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은행직원들 3---맞선

weiminghu | 2016.06.01 15:53:13 댓글: 4 조회: 2315 추천: 2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3098353

집에서는 자꾸 선을 봐라며 팡팡이를 독촉한다. 내일 모레면 서른인데 아직도 시집 안 가고 언제까지 부모 애 먹일거냐 면서 친척들도 난리다. 자기 앞가림이나 잘할것 이지 남의 일에 자꾸 끼여들어서 입방아를 찧는 주변 사람들이 죽도록 밉다. 허나 티를 낼수도 없는 일이다.

<누군 시집 가기 싫어서 안 가나? 상대가 없으니 말이지.> 친척들이 소개해주는 상대는 이마가 번드러진 남자가 아니면 배가 임산부 보다도 더 큰 남자였고 그것도 아니면 얼굴이 곰보였거나 키가 160도 안되는 남자들 이였다. 외모 지상주의자인 팡팡이는 그런 사람들한테 시집가기는 죽기보다도 싫었다.

그러던 어느날, 이상하게도 오래동안 잠잠하다고 생각했던 고모한테서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다. 아니나다 를가 맞선자리를 잡아놨단 소리다.

고모: 팡팡아~ 이번주 토요일 무조건 시간 내거라. 내가 이번엔 정말로 인물이 훤칠한 사람으로 골랐다. ~ 네가 얼굴을 너무 중히 여겨서 내가 얼마나 동분서주 했는지 알아? 진짜로 잘 생긴 남자니까 꼭 잡아라. 이런 남자 너한테는 그냥 떡이다 떡! 니가 인물이 있니 몸매가 있니? 키도 작지서른 전에 시집 안가면 영영 못간다.

친고모가 맞는지 모르겠다. 거의 서른 먹도록 고모의 칭찬은 단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전화 올 때마다 팡팡이의 얼굴이나 몸매를 두고 비평이 끝이 없다. 남들은 다 팡팡이가 고모를 닮아서 못 생겼다고 하지만 고모는 승인하지 않는다. 자기 절반만 닮아도 따르는 남자들이 줄을 쳤을거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고모: 너 그 배랑 좀 졸라 매라. 티비 보니깐 전문용 허리띠로 졸라매면 지방이 빠진다던데.. 너도 그거 사서 써봐라. 글구 요새는 밥도 먹지 말고 살 좀 빼고여자애가 그렇게 뚱뚱해서 어쩌냐 ㅉㅉ 전화비 많이 나가니까 이만 끊을게. ~ 그리고 조선족이다. 너 한국 오빠들이라 하면 환장하잖아? 네 전화 그 남자한테 줬으니까 전화가 올거다. 예쁘게 하고 나가라응~

고모는 자기 할말만 하고 전화를 끊어 버렸다. 미처 거절할 새도 없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조선족 이라는 말에 팡팡이도 귀가 솔깃했다. 한국 드라마에 푹 빠져 사는 팡팡이였던 것이다. 그 오빠들에 대한 사랑땜에 한국어까지 자습한 팡팡이다. 끊임없는 노력 끝에 어지간한 한국말은 알아 들을수 있게 되였다.

조선족이라~ 흠흠~ 한국오빠들 처럼 조각 같은 얼굴에~ 으흐흐~~~섹시한 근육을 가졌을가? 아오~ 부끄러워~~ 오호호~~상상만으로도 흥분되고 부풀어 오른다. 손발이 떨려온다. 팡팡이는 혼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살이 통통 찐 오른 손으로 한쪽 볼을 가렸다. 근데 눈치 없게도 그런 아름다운 시간을 깨는 인간이 있다.

친구: 무슨 음흉한 궁리 하는데 침까지 질질 흘리냐?

팡팡: (입가를 팔소매로 스윽 닦으며) ~ 너랑 상관 없는 일이야.

친구: 말해봐~ 또 음탕한 생각을 하고 있었지. 한국 드라마 볼 때만 그렇게 음흉한 모습 드러내더니 인젠 가만 있다가도 이래는구나. 내가 빨리 널 시집 보내 버려야지 안되겠다.

생각을 들키워버린 팡팡이는 민망함에 눈을 흘기면서 소리친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저리 꺼져!>

고모 말대로 팡팡이는 사흘째 과일만 먹었다. 한근이라도 더 빼서 최고로 이쁘게 보이고 싶었다. 밥을 안 먹은 탓에 저혈당으로 눈앞이 가물가물 해나고 온몸이 해나른 해났지만 한국오빠들처럼 잘 생긴 남자를 위한다면야 이 정도 고초는 아무것도 아니였다.

드디여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날이 왔다. 약속시간은 12시였다. 팡팡이는 아침 여섯시부터 일어나서 옷이란 옷은 죄다 꺼내놓고 친구를 깨웠다. 어느걸 입고 가면 좋을지 봐달라고 했다. 근데 마지막 한벌을 갈아입을 때까지 친구는 도리머리만 젓는다. 그도 그럴것이 이삼십원 짜리 옷들은 선보러 입고 가기엔 넘 허술해 보였다. 팡팡이의 옷이란 거의 전부 이십원 내지 오십원이다. 젤 비싼 옷이라야 삼년전에 백화점 아울렛 가게에서 사온 원피스다. 그것도 이미 유행이 지난 스타일이였다.

친구: 안되겠다. 전번주에 내가 옷 한벌 산거 있는데 그거 입고 가라. 아깝긴 하지만 니 미래행복이 관련된 문제니 내가 좀 선심 써야지 ㅎㅎ

팡팡: 정말??? 와우~ 고마워 ㅋㅋㅋㅋㅋ

옷이 날개라더니 원피스가 라인을 잘 잡아줘 그런지 평시보다 많이 날씬해 보인다. 팡팡은 옷이 너무 맘에 들었다.

팡팡: 역시 너밖에 없다. 가시나~ ㅎㅎ 아~ 근데 화장품도 니꺼 좀 빌려 써야겠다. ㅎㅎ

친구: 화장은 할줄이나 아니? 화장품 한번도 사본적도 없고 써본적도 없는게. ~ 이 언니가 오늘은 끝까지 봉사한다. 여기 앉아봐~ 내가 화장해 줄게.

열심히 꾸미고 난 뒤, 팡팡이는 예정시간 보다 일찍 문을 나섰다. 설레여서 집에 가만 앉아 있을 수가 없다. 약속시간 보다 반시간이나 먼저 도착했다.근데 열두시가 넘었는데 이 남자가 나타나지 않는다. 조바심에 시계를 다시 한번 들여다 보는데 맞은켠에 와 앉는 사람이 있다.

32살이라는데 사십은 훨씬 더 돼보인다. 이건 머 한국오빠가 아니라 완전 한국아저씨다. 너부죽한 얼굴, 둥글둥글한 황소눈, 넙죽한 얼굴에 어울리는 넙죽한 코, 커다란 메사귀입일단 다 크고 넙죽넙죽하다. 고모는 이런걸 두고 인물이 훤하다고 한 것 같다. ~ 기가 막힌다. 고모 말을 믿은 자기가 바보같고 멍청해 보였다.

맞선 남자: (중국어로)혹시 팡팡씨예요?

팡팡: ~ **분이세요?

맞선 남자: (중국어로)~ 제가 맞습니다.

팡팡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있는다. 이대로 가버릴 수도 없고남자가 입을 연다.

맞선 남자: 집에 고모 말하능게 제 한국드라마를 영 보기 좋아해서 어지간한 한국말은 다 알아듣는다 합데~

갑자기 중국어가 아니고 한국어 아니이상한 한국어로 말을 해온다. 팡팡이는 좀 놀랬으나 인차 조금은 알아듣는다고 대답했다.

맞선 남자: 그럼 난 시름놓고 한국말 하겠소. 내 워낙에 중국말을 잘 못해서 중국말로 하면 오히려 실수할가봐 이래오~ 제 그냥 지써 듣고 정 못알아 듣는 부분이 있으면 말하오. 그럼 내 다시 중국어로 말할게~ ~ 그리구 제는 중국말 하면 되우. 내 알아듣는건 문제 없소.

팡팡: ~ . 그러세요.

맞선 남자: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팡팡이를 힐끔 보더니) 제를 보니까 영 밥이랑 잘하게 생겼소. 평시에 밥이랑 자주 하우?

뚱뚱하다는 소리를 에돌려서 한다는게 이러는 모양이다. 팡팡은 기분이 약간 상했으나 티를 내지 않았다.

팡팡: ~ 잘하는 정도는 아니구 그냥 먹을만하게 합니다. 바빠서 자주는 못하고

맞선 남자: 은행도 바쁘우? 난 은행직원들은 공무원들처럼 아침 9시 출근에 오후 다섯시 칼퇴근인가 했는데... 앉아서 돈만 세무 되재요? ㅎㅎ

아무것도 모르면서 제좋은 소리만 해댄다. 팡팡은 화가 치민다.

팡팡: 아니예요~ 우리도 바빠요. 은행이 아홉시에 문을 열고 다섯시에 문을 닫는다고 해서 직원들이 그 시간만 일하는건 아니거든요. 8시정도에 출근해서 준비하고 문을 닫은 다음 또 마무리를 해야 하고여러가지로 할게 많아요. 보이는게 다가 아니거든요.

맞선 남자: (어쩔바를 몰라하며 머리를 긁적긁적)~ 그렇소? 내 잘 몰라서

한참동안 침묵이 흐른다. 마침내 남자가 어색한 침묵을 깨뜨린다.

맞선 남자: 제 그램 소제는 잘하오?

팡팡: 소제? 그게 먼데요?

맞선 남자: ~ 청소 하는거 말하오.

팡팡은 또 화가 치민다. 이건 머 여자를 데려다 밥 시키고 청소 시키겠단 잡도리인것 같다. 그럴거면 차라리 보모를 청하지 장가는 왜 들겠다구 저 난리인지돈 안 들고 그냥 부려먹자고 하는 수작인것 같다. 왜냐 보모는 돈이 드니까

팡팡: 잘 못해요.

팡팡은 괘씸해서 이렇게 툭 내쏘았다. 남자는 예상 못했던 대답인지 놀란듯 팡팡을 바라보다가 또 어눌하게 얘기를 꺼낸다.

맞선 남자: 제 연애 영 많이 해봤재요? 그 중에서 내 젤 못하지 않소?

묻는 물음마다 가관이다. 어디 좀 모자란 인간인것 같다. 팡팡은 대답하기 싫었으나 고모 체면땜에 대답은 똑바로 하기로 했다.

팡팡: 과거는 과거일 뿐이예요. 과거를 들추어 봤자 달라지는건 아무것도 없어요. 중요한건 현재와 미래가 아닌가요? 그리고 사람을 두고 그렇게 비교하는 자체가 나쁜 생각이예요. 전 그런 비교따윈 안해요.

맞선 남자는 그 당돌함에 놀랬는지 둥그런 눈을 더 둥그렇게 떴다가 히죽 웃는다.

맞선 남자: 제 영 똑똑하우야~ ㅎㅎ

헉! 진짜로 머리가 잘못된 인간인 모양이다.

추천 (2) 선물 (0명)
IP: ♡.160.♡.134
xdh1314 (♡.250.♡.72) - 2016/06/01 23:09:42

1집부터 한번에 보앗는데 넘 재미잇어요 ㅋㅋㅋ 다음집은 언제 올려요 ?

weiminghu (♡.160.♡.134) - 2016/06/02 14:57:22

ㅋㅋ 열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미 올렸어요.

AD까이나2 (♡.36.♡.232) - 2016/06/02 01:24:26

어머나 우리 쥔공 팡팡씨 한족 아가씨엿구만요 ㅋ ㅋ

weiminghu (♡.160.♡.134) - 2016/06/02 14:57:53

네^^ 한족입니다. 은행에 조선족 직원이 거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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