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봄날이 올까 (18회)

죽으나사나 | 2023.12.24 21:33:02 댓글: 8 조회: 434 추천: 4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4533624
따스한 봄날이 올까.   김도진.
(18회)

“ 왠지 연인끼리 있다가 질투를 하는 느낌인데?“

진취적인 자세의 도진이 말이 유나의 귀에 꽂혔다.

”…“

뭐라고 반박할지 생각은 안 나고 머리가 점점 하얘지기만 한 유나였다.

” 특별한 알러지는 없는 거 같고, 식으면 맛이 없으니까 빨리 먹어. 이런 사장이 드물긴 하지만 직원이 힘들어하는 걸 뻔히 아는데 식사 한 끼 정도야 직접 대접 해줄 수 있는 거지. 더군다나 식당 사장으로서 말이야.“

도진은 자기가 오늘 한 끼 차린 걸 너무 의미 부여하지 말라는 뜻을 전해주었다. 이렇게 안 하면 오늘 한술도 안 뜰 여자일 거 같아서 말이다.

‘그…렇지. 아무래도….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

그의 예상대로 유나는 말없이 포크를 다시 들더니  앞에 있는 파스타를 돌돌 말아 입에 천천히 넣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을 본 도진도 말없이 흐뭇한 미소를 짓다가 자신도 포크를 집었다.

**

”사장님이 직접 요리까지 해서 직원을 대접하리라곤 생각을 못 했어요. 요리도 너무 맛있고요. 고마워요.“

식사를 끝내고 같이 설거지까지 마친 유나가 의자에 앉아 후식으로 커피를 마시고 있는 도진의 앞에 다가가 고마움의 인사를 건넸다.

“내가 안 해서 그렇지 원래 하면 잘해.”

”아… 네.“

유나는 요리가 맛있기는 했지만 뜬금없는 자신감의 도진한테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무슨 사람이 하루아침에 바뀌냐…

이유가 뭐지?

“사장님 혹시…”

궁금한 게 생겼다.

“왜?”

“뭐 요즘… 충격이라도 받은 게 있나요?”

“뭔 소리야?”

“그게…”

“본인 절로도 이상해진 거 같다는 생각 안 들어요?”

“응.”

“아… 그렇구나.”

도진이의  당당함에 유나는 더 이상 의문을 품기도 이상한 거 같았다.

“근데 슈림프 파스타는 누가 생각해낸 거예요? 확실히 손님들이 1순위로 찾는 이유를 알 거 같아요.“

”이 메뉴는 내가 울 어머니한테서 많이 먹어 봤던 음식 중 하나인데  메뉴로 나온 거지. 어머니 덕분이야.“

”아아~ 그럼 어머니한테도 지분을 주셔야겠네.“

”음… 따지고 보면 그렇지?“

둘은 커피를 마시고 오손도손 이야기도 나누면서 웃음꽃이 피는 분위기였다.

레스토랑 홀 밖에는 이 장면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사람이 있었다.

김다미. 아까 마감 전에 도진이한테 전화를 해도 문자를 해도 소식이 없길래 설마 여기에 있지는 않겠지 하는 불안한 마음을 안고 왔다.

직접 음식을 해서 갖다 바쳐주는 모습부터 보았다. 밖에 한참을 있었는데 그의 눈에는 온통 유나밖에 없어서 홀 밖을 아예 쳐다보지도 않더란다.

다미는 7년 전 도진이랑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나 가슴이
아려왔다.

미국의 어느 대학.

[김다미.]

[아, 도진 선배.]

같은 동아리라 자주 보기는 해도 평소 자신을 이렇게 부른 적이 없는 도진 선배가 어쩌다가 캠퍼스 밖을 나가려는 다미를 붙들어 세운다.

의아해하는 다미의 생각이 가시지 않을 무렵,

도진이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다미한테 한 발짝 더 다가간다.

[난 네가 좋은 데 우리 만나볼까?]

“…”

너무 당황해서 가슴은 미치게 뛰는데 몸은 그 자리에서  굳어버린 다미는 그런 여유로운 도진의 태도에 입 밖으로 옅은 실소가 나가고 말았다.

[제가 왜 좋은 데요? 언제부터요?]

그 그윽한 눈빛을 한참을 쳐다보려니 다미도 왠지 모르게 마음속 깊은 곳에서 도진을 놀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한테 바짝 다가가 고개를 쳐들었다. 다미도 서양 친구들 중에선 여자치고 작은 편이 아님에도 키가 저 먼발치까지 높은 도진한테는 어림없었다. 도진은 자기 코앞까지 다가와 도발하는 다미한테 한치의 놀라움도 없었다.

[좋아하는 건 이유가 꼭 있어야 하나? 이유가 꼭 필요하다면…]

도진은 다미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김다미니까? 그리고 너도 날 좋아하니까 만나보자는 거야.]

다미의 심장이 또 쿵- 하고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도진은 그 자리에 굳어버린 다미의 어깨를 툭 치고는 한마디를 더 보탰다.

[사귀자는 거 아니야. 만나보자는 거야. 서로 맞는지 알고 나서…]

[우리 그냥 사귀어요!]

도진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다미가 눈을 질끈 감고 큰 소리로 웨쳤다. 그 덕분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보기까지 했다.

살짝 당황해진 도진은 금세 온화한 표정으로 이러는 다미가 귀여워져 그녀의 머리를 막 헝클어놓는다.

[아…]

그러자 얼굴이 발개진 다미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정리하면서 자신을 뚫어져라 보는 도진의 시선을 잘 못 맞춘다.

[오늘은 나 집에 이미 선약이 있어서  너랑 같이 못 놀 거 같고 내일, 내일 저녁에 데이트할래?]

[… 좋아요.]

부끄러워하는 다미를 뒤로하고 도진은 그 큰 손을 흔들며 다미의 시야에서 점점 사라져 갔다. 금방 일어난 상황이 믿어지지가 않는 다미는 꿈인가 싶어 자신의 볼을 꼬집었다가 얼얼한 고통에 얼굴을 슥슥 비볐다.

그녀도 그럴 것이 도진을 좋아하지는 오래되었어도 그렇게 많은 여자들이 들러붙어도 큰 미동도 없던 도진이라 속으로만 꾹꾹 누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기를 좋아한다는 걸 알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다른 여자들처럼 잘 보이려고 일부러 다가갈 핑계도 만들지 않았다. 아니면 무시를 당했을 때 그 창피함을 이겨낼 수가 없을 거 같았다. 그랬는데… 그랬는데 오늘 갑자기 나타나서 하는 도진이의 말은 뭐가 뭔지,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구분하기 어려웠다.

다만 그거 하나는 알 수 있었다.

직진남…
이 여자다 싶으면 물불을 안 가리는, 주위의 그 누구도 눈에 안 들어오는 불타는  사랑…

그렇게 먼저 졸업하고 한국으로 온 도진을 따라서 여기까지  와서 같이 동거하는 내내 아무 문제 없었다.

너무나도 자상하고 다미를 아껴주는 세상 1등 남자친구였다.

근데… 근데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그 사고가 이 둘을 갈라놓았다. 아무리 사고가 일어나고 어릴 때 기억이 돌아왔다지만 자신을 보고 싶지도 않아 하는 도진이가 처음에는 많이도 미웠다. 마치 다른 사람을 보는 거 같았다. 예전 동아리 때 다미를 처음에 대하던 그 태도였다.

이해가 안 가서 따지고 싶었지만 부모의 죽음, 잃어버린 동생 기억까지의 도진은 그것만이라도 충분히 힘들어했기에 차마 자신한테 왜 이러는지 물을 수가 없었다.

그쯤 다른 사람이랑 정략결혼을 요구하는 엄마의 요청을 거절하는 조건으로 미국으로 돌아가서  일을 하게 된 다미는 지금까지 이렇게 일 년 대부분 휴가를 한국에서 도진이의 마음을 돌리는 데 썼다.

기다리면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고 굳게 믿었으니까 매번 그냥 후배로만 대하는 도진을 보면서도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올해는 조금 늦었지만 또 여느 때랑 다름없는 도진을 보게 돼서 오히려 안심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적어도 다른 여자한테 쉽게 마음을 여는 도진이가 아니라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당장 레스토랑 안으로 달려 들어가 도진이한테 따지고 싶은 다미였지만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선배의 저 눈빛은 이미 사랑에 빠진 눈빛이다.

다미가 그걸 모를 리는 없다. 자기만 바라보았던 그 사랑에 빠진 그 열렬한 눈빛… 잊을 수가 없으니!

이미 늦은 건가… 진짜로?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웃다가도 유나를 뭐라고 놀린 건지 삐친 그녀를 달래려고 조금 당황해하는 도진이…

이 모든 게 도진이한테서 리셋되는 느낌이다. 상대가 바뀌었을 뿐이지…

다미는 깊은 한숨과 함께 레스토랑을 돌아서 발걸음을 옮겼다.

“띠리리링…”

상준이한테서 전화가 왔다. 저번 레스토랑에 부른 뒤로 처음 연락이 온 상준이다.

잠시 후, 어느 바에서.

“저번에 너 혼자 뒤처리하느라 힘들었지? 음식 꽤 많이 했던데.”

승준이가 다미한테 와인을 따라주면서 물어본다.

“아니, 문제는 그게 아니니까.”

“그건 그렇지.”

시큰둥하게 대답하고는 와인을 꿀꺽 마시는 다미를 보며 승준도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도 레스토랑으로 출근하다시피 하는 거야?”

“그날 이후로 매일은 아닌데… 사실 레스토랑은 가고 싶지 않아. 밖에서 도진 선배를 만나고 싶지.”

“유나 씨 때문에?”

정답을 찌른 상준의 질문에 유나는 대답 대신 자신의 비워진 잔에 와인을 따랐다.

“미국은 언제 돌아갈 건데?”

“왜?”

“도진이가 너랑 안 놀아주면 내가 놀아줄 수는 있거든.”

“오빠가 왜?”

“뭐… 봉사활동?”

”뭐라고?!“

다미는 어이없는 상준의 대답에 찍 째려보고는 와인을 또 한 번 들이켰다. 상준도 다미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와인잔을 들었다.

다미도 알고 있다. 상준이가 왜 이러는지… 희주랑 헤어지기 전에는 넷이 참 많이도 놀러 다녔었다. 상준이도 다미에 대해 잘 안다는 뜻이다. 다미가 어떤 심정으로 여기서  버티고 있는지 잘 알고 있으니 조금이라도 마음을 풀어주기 위함이라는걸.

그리고, 상준은 다미한테 해줄 수 없는 말이 있다. 눈치를 봐서는 다미가 아직 도진이한테서 들은 게 없어 보인다.

[다미한테는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탁이야.]

사실 사고가 난 뒤 회복하고 있는 도진이한테 상준은 대체 왜 다미한테 그러냐고 물은 적이 있다.

어렵게 도진이한테서 들은 상준은 뭐라 할 말이 없었고 그 얘기를 다미한테 말하지 말라고 하는 도진의 말을 차마 안 들을 수가 없었다.

오해는 있지 않았을까 생각을 했지만 사실 죽고 사는 연인 사이가 하루아침에 웬수로 되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었다. 아무리 옆에서 뭐라고 한들. 자신과 희주가  딱 그랬다.

여기까지 생각한 상준은 지금은 그냥 아무 말 없이 잔을 비우는 다미한테 와인을 따라주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한편, 도진이가 레스토랑을 나간 뒤 샤워까지 끝낸 유나는 화장대 겸  방에 유일한 긴 테이블에 앉아 자신의 화장거울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이렇게 웃으니까 예쁘잖아. 힘든 거 있으면  혼자라 생각 말고 가끔은 주위 사람한테 도움도 받고 그래. 그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어.]

도진이가 하던 말이 생각난 유나는 또 다른 의문이 들었다.

내가 진짜 사연이 많은 거 같아서 동정하는 건가?

아니면… 사장님이 설마 나 좋아하나?

“에이…”

유나의 입에서 부정의 소리가 새어 나왔다. 뭔지는 몰라도 전자였으면 전자지 후자는 절대 아닌 거 같았기 때문이다.

**

도진은 자신의 오피스텔에 누워서 요즘 유나랑 있었던 일들을 되새겨 보았다. 자신이 어떻게 하면 유나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도울 수 있는지도 생각을 했다.

머릿속엔 온통 유나 생각뿐이다.

그러면서 휴대폰에 아직 확인하지 않은 메시지가 자꾸 알림으로 뜨자 확인하기 시작하였다.

다미한테서  여러 통의 전화랑 문자가 왔었다. 아래로 또 내리니 송 매니저한테서 한 통의 문자가 왔었다. 링크를 보내주었는데 야유회에 갈 장소를 물색했나 보다.

클릭해 보니 주소가 낯익은 곳이다.

<가평 행현리>

어릴 적 도진이가 살던 동네 근처다.

도진이의 들뜨던 마음이 갑자기 차분해지기 시작했다.

로즈박님이 100포인트 선물하셨습니다.
추천 (4) 선물 (1명)
IP: ♡.214.♡.18
로즈박 (♡.142.♡.58) - 2023/12/25 09:45:19

항상 잘 보고잇습니당..
담편도 기대할게요..
메리크리스마스예요~~

죽으나사나 (♡.214.♡.18) - 2023/12/25 11:43:38

누군가 봐주고 있다는 것만 해도 기분이 좋습니다. 큰 기복이 없이 잔잔한 이야기를 봐주어서 감사합니다. 이 게 연재가 끝나면 다음에는 살짝 기복이 있는 이야기로 다시 오겠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Figaro (♡.136.♡.59) - 2024/01/01 15:22:00

본인 직접 쓴 글인거예요?
글쓰는거 엄청 어려운데
특히 웹소설.잔잔한 로맨스 쓰기 어려워요.

암튼

화이팅 하세요~!!!

죽으나사나 (♡.214.♡.18) - 2024/01/01 16:08:57

저절로 쓰고 있어요. 어릴 적 취미로 써본 적이 있는지라 오랜만에 다시 써보네요. 네이버에 올리고 있습니다. 여긴 중국에 있는 친구가 네이버 접속하기 어렵다고, 보고 싶으니 올리라 해서 올리는 겁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Figaro (♡.136.♡.59) - 2024/01/01 17:08:31

건필하세요 작가님.

죽으나사나 (♡.214.♡.18) - 2024/01/01 17:21:17

작가는 어색합니다 ㅋ

Figaro (♡.136.♡.59) - 2024/01/01 17:29:39

아하
실제 두손으로 글을 쓰고 그러시면 다 작가입니다.
어색해 하지마세요.
꼭 위대한 소설을 써야 작갑니까.
소소한 글을 써도 작가고 남에게 보여주면 작갑니다.

물론 구술을 해서 다른 사람이 적어도 구술자가 작가이기도 하겠고요.
그리고 자주 쓰다보면 좋은 작품이 나오고

나도 작가라는 생각이 나름 무난한 글을 낳는다고 생각해요.
물론 글로 돈을 벌면 더 좋겠고요.

간간히 여기서 배운 말투가 아주 흐릿하고 비릿하게 글자와 공백의 행간에
보이는것 같은데

네버에서도 성공한 우리작가가 나오길 바랍니다.
그러려면 철저히 거기 문법과 말투로 작가님만의 좋은 스토리를 풀어가는게
좋다고 봅니다.

물론
클리셰를 비틀고 비슷한 이야기들을 작가님만의 스타일로 꼬아서
자기만의 작품을 만드는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이 작품도 그런 유형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그런 작품이라고 해서 얕게 볼바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러는 와중에 실력도 늘고 좋은 작품이 되는길로 어렵사리 가게 될꺼라 보고요.

피드백도 받고
플랫폼도 연구하고 키워드와 트랜드를 연구하면서 점점 글이 진화해서
좋게 나온다고 봅니다.

죽으나사나 (♡.101.♡.215) - 2024/01/01 18:47:53

좋은 말씀을 길게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가방끈이 짧아서 어휘력이 많이 딸려서 쓸 때 고민이 많습니다. 큰 것까지 바랄 건 없고 그냥 누군가가 봐주고 있다는 것만 해도 즐겁습니다.

22,943 개의 글이 있습니다.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조회
보라
2006-08-09
33
63041
단밤이
2024-01-23
2
266
죽으나사나
2024-01-23
1
133
죽으나사나
2024-01-22
3
158
죽으나사나
2024-01-22
2
164
죽으나사나
2024-01-21
1
136
죽으나사나
2024-01-21
2
189
여삿갓
2024-01-20
5
809
죽으나사나
2024-01-20
2
199
죽으나사나
2024-01-20
2
153
죽으나사나
2024-01-19
2
198
죽으나사나
2024-01-19
2
126
원모얼
2024-01-18
1
299
여삿갓
2024-01-18
5
916
죽으나사나
2024-01-18
2
201
죽으나사나
2024-01-18
2
185
죽으나사나
2024-01-17
2
221
죽으나사나
2024-01-17
2
162
죽으나사나
2024-01-15
2
209
죽으나사나
2024-01-15
2
160
죽으나사나
2024-01-14
2
173
죽으나사나
2024-01-14
2
631
죽으나사나
2024-01-13
2
178
죽으나사나
2024-01-13
2
234
죽으나사나
2024-01-12
2
221
죽으나사나
2024-01-12
3
238
죽으나사나
2024-01-11
2
239
죽으나사나
2024-01-11
1
249
모이자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