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봄날이 올까(13회)

죽으나사나 | 2023.12.21 02:09:55 댓글: 0 조회: 318 추천: 1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4532173
따스한 봄날이 올까. (13회) 질투


30분 전.

”지금 대체 어디 가는 거야? 이쪽은…“

”맞아. 다미네 오피스텔로 가는 거야.“

도진은 분명히 자신이 불쾌해 할거 알면서 그녀의  집으로 간다고 덤덤하게 말하는 상준이가 어이가 없었다.

”뭐 하자는 거야? 당장 차 세워.“

도진은 화를 버럭 냈다.

”내 말 좀 들어 봐. 너도 이렇게 매년 찾아오는 다미 생각도 조금은 해줘. 시간도 많이 지났잖아.“

상준은 열받아서 거친 숨을 내쉬는 도진을 힐끗 보고는 말을 이어갔다.

”오늘 유나 씨도 있을 거랬어.“

”뭐?“

도진은 자기 귀를 의심했다.

누가 있을 거라고? 유나가? 유나가 왜 다미 오피스텔에?
거기는…

여기까지 생각하니 다미의 뜻을 어느 정도 알게 될 거 같았다.

”야, 넌 그래도  친구라면 나한테 미리 말이라도 했어야지. 갈 데가 있다고 무작정 끌고 나온 게 여기야?“

도진은 일부러 숨기고 자신을 여기까지 데리고 온 상준이를 나무랐다.

”미안, 다미가 희주에 대해 알고 싶지 않냐고 해서…“

상준은  차 창밖을 멀리 내다보면서 옅은 한숨을 쉬었다.

희주라는 그 이름에  굴러가는 차 안에서  둘은 아무 말 없이  다미네 오피스텔로 향했다.

“도진 선배! 상준 오빠! 마침 음식 차리고 있는데  딱 맞춰서 왔네? 유나 씨는 아까 왔어요.”

다미네 집에 제대로 발도 들이기 전에 부담스러울 정도로 무척이나 반기는 다미를 만날 수 있었다.

“유나 씨 또 보네요. ”

다미의 들뜬 목소리와  상준이의 인사 소리만 들리고 유나와 도진은 말없이 서 있었다.

‘내 생각이 맞았네. ’

유나는 이제 알겠다는 듯 속으로 곱씹었다.

“빨리 앉아요. 여기 진짜 오랜만에 오죠? 도진 선배!“

다미는 서서 서성이는 도진의 팔을 당겨서 자기 앞 의자에 눌러 앉히며 굳이 확인받고 싶어 했다.

”그러네.“

‘오랜만이지. 그 뒤로 안 왔으니까.’

도진은 앉은 자리에서 주위를 대충 둘러보았고 그걸 지켜보던 유나는 앞에 이미 따라져 있던 와인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유나 씨. 술 많이 고팠나 보네.“

상준은 유나의 잔에 바로 와인을 따라 주었다.

”레스토랑 사장님을 앉히고 내 요리가 맛있다는  보장은 못 하겠지만  제 성의다 생각하고 드셨으면 좋겠어요. 모두들 와줘서 고마워요. “

다미는 간단한 인사치레를 하고 와인 잔을 들었다. 그에 상준이도 와인잔을 들면서 가만히 있는 도진과 유나한테 마시자는 제스처를 했다.

그렇게 넷 모두 각자 다른 생각을 안은 채 잔을 들어서 와인을 비웠다.

“상준 오빠한테 부탁은 했지만 사실 난 긴가민가 했어요. 도진 선배가 안 올 줄 알았거든. ”

다미는 보라 원피스를 만지작거리면서 말했고 상준은 다미의 약간 뻔뻔한 말에 살짝 코웃음을 쳤다.

“선배랑 같이 있을 때랑 똑같죠?”

다미는 자꾸 확인을 하고 싶어서 안달 났고 도진의 난처함을 하는 상준이는 분위기를 바꾸고자 유나한테 머리를 돌렸다.

“유나 씨. 그날 레스토랑에서 술 더 마셨어요? 제가 도진한테 거의 쫓기다시피 나가서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갔잖아요.  둘이서 무슨 오붓한 얘기를 했나~?“

”아… 별로 안 마시고 정리했어요.“

”그랬구나~ 분위기가 좋았었는데 참 아쉽네. 다음에 실례가 안된다면 마감 후 잠깐씩 가서 한잔해도 돼요? 전에는 도진이랑 레스토랑에서 한잔하기 좋아했거든요. “

”네에. 저는 괜찮아요. “

둘은 말 없는 도진과 얼굴색이 점점 어두운 빛으로 변해가는 다미를 신경 안 쓴 채 대화를 이어 갔다.

”저번에 유나 씨 남자친구가 없다고 했죠? 이렇게 예쁜 얼굴을 해 갖고, 남자들이 그냥 놔둘 리 없는데 혹시 헤어진 지 얼마 안 된 케이스? 아니면 …“

”아이, 오빠. 그만하세요. 유나 씨가 난감해 할 질문을 하는 게 아니에요. 사람마다 비밀은 다 갖고 있잖아요. 그렇죠? 유나 씨.“

더 말하려는 상준의 말을 뚝 끊어 버리고 다미는 위로라도 하는 듯 유나의 손등을 잡아주었다. 그에 유나는 어색한 미소만 지었다.

** 잠시 후

”도진아. 나 나가서 담배 좀 필 건데 너도 같이 갈래? 바람도  씔 겸.“

상준이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도진을 툭 건드린다.

”너 담배 끊은 거 아니었어?“

”아 그게… 또다시 하게 되네?  못 끊겠다.”

상준의 개의치 않아 하는 표정에 도진도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같이 가게요? 금방 들어올 거죠?”

다미는 나가는 둘한테 미소를 머금은 채 문이 닫힐 때까지 바라보았다. 그러나 나가자마자 그녀의 표정이 서서히 굳기 시작했다.

”유나 씨. “

시선도 마주하지 않은 채 굳은 표정으로 유나를 불렀다.

”네?“

”난 있잖아요. 포기를 할 수가 없어요. 여기서 절대 멈출 수가 없어요.“

”… 네?“

다미의 혼잣말 같은 주절거림에 유나는 다시 한번 의문을 던졌다.

다미는 그러는 유나한테 고개를 돌리더니 다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저 유나 씨한테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 봐도 될까요?”

“네. 그러세요. ”

“화영한테 우연히 들은 건데 유나 씨 어릴 때 보육원에 있었다면서요?”

아…

무슨 얘기를 하려고 보육원을…

유나가 의도를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자 다미가 말을 이어 갔다.

”몇살 때 입양을 한 거에요?“

“아… 아마 6살인가… 그랬을 거예요. ”

“몇 살 때 보육원에 들어갔는지는 알고 있어요?”

”그게…“

다미의 집요한 질문에  유나는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그제야 자신이 조금 심했다는 걸 느낀 다미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아. 미안해요. 실례가 됐다면, 사실… 도진 선배도 어릴 적에 입양을 통해 지금 부모님을 만난 거라 궁금했어요 .“

“사…장님이요?”

유나는 약간 놀라는 눈치였다. 이제야 다미랑 제대로 대화를 하고 싶은 표정이었다.

“몰랐었구나. 하긴, 선배가 입양 한 사실을 그렇게 얘기하고 다니지는 않죠. 도진 선배가 마음이 많이 여려요. 그래서 자기랑 과거가 비슷했던 사람한테 마음을 많이 쓰고 그래요. 몰랐죠?”

사장님도 입양아라니…

[동생을 찾다니요?]

[음... 자세한 건 좀 그렇고 얘가 어릴 때 헤어졌던 동생이 있는데 3년이나 찾았거든요? 근데 이제 찾을 수 있대요. 희망이 생긴 거죠.]

레스토랑에서 상준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때 잃어버린 건가… 그래서 얼굴빛이 항상 어두운 거였나….

“유나 씨?”

“네?”

생각에 잠겨 있던 유나를 다미가 불렀다.

“뭔 생각을 그렇게 해요?”

“아, 아니에요. 죄송한데 금방 뭐라고 했나요?”

“도진 선배가 요즘 유나 씨한테 꽤 친절하고 잘해 주고 그러죠? 그게 다 유나 씨가 입양아라고….”

“저기 다미 씨.”

유나는 듣다 보다 한마디를 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사장님이 저한테 잘해주는 거였나요? 누구한테나 하는 자상함 아니었나요? 몰랐는데 다미 씨 얘기를 듣고 알게 되었어요. 근데 사장님이랑 저 다미 씨가 걱정하는 그런 거 없어요. … 단순 제 과거가 궁금하다면, 태어난 지 얼마 안 돼서 보육원에 버려져서 내 친 부모님 얼굴도 모르고 컸다는 거? 더 궁금한 게 있나요?“

다미의 눈썹이 불쾌함에 씰룩거렸다. 언니라고 부르면서 붙임성이 많은 화영에 비해 자기보다 분명히 나이가 많다는 걸 알 텐데 말끝마다 다미 씨라고 부르는 유나가 조금 많이 거슬렸다. 그러나 이내 활짝 웃어 보이면서 친한 척 유나의 팔에 살짝 손을 얹었다.

“어머. 유나 씨. 기분이 나쁘게 들렸다면 미안해요. 난 그저 유나 씨가 혹시나 되지도 않는 기대를 하게 될까 봐…”

“기대 따위 안 해요.”

“그래요?”

다미는 유나의 조금 화난 듯 알 수 없는 표정을 살폈다.

“하긴, 요 몇 년 새 자기 동생 찾는 데만 여념이 없었지 어디  다른 생각을 하긴 하겠어요? 저도 그래서 기다리는 중이에요. 옛날의 도진 선배로 돌아 오기를.”

“…”

“아, 그리고. 유나 씨가 저에 대해 몰라서 사온 거라 받은 건데, 저 딸기 알러지 있어요. 케이크는 먹은 걸로 할게요. 그리고 제가 듣기론 도진 선배가 저번에 땅콩 알러지때문에 쓰러진 손님을 대처 잘 해줬다면서요? 그거 다 예전에 딸기 알러지가 있는 저 때문에 따로 배운 거에요.“

그녀의  훅 던진 말에 아무 말 없이 속눈썹만 미세하게 떨고 있는 유나의 모습을 본  다미는 확신이 생겼다. 차분하던 그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 여자… 도진 선배를 좋아하고 있다.

둘은 어쩌면 자기 상상 이상으로 깊어졌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이 관계를 망쳐 버리고 싶은 다미였다.

이에 다미는 자신 휴대폰 속에 도진의 번호를 누르면서 스피커를 켰다.

“뚜루루루…”

통화 연결음이 몇 번 가더니 도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도진 선배. 어떡… 해요? 하… 하… 나 금방… 유나 씨가 사 온 케이크를 한 입 먹었는데 숨이… 안 올라와. 어떡…해?”

“뭐?? 딸기 들어간 케이크 아니야? 너 케이크는 조심을 했어야…. 아니다. 기다려. 금방 올라갈게!”

죽을 듯한 연기를 뱉던 다미가 “뚝- ” 하는 전화 끊긴 소리와 함께 무섭게 빠른 태세 전환으로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유나를 바라본다.

“이건 경고예요. 난 도진 선배를 포기 못해요.”

도진이랑  함께였던 4년이란 시간은 다미한테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었고 또다시 그때처럼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하루아침에 자기를 매몰차게 내친 도진한테 도대체 왜 그러는지 묻고 싶은 게 많았지만 그때쯤 기억을 되찾아 힘들어하는 도진을 기다렸었다. 언젠가 해명을 해주겠지. 돌아오겠지…

그래, 기억이 돌아 오면서 사람이 생각이 많아지고 잠깐 변해가는 과정이라고도 인정해 줄 수 있다. 근데 작년까지도 그리 나쁘지 않았던 사이였는데 올해는 달라진 도진한테 배신감도 적지 않게 들었다.

[동생만 생각할래. 너한테 신경 쓸 마음 따위 없어. 미안해. 다미야. ]

3년 전 자기에게 말했던 도진의 말이 떠오른 다미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거짓말! 거짓 쟁이!!!

그럼 지금 이 여자한테 반응하는 건 뭔데!!!…….

“덜컥!”

문이 갑자기 벌컥 열렸고 도진이와 상준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급하게 뛰어 들어왔다.

“다미 너 괜….”

의자에 앉은 채 아무 일 없이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짓고 있는 다미를 발견 한 도진이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 갔다.
테이블 끝 쪽에 있는 케이크는 포장지를 뜯지도 않은 상태였다.

”비밀번호 여태 안 바꾸길 잘했네. 기억하고 있었구나. 도진 선배. “

“너…!”

“다미야. 너 이런 걸로 장난을 왜 쳐! 도진이랑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너 딸기는 금기잖아!”

도진이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상준이가 도진이를 막아서면서 다미를 향해 큰 소리로 나무랐다.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많이 실망 한듯한 표정의 유나 얼굴을 보았기 때문이다.

“저 좀 피곤해서 이만 갈게요.”

유나는 급히 가방을 집어 들고 현관 쪽으로 걸어갔다.

”유나 씨 잠깐…“

도진은 그런 유나를 잡으려고 팔을 내밀었으나 그녀는 도진의 손이 안 닿도록 일부러 그를 피해 걸어 나갔다.

도진은 아직 의자에 앉아 자신한테 뭐라도 말하기를 기다리는 다미를 한번 쳐다보고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이럴 줄 알면서 뭘 기대하고 초조했던 걸까.

원망이던 걱정이던 뭐라도 더 했으면 좋았을 텐데…

다미는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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