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사랑 제18회

저문들녘바람처럼 | 2015.12.23 16:29:52 댓글: 8 조회: 3077 추천: 3
분류실화 https://life.moyiza.kr/mywriting/2938060
사랑하는 사람을 지척에 두고도 못만나는 안타까움은 더욱 애틋했다.

당장 은하 단위로 달려가고싶었지만 행여 왕원장이라도 부딪치면 뭐라고 해석하기 애매할것 같았다. 단위사람들도 거개가 수찬을 알아본다. 그렇다고 밖에서 만나자니 보는눈이 아흔아홉이다. 시내판의 3분의 2 사람들이 수찬의 얼굴을 안다면 나머지 3분의 1 은하를 알아볼것이다.

은하가 수찬을 찾아가기도 멋쩍긴 마찬가지였다. 정당한 일거리가 없이 워낙 드나드는 사람이 많은 수찬의 사무실에 찾아가기란 서로가 불편한 일이였다.

왕원장이 이제 신년강사초빙의식을 계획하고 있으니 그때에다나 희망을 걸어볼라나……

어쩜 그리워하고 보고싶어하고 갖고싶어하면서 사랑의 절절함에 가슴앓이를 하는게 오히려 지당한 사랑의 방식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은하와 수찬에겐 그랬다. 사회적도덕을 지켜가려는 최적의 방법이였다.

륜리와 도덕을 무시하며 아무런 구속도 없이 보고싶을때 보고 갖고싶을때 갖는 동물적본능의 방출이라면 평생을 두고 저주받을 령혼들이다.

머하시오?”

문자가 도착한건 바로 은하가 길림대학 조사연구팀과의 저녁식사를 끝내고 집에 들어서는 순간이였다.

금방 집에 들어왔습니다.”

방금 은하네 근처였는데……약사러 나갔다가 혹시 마주치지나 않을가 일부러 은하네 동네로 돌아왔소. ……불과 몇초차이였구만.”수찬의 어조에는 아쉬움이 력력히 배여났다.

우연히 만났다면 얼마나 가슴이 따뜻했을가?” 수찬은 못내 아쉬워하였다.

아쉽긴 은하도 마찬가지였다. 순리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무등 애쓰는 그들에게 어느날 갑자기 길가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행운이 차례진다면 얼마나 기쁜 일일가? 우연인듯 눈길을 마주치며 안부라도 주고받는다면 마음이 후끈해날것이다.

안되겠소.우연이 안된다면 필연으로 가기요.우리 당장 만나기요. 잠간이라도 좋으니 일단 바쁜 처리하고 오후쯤 시간 한번 내보기오.”

수찬은 결단을 내리듯 쐐기를 박으며 래일의 만남을 기약해왔다.

그러나 막상 약속을 잡고보니 적당히 갈만한데가 없었다. 다방이며 커피숍 여기저기를 떠올려봤지만 마땅치가 않았다. 유흥업소가 흔해빠진 도시지만 은하와 수찬을 은밀히 품어줄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듯했다.

생각해보오, 생각해보오!”수찬은 어린애같이 허둥댔다.

그렇게 만날 지점을 숙제로 남긴채 밤은 깊어갔다.

은하는 설렘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였다.

이튿날,

조사연구팀과의 좌담회를 끝내고 점심식사를 배동하고 손님들을 역까지 바래고 나서 은하는 서둘러 하루일과를 접었다. 남은 시간은 일을 끝낸 자신에게, 또한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하고싶었다.

끝났습니다.당신은?”

잔뜩 흥분된 은하의 마음을 묵살한채 한시간이 지나도록 답이 없다.

바쁜가? 환자한테 갑자기 안좋은 상황이라도 생겼는가? 오만가지 궁리가 들었다.

그래도 초조한 마음을 달래는데는 은하만의 방법이 있었다.

그래,그게 있었지.”

은하는 급기야 뉴스를 뒤적였다. 며칠전에 있은 전원회의(全委会)뉴스에서 수찬의 모습을 찾아보려는 속셈이였다.

아나운서의 오늘의 주요뉴스소개에 이어 화면과 더불어 전원회의가 대편폭으로 방송된다. 기름기 번드르르한 간부들 얼굴속에서 초췌한 얼굴 하나가 유표하게 다가온다. 거기서 화면정지를 시켰다. 머리가 길었고 새치가 허어옇다.주름이 깊어진듯하다. 수척하고 피곤해보인다.

어쩜,어쩜 저렇게……

마음이 짠하다.코끝이 찡해났다.

보지 말걸……차라리 안봤더면 좋을상싶었다.

수찬은 영원히 은하 맘속의 아픈 사랑이였다.

괴로움에 모대기는 사이 노루꼬리만한 겨울해는 어느덧 뉘엿뉘엿 져가고있었다.

갑자기 전화벨소리가 저물어가는 겨울날의 고요를 깨뜨렸다.

미안, 끊임없이 찾아오는 손님때문에……지금 한시간밖에 안남았는데 괜찮겠소?”

10분이라도 좋습니다.”

그래, 10분이라도 좋으니 만나고싶었다. 아니,오늘은 만나야겠다. 못보면 병날것같다. 잠간이라도,아주 잠간이라도 ……

그래,서두르기요.”

오후 4, 어둑어둑해진 거리엔 밤의 장막이 깔리기 시작했다.

은하는 수찬이가 가르쳐준 주소대로 아빠트단지에 들어섰다. 벅적이는 상업가의 소음을 뒤로한채 고즈넉하게 자리잡은 아담한 아빠트단지였다.

수찬은 먼저 도착해있었다.

차에 올라타자 어둠속에서 수찬의 륜곽이 희미하게 드러났다.

수찬은 은하를 와락 품에 그러안았다. 뜨거운 입술이 덮쳐왔다. 굶주린 사자마냥 삼킬듯 감빨아왔다.은하를 감싸안은 두팔은 풀면 날아나기라도 할가 억세게 힘을 가해왔다……

보고싶었소.”

나두.”

수찬은 다시 은하의 입술을 깊이 빨아들였다.

오후에 어찌나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은지이제야 겨우 빠져나왔소. 한시간뒤에 처가에 가야하오. 장인어른이 편찮다오.”

주어진 시간은 촉박하고 장소는 마땅치않고, 그래서 만났다는 곳이 수찬네 아빠트단지였다. 이곳 지리에 익숙한 수찬으로선 한적한 주차장이 그나마 편한 장소였다. 바깥은 완연한 어둠에 깔려 아리숭했다.

은하는 수찬의 어깨에 살며시 기대였다.수찬의 팔이 은하의 오른쪽어깨를 감싸왔다.

솔직히 은하도 수찬에게 응석부리고 매달리고싶은 영낙없는 여자다.하지만 수찬에겐 돌봐야할 힘든 사람이 있기에 고달픈 어깨에 짐을 더할수가 없었다. 그래서 씩씩하고 강한 모습만 보여왔다.

안아줘.”

수찬은 은하를 으스러지게 껴안고 귀가에 속삭였다.

안아주기도 하고 업어주기도 할게. 사랑해!”

은하는 수찬의 넓은 등에 업혀보고싶었다.아빠등처럼 편안할것 같았다. 이사람이 나의 나무가 되여 맘껏 기댔으면 좋겠다.

수찬은 힘겨웠던 병원생활을 얘기해주었다. 치료비도 어머어마하게 나갔고 병원도 이곳저곳 여러군데 옮겨다니며 온갖 고생을 다했었다. 단위의 철모르는 직원들은 시도때도없이 장거리전화로 공작지도를 청해왔다. 상황에선 형제도 동료도 별로 보탬이 안됬고 그저 모든 일을 혼자 감당해야 했다. 유일한 마음의 기탁이라면 은하였다. 은하를 생각하는동안만은 따뜻한 순간으로 다가왔다.

은하는 거칠어진 수찬의 손을 만지작거렸다.

이렇게 까칠해졌어요?”

아내 병시중에 지칠대로 지친 손이였다.

빠른 시일내로 원상태로 돌아올게.”

수찬은 은하가 서글퍼질가 부질없는 기약을 해오며 이마에 가볍게 입맞춤해왔다. 은하는 수척해진 수찬의 얼굴을 어루쓸었다.

수찬의 입술은 코마루를 타고 내려와 은하의 입술을 포갰다.

갖고싶소, 여자로 만들고싶어……” 수찬의 후끈 달아오른 욕망이 신음처럼 입가로 새여나왔다.

알아,당신 마음 알아……”

은하는 팔을 뻗어 수찬의 등뒤에 깍지를 걸고 으스러지게 그러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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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hhhana (♡.228.♡.214) - 2015/12/24 10:41:07

글 재주도 좋코 현실에서 많이 볼것같은 스토리라 넘 재밌게 잘 봅니다
실화라고하니 결말이 너무 궁금하기도하고요"~~~
주인공 남자분이 여태 50대에 이르도록 쌓아놓은것 남들이 인정하는 사회적 지위와
안해와 가정을 위해 해온 헌신과 로고가 어쩜 일순간 허무하게 무너질거 같은 우려도 들고요^_^
피로 들끓는 심장을 지닌 인간으로 어찌 딱 한번만 사랑을 느끼며 한 백년 살게 되겠습니까 ㅎㅎㅎ
특히 본인이 우수할수록 결혼한후에러도 우수한 사람을 더 만나게 되겠죠 여기에서 인생은 고민을 안고
살게 되는거아닙니까~~
하느님은 그 어떤 사람에게나 모든것을 다 주지 않는다는것을 저는 인생에서 배웁니다요
그리고 현실에서 섹스 그게 값가는게 아닙니다
바라보는 사랑이
가질수는없지만 지켜주는 사랑이 더 값지고 가슴에 맺히지 않을까요 ~~

저문들녘바람처럼 (♡.62.♡.38) - 2015/12/24 11:15:33

댓글 감사합니다.
무엇보다 이들의 사랑을 이해해줘서 고맙습니다.
살면서 때론 뜨거운 사랑이 찾아오기도 하지요.누군가 그러더라구요,결혼은 멋모르고 했는데 인생의 반쯤 살다가 사랑의 진가를 알았다구요.만약 중년에 사랑이 찾아오지 않았다면 영원히 사랑이 먼지를 모르고 살다갔을거라고....그래서 쉽게 오지않는 그 감정 더욱 소중히 여기게 된다고......
사랑한다는게 그냥 살을 섞는것이 아니지요.존경과 믿음,마음으로 지켜주고 아껴주는게 참사랑일듯하네요.
그리고,남의 불행을 딛고선 행복은 바랄바가 아니라고 봅니다. 그래서 남녀주인공은 최대한 상대방의 가정을 존중해주지요.
나중에,아주아주 나중에 서로가 혼자가 되였을때에라야 함께 할수 있을란지....아마도 그럴겁니다.

즐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misunkim74 (♡.58.♡.228) - 2015/12/24 12:50:08

맞는말씀입니다...오눌도 잘 보고갑니다...

메리크리스마스~~~

유학천사 (♡.136.♡.255) - 2015/12/24 13:40:46

정말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드는것같은 스토리입니다...가정과 사회적지위의 울타리속에서 자신의 사랑과 감정을 억제하면서
살아가시는 모습 참 안타깝고 불쌍하기도 합니다^^하지만 인간으로서 모순속에서 살아야만 하니 어쩔 도리가 없을때가 많습니다
웃분들의 말처럼 존경과 마음.믿음으로 바라보는 사랑이야말로 참 사랑인것같습니다....오늘도 감명깊에 잘 읽엇습니다^^
크리스마스 잘 보내시구 다음집도 기대하겟습니다.감사합니다!!!

저문들녘바람처럼 (♡.62.♡.38) - 2015/12/24 15:02:43

산다는게 참 힘들지요? 륜리와 도덕을 확~무시해버릴순 없는지......살짝 미치면 인생이 즐겁다던데...ㅋㅋ ,까짓 확 저질러버릴가요?

anyushi (♡.113.♡.174) - 2015/12/24 16:00:38

사랑이 깊어지면 자연스럽게 합쳐질겁니다. 하지만 무서운건 가질수록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니깐, 피차 가정에 절대 피해 가지 않게 두사람 꼭 자제하면서 오래오래 사랑하는거 보고싶어요.

저문들녘바람처럼 (♡.62.♡.38) - 2015/12/24 16:27:12

넵!명심하겠습니다.

행복플라스 (♡.62.♡.121) - 2015/12/25 10:53:23

둘이 자주 만낫으면 좋겟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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