뛰어가서 지태의 멱살을 잡고 얼굴을 미친 듯이 가격한 건.

지태는 아파서 얼굴을 싸쥐고 주혁을 피해 멀리 떨어져 나갔고  민수는 그대로 놔뒀다간 큰일이 날 거 같아서 급히 뜯어말렸다.

”아 씨 x. 할 얘기가 있다더니 보자마자 주먹질이냐!!!“

주혁을 피해 한참 뒤로 떨어져 나갔으면서 그래도 소리를 버럭 지르는 지태였다.

주혁은 지태를 노려보며 손에 꽉 쥐고 있던 사진을 지태 눈앞에 내밀었다.

”10월 8일 저녁 너 왜 혜주 찾아갔냐?“

뭔가 싶어서 미간을 좁히며 사진을 보던 지태의 눈썹이 미세하게 올라갔다.

“왜 갔냐고! 이 새끼야!!”

민수가 주혁의 몸을  아직도 꽉 잡고 있어서 망정이지 아니면 또 흥분해서 지태를 때릴 뻔했다.

“아씨… 언제 이런 걸 찍었더냐? X 같네.“

혼자 중얼거리며 소파에 다시 앉은 지태는 난감한지 머리를 싸쥐고 고개를 떨구었다.

”야. 유지태. 너 많이 수상하다. 지금. 저번에 내가 찾아왔을 땐 혜주를 최근에 만난 적이 없다고 딱 잘라뗐잖아.“

민수가 지태를 이미 찾아왔었다고?

민수의 말에 주혁은 왠지 미치게 팔딱 뛰던 심정이 조금은 가라앉는 느낌을 받았다.

“그랬지. 근데 내가 갔다고 하면 날 살인자 취급할 거 아니야.“

”뭐? 이 개자식!!“

태연하게 앉아서 할 말은 아닌 거 같은데?

주혁이가 또다시 버럭 화를 냈다.

”워워~ 그만하고.  늬들하고 확실히 얘기하는데 나 김혜주 죽음이랑 상관없다. 애먼 사람 잡고 그러지 마라.“

누가 믿냐 그걸.

“너 그럼 그날 거긴 왜 갔는데! 넌 거기에 간 것만으로도 이미 피의자야. 경찰 조사를 받아야 된다고!”

주혁이가 소리를 질렀다.

“그건…”

말을 하는 게 맞나?

지태는 화가 나서 씩씩 거리는 주혁이랑 싸늘한 눈빛을 하고 있는 민수를 쳐다보고는 마음을 더 굳혔다.

“혜주 나랑도 동창이잖아.  놀러 간 건데?”

뭐라고??

지태는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 그래야만 했다. 그날 왜 거기에 갔는지 말을 한다면 전에 했던 혜주의 말대로 일이 복잡할 거 같아서.

[뭐라고? 협박 문자가 왔다고?]

[어, 이거 너나 주혁이 보낸 게 아니냐고.]

협박 문자를 받았었다. 주혁이네를 만나고  안 좋게 끝난 후 열흘 정도 지났었나. 지태한테 돈을 준비하라는 문자가 왔다.

<약하는 거 안다. 네 명성, 그리고 너의 이런 일탈들이 너무나도 신경 쓰일 시장 님을 생각해서 네가 지불해야 할 게 있다. 현금 100억.>

주혁이라 생각되어 처음엔 다짜고짜 혜주를 찾았다. 왜 꼭 혜주여야만 했는지는 생각해 보면 잘 모르겠다. 당황했고 무조건 감정적으로 나오는 주혁이한테 직접 묻기보다 일단 주혁에 대해서는 제일 잘 아는 이성적인 혜주를 먼저 떠보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이게 주혁이가 보낸 거 같다고?]

혜주는  어이없어했다.

[주혁이가 만일 너한테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면 시시하게 이런 식으로 하겠니? 너 걔 성격 잘 모르는구나. 차라리 약을 한 증거를 찾아서 경찰서에 넘기겠지.]

피식거리면서 웃어넘기는 혜주의 말이 일리는 있는 거 같아서 일단 의심을 접기로 했다.
그러던 그날 밤 지태의 본가에서 호출이 있었다.

[나가서 무슨 짓거리를 하고 다니길래 나한테 이런 문자가 와!!]

대노한 유성렬이 집에 들어오는 지태를 다짜고짜 골프채로 때리기 시작했다.

“으윽..!! 아빠. 죄송해요. 죄송해요!!”

지태한테는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존재.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오금이 저리는 사람. 아빠였다.

[개만도 못한 자식. 네가 언젠가는 내 앞길을 막을 게 뻔하구나!]

꽈당 하는 소리와 함께 손에 들었던 골프채를 바닥에 내팽개친 성렬은 화를 삭이며 소파에 앉았다.

[미성년자 때 네가 웬 여자애를 임신만 안 시켰다면, 내가 그걸 처리하느라고 자리를 옮기지만 않았다면 난  이미 대통령을 하고도 남았다. 이제 다시 기회가 생겼는데  짐승도 못한 네가 또 이 지랄이냐??!]

맞다. 고등학교 2학년이 거의 끝나갈 무렵 많이도 만났던 여자들 중 한 명이 지태도 아닌 유성렬을 찾아왔었다.
아들의 아이를 가졌다고 말이다. 집에서는 어떤 사람인지는 몰라도 밖에서는 티끌 하나 흠집 생기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게 유성렬이었다.
자기가 계획하였던 정치는 일단 접고 그 여자애를 처리해야 했다. 애는 당연히 지우고 소문이 터지기 전에 전학 가기 싫다는 지태를 다른 지역으로 보내버렸다. 물론 그 여자애는 단번에 떨구어내기 힘들었다. 임신 사실을 지태도 아니고 그 아비인 유성렬을 찾아갔다는 건 그 나이에 보통 애는 아니었다. 돈으로 입막음을 하고 겨우 해외로 보내버렸다.

그때 고생했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극도의 짜증이 올라오던 성렬은 자신의 휴대폰을 지태의 앞에 던졌다.

들어오자마자 골프채에 맞아 만신창이가 된 지태가 성렬의 눈치를 보며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집었다.

씨 X… 입에서 저도 모르게 나지막한 욕이 나갔다.

<당신의 아들이 밖에서 무얼 하고 있는지 알고 계십니까? 유성렬 시장님.>

잠자는 하이에나를 건드리네. 어떤 새끼인지 잡히면 죽인다.

지태는 분노에 이를 갈았다.

[너 어떤 짓거리를 하던 이제 상관은 안 한다만 만일 그 일이 나한테 영향을 줄 때는 유지태 너, 내가 아들이라고 안 봐주는 거 알지.]

성렬의 내리깐 목소리는 지태로 하여금 또 오금을 저리게 했다.

자신이 그 짓거리를 하고 다니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는 않지만 은근 여러 명이 있다. 친하게 지내는 다른 엔터테이먼트 대표, 회사 직원 몇 명. 그리고  주혁이랑 만났던 그날 몇 명. 그중에 한 사람이 지금 갑자기 협박을 한다는 뜻인데…

누군지 감이 안 오는 와중에 매일 문자 한 통씩 왔다. 문자만 올 때도 있고 나중엔 동영상도 왔다. 룸바에서 그 짓거리를 하는 모습. 제대로 잘못되었다는 걸 느꼈다.

증거도 있으니 아빠한테 죽겠구나.

미친 듯이 찾기 시작했다. 준비하라는 100억도 준비했지만  돈을 언제 어떻게 받을지 연락이 안 왔다.

[야. 유지태. 너는 의심이 가는 사람이 없어?]

혜주가 한숨을 내쉬었다. 주혁이도 어찌 되었던 한 번이라도 경험을 한 몸이라 지태가 조사를 받으면 혹시나 주혁이한테도 영향이 갈까 무서웠다.

[없어. 다 의심스럽고 또 다 아닌 거 같아.]

한숨이 나가긴 지태도 마찬가지였다.

[난 아닌 거 알지?]

성현이가 옆에서 얼음이 들어간 커피를 들이키다 오도독오도독 소리를 내며 얼음까지 씹어댔다.

[너는 이럴 배짱이 없는걸 알지.]

지태가 성현이를 힐끗 쳐다보고는 중얼거렸다.

[혜주는 미안하다야. 주혁이랑 기석이 형을 만나게 해주겠다고 약속을 하고선 상황이 상황인지라…]

[괜찮아. 어쩔 수 없지. 먼저 너를 협박하는 놈을 찾아야 할 거 아니야.]

[그렇지.]

[미끼를 던져볼까?]

혜주가 뭔가 생각을 하는 거 같았다.

[미끼를 어떻게?]

성현이도 관심이 가는지 몸을 혜주쪽으로 기울였다.

[그놈은 너한테 문자나 보내고 아직 따로 연락을 취한 적은 없다고 했지? 네 지인이라는 소리인데 다짜고짜 100억을 요구하는 걸 보면 돈이 꽤 급한 사람일 거야. 어쩌면 네 옆에서 네가 불안해하는 걸 다 지켜보고 있을 수도 있어. 그거 알아? 생각보다 돈을 요구한 놈이 더 불안하고 초조하다는 거. 그 100억? 최대한 끌어봐.]

그러면 불안한 쪽이 먼저 연락을 취하겠지.

“진짜 그럴까? 그러다 열받아서 다 오픈하면 어찌해야 되지?”

[아니, 어떻게든 깔고 있던 마지막 패까지 까긴 할 거야. 네가 100억을 줄 때까지. 다만 그 패에는 너와 네 아빠를 나락까진 안 보낼 거야.]

[왜?]

[그냥 돈만 필요한 놈이니까. 네 아빠 같은 사람을 끝까지 끌어내려서 자기한테 뭐 그리 좋은 결과가 있겠어.]

[아…]

[우린 그 마지막 패가 뭔지 보자고.]


혜주의 말이 왠지 일리가 있는 거 같았다. 가만 보니 혜주를 자기편에 둔 게 확실히 신의 한 수인 듯하다.

처음 찾아온 날 만나자는 얘기에 발끈해서 나가려는 혜주를 잡았다. 그 뜻이 아니라 동창들 모임이 있는데 같이 나가자고. 남주혁은 그날 촬영이 있다고 민수한테서 미리 들어서 그 둘은 못 올 게 뻔한데 같이 가서 동창들 보자고 했다.

사실 여자를 임신 시키고 전학을 가고 나서  아빠가 지정한 대학에 들어가려고 미친 듯이 공부를 했다. 안 하면 아빠한테 맞아죽을 거 같았으니까. 거기서 지낸 고등학교. 재수까지 하면서 겨우 들어간 대학까지도 활개를 못 치고 몇 년 동안은 죽은 듯이 살았다.

그래서 그런가, 마지막 자신이 즐겼던 이 고등학교 친구들이 많이 생각났다. 뭐 자신이 그렇게 호감이 갈 짓은 못 했지만 그나마 자유로웠던 자신을 아는 동창들을 더 보고 싶었다. 그래서 혜주도 같이 가자고 했다.

혜주가 고민하는 거 같아서 한번 한 장난 이제 다신 안 할 거라고. 대신 남주혁이를 도와주겠다는 다짐을 해주고 나서야 동창회에 같이 가게 되었다. 혜주가 남주혁이랑 만나는 것도 다 비밀을 지켜주겠다 했다.

나한테 끌려가듯이 간 동창회인 줄 알았는데 혜주는 오랜만에 본 동창들이 좋았는지 엄청 기분에 좋아 보였었다.

남주혁한테는 사실 뭐 그리 좋은 감정까지는 아니라도 이제 와서 밉거나 그런 건 없었다. 어릴 적 생각이 나서 장난을 좀 쳐봐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연예계도 은근 깊숙이 들어간 물건이라 당연히 괜찮을 줄 알았다. 남주혁 그게 그렇게 바로 쓰러질 줄 몰랐고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도와줄까 말까 하는 찰나에 혜주가 찾아온 것이다. 따로 사심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뭐 이제는 어리던 10대 소년이 아니니 그냥 조금 남은  호감 정도?

남주혁을 도와줘야겠다 생각을 한 그때 협박 문자가 오기 시작을 한 것이다.

혜주가 옆에 있으니 왠지 혼자 고민할 때보다 많이 마음이 놓이는 건 뭘까. 다행이다 싶었다.

[야, 근데 우리 주혁이랑 만났던 그 룸바는 괜찮나 모르겠네.]

지태의 사색을 깨버린 건 성현이의 한마디였다.
추천 (2) 선물 (0명)
IP: ♡.214.♡.18
22,943 개의 글이 있습니다.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조회
보라
2006-08-09
33
63041
죽으나사나
2024-02-05
3
564
나단비
2024-02-05
2
329
죽으나사나
2024-02-04
3
856
여삿갓
2024-02-04
3
602
죽으나사나
2024-02-02
0
474
죽으나사나
2024-02-01
2
332
죽으나사나
2024-02-01
1
156
죽으나사나
2024-01-31
1
172
죽으나사나
2024-01-30
1
183
죽으나사나
2024-01-30
1
154
죽으나사나
2024-01-29
1
174
죽으나사나
2024-01-29
1
181
죽으나사나
2024-01-28
1
173
여삿갓
2024-01-28
3
530
죽으나사나
2024-01-28
1
162
죽으나사나
2024-01-27
1
159
원모얼
2024-01-27
8
979
죽으나사나
2024-01-27
2
157
죽으나사나
2024-01-26
2
183
원모얼
2024-01-26
5
722
죽으나사나
2024-01-26
1
127
죽으나사나
2024-01-25
1
151
죽으나사나
2024-01-25
1
168
죽으나사나
2024-01-24
2
165
죽으나사나
2024-01-24
2
163
원모얼
2024-01-23
3
341
죽으나사나
2024-01-23
1
140
모이자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