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자친구가 살해되었다 (39회)

죽으나사나 | 2024.01.30 07:48:57 댓글: 0 조회: 153 추천: 1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4544108
내 여자친구가 살해되었다. (39회) 보고 싶었다. 김혜주.
“오늘 출발하는 배표 살 수 있나요?”

매표소에서 직원이  이제 마무리를 지으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누군가의 다급한 목소리에 멈칫했다.

꾹 눌러쓴 검은 모자에 마스크까지 착용했지만  큰 기럭지에 깊은 눈꺼풀 아래 가련하게 초조한 눈빛은 여직원의 시선을 충분히 끌었다.

“아… 잠시만요.”

한참을 노골적으로 쳐다보며 눈을 못 떼던 여직원은 아차 싶었는지 컴퓨터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곧 출발하는 막배가 있어요. 끊어드릴까요?“

”네. 부탁드릴게요.“

배가 있다는 말에 주혁은 그제야 여직원을 보며 싱긋 웃었다.

무슨 남자 눈이…너무 예쁘잖아.

여직원은 달아오르는 얼굴 온도를 느끼며 표를 주혁이 손에 넘겼다.

무거운 뱃고동 소리와 함께 주혁이가 올라탄 지  얼마 안 되어 배는 유유히 부둣가를 떠났다.

다행이다.

오전 일찍 출발했는데 이 나라 땅 끝에 있는 그 작은섬은 주혁이가 하루 종일 거의 쉬지도 않고 운전을 해서야 금방 도착했다.

배 시간을 놓칠 가봐 조마조마했었는데 그래도 제시간에 와서 다행이었다.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주혁은 휴대폰 배경사진 속 혜주의 사진을 사랑스레 내려다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주혁 오빠. 여자친구랑 무슨 일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이면 오빠가 더 많이 다가가요. 그렇게 힘들어하면서 버티지 말고.]

어제 술집에서 민수가 가고 나서 미나가 꺼낸 말이었다.

[가끔 여자들은 아무 말을 안 해도 남자가 자신을 알아주길 바란다고요. 남자는 그게 어렵겠지만 여자들은 그래요. 원래.]

[…]

[찾아가요. 여자친구한테.]

미나의 얼굴엔 분명히 어둠이 서려있긴 했지만 괴로워하는 주혁을 보는 건 자신도 싫으니 차라리그의 좀처럼 안 풀리는 일이 빨리 해결되었으면 하고 생각했다.

미나의 말에  불현듯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잘… 지내셨어요?]

[어, 주혁이구나. 나야 잘 지내지. 넌 요즘 어때?]

아줌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혜주의 장례식이 끝난 이후로 연락을 취한 적은 없었다. 연락을 할 수도 없었고 놔드려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화장로 앞에서 오열하던 아줌마, 내 손을 꼭 잡으며 하던 말들…. 아줌마의  나긋한 목소리를 들으니 또다시 울컥했다.

[혜주 때문에 전화했구나?]

…!!!

설마 했는데 진짜 혜주가 아줌마랑 같이 있었다.

[언제부터 돌아가라고 했는데 안 가고 버티고 있어. 근데 혜주 너 은근 기다리고 있는 눈치야. 여긴 작은 섬인데 서울에서 꽤 멀어. 네가 혜주 좀 데려가 줘.]

주혁은 어느덧 설레면서 가벼워지는 가슴을 내리쓸며 잔잔한 파도가 이는 바다를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한 시간 남짓 걸려서 배는 작은 섬에서 정박을 했고 삼삼오오 승객들이 내리기 시작했다.

[배에서 내리고 두 갈래의 길이 보이거든. 왼쪽 길을 타고 쭉 올라오면 민박 하나가 있어. 아줌마가 여기서 작은 민박을 하고 있거든. 혜주도 같이 있으니 그냥 오면 돼.]

앞에는 이미 여러 사람들이 아줌마가 말했었던 왼쪽 길로 앞장서서 가고 있었고 주혁이도 천천히 그 길로 발을 들였다.
앞에 가는 사람들은 거의 커플이거나 가족이었고 아마  이 섬으로 여행을 온 모양이다. 주혁을 제외하고 다들 저마다 캐리어를 끌고 다니고 있었다.

한 5분을 걸었나, 크지도 작지도 않은 민박집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서 오세요~ 몇 호실 예약하셨을까요?”

“101호요.”

“101호요? 이쪽으로 오시죠.”

민박 직원으로 보이는 여자가 앞에 있던 커플한테 방을 안내하며 먼저 시야에서 사라졌다.

“103호 예약하신 분들 맞으시죠? 인원은 음… 다섯 분인가요?”

이윽고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앞에 모여있는 사람들 때문에 시야는 가려졌지만 누군지 단번에 알 수 있는 그 예쁜 목소리.

“어? 저희 네 명인데요?”

“그럼 저 뒤에 계시는 저분은…”

큰 키로 우뚝 서있는 주혁이 방향으로 손가락을 내밀자 모두가 뒤를 돌아보았다.

“… 저희 일행이 아닌데요.”

그 중 한 명이  주혁을 보고는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면서 옆으로 움직이는 사람들 덕에 그제야 서로를 자세히 볼 수가 있었다.

혜주다!

금방까지 잔잔하게 뛰던 가슴에 방망이로 마구 두들겨대듯  세차게 뛰었다.

하늘은 아까부터 점점 어둑해졌었고 민박 주변에 갑자기 밝은 불빛이 들어왔다.

그제야 주혁은 꾹 다물어져있던 불그스름한 혜주의 입술이 차츰 벌어지는 걸 보았다. 저 맑은 눈동자는 왜 또 저리도 흔들리는지.

많이 놀랐구나. 아줌마가 내가 온다고 말을 안 할 거라 하더니 진짜 안 했나 보네. 짓궂으시네.

“103호는 여깁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아무 말 없이 서로를 응시하는 모습을 이상하게 지켜보던 사람들은 아줌마의 말소리에 이들한테 관심을 끄고 자리를 떴다.

떠들썩하던 주변이 조용해졌다.

“우리 10년 넘게 만나면서 지금처럼 길게 떨어져 있은 적 없었지? 혜주야.”

주혁이가 천천히 앞으로 다가가며 먼저 입을 열었다.

놀라서 동그래졌던 혜주의 눈이 차츰 가늘어져갔다. 그 고운 눈에서 이슬이 맺히는 걸 보았다.

“왜 울어. 바보같이.”

주혁의 손길이 혜주의 눈가와 얼굴을 조심스레 스쳤다.

“너는 아무래도 너무 독한 거 같아. 어떻게 연락 한 번을 안 하냐?”

원망 섞인 주혁이의 투덜거림에도 혜주는 아무 말도 안 했다. 아니, 눈물이 벅차올라 엉엉 소리 내어 우느라 말할 수가 없었다.

주혁은 혜주가 이렇게 서럽게 울 줄은 몰라서 당황스러웠다.
혜주가 자신을 보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여러 버전으로 생각을 했지만 이렇게 우는 건 아주 생각 밖의 일이었다.

주혁은 어깨를 들썩이는 혜주의 몸을 꼭 끌어안아주었다.

보고 싶었다. 김혜주.


혜주가 어느 정도 진정이 되고 나서 둘은 같이 민박 안으로 들어갔다.

“오랜만이다. 주혁아.”

마지막 장례식장에서 보았던 얼굴과는 너무나도 대조되는 자상한 눈빛을 한 아줌마가 주혁을 반겼다.

“와아… 진짜 남주혁 배우네! 사장님이 따님 남자친구가 남주혁 배우라고 할 때 뻥치지 말라고 했었는데 진짜네?”

마스크와 모자를 벗은 주혁을 본 민박 직원이 감탄을 발사했다.

“쉿. 지금은 비밀 연애니까 어데 가서 이상한 소리 하면 안 돼~”

아줌마가  입을 못 다무는 직원을 조심시켰다.

“아니요. 소문내셔도 됩니다.“

정제된 주혁이의 말에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주혁은 옆자리에 조용히 앉아있는 혜주한테 한껏 사랑스러운 눈길을 건네며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곧 결혼 발표를 할 거고 저희는 결혼할 겁니다.”

직원은 어머머 하면서 웃으며 놀라 했고 여전히 서로를  마주한 주혁의 굳은 결심을 본 혜주는 깜짝 발언에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가 바로 반달을 그리며 미소를 지었다.

이제 더 이상 너를 나의 숨겨진 여자로 안 살게 할 거야.

선희는 요즘 부쩍 불안해 보이던 자기 딸을 찾아온 것부터 시작해 결혼을 할 거라는 주혁을 보며 혜주와 같이 덩달아 불안했었던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는 오열하는 혜주 때문에 너무 무서웠었다. 주혁이한테 혜주가 여기에 있다고 전화를 해주고 싶었지만 혜주가 절대 안 된다고 극구 말리는 통에 차마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주혁이가 전화를 해왔고 이렇게 제 발로 찾아온 거고. 처음에는 헤어졌나 생각을 하기도 했었지만 결혼을 할 거라는 걸 보니 그냥 잠깐의 이별 같은 거였나 보다.

내 딸이 이제는 결혼을 할 나이라니…

기분이 좋으면서도 가슴 한구석이 먹먹해졌다.

엄마 말이 법인 줄 알고 꼬박꼬박 잘 듣던 18살 된 딸이 어느 날 갑자기 반박을 하기 시작했고 그게 뒤늦게 찾아온 사춘기로만 생각했다.

아르바이트를 찾아다니고 그러다 학업은 아예 포기를 하고 돈을 벌어야 한다고 했을 때는 피가 거꾸로 솟는 거 같았다. 욕하고 때리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 이미 훌쩍  커버린 딸애를 이길 수가 없는 노릇이었지만.

그 모든 원인이 주혁이라 생각했다.

어린 시절 치기 어린 불장난일 뿐이라 생각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도 이렇게 애틋하게 사랑하고 있는 걸 보면 그때의 딸애가 사람을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어린 시절 자신보다는 딸애가 먼 앞날까지 다 꿰뚫어 본 듯했다.

고마워. 주혁아.
아빠 없이 불쌍하게 큰 우리 혜주를 변함없이 좋아해 줘서.

어느덧 주혁이랑 시선이 닿은 선희는 눈물을 옷소매로 슬쩍 훔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오늘 하루 종일 힘들게 운전을 하고 왔을 텐데 제일 따뜻한 방으로 줄게. 푹 쉬어.”

그리곤 급히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

선희는 바닥이 따뜻하다 못해 뜨거운 온돌방을 하나 내어주었다.

”방은 따뜻한데 민박에 침대방은 없고 다 온돌방이라 조금 불편할 수는 있어. 이불은 장 안에 있고 욕실에 있을 건 다 있으니 그냥 쓰면 되고, 음…“

“엄마.”

나갈 것처럼 그러다가 또 돌아서서 뭔가를 전달하려는 선희를 보고 혜주는 눈살을 찌푸렸다.

“어?”

“또 할 말이 있어?”

“어, 아니.”

근데 왜 자꾸 여기서 사람 불안하게 이러는데요?

혜주는 찌푸린 미간과 함께 표정으로 물었다. 혜주의 따가운 시선을 느낀 선희는 일부러 눈을 주혁이한테 돌렸다.

“아줌마가 주책이지? 이러면 이럴수록 네가 불편할 텐데. 이만 갈게.”

“아, 아니에요.”

주혁이가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선희도 옅은 미소를 띠고는 방문을 닫고 나왔다.

딸 가진 부모 마음이란 게 원래 그런 거야. 너희들이 아무리  오래 만났어도 결혼도 안 한 남녀가 같은 방에 단둘이 있다는 게 마음 한구석이 좀 그래. 너도 네 새끼를 낳아봐라. 어떤 마음인지.

선희는 닫힌 문을 힐끔 쳐다보고는 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며 자리를 떴다.

“나… 먼저 씻을게.”

“어, 어 그래.”

진짜 긴 시간을 혜주랑 같이 지내왔었다.

근데 고작 2개월을 떨어져 있었다고 아줌마가 나가고 둘이 남은 방엔 극도의 어색함이 물들어있었다.

주혁은 급히 욕실로 먼저 뛰어들어갔다.

샤워기에서 따뜻한 물줄기가 뿜어 나오면서 금세 욕실 안을 수증기로 뽀얗게 메웠다. 주혁은 김이 서린 거울을 손으로 슥 닦고는 멍하니 어딘가 긴장한 자신의 모습을 쳐다보았다.

그러다 픽하고 웃음이 나왔다.

혜주를 보고 긴장하긴 또 처음이다. 가끔 떨어져 있는 것도 좋은 건가?

아니야.

이 생각이 들자마자 머리를 힘껏 저었다.

혜주는 내가 항상 보이는 곳에 있어야 해.

그러다 아까 저녁식사를 끝내고 혜주가 설거지를 하러 간 사이 아줌마가 했던 말이 떠올라 올라갔던 입꼬리가 스르르 내려오는 주혁이.

[주혁아. 혜주 있잖니.]

[네. 말씀하세요.]

혜주가 혼자 힘들지 않을까 싶어 따라가려던 주혁이가 선희의 부름에 자리에 다시 앉았다.

[두 달 전쯤 혜주한테서 갑자기 연락이 왔었어. 나한테 오고 싶다고. 그래서 이유 불문하고 일단 오라고 했어. 나도 혜주가 많이 보고 싶기도 했고.]

선희의 온화하던 표정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엄마란 사람이 딸애한테 모진 소리 많이 해서 후회가 많았는데 그래도 엄마라고 찾아온 게 너무도 고마웠어.]

알아요. 아줌마가 혜주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주혁은 선희의 어두워진 눈을 보며 눈썹을 살짝 모았다. 선희의 무거운 얼굴을 보니 저도 모르게 긴장해졌다.

[혜주가 밤에 자꾸 악몽을 꿔. 가끔은 울부 짖으며 허우적대는데 내가 다 무서울 지경이었어. 너한테는 절대 연락을 하지 말라고 해서 안 했지만 얼마나 더 버틸지 참으로 걱정이었는데 네가 마침 찾아온 거야.]

딸애가 안타까워 나오는 눈물을 참던 선희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말을 이어갔다.

[울 혜주가 너를 많이 좋아해. 항상 혜주의 옆엔 네가 있었지만 아줌마가 처음으로 이런 소리를 하는 거 같네. 우리  혜주를 부탁해도 되는 거지?]

선희는 입술까지 깨물었지만 끝끝내 눈물을 못 참고 흘렸고 주혁이 눈가도 어느새 촉촉해졌다.

[걱정 마세요. 아줌마.]

주혁의 굳은 결심 가득한 눈빛을 마주한 선희는 그제야 안심이 되는 듯 표정이 다시금 온화해졌다.

악몽이라니…

무슨 악몽을 꾸길래 그렇게 힘들어했을까. 나한테 연락도 안 할 만큼.

너한테 묻고 싶은 게 많아. 혜주야.

욕실 문이 열리자 바깥을 물끄러미 내다보던 혜주가 고개를 돌려 주혁을 바라본다.

“주혁아. 여기 와봐. 눈 오고 있어.”

“그래?”

혜주는 손을 살짝 내밀어 주혁을 불렀다. 욕실에서 나오기 전까지 생각이 많았었는데 어느새 자석에 이끌린 듯 혜주가 바라보고 있는 창가로 다가갔다.

“오오…”

감탄사가 절로 나갔다. 민박 처마 밑 반짝이는 등불 사이로 하얀 눈이 소리 없이 내리고 있었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이곳은 금방까지 들리던 손님들의 웃음소리가 뚝 끊기자 주변이 차츰 정적이 되어갔다. 시끌벅적한 도시에만 있다가 이런 잔잔한 풍경을 보니 부풀어 오르던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주혁은 팔을 뻗어 자신처럼 바깥 풍경에 푹 빠진 혜주의 허리를 뒤에서 꼭 끌어안았다. 그러자 혜주는 그런 주혁이의 두 팔 위에 살포시 손을 얹었다.

따뜻하다. 혜주의 몸.

얼마나 서 있었을까.

“나 씻고 올게.”

갑작스러운 한마디와 함께 혜주는 자신의 허리를 감쌌던 주혁이 팔을 스르륵 풀었다.

“어, 응.”

여전히 어색한 말투와 함께 풀린 팔을 어정쩡하게 내린 주혁이가 그 자리에 멈춰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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