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자친구가 살해되었다 (25회)

죽으나사나 | 2024.01.23 01:44:30 댓글: 0 조회: 134 추천: 1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4542396
내 여자친구가 살해되었다. (25회)  혜주의 역할.

8월 9일.

또다시 과거로 왔다.

지금은 돌아오면 안 되는데...나한테 왜 이런 장난을 치는 걸까.

주혁은  머리를 감싸다가 혜주네 집 거실 소파에 앉아 복잡한 머리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아...

그러다가 이 몸은 자기 몸이 아니라 혜주라는 걸 깨닫고는 바로 그만두었다.

"USB를 찾다니... 무슨 USB를 찾는다는 걸까..."

"USB?"

밤 촬영이라 아직 집에 있던 주혁이가 혼자 중얼거리는 혜주의 말을 듣고 옆으로 다가왔다.

아... 이 자식이 집에 있었지.

무심결에 고개를 들었더니 어느새 서로의 숨결 소리까지 잘 들리는 거리까지 다가와서는 까만 눈동자를 깜빡이는 그 녀석. 위험을 감지한  혜주는 반사적으로 주혁을 밀쳤다.

"야. 김혜주."

주혁이 비틀거리며 넘어지려다 중심을 겨우 잡고선 그 큰 손으로 혜주의 양 볼을 확 잡았다.

"너 한동안 조용하더니 왜 또 이래?"

뭐...?

무슨 뜻이지 이게? 설마... 기억을 하는 건가?

혜주는 저번 과거에서 오기 전 그날 밤이 스멀스멀 떠올랐다. 지금의 남주혁이야 몰라서 그랬다지만 자기는 누군지 잘 아는 사람이 저 녀석이랑... 분위기와 상황이 다 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그러면서 언뜻 주혁이의 입술에 시선이 갔다.

이 미친...

이 떨리는 가슴은 절대 내가 아니다. 아무리 혜주의 몸에 있다 해도 그거 하나만은 안다. 내 마음인지 아닌지.

아무래도 혜주의 몸에 몇 번 드나드니 혜주의 습관처럼 움직이던 심장이 작동을 하는 듯싶다.

근데... 그렇다는 건 혹시...

"남주혁. 너 금방 그게 무슨 말이야? 한동안 조용하더니 왜 이러냐고 물었던 게."

내 생각이 맞아야 한다.

"어? ... 아니, 요즘은 안 그러는데 너 매달 이때 쯤이면 이상한 행동하고 그러잖아. 그래서 이것도  생리 증후군인가 해서..."

주혁이가 시선을 돌리며 말끝을 얼버무렸다.

혹시 내가 다녀간 걸 기억한다는 소리인가?

"내가 너랑 저번 달에 가로수길 간 것도 기억해?"

혜주의 질문에 주혁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대답은 바로 없었다.

뭐 하냐, 남주혁. 빨리 말하라고.

마음이 안달 난 혜주가 다시 입을 열려고 하는 순간, 주혁의 가벼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뭔 소리야? 우리가 언제 가로수길 갔어? 내가 촬영 갔나?"

아...

그럼 그렇지... 내가 현재로 돌아가면 여기 있던 나는 다 사라지지.

뭐에 실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많이 축 처진 혜주의 모습을 보고 주혁은 머리를 갸우뚱했다.

화장실로 들어온 혜주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혜주의 얼굴은 분명히 맞는데 눈에 생기 하나  없고 공허한 이 눈빛이란... 나겠지. 이거는...

김혜주.

나의 혜주야.

진짜 보고 싶었다...

이제 조금 너에 대해 알아가려고 했는데... 여기에 온 게 아까는 너무 아쉬웠어.

근데 다시 이렇게 너의 얼굴을 보니 여기로  올 수 있다는 게 너무나도 고마운 일이라는 걸 알았어.

그러고 보니 혜주의 얼굴을 보니 떠오르는 게 있다.

[또 나가? 너 요즘 나보다 더 바쁜 거 알아?]

외출 준비로 바쁜 혜주를 보면서 아직 침대에 모로 누워서 턱을 괴고는 투덜투덜 대는 주혁이다.

[금방 다녀올 거야.]

혜주는 거울을 보며 머리를 만지고 있었다.

물끄러미 바라보던 주혁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혜주의 가느다란 허리를 와락 끌어안았다.

[김혜주.]

큰 팔로 부드럽게 감싸 안을 때 혜주가 약간 흠칫하는 걸 느꼈다. 매번 그러는 걸 알지만 왠지 자신의 손길이 가는 걸 거부하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이상했다.

착 다운된 목소리로 혜주를 불렀다.

[왜?]

심술 난다. 요즘 나한테 비밀이 있는 거 같고 자꾸 밖에 나가는 네가.

[너 혹시 요즘 누구 만나?]

혜주가 대답 대신 감쌌던 주혁이의 팔을 풀고는 돌아서서 주혁이의 양 볼을 잡아 시선을 맞추었다.

주혁이가 무슨 표정을 하고 있는지 궁금한 거 같았다. 상처받은 강아지마냥 풀이 죽어서는 흔들리는 까만 눈동자를 한  주혁이를 빤히 쳐다보며 혜주는 피식 웃기 시작했다.

[왜 웃어?]

웃지 마. 진심 삐진 거야.

[우리 주혁이 왜 이럴까? 대한민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의 TOP 스타가 이렇게 상처받은 얼굴을 하고선, 너무 귀엽잖아.]

혜주는 자신한테 안달 난  주혁이의 반응이 만족스러운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여자들은 어떨지 몰라도 혜주 너만큼은 내가 알면서도 잘 모르겠어. 10년 넘게 만난 나를 너는 내가 질릴 수도 있으니까.]

[뭐? 너를 질려 한다고?]

뭐가 좋다고 또 피식 웃는 혜주한테 더 삐지려고 한다.

[됐어.]

주혁은 그녀를 살짝 밀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거실로 걸어갔다.

혜주 너는 이럴 땐  항상 내 말을 장난으로 듣지.

소파에 기대며 눈을 감고 머리를 젖혔다.

자신을 놀리는 혜주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다는 시위였다.

눈으로는 안 보이지만 소리로 알 수 있었다. 혜주는 미소를 머금은 채 주혁이한테 다가오고 있다는 걸.

허벅지에 살포시 올라앉아 주혁이의 허리를 감싸며 그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혜주가 느껴졌다.

갓 샤워를 해 코를 스며드는 은은한 샴푸의 향기가 삐진 마음을 달래주는 것 같았다.

머리를 들어서 자신의 품에 쏙 들어와 안겨있는 혜주를 내려다보았다.

주혁이도 혜주를 꼬옥 끌어안았다.

별 게 아닌 거 같은데 혜주랑 이러고 있으면 너무 좋다. 불안했던 마음, 힘들었던 일들, 다 솜사탕 녹듯이 사라지는 거 같았다.

그날, 혜주는 외출을 하지 않았다.

어디에 간다는 말은 끝까지 안 했지만 나갈 필요가 없을 거 같다고 했다.

아마... 지태를 만나려고 했을 수도 있겠지. 이유는 분명 있었을 거다. 자기 이익을 위한 게 아니라 주혁인 나를 위함이었을거다.

그 후로 내 기억으로는 혜주는 내가 집에 있을 때는 거의 나가지를 않았었다. 촬영이 많아져서 집에 있는 시간이 적었지만그때마다 내 옆에 껌딱지처럼 붙어있었다.

날 불안하게 안 만든다는 무언가의 각오인 거 같았다.

그래서 그런 거 같다. 내가 혜주한테 일어나는 일을 알 수가 없었던 게.

내가 걱정을 할까 봐, 혜주는 내가 신경 쓰일 만한 모든 걸 차단을 했다.

거울 속 혜주를 만졌다.

날 믿지 못해서 가  아니라 내가 상처받는 게 너무 끔찍하게 싫었던 혜주의 최선의 방법이었다.

미련한 김혜주.
마냥 성숙하지 못한 나를 신경 쓰느라 네가 고생이 많았네.

"지잉."

혜주와의 추억으로 얼룩진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데 주머니 속에 있던 휴대폰에 진동이 울렸다.

<오늘 만나. 우리 집으로 와.>

누구지?  뭔가 엄청 자연스러운 이 말투는 또 뭐고?

바로 그 번호에 전화를 걸었다.

"웬일이야? 전화를 다 하고? 문자만 하라며."

유지태의 목소리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문자를 보는 순간,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혜주의 죽음이랑 관련된 일일까.

"혜주 너는 어디 가?"

촬영장으로 가려고 준비 중인 주혁을 따라 같이 주섬주섬 준비를 하니 주혁이가 물어본다.

"아, 나 밖에 일이 좀 있어서."

혜주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갑자기 지태를 만나러 간다고 말하기도 그렇네. 네가 눈알이 돌아갈 거 아니까.

"그래? 어디에 가는데?"

"그냥... 뭐, 있어."

뭘 둘러대야 하는데 타이밍을 놓친 듯하다.

"내 차에 같이 가 줘?"

"아니!"

1초의 맘설임도 없이 바로 부정하는 혜주의 반응에 주혁이가 입을 꾹 다문 채 바라본다.

"거 뭐야... 너 아까 부산 간다고 하지 않았어? 완전 반대 방향이야. 그리고 나는 가까워서."

둘러댔다. 대충.

"아... 그래? 알았어. 그럼. 일찍 들어오고. 내가 전화 못 받으면 민수한테 해."

"응."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지 주혁은 바로 나가버렸다.

나가는 걸 확인하고 혜주도 대충 준비를 하고 밖에 나섰다.

유지태의 집이라니... 집까지 갈 정도로 친분이 있었나.

집 주소는 물어볼 필요가 없네. 하필 여기 오기 전에 가봤던 곳이라.

"왔어?"

초인종을 누르니 바로 나와 맞이하는 지태다.

현관문을 들어서는 순간까지 사실 고민이 있었다. 무슨 얘기들을 듣게 될지 걱정이 되긴 했다.

"김혜주. 안녕?"

들어서자마자 시야에 들어온 성현이가 소파에 앉은 채손을 들어 인사를 했다.

성현이도 있네. 유지태와 단둘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싶다.

"뭐 마실래? 혜주야."

그러고보니 아까부터 지태 이 자식이 말투가 그때 봤을 때랑 너무 다른데? 제법 나긋나긋한 게 내가 아는 지태가 아니다. 수작 부리는 건가?

아니꼬워서 그런지 삐딱해지고 싶다.

"마실 건 됐고 왜 불렀어? 그것도 네 집에."

얼굴에 짜증을 드러낸 채 소파에 털썩 앉았다.

"뭐 처음 온 것도 아니면서. 갑자기 왜 이러실까?"

지태도 맞은 켠에 앉으며 눈썹을 위로 들썩이었다. 이해가 안 간다는 시선.

"아, 어쨌든 왜 불렀냐고."

또 한 번 짜증을 냈다.

"저번에 네가 말한 대로 요즘 거의 신경을 안 쓰는 척하고 다녔거든? 그래서 그런지 의외로 더 조용한 거 있지? 패를 다 썼나?"

뭔 소리야. 알아듣게 말하라고 하면 안 되겠지?

아닌가, 어차피 나는 돌아가면 이 기억이 없어지니 물어볼까? 근데 어디부터 물어봐?

혜주는 머릿속에 의문만 가득한 채 지태를 그냥 노려보았다.

"이제 그러다 다 까는 거 아닌가?"

성현이가 지태의 옆에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뭘 까?"

잡았다. 하나.

"약하는 동영상 말이야."

뭐? 약?

회로를 빨리 굴려보자. 약하는 동영상이라니... 약하는 동영상...?

협박 받는 중인가?

"혜주 말이 맞을 거 같아. 조금 더 기다려 보려고. 급한 건 나보다 그쪽일 수 있으니."

지태가 성현이한테 하는 말이었다.

"그리고 혜주야. 요즘 회사 내에 있는 직원부터 살피고 있는데 의심 가는 사람이 있긴 해."

"응? 누구?"

그냥 아는 척  있어야겠다.

"내가 아주 무명일 때부터 데리고 있던 자식이 한 명 있는데 조금 바빠지고 그러니까 많이 힘들어하더라고. 그래서 스트레스를 좀 풀어보라고 추천을 해준 적이 있거든.  나랑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씩 같이 한 적이 있는데 요즘 그 자식이 날 은근 피하는 느낌이 있어."

"그러니까 지금 네가 약하는 동영상을  갖고 협박하는 사람 찾는 거네?"

정리가 되었다. 지태가 하던 그 짓거리를 누군가가 동영상을 찍었고 그걸 이용해서 협박 중이라는걸.

지태와 성현은 갑자기 뭔 싱거운 소리를 하느냐는 듯 앞에 놓여있는 커피나 들이켰다.

혜주가 지태를 따로 만나게 된 건 이 일 때문인 건 맞는 거 같다. 근데 왜 혜주가 나서서?

[너 그게 뭐냐? 미쳤어??]


[뭘 그리 놀라냐. 너도 아까 마시고선. ]


지태와 만났을 때 모르고 마셨던 그 한 잔이 떠올랐다.

설마... 유지태가 불리해지면 나까지 불어버릴까 봐  그런... 거야?

설마... 아니지? 혜주야.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내가 하려고 했던 것도 아니고 난 그냥 모르고...

"근데 혜주 너 오늘은 좀 이상하다? 왜 그런 심각한 표정만 하고 아무 말 없냐?"

아까부터 한참을 쳐다보던 지태가 한마디 한다. 매번 이렇게 하면 좋을 거라고  조언이  많던 혜주가 오늘은 벙어리라도 된 듯 조용해서 이상하다.

"네 생각에도 좀 이상한 거 같지? 그 자식."

"누구?"

"아. 뭐야~ 너 내 얘기 안 들었냐?  나랑 같이 약을 한 사람 중에 의심 가는 놈이 있다고 했잖아."

"아..."

"아?"

지태가 어이없어하며 자기 머리를 박박 긁어댔다.

"왜, 요즘 주혁이가 잘 안 해주니? 오늘 상태가 많이 안 좋네. 주혁이가 이제 별로면 나한테 와도 되고. 내가 더 잘해줄 자신은 있다."

"개 자식."

"응? 뭐라고?"

거의 입모양으로만 중얼거린 혜주의 소리를 지태가 다시 물어왔다.

"아니야."

역시 개자식은 개자식이다. 뭐 더 잘해줄 자신이 있다고? 내가 일단 더 듣고 싶은 말이 있어서 참는다.

"어떤 동영상이었더라? 다시 보여주면 안 되나?"

테이블 아래 두 주먹을 꼭 쥔 채 혜주가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묻는다.

"어? 어... 그래."

떨떠름한 표정의 지태가 자기 폰을 내밀었다.

100억을 내놓지 않으면 외부에 퍼뜨릴 거라는 협박 문자와 거기에 따른 각종 동영상들.

가관이다. 가관.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유지태가 혜주의 도움을 받고 있는 듯한데 그러면 이 자식이 혜주를 죽일 이유는 없잖아. 이 자식은 아닌 건가.

아니면, 판을 뒤집는 뭔가가 있었나...

이 정도로는 파악이 안된다.

"너네 아빠도 알고 있.... 나?"

"약한다고 대놓고 보내진 않았지만 경고장 비슷하게 보냈었잖아. 그래서 더 미친다고. 빨리 해결해야 돼."

지태가 짜증을 낸다.

"내가 오늘 그래서 혜주 너를 부른 건 내가 의심 가는 이 자식을 어떻게 하면 되겠냐 그거야. 너 머리 좋잖아. 대책을 세워줘."

"어...?"

지태의 기대 가득한 눈길을 보며 혜주는 몸을 뒤로 젖혔다.

에이 씨... 내가 어떻게 아냐.

갑자기 머리가 찌끈 아파지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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