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탐내도 될까? (2회)

죽으나사나 | 2024.02.05 17:39:06 댓글: 4 조회: 567 추천: 3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4545691
너를 탐내도 될까? (2회)  순조롭지 않은 첫 만남.

부장님이  갖고 오신 의류는 정 과장의 말대로 그대로 영진 그룹에 납품을 했다간  바로 사살을 당할 것 같았다. 색상도 다르고 하다못해 디자인도 약간 달랐다. 

곧바로 김포공장으로 갔다. 연세가 있으신 사장이 직접 나서서 죄송하다고 머리를 허리까지 떨구는데 크게 화를 낼 수가 없었다. 

난 원래 이런 거에 동요를 하는 사람이 아닌데 왠지 이번은 마음이 어딘가 모르게 짠해졌다. 

죽으려고 해서 그런가? 다 사람 하는 일이고 실수가 없는 일이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으니….

그리고 일단 질책을 하기보다 해결이 먼저였다. 

처음부터 그렇게 한 건 아니고  근래 3일 동안만 다르게 진행을 해왔었단다. 3일 동안 주야 교대를 하면서 공정까지 하나 빼고 하는 통에 꽤 많이도 찍었더란다. 다시 처음 개발 때 했던 그 업무 일지대로 수량을 맞춰주겠단다. 

그래서 어쨌든 납품일은 못 맞춘다 그거다. 

그럼 영진 그룹에서의 뒷수습은 누가….

제조 품질팀이 영진 그룹에 연락을 먼저 했다. 납품일 얘기가 나오자마자 딱 자르더란다. 
우리 회사랑 고작 두 번째 거래고 거래 중 제일 중요한 신뢰가 시간 약속인데 그걸 못 지키면 대표한테 뭐라고 해도 안 통할 거라고 했다. 

납품일을 못 맞추면 계약은 없던 걸로 한다는 계약서 조항을 읊어주더란다. 

이번 건이 제대로 납품이 되고 영진 그룹에서 상품화가 되어야 우리 회사한테도 큰 이득인데. 

그래야 다음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가 있는데. 

어떡하지?

긴급회의를 열었다. 누군가 직접 영진 그룹 대표를 만나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손이야 발이야 빌어서라도 이번 계약은 유지를 해야 한다는 말. 

“이번 프로젝트 기획에 제일 공이 큰 윤 팀장이 가.”

“네?”

여러 고민을 하던 부장의 지시가 나의 발등에 뚝 떨어졌다. 

싫다고 하면… 안 될까요?

난감하다는 눈빛을 간절히 부장님한테 주고받았다. 그러나 이내 모른 척 눈길을 홱 돌린 부장은 한마디를 더 던지고 회의실을 나갔다. 

“납품일을 일주일만 늘려달라고 해.”

일주일 만이요?

하루도 안된다고 딱 잘라 말했다는데 일주일이라면…

폭탄은 어쨌든 나한테 던져졌다. 

나보고 가서 죽으란 소리군요. 

영진 그룹. 사업으로는 안 하는 분야가 거의 없는 우리나라에서 서열 5위 안에 드는 대기업. 어떤 사업이든 손을 갖다 댔다 하면 팡팡 잭팟이 터지는 회사라 그와 연관된 많은 중소기업들을 키워주었다. 대신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들면 바로 내쳐버리는 그 잔인함을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 …

우리 회사 창업 이래 처음으로 하는 의류사업이기도 하고 그걸 처음부터 전략을 짜고 기획을 했던 게 나였다. 영진 그룹하고는 몇 년 전에 아주 작은 계약을 해서 성공을 한 적이 있었고 그걸 바탕으로 그쪽에서 이번 기획안을 받아들였고  우리 회사는 이번 건이 성공하면 회사는 또 한층 커질 거라 예상을 해 다들 벅차있었다. 

[만일 영진 그룹에서 계약 파기를 한다면 김포공장 측은 아주 큰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 법무팀에서 소송을 준비 중이라 하더라고.]

아무래도 내가 직접 찾아가는 건 무리일 거 같아서 부장님한테 갔더니 툭 바닥으로 뱉은 그의 말이었다. 

진짜 머리가 땅에 닿을 듯이 연거푸 죄송하다고 하던 김포공장 사장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하…

그래서 나는 어쩌다 보니 이렇게 영진 그룹 회사 앞에서 들어도 못 가고 발만 구르고 있다. 

영진 그룹 대표는 한 번도 직접 만난 적은 없다. 언론에 거의 얼굴을 안 비추는지라 썩 몇 년 전에 TV에서 잠깐 보고는 본 적이 없다. 그 잠깐에도 그의 매서운 포스가 TV 밖으로 튀어나올 듯했는데. 

내가 그 얼굴을 마주하고 사정을 해야 한다니…

하. 하하…

혼자 너털웃음을 짓는데 지나가던 사람들이 정신 나간 여자 취급을 하며 힐끔거렸다. 

큰 숨을 들이켜고 후 하고 내뱉었다. 

어쨌든 부딪혀 봐야지!

이걸 해결하고 난 사직서를 쓰고!! 그다음은….

그래!

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면서 들어가려는데 회사 입구에서 보안요원들이 갑자기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뭐지?

고급 세단이 회사 입구에 정확하게 멈추었다. 

단정한 검은색 양복을 입은 남자가 내려서 조수석으로 뛰어가더니 정중하게 허리를 굽히며 차 문을 연다. 

이 순간이 이상하게 슬로우 모션으로 보인다. 

차에서 천천히 발을 내려 차가운 바닥을 묵직이 밟으며 나오는 남자. 영진 그룹 대표-  분명 TV에서 보았던 그 얼굴이다. 

권기혁. 

앞으로 몸을 기울며 차에서 내린 권기혁의 몸은 허리까지 쭉 펴니 일반인 평균보다 꽤 커 보이는 옆에 서있는 직원들의 키를 무색하게 할 만큼 우뚝 솟아있었다. 

와아…

이럴 때가 아닌데 넓은 어깨 아래로 툭 떨어져 있는 각진 슈트를 입은 그가 런웨이를 하듯이 보안요원 틈새로 걸어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감탄을 했다. 

“아!!”

그의 모습이 시야에서 아예 사라지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짧은 감탄사와 함께 회사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권기혁 대표님!!”

무작정 큰 소리로 불러서 이목을 집중시켜야 했다. 
조용히 가서 저 좀 만나주실래요? 하면 절대 안 만나줄 것을 아니까. 

예상대로 1층 로비에 있던 모든 이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권기혁은 바로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회사에서 이렇게 큰 소리로 자기를 부를 사람은 없었을 테니 이쯤이면 돌아보시지. 

그러나 이번 예상은 빗나갔다. 살짝 멈칫하던 발걸음은 다시 성큼성큼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갔고 보안요원들이 갑자기 나의 팔을 양쪽에서 잡았다. 

“무슨 일로 오셨을까요?”

“저, 저 대표님 만나러요.”

금방 대표님 부르는 걸 들었잖아요. 

“예약을 하신 게가 아니면 그냥 가시죠. 예약을 하시고 오세요.”

권기혁 뒤에서 가깝게 걸어가던 남자가 뒤돌아서 오더니 한마디를 던졌다. 

“안 만나주시니까 그러죠.”

퉁명스레 뱉었다. 

여기 오기 전에 꼭 한번 대표님 만나게 해달라고 스케줄 비워달라는  얘기를 몇 번 했는지 아냐고. 비서실에서 도저히 말을 들어야지. 

“예약 없이는 대표님 못 만납니다. 그럼.”

똑바로 서서 응시하면서 하는 그 남자의 말이 하나도 삐딱하지 않았는데 듣는 순간 기분이 안 좋았고 남자는 머리를 살짝 숙여 인사를 하고 권기혁이 갔던 엘리베이터 방향으로 갔다. 

뒤따라 가려고 하는데 양옆으로 잡힌 팔은 빠져나가기 힘들었다. 

5,4,3,….

눈이 좋아도 난 너무나 좋은 거 같다. 보안 게이트를 통과하고 나서야 있는 그 엘리베이터 위 숫자가 보인다. 거의 내려오고 있다. 문이 열려서 올라가면 난 기회가 더 없을 거다. 분명히!

“이거 좀 놔주실래요? 집에 좀 가게요.”

“아. 네.”

포기한 듯 집에 돌아간다는 내 말을 믿은 보안요원들이 나의 팔을 잡았던 손을 풀자 난 미친 듯이 보안 게이트 방향으로 뛰어갔다. 

누군가가 들어가려고 카드를 찍었고 난 그 틈새로 쏙 빠져 들어갔다. 

“어어?? 이봐요! 멈춰요!!”

뒤늦게 반응이 온 보안요원들이 뒤따라왔지만,

띵- 하는 엘리베이터의 도착음과 함께 난 천천히 발을 떼는 권기혁을 안으로 확 밀었고 나도 뛰어들어갔다. 

아까 예약 없이는 못 만난다고 내뱉던 그 남자는 밖으로 홱 밀어내고 닫힘 버튼을 미친 듯이 눌렀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행동에 그 남자는 뒤로 휘청거리다 넘어졌고 그 틈에 엘리베이터 문은 굳게 닫혀버렸다. 

와아~. 대박. 난 역시 손발이 빨라. 대단. 

혼자 007 같은 작전을 수행한 거에 대해서 자아도취를 하고 있는데 중요한 걸 깜빡하고 있었다. 

뒤에서 눈살을 찌푸리며 자신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는 그 커다란 몸집의 남자- 권기혁이 있었다는걸. 

뒤를 돌아보니 권기혁은 웃음기 하나 있을 리가 없는 얼굴에 찬 바람이 쌩쌩 불었다. 엘리베이터 안이 너무 춥게 느껴졌다. 

“저… 처음 뵙겠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머리를 확 숙여서 인사를 했다. 권기혁 팔에 머리를 박고 말았지만 이내 아무 일 없는 듯 꼿꼿하게 서서 차가운 그와 시선을 마주했다. 

”리더스 마케팅 팀장 윤하정이라고 합니다.“

착각인가? 그 차가운 얼굴과 상반되는 흔들리는 눈빛을 본 거 같은데.

”무지하고 실례라는 걸 아는데 어쩔 수가 없었어요. 비서실에 연락을 그렇게 했는데 안 된다고만 해서요.“

생전 모르는 여자가 갑자기 앞에서 재잘재잘 말을 하니 쳐다보는 건 당연할 텐데 너무나 뚫어져라 보는 저 눈은 왠지 이상한데?

”이번에 저희 회사랑 콜라보 하기로 했던 24년도 봄여름 시즌 의류에 대해서 말씀드릴게 있습니다.“

또 그냥 쳐다보기만 한다. 

”저… 대표님??“

내가 아까 너무 많이 밀었나. 엘리베이터밖에 있던 남자는 자빠질 정도로 밀었는데 대표님한테는 그 정도로 민 것도 아닌데 이리도 넋이 나가 있다니…

“이름이 뭐라고요?”

천근만근이라도 되어 보이던 그의 입이 열렸다. 

“윤하정입니다.”

하정이 이름을 다시 들은 기혁의 눈썹이 다시 씰룩거렸다. 

***

얼떨결에 기혁을 따라 대표실까지 들어왔다. 밖에 있던 비서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하정일 쳐다보았지만 어색한 웃음을 날리고 대표실로 졸졸 따라 들어왔다. 

처음 오는 곳이라 소파에 앉아서도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살폈다. 

넓고 크다….

우리 대표님이랑 역시 스케일이 다르구나. 
참으로 소박한 울 대표님. 

똑똑하는 소리와 함께 비서가 어느새 커피를 들고 들어왔다. 기혁이 앞에 먼저 내려놓고 하정이 앞에도 내려놨다. 

하정은 엉덩이를 살짝 들면서 고맙단 인사를 전했다. 

”달칵.“

비서는 나갔다. 

“…”

일단 저지르고 보자고 해서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영진 그룹 대표실에 앉아있다. 

자신의 무모한 행동에 오히려 회사 이미지에 마이너스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그 무섭게 느껴지던 권기혁과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게 두려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얘기해 보죠. 왜 그렇게까지 날 만나고 싶어 했는지.”

정제되고 무거운 중저음의 목소리. 

시계를 쳐다보더니 더 기다리지 못한 그가 입을 열었다. 

말을 해야 한다. 

”납품일을 조금만 늘려주세요. 대표님.“

시선은 마주하지 못했다. 마주하고 싶지도 않았고 마주할 자신도 없었다. 

”왜 그래야 하죠?“

변함없는 감정이 안 실린 목소리. 

“그건…”

아차차,
무작정 찾아와서 빌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생각을 미처 못했다. 납품일이 당장 이틀 뒤라. 

“왜 그런지 합당한 이유도 못 찾은 채 저를 찾아온 겁니까?”

비소가 들리는 듯했다. 

망했다. 

머리를 굴려. 빨리 굴려. 

“소송을 한답니다.”

“소송? 누가.”

“저희 회사에서 이번에 사고를 친 회사 상대로 소송을 할 거라는데 그 보상액이 어마어마해요. 그 작은 회사가 감당을 못할 겁니다.”

“아…”

외마디 감탄사가 그의 입에서 나왔다. 

“저희는 사실 계약 파기로 끝나도 회사는 돌아가겠지만 그 회사는 아예 죽을 수 있어요. 대표님께서 납품일을 일주일만 늘려주시면…“

”저기요, 윤하정 씨?“

하정의 말을 매정하게 툭 끊은 그가 처음으로 입꼬리를 올렸다. 

“내가 지금 그쪽 하청업체까지 신경을 써가면서 거래를 해야 합니까? 이게 무슨 누가 불쌍하다고 해서 봐줄 도덕적 문제가 아니라 법적인 문제입니다. 그걸 지키지 못하고 어긴 사람은 거기에  맞는 처벌을 받는 게 맞고요.”

올라간 입꼬리는 비웃음이었다. 

“아직 발표와 오픈까지 여유가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딱 일주일만 시간을 주시면 대표님한테 후회 없는 거래가 될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는 다급해진 하정을 매서운 눈으로 쏘아보았다. 하정은 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움찔했지만 입술을 잘근 씹고는 또 입을 열었다. 

”제발 부탁드리겠습니다. 영진 그룹 덕분에 살아난 중소기업이 너무나도 많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만큼 기업들 중에서 크나큰 영향을 끼치고 있고 도움을 많이 줬을 거라 여겨집니다. 이번 한 번만 눈을 감아주시면 다음엔 아무 차질이 없도록…“

”다음은 없습니다. 이만 나가세요.“

할 말을 잃고 입이 벌어졌다. 

그는 예상대로 매정한 사람이었다. 

곧이어 아까 자신을 놓쳤던 보안요원들이 대표실로 쳐들어왔고 하정은 그렇게 영진 그룹에서 개 쫓기듯이 쫓겨났다. 

하…

어떡하지? 

하정은 끝이 안 보이는 영진 그룹 건물 위를 슥 올려다보고는 터덜터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
그날 밤, 

<K> 룸살롱.

”대표님.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실장님 금방 오셔요.“

온몸에 화려한 치장을 한 아리따운 여자가 대표라는 사람한테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룸 밖으로 나갔다. 

금방 올 거란 말 그대로 얼마 안 지나 문이 열리면서 룸 안에 금세 향긋한 향을 가득 채우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오셨어요? 대표님.”

그 미소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왕년의 룸살롱 에이스답게 고급 지고 아름답다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대표라 불리는 남자의 입꼬리가 많이도 올라갔다.




추천 (3) 선물 (0명)
IP: ♡.214.♡.18
Figaro (♡.136.♡.111) - 2024/02/05 18:29:38

재밌네요 3화 어디있어요?ㅋㅋㅋ

죽으나사나 (♡.214.♡.18) - 2024/02/05 18:37:44

없어요. …

Figaro (♡.136.♡.111) - 2024/02/05 21:22:50

작가님 화이팅입니다.ㅋㅋㅋ 진짜요 ㅋㅋ대박예감?ㅋㅋ
무튼 화이팅에요 ㅎㅎ힘 빠지신거 같으신데요.편히 쉬시구요 잘쉬고나서 또 힘내요 ㅋㅋ

죽으나사나 (♡.214.♡.18) - 2024/02/05 22:48:39

써야겠는데 멘탈이 안 돌아와서요. 지친 건 맞는 거 같습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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