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자친구가 살해되었다 (36회)

죽으나사나 | 2024.01.28 16:34:09 댓글: 0 조회: 173 추천: 1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4543714
내 여자친구가 살해되었다. (36회) 미나의 작전.


“왜?!”

술잔을 들이켜던 민수가 깜짝 놀라 하며 주혁을 다그쳤다.

“얼마나 기다리던 건데 저절로 찾아온 복을 찬다고?”

민수는 그 모든 걸 기억을 못 하니… 이해를 못 하겠지.

“그냥…. 그렇게 바랬는데 정작 같이 하자고 하니 별게 아닌 거 같더라고. 그리고 나 지금 하고 있는 작품 마무리되면 한동안 좀 쉬려고.”

“응?”

이해가 안 가 닦달을 하려던 민수가 차분해지며 주혁이의 말을 더 들으려고 흩어진 자세를 고정했다.

“그리고 미나를 떨쳐내려면 김기석 감독하고는 걸리는 게
없어야 될 거 같아.”

“5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너 좋다던?“

“그것도 그건데  훅 들어와. 옛날이랑 달라. 내가 뭐라 하던 타격감이 하나도 없다니까?”

“뭘, 어떻게 훅 들어와??”

한숨을 내쉬며 뱉는 주혁이의 말에 궁금증만 가득 살아난 민수가 몸을 테이블에 바짝 붙이며 가늘던 눈을 반짝였다. 

“이제 보니 민수 너…. 남의 불행을 은근 즐기는 눈치인데?”

주혁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정곡을 찔린 민수는 몸을 뒤로 홱 젖히며 입꼬리를 슥 올렸다가 다시 내렸다. 뭐 지금의 자기 처지를 생각하면 적어도 상대방이 들러붙는 게 더 나아 보이니. 

“부럽다. 난 누군가의 마음을 돌리려고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거 같은데. 그 애가 나한테도  그렇게 붙었으면 좋겠다.”

“그 애? 누구?“

민수는 말을 안 했다.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내던 주혁이가 대뜸 회사 출근을 한다던 민수의 말이 생각났다. 

”너 요즘 회사 다닌다고 하지 않았어? 어때? 회사 생활.“

”좋지. 살얼음판.“

민수의 고민이 있어 보이는 눈빛을 봐버렸지만 주혁은 더 묻지 않았다. 자기랑 다르게 묻는다고 술술 다 불어줄 민수가 아닐 거니. 

아무렴, 알아서 잘 하겠지. 다음엔 좋은 소식을 들려다오. 


”바로 집에 들어갈 거야?“

”어, 가야지. 내일 촬영이 있어.“

”그래.“

”너도 내일 출근 아니야? 내가 회사 생활은 못해봤지만 규칙적인 생활 힘들지 않아? 빨리 가서 쉬어.“

술이 부족해 아쉬워하는 민수의 어깨를 툭툭 치더니 주혁은 등만 보인 채 손을 흔들면서 저 멀리까지 가버렸다. 

혜주가 없어도 다행히 넌 자기 생활을 찾아가고 있네. 마음 한구석은 한없이 무거울 텐데 그걸 이제 너 혼자서 버틸 수가 있다는 게  대단한 거 같다. 너도 한층 성장하고 있는 거겠지. 혜주는 그리 오래 자리를 비지 않을 거야. 곧 돌아오겠지. 부럽다. 남주혁. 

뭐, 이제 와서 혜주한테 미련이 남아서 하는 생각은 아니고 언제라도 다시 돌아올 사람이  있다는 게 부러웠다. 

[뭐? 하민수. 너 지금 뭐라고 한 거야?]

지사에 출근하기 전 본가에 들어가서 자기 의지를 밝혔다. 

엄마는 역시나 이번엔 양보를 할 수 없다는 태도가 강렬했다. 

[너 그 연예인 매니저를 한다고 판 시간이 얼마인데. 이제 와서 또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난 반대야. 이제는 아빠 밑에 딱 들어가서 경영을 제대로 배워.]

[엄마. 딱 한 번이야. 내가 한다면 열심히 하는 거 알잖아.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야.]

민수가 엄마의 옆에 찰싹 붙어서 그녀의 팔을 조물조물 마사지를 해주며  눈웃음을 쳤다. 

[놔둬요. 여보. 여보가 언제 민수를 이긴 적 있어? 괜히 힘만 빼지 말고 마지막 한 번이라는데 봐줘요.]

[당신은 정말! 회장이란 사람이 어찌 그리 태평이에요? 민수는 우리 외동아들이란 말이에요. 정신을 바짝 안 차리면 나중에 당신이 힘에 겨워 경영을 못 할 때에는…]

화가 잔뜩 올라서 붉어진 얼굴 아래로 언성을 높이던 엄마가 마지막 말은 실수라고 느껴져 말끝을 흐렸다. 아직 저렇게 튼튼한 남편을 보면서 악담을 하는 느낌이었기에. 

분명 화도 낼 법한데 아빠는 지 말에 당황해서 입을 다물어버린 엄마를 보고 껄껄 웃기만 했다. 

회사를 지금까지 성장시키면서 회사 일에는 얄짤없는 남편이지만 가족, 특히 외동아들한테는 한없이 너그러운 아빠였다. 

매니저 일을 한다고 할 때도 엄마는 풀쩍 뛰었다. 그러나 남편이랑 같이 힘을 써도 모자랄 판에 남편이라는 작자는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아들을 지지해 주었으니….

이번에도 자신만  나쁜 사람을 만드는 분위기에 엄마는 매서운 눈빛을 쏘았다. 

“[알았으니까 민수 너, 시간 길게 안 준다. 뭐하려고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딱 한 달만 시간을 줄 거야. 거기에 누가 있어서 그런 거 같은데 그 한 달 안에 못 잡으면 깨끗하게 포기하는 걸로.]

민수는 유독 날카로워진 엄마의 눈매에 한 달은 너무하다고 입을 벌리려다가 다시 꾹 다물었다. 

사실 매니저를 한다고 처음에 약속한 시간을 훌쩍 넘겼던지라 지금 또 따지기에는 너무 염치가 없었다. 민수도 안다. 지금의 엄마가 얼마나 자신을 참아주고 있는지.  마지막 체면은 지켜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알겠어요. 한 달이면 되죠?]

대답은 그렇게 했다만  한 달이란 시간은 사실 너무 짧다. 주말을 빼고 나면 스무날 남짓한 시간 동안 그렇게 자신만 보면 철벽을 치는 민서의 마음을 돌린다는 건 조금 무리가 있어 보였다. 

하…

술이 한창 고팠지만 주혁이 말대로 내일 일찍 출근할 거를 생각해 입만 다시고는 집으로 가는 택시를 잡았다. 

다음날,

“너…”

회사로 바로 출근하라는 윤호의 부름에 대표실에 들어서자마자 반듯하던 주혁이의 얼굴이 하얀 종잇장을 구기듯이 마구 구겨져 있었다. 

“주혁 오빠. 앞으로 잘 부탁해요.”

하,

실소가 나갔다. 자신을 보고 생글생글 웃고 있는 미나가 이제 무서운 생각까지 들려고 한다. 

“주혁아. 아는 사이라며? 오늘 아침에 김기석 감독님한테서 연락 오셨어. 새로운 작품을 같이 하고 싶다고 그러셨어. 햐~ 우리 주혁이 올해 가기 전에 또 큰일을 하나 냈어.“

그건 그렇고 얘는 왜 여기에 있냐고요. 

주혁이 밝은 미나를 보며 눈썹을 구기고 있었다. 

”새해 들어가면 또 바빠질 텐데 너한테 매니저 한 명 더 붙이려고. 미나 씨랑 잘해 봐. 알았지?“

”네??“

그제야 노려보던 미나에서 윤호한테로 시선을 돌린 주혁이가 두 눈을 치켜들었다. 

”금방 뭐라고 했어?“

”미나 씨가 네 매니저라고. 매니저 두 명. 너 바빠질 걸 대비해서 한 명 더 둔다고.“

”그럴 필요 없는 거 같은데요?“

”왜애~. 원래 너 정도급이면 전담 매니저랑 서브 매니저가 필요해. 동훈이가 잘하고는 있는데 좀 많이 버거워 하고 있긴 해. 미나 씨가 전담이고 이제 동훈이는 서브가 될 거야. ”

“네??”

미간이 점점 좁혀오는 주혁의 얼굴은 안 보이는지 윤호는 자기 할 말만 하고 걸려온 전화를 받으며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뭔 전담이고 서브고. 나에 대해 뭘 안다고 얘를 전담 매니저로 넣냐고. 

“오빠. 걱정 마요. 저 오빠에 대해 아는 게 많으니까.”

내 말이 너한테 들렸니? 

혼자 속으로 생각한 걸 마치 들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미나는 픽 하고 웃으며 아까부터 얼굴에 온갖 표정 변화를 가져오는 주혁을 관찰했다. 

“잘 부탁드려요. 주혁 오빠. 제가 잘 할게요.“

잘하지 마. 안 그래도 돼.

네가 필요 없어. 나는. 

그랬는데, 미나는 남주혁이라는 사전을 정독하고 왔는지 주혁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오빠. 40도로 맞춘 온수요. 지금 빨리 마셔요.“

”오빠. 여기 핫팩. 아까 5분 전부터 문질렀어요.“

”오빠. 그 옷은 오빠 얼굴색이랑 안 맞는 거 같은데? 오빠는 웜톤 피부라  어두운 계열보다 밝은 색상이 어울리잖아요. 코디 언니!! 여기 주혁 오빠 상의 핑크로 바꾸면 안 돼요?”

대사를 읊기 전 항상 온수를 마시는 습관과, 손이 차면 온몸이 굳는 걸 대비해 항상 쉬는 시간에 미리 따뜻하게 해 놓아야 하는 핫팩, 주혁이의 얼굴 톤에 맞는 의상.

“근데 그게 이게 협찬이라 어쩔 수 없었어요. 미나 씨.”

“협찬이요? 아…. 그럼 완전히 빼는 건 안되겠고 아니면 밝은 색상의 가디건을 입었다가 벗는다던가, 그것도 아니면 밝은 색상의 스카프를 하던가 그러시면 주혁 오빠의 얼굴이 확 더 살 거 같은데요. 어때요? 언니?“

자칫 잘못하면 남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을 정도로 열정이 과한 미나였다. 근데 사람을 풀어주는 수단이 좋다고 해야 하나, 며칠이 안되었는데 바로 현장에 있는 스태프들이랑 각별한 사이가 되어있는 미나. 

“형. 솔직히 말해. 김미나를 내 매니저로 채용한 게 김기석 감독 때문이지?”

“엉? 미나가 김기석 감독이랑 뭔 상관이 있는데?”

윤호가  화들짝 놀라며 주혁을 다그치는 꼴을 보니  미나가 김기석 감독의 딸이라는 거까지는 모르는 거 같다. 

“그럼 미나를 왜 갑자기 …”

“이틀 전인가 이력서를 들고 찾아왔더라고. 스펙이 장난 아니야. 미국 지버드 대학에서 석사학위까지 딴 인재야. 너 알잖니. 나 공부 잘하는 사람한테 약하다는 거. 원래 또 너한테 사람 하나 더 붙이려던 참이었고. 너에 대해서 너무 빠싹하길래 팬인 줄 알았는데 아니라고 하더라고.“

팬은 아니다?

그래. 미나가 내 팬은 아니지. 

근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 무얼 위해서?

날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진짜 그 이유라면 이럴 필요가 없어. 미나야. 

나한테는 혜주 이외에  그 누구도 들어올 자리가 없을 거거든.

걱정과 달리 미나는 진짜 주혁이 매니저를 하고 싶었는지 너무나도 열심히 자기가 맡은 업무를 잘 해내갔다. 어릴 때
감독인 아빠를 따라 현장을 많이 다니면서  어깨너머로 배운 게 꽤 있는지라 이쪽은 잘 안대나 뭐라나. 

뭐, 일하면서 공과 사를 구분을 못하고 들이대면 어떡하지 하던 주혁의 걱정은 싹 가셨다. 너무나 공을 잘 구분하는 미나가 진짜로 매니저 일을 하고 싶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주혁 오빠. 조금 있다가 영화 홍보차 간단한 인터뷰가 있을 거고요. 몇 개의 질문이 있을 건데 여기에 예시로 있거든요. 보면서 답을 생각해 놓으세요. 생방이라 생각하는 데에 시간을 너무 쓰지 말고요.”

네네. 알겠습니다. 

미나는 주혁이한테 사전 질문지를 챙겨주고 아직 해결이 안 된 뭔가가 있는지 부랴부랴 대기실을 나갔다. 

혼자 맨날 뭐가 저리 바쁜지 모르겠다. 

뭐, 그 덕분에 내가 많이 편해졌지만. 

주혁은 만족의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시 머리를 가로저었다. 

쟤한테 말리면 안 돼. 이러다 또 언제 이상한 소리를 할지 모르니.

마음을 가다듬고 질문지를 훑어보았다. 

어디 보자. 조금 있으면 답해야 할 질문들이 …

영화에 관한 질문들이네. 별게 없네. 


“안녕하세요. 남주혁 씨. 저희 프로그램엔 진짜 오랜만에 출연하시는 거 같아요~ 저 하르랑 예전에 인터뷰도 하고 그랬었는데 기억나실 가요?”

리포터 하르가 통통 튀는 매력을 발산하며 카메라 화면과 오디오를 꽉 채웠다. 

“네. 당연히 기억하죠. 이렇게  매력적인 하르씨는 잊을 수가 없죠.”

주혁은 침도 안 바르고 입을 털었고 그러다 카메라 뒤쪽에 서서 흐뭇하게 자신을 바라보던 미나랑 시선을 마주치고는 다시 하르한테 고개를 홱 돌렸다. 

“자, 그럼 오랜만에 제가 주혁 씨한테 몇 가지 질문을 하고 싶은데 성심성의껏 대답해 줄 의지가 있습니까?”

“네.”

짙은 눈동자를 천천히 감았다 뜨는 주혁이를 보며 입꼬리가 한없이 올라간 하르는 들고 있던 질문지를 접어서 자신의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주혁은 조금은 이상하다 여겼지만 크게 신경을 안 썼다. 

하르만의 스타일인가 보다 생각을 했다. 

”남주혁 씨. 만나는 사람 있죠?“

“네?”

조용하던 촬영 현장이  조금씩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입꼬리를 여전히 한껏 올린 하르가 주혁이한테 확신에 찬 눈빛을 날리며 또 질문을 이어갔다. 

”제가 들은 바로는 그 상대가 김기석 감독님 따님이라는 얘기가 있던데. 제가 들은 게 맞는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어디서 이런 얘기를…

주혁은 카메라 뒤에 있는 미나한테 고개를 돌렸다. 미나는 저도 모르는 일이라는 듯 두 손을 짝 펼치면서 어깨를 들썩였다. 표정을 보니 자신은 진짜 억울하다는 얼굴이었다. 

그럼 갑자기 이게 무슨 상황이라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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