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탐내도 될까? (30회)

죽으나사나 | 2024.03.08 07:30:34 댓글: 22 조회: 552 추천: 2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4552494
너를 탐내도 될까? (30회) 입술 훔쳐도 돼요?​

“아, 아니요!!“

급하게 부정하는 이한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던 하정은 제 자리에 털썩 앉았다. 

”뭐, 사귀기는 무슨. 정연이가 헛발질만 몇 년 째인데. 실장님 우리 정연이 좀 데려가 주세요. 나나 정연이나 이렇게 제대로 된 연애 한번 못하고 죽기는 싫으니까.“

대화를 하는 거 같지만 아주 낮게 혼자 중얼거렸다. 늦은 밤이고 내일 또한 평일이라 손님들이 거의 다 빠진 가게 안은 아까부터 조용했다. 그래서 그 말들이 이한이 귀에 쏙쏙 들어왔다. 

”두 분 다 걱정을 안 하셔도 될 거 같은데요.“

이한의 차분한 그 말에 하정이 그를 힐끔 쳐다보고는 피식 웃기만 했다. 

빈말 아닌데,

오 비서는 제가 책임질… 

뭔 소리야. 떽. 

이한이 제 얼굴을 두 손으로 짝 내리쳤다. 

저까지 취하면 안 되니 정신을 차려야 했다. 

생맥주로만 시작되었던 술자리가 어느새 배만 부르다는 핑계로 소주까지 섞어서 마셨으니 안 취하는 게 이상했다. 

”근데 어제 웅진 호텔 로비에서 혼자 뭐 하고 있었어요?“

어제 우두커니 호텔 로비 소파에 홀로 앉아있던 하정이 모습이 떠오른 이한이가 물었다. 하정이 멀뚱한 표정으로 이한을 쳐다보며 눈만 깜빡이다 입술을 떼었다. 

“실장님도 거기에 계셨어요?”

“네. 어제 대표님이 그 호텔에서 미팅이 있었거든요.”

“미팅이요?”

“네.”

“여자랑 잠을 자러 간 게 아니고요?”

“예? 아, 아닙니다. 저희는 일 때문에 간 겁니다.”

이상했다. 이한이가 급하게 손사래를 치며 해명을 하며 바라본 하정이는 두 눈이 반달로 접히며 기분이 좋아 보이는 듯했다. 

“언니~ 여기 호프 두 개 더 주세요~ 소주 한 병도 추가요!”

“어어? 이제 안 되는데?”

이한이가 일어서면서 급히 말렸지만 하정이는 검지를 이한이 눈앞까지 쑥 내밀고는 다시 앉으라는 듯 아래로 까딱까딱 움직였다. 

집사의 지휘하에 얌전한 고양이가 된  이한은 다시 자리에 착석했다. 


하, 하하.

미칠 지경이다. 생맥주 한 잔만 마신다고 하길래 여태 그리도 마셨는데 괜찮겠지 하고 마시게 놔둔 자신의 잘못이 컸다.

불편하게 의자에서 끄덕끄덕 졸고 있는 정연을 살피는 동안 어느새 소주 반병이나 호프 잔에 넣고 마신 줄을 몰랐으니. 

결국 하정도 테이블 위에 머리를 틀어박고 정신을 못 차렸다. 

“윤하정 씨, 일어나 봐요. 오 비서님도 이제 일어나셔야죠. 여기서 이리 주무시면 안 됩니다….”

큰 소리로 어깨를 두드리며 깨우다 끄떡없는 둘을 번갈아보며 저도 모르게 목소리에 점점 힘이 빠졌다. 

아침까지 영업을 하는 가게라 이들을 바로 쫓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래도 두 명이나 케어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이이이잉.”

이한이가 한숨을 내쉬는 사이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그의 휴대폰에 진동이 울렸다. 

어?!

구세주다!

”네! 대표님!“

12시가 넘어가는 이 늦은 시각에, 너무나 밝게 전화를 받았나. 전화기 너머는 몇 초간 정적이 흘렀다. 

”여보…세요? 대표님?“

”이 실장은 이 시간에 기운이 넘치나 보네?“

받자마자 소리 지르다싶시피 부른 제 호칭에 놀란 기혁이가 목소리를 가듬는 게 느껴졌다. 

”아, 죄송합니다. 기분이 좋아서 그랬습니다.“

”아아, 일 처리를 제대로 안 하고 퇴근한 이 실장은 기분이 아주 좋은가 보구나?“

아,

여지없이 비꼬는 말투였다. 

이한이는 뭔지 모르겠지만 크게 잘못을 한 거 같아 자기 입을 틀어막으며 기혁이가 보지도 못할 행동을 했다. 

“제가 뭘 누락한 게 있습니까? 근데, 대표님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회사에.“

역시!

회사와 여기는 아주 가깝다. 그렇다는 건, 이 시간에 전화를 한 그는 확실히 구세주였다. 

”어제 미팅 때 받아온 자료 중에 하나 빠트린 게 있어. 폐지 수가 중간에 하나 비는데 어찌 된 일인지 해서 전화를 했어.“

”그거 제가 오늘 낮에 바이어한테 확인을 받았습니다. 누락한 부분은 오늘 저녁에 바로 채워주겠다고 했는데 아직 메일이 안 왔습니까?“

권대표한테 전달을 한다는 게 깜빡했다. 그 자료는 그래서 일부러 오늘 안 드렸는데… 

어느새 제 책상 위에 있는 자료를 빼간 듯싶었다. 

지독한 일벌레. 

입으로 쯧쯧 소리를 내며 이한은 머리를 저어댔다. 

”알았어. 그럼.“

기혁이 전화를 끊으려고 하자 이한이가 급히 소리를 질렀다. 

”대표님!!“

”…“

기혁은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화를 꾹 내리 참았다. 오늘따라 이상하리만큼 들뜬 이한이 때문에 귀가 다 떨어질 지경이었다. 이를 앙 다문 그가 잇새로 말을 했다. 

”이 실장 지금 어디서 뭐 하는데 기차 통을 삶아드셨나?“

”저 좀 도와주세요. 이제 집으로 갈 참이시라면!“

”뭐?“

전화기 너머 들려오는 이한의 목소리가 되게 절박해 보였다. 

아니면… 
자신은 절대, 결단코, 맹세코 이런 부탁을 들어줄 리가 없었다. 

이것은 분명 이한이가 거의 죽어갈 듯이 부탁을 하는 바람에 나온 거니까. 

가게에 도착했을 땐 울상을 한 이한과 그의 양옆 의자에 앉아 잠이 푹 든 여자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대표님, 오셨어요?”

구세주를 만난 이한이 입이 찢어지게 올라갔다. 

“오 비서야 그렇다고 쳐도, 왜 셋이서 같이 만나 술을 마신 건데?”

기혁이 미간에 주름이 깊어지며 실실 웃는 이한을 다그쳤다. 

술을 마시면서 무슨 얘기들을 하는 거야. 

괜히 걱정이 앞섰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이한이가 자꾸 쓸데없는 오지랖을 떠는 거 같아서 조심시키려고 했는데 이리 셋이서 죽이 되도록 술을 마실 줄은. 

옆에서 해맑게 웃는 이한이가 대체 제 비서가 맞는지 의심이 드는 순간이었다. 

“뭐? 대표님 오셨다고??”

의자 등받이에 걸터서 잠들었던 정연이가 눈을 크게 뜨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 드디어 깼어요? 오 비서님!”

이한이가 반색했다. 

그러나 바로 다리에 힘을 빼는 바람에 그 자리에서 그대로 철퍼덕 꼬꾸라질 뻔했다. 급하게 그녀를 잡은 이한이 아니었다면. 

“대표님. 안 되겠는데요. 제가 오 비서님 맡을 게요. 오 비서님 집을 제가 아니까 주소를 문자로 보내드릴게요. 두 분 친구신데 그 집에서 같이 자라고 하죠.”

“오 비서 집을 이 실장이 어떻게 알아?”

흡,

이한이가 제 아래 입술을 말아올렸다. 

지금은 이게 문제가 아닐 텐데 기혁은 굳이 따지고 있었다. 

“그, 그게… 저번에 윤하정 씨에 관해서 알아오라고 해서 같이 한잔했는데… 그날 오 비서가 많이 취해서요. 어쩔 수없이 제가 데려다줬는데 절대! 이상한 짓을 안 했습니다!“

이한이가  팔을 빠르게 저으며 자신은 결백하다는 듯 목에 힘을 주었다. 

”그럼 같이 가.“

“그, 그럴까요?”

“아아~ 술 더 줘~”

이한이가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이는데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하정이가 머리를 번쩍 쳐들었다. 그러더니 스르르 몸이 옆으로 기울어졌다. 

“어어?”

이한이가 잡아보려 손을 뻗었지만 한쪽으로는 정연을 부축하고 있었던 지라 하정에까지 손이 닿지 않았다. 

이대로 바닥에 쓰러지나 싶을 때 성큼 다가온 기혁에 의해 하정은 다시 의자에 몸을 지탱했다. 

“휴우~.”

이한은 다시 한번 쓰러지려는 정연을 꼭 잡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어요. 아무래도 같이 가는 것보다 한 명씩 따로 케어해야 할 거 같습니다. 저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재빨리 가게 문을 나서는 이한은 마치 우사인 볼트 같았다. 

허,

기혁은 마침 지나가는 택시를 잡고 떠나가는 그들을 가게 유리창으로  멀뚱히 쳐다만 보다 새근새근 잠이 들어버린 하정에 시선을 돌렸다. 

“윤하정 씨, 일어나 보세요.”

어깨를 툭툭 쳐보았지만 미동이 없었다. 

고민을 하던 기혁이가 안 되겠다 싶었는지 무릎을 내리고 그녀를 등에 업었다. 

생각처럼 가벼웠다. 

혼자 살면서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한 게 뻔했다. 

성인이 되고 나서 홀로 살았다고 했으니 그때부터 매일 혼자 밥을 먹고 쓸쓸한 생일을 보냈다는 뜻이겠지. 
옆에 오 비서 같은 친구가 있어 그나마 다행인 듯싶으나 가족이랑 또 다른 거겠지. 

왜 가슴이 먹먹해지는지 제대로 알 길이 없었지만 그렇게 가게 문을 나섰다. 

“딸랑,”

가게 문에 걸려있던 맑은 종소리가 울렸다. 

“저기 손님!”

문을 나서자마자 가게 알바생으로 보이는 남자가 머리를 빼꼼 밖으로 내밀었다. 

“이분들 계산을 안 했는데요.”

아,

이 실장도 정신이 하나도 없었나 보네. 

기혁은 가게 앞 벤치를 발견하고 거기에 하정을 조심히 내렸다. 

“움직이지 말고 여기에 가만히 있어요. 결제하고 올 거니까.”

비스듬히 벤치에 기댄 채 여전히 자고 있던 하정이는 그 말이 들리는 듯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고 두 눈은 꼭 감은 채. 

그렇게 기혁은 알바생과 함께 들어가 이들이 먹은 테이블 음식값을 계산하고 급히 밖으로 나왔다. 

“으으…”

“괜찮습니까?”

깜짝 놀랄 일이었다. 하정이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벤치에 앉아 있어야 할 사람이 바닥에 덩그러니 누워있었다. 

바닥에 구르면서 팔을 다쳤는지 주무르고 있는 하정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그녀의 앞에 무릎을 굻은 자세로 앉아 어깨를 마구 흔들었다. 

”일어날 수 있겠어요? 윤하정 씨?”

떨어진 충격이었는지, 자신을 정신없이 흔들자 울렁이는 머리 때문이었는지 하정이가 무거운 눈꺼풀을 올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앞에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기혁을 눈을 깜빡깜빡 거리며 주시했다. 

잘못 보았나?

픽 하고 웃었다. 

꿈이구나.

다시 눈을 감았다. 

”윤하정 씨.“

또 저를 부르는 그 음성에 하정이 눈을 다시 떴다. 

”… 권기혁 대표님?“

천천히 새어 나오는 그 이름에 기혁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진짜 권기혁이라고?

“어서 일어나죠. 무슨 마시지도 못할 술을 이렇게…”

기혁은 하정이 손목과 팔을 잡으며 일으켜 세우려다가 “읏.” 하는 소리와 함께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자신의 목덜미를 와락 끌며 덥석 안겨버린 하정이 때문에. 

“윤하정 씨?”

두 팔은 어디에 둘지 몰라 허공에 떠 있었던 기혁은 깜짝 놀란 것도 잠시일 뿐 냉담하게 하정을 불렀다. 

조용하다.

다시 잠든 건가 싶어서 하정이 어깨를 잡고 저에게서 떨구어 내려고 하니 더 바짝 붙는 게 느껴졌다. 

“… 대표님.”

나긋한 하정이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저를 키워주신 부모님 빼고는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게 처음이에요. 저는. 온 마음으로 누구를 좋아한다는 그 자체가 저한테는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잘 아니까.”

술에 취한 적이 없었나 싶을 정도로 하정이가 뱉은 말은 또박또박 잘 들렸다. 

깍지를 끼고 기혁이 목을 꽉 끌어안았던 하정이 스르르 손을 풀었다. 몸은 여전히 기혁이에게 닿아 있었다. 

흐트러진 저와는 달리 완전무결한 기혁을 빤히 쳐다보던 하정이가 눈꺼풀을 내리더니 나지막이 입을 떼었다. 

“입술 훔쳐도 돼요?”

느릿하게 닿은 그 시선에는 기혁이 입술에 멈춰있었고 그는 속수무책인 하정을 진득하게 바라보기만 했다. 

하정이는 말없이 고요한 기혁이 눈을 들여보다 고개를 아래로 떨구었다. 

‘내가 미친 소리를 했네.‘

그러던 하정이 가냘픈 턱 끝이 조심스러운 그의 손길에 의해 천천히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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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234.♡.142
나단비 (♡.252.♡.103) - 2024/03/08 10:45:19

하정이 고백 했네요 ㅋㅋ

죽으나사나 (♡.234.♡.142) - 2024/03/08 21:46:54

네. ㅋㅋ

힘나요 (♡.208.♡.170) - 2024/03/15 06:47:14

잘 보고 갑니다

힘나요 (♡.208.♡.170) - 2024/03/15 06:47:25

잘 보고 갑니다 ㅋㅋㅋ

힘나요 (♡.208.♡.170) - 2024/03/15 06:47:36

잘 보고 가요

힘나요 (♡.208.♡.170) - 2024/03/15 06:47:47

잘 보고 가요 ㅋㅋㅋ

힘나요 (♡.208.♡.170) - 2024/03/15 06:47:52

ㅎㅎㅎ

힘나요 (♡.208.♡.170) - 2024/03/15 06:47:57

ㅋㅋㅋ

힘나요 (♡.208.♡.170) - 2024/03/16 06:20:54

잘 보고 갑니다ㅋㅋㅋ

힘나요 (♡.208.♡.170) - 2024/03/16 06:21:04

잘 보고 가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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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나요 (♡.208.♡.170) - 2024/03/16 06:21:59

잘 보고 갑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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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고 가요ㅋㅋㅋ

힘나요 (♡.208.♡.170) - 2024/03/16 06: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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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힘나요 (♡.50.♡.250) - 2024/03/22 19:08:55

잘 보고 갑니다ㅎㅎㅎ

힘나요 (♡.50.♡.250) - 2024/03/22 19: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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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나요 (♡.50.♡.250) - 2024/03/22 19: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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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나요 (♡.50.♡.250) - 2024/03/22 19:10:44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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