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봄날이 올까 (19회)

죽으나사나 | 2023.12.28 19:54:44 댓글: 0 조회: 397 추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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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봄날이 올까 (19회) 힐링의 바닷가

다음날,
"사장님, 어제 제가 보낸 링크 보았죠? 거기 괜찮은 거 같죠?"
아침부터 송 매니저가 자기가 고른 펜션에 대해 빨리 칭찬을 해달라는 듯 보챈다.
"괜찮긴 하던데요. 거기로 하죠."
"네~6월 말로 하겠습니다. "
송 매니저는 지금 이 소식을 알려주러 신나 게 직원들 사이로 가버렸다.
"언니 이제 몸은 괜찮아요? "
화영이가 유나의 곁으로 다가오면서 걱정되는 표정을 지었다.
"응. 이제 괜찮아. 고마워. 걱정해 줘서."
유나는 그런 화영이를 안심시키려는 듯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그저께는 왜 그렇게 갑자기 뛰어나간 거예요? 무슨 큰일이 생긴 거예요?"
엄마가 쓰러졌다는 전화를 받고 뛰쳐나간 걸 얘기하는 거 같다.
"아... 그게, 별거 아니야. 다 해결됐어."
"아~"
"유나 씨 괜찮은 거죠? 일은 해결되고?"
송 매니저도 어느새 와서 유나를 걱정해 준다.
"갑자기 빠지게 되었는데도 이해를 해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매니저님."
유나는 송 매니저한테 허리 굽혀 인사를 드렸다.
"괜찮아요. 사람이란 게 원래 다 사정도 있고 그러는 거지 뭐, 더군다나 나도 사람 가려서 해요. 유나 씨 같은 경우는 진짜 일이 있어 보였으니까 그런 거고 만일 음~..."
주방에서 힐끔 내다보는 석호를 본 송 매니저는 턱 끝으로 그를 가리키면서 말을 이어갔다.
"쟤 같은 경우는 좀 다르죠."
"아..."
그러고 나서 송 매니저는 홀 뒤편으로 갔고 화영이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유나한테 속삭였다.
"언니, 나 요즘 느낀 건데, 다미 언니 있잖아요. 언니에 대해 궁금한 게 엄청 많나 봐요. 저한테 저번 날에 친하게 지내자고 하면서 술을 같이 마신 적이 있는데 처음에는 안 그러더니 나중에는 언니 얘기만 하더라고요. 제가 뭘 잘 모르기는 하지만 여태 23년을 살아온 직감으로 보면 그 다미 언니가 그렇게 쉽게 언니를 놔줄 거 같지 않아요."
화영은 이 대단한 걸 발견한 자신한테 어깨가 막 으쓱해질 정도였다.
"그날 저는 많이 취한 척하고 모른 척 하긴 했는데 많이 수상했어요. 언니가 개의치 하지는 않았지만 보육원 말은 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처음에 그 친절한 미소 때문에 속아서 술술 불었어요. 미안해요. 언니..."
화영은 또 자신을 자책하기 시작했다. 그날 아무것도 모르고 그대로 헤어진 줄 알았는데 이튿날 깨고 보니 뭔가 자꾸 이상해서 되새겨보니 지금 말한 그대로 느껴졌다. 유나한테 한 번을 잘못을 했다면 이번엔 좀 뭔가를 도와주고 싶었다.
"신경 써줘서 고마워."
유나의 눈빛이 많이 밝아졌다. 이런 기분을 느끼기엔 오랜만, 아니, 처음인 거 같긴 했다.
아까부터 다들 한 번씩 괜찮냐고 물으면서 이렇게 신경 써주는 게 너무 생소하게 느껴졌지만 너무 따뜻하고 좋은 느낌이었다.
도진은 사장실 안에서 이 모든 걸 지켜보다가 어딘가로 문자를 보냈다.
"지잉-"
유나한테 문자 한 통이 진동으로 들어왔다.
<저녁에 연락할게. 시간 비워 놔.>
문자를 확인한 유나는 자연스레 고개를 사장실로 돌렸고 마침 의자에 앉아있는 도진이랑 눈이 마주치자 바로 모른 체 딴청을 피웠다.
도진은 유나의 그 모습에 피식 웃어버렸다.
레스토랑은 또 그렇게 바쁜 하루가 시작되었고 정신없이 뛰어다니다 보니 어느새 또 날이 저물어갔다.
유나는 동료들과 함께 요즘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조금 힘들지만 기분 좋은 하루를 보냈다.
"다들 내일 다시 봐요 ~ "
"수고하셨습니다. 잘 들어가세요~."
동료들은 어느새 하나둘씩 마감을 끝내고 레스토랑을 빠져나갔다.
유나도 인사를 마치고 2층으로 올라가려는데 주머니 속의 휴대폰 진동이 느껴졌다.
도진이었다.
"여보세요?"
잠깐 머뭇거리던 유나가 도진의 전화를 받았다.
"옷 갈아입고 나와."
"왜요?"
"말했잖아. 연락한다고."
시큰둥해서 묻는 유나의 말이 신경도 안 쓰이는지 도진은 낮에 했던 말을 또 하게 하냐는 말투였다.
"어데로 나간다고는 안 했잖아요."
"그래? 일단 주차장으로 와. "
"아니,,,"
그렇게 거리를 두던 도진이가 이제는 조금 무례해졌다고 해야 되나? 이제 유나의 의사는 거의 신경을 안 쓰는 편으로 더 아직 말이 안 끝난 그녀의 폰에선 뚜뚜뚜- 하는 연결 종료음만 들려왔다.
"뭐야..."
짜증이 나는 머리와 달리 유나는 다른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어느새 도진이의 차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
살짝 화가 나 가쁜 숨을 몰아쉬는데 갑자기 도진이의 몸이 유나의 가슴 쪽으로 기울어졌다.
또 돌덩어리처럼 굳어버린 유나를 확인하고 도진은 좌석 옆에 달린 안전벨트를 쭈욱 당겨서 클립을 잠갔다.
"언제 채우나 아까부터 기다렸는데 저절로 안 하길래."
도진은 무심한 한 마디를 하고는 차 시동을 걸었다.
아...
요 이틀 다미가 한 말들 때문에 도진이한테 좀 멀리하고 싶었는데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일부러 다가오는 도진이 때문에 혼란스러운 유나라 벨트 채우는 걸 아예 생각도 못 하고 있었다.
그저 어떻게 하면 이런 상황을 멈출 수 있을까 생각을 했다.
"우리 어디 가요?"
그렇게 한참을 말없이 달리다 참다못한 유나가 입을 먼저 열었다. 도진은 유나를 힐끔 쳐다보고는 짤막하게 대답했다.
"바다."
"갑자기요?"
"응."
이 진부한 상황은 뭐지...?
"이거 왠지..."
"응. 맞아. 웹 서핑을 좀 해봤는데 기분이 안 좋고 처질 때는 바닷가가 최고라 하더라고. 그래서 가는 거야."
"네?"
웹 서핑이라고? 인터넷으로 검색을 했다는 거야 지금?
유나는 어이가 없어서 실소를 날렸다.
"왜? 이게 아니야? 많은 사람들이 좋아요 눌렀던데?"
꼼꼼하고 차분하던 도진이한테도 아무 글이나 믿는 이런 모습이 있다는 게 웃겼다.
"웃어?"
유나의 반응에 살짝 자존심이 상한 듯한 도진이었다.
"아니요!"
몇 초간 정적이 흐르다 뻘쭘했던 도진이가 다시 입을 열었다.
"... 알다시피 내가 이런 일에는 오랜만이라... 그렇게 됐어. 진부하다 느껴져도 같이 가주라."
이런 일이... 여자에 관해서?
덤덤한 표정으로 운전에만 집중하고 있는 도진의 옆모습을 유나는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별게 아닌 것처럼 말하는 도진의 말에 왠지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도진도 그런 유나의 시선이 뜨겁게 느껴져서 겉과는 다르게 심장이 팔딱 팔딱 뛰긴 마찬가지였다.
한참을 달려 어느새 고요한 밤바다에 도착했다. 물살도 어찌나 약한지 바다가 마치 멈춰 있는 듯했다.
유나는 말없이 그런 바다를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생각해 보니 어릴 적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 이런 바닷가도 자주 왔었는데 그게 언제인지 이제는 가물가물해졌다.
학교도 제대로 안 다녔으니 학교 친구는 당연히 별로 없었고 여기저기 일하면서 동료들은 있긴 했었는데 거의 마음을 안 여는 자신한테 다가오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그리고 같이 어울리려면 그것도 돈이 필요했어서 유나도 따로 사교 활동은 크게 신경을 안 썼다.
그래서 잊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힘들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누구를 찾아가야 하는지 몰랐었다.
어쩌면 누구한테는 바닷가가 진부한 장소라고 불려도 지금의 유나한테는 얼마나 가슴이 탁 틔우는 곳인지...
"잘 왔지?"
여태 조용하던 도진이가 유나의 마음을 아는지 슬며시 옆으로 다가와 말을 건다.
"네... 그러네요."
유나는 여전히 끝이 안 보이는 고요한 바다를 바라보면서 무의식적으로 대답을 한다.
"밤바다가 이렇게 예쁘고 잔잔한지 몰랐어요."
이 며칠 폭풍 같던 유나의 마음도 많이 가라앉는 거 같았다.
도진은 만족의 미소를 보이며 유나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자신도 한참을 바라보았다.
"고마워요. 사장님."
유나는 어느새 머리를 돌려 도진을 바라보았다.
이때 바닷바람이 살살 불어 오기 시작하더니 유나의 긴 머리가 그 바람에 천천히 흩날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옅은 미소에 거의 반달이 된 눈과 달싹이다 살짝 다문 핑크색 입술, 가녀린 몸, 그리고 향수인지 섬유 세제인지 모를 잔잔하고 향긋한 냄새가 도진의 시야와 후각을 자극했다.
어쩌면 예전의 도진이었다면 진작에 유나를 끌어안았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다는 걸 누구보다 알고 있었다. 자신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모르는 유나한테 그렇게 덥석 자극을 주고 싶지는 않았다.
아니면 또...
더 깊이 생각하기 싫은 도진은 환하게 웃으며 유나한테 입을 열었다,
"우리 야식 먹으러 갈래?"
"...네. 좋아요."
먼저 앞에서 성큼성큼 걸어가는 도진이의 등을 보며 아까 잠깐이나마 서글퍼진 그의 표정을 본 유나는 뭐라 말할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왜 그런 얼굴을 한 거지? 왜...?
<어느 한 식당에서>
"이거 빨리 먹어 봐. 맛있어. 이 늦은 시간, 이 근처에 문 여는 곳은 여기뿐인데 또 맛은 있어."
유나는 도진이의 다그침에 얼른 앞에 놓여 있는 회를 집어 들어서 입에 넣었다.
"맛있어?"
유나는 대답 대신 머리를 끄덕끄덕했다.
"그래?"
그제야 도진은 회를 한 점 집어서 여기저기 살펴보더니 겨자 소스를 찍어서 입에 넣어본다. 그 모습에 의아한 유나가 물었다.
"여기 먹어 봤던 식당 아니에요?"
"아니, 처음인데?"
맛이 이상한지 거의 씹지도 않고 꿀꺽 삼켜버린 도진이가 물을 들이켜면서 대답했다.
"그럼 여기가 맛있는 집인지 어떻게 알아요?"
"웹 서핑."
"네??"
"이것도 밤늦게 온 커플들이 자주 오는 핫한 곳이라길래..."
"커...플이요?"
유나가 반문했다.
아,
"아니 그냥 그렇다는 거지."
도진은 살짝 당황했지만 아닌 척 에둘러댔다.
"이건 별로고 다른 걸로 해야겠네."
그러면서 태연하게 메뉴 판을 집어 드는 도진을 보고 유나는 답이 없다는 듯 천장을 바라보면서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메뉴 판을 유심히 지켜보는 것 같던 도진이가 메뉴 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유나의 귀에 꽂히는 말을 꺼냈다.
"또 오고 싶으면 말해. 언제든지 와줄 게."
어딘가 살짝 삐긋 거리는 외출이었지만 이런 나들이 기분을 내본 지 언제인가...
유나는 애쓰는 도진이가 고마웠다.
근데 어디나 모자를 것이 없이 번듯한 도진에 비해 가진 거라고는 아픈 엄마와 동생밖에 없는 유나한테는 이런 도진이가 사실 부담스럽긴 마찬가지였다.
버틸 수 있을까...
그냥 이렇게 무작정 다가오면 지금까지 지켜왔던 걸 버틸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는 유나다.

그리고 다미가 했던 말들이 아직 많이 신경 쓰기이기는 매한가지였다.
**일주일 후
"유후~~ 드디어 오늘이네. 우리 도착하면 등산하고 카드놀이도 하고 술을 미치게 마셔 봐요!!"
어디에 놀러만 간다면 신나는 석호다. 특히 돈 한 푼 안 들이고 가는 펜션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어이그, 너 작년처럼 그렇게 많이 마시고 밖에서 꼬꾸라지면 안 된다?"
조길 셰프가 작년 이때쯤에 야유회에서 술을 많이 마시고 문 앞 바닥에서 구르면서 자던 석호가 생각나 혀를 끌끌 찼다.
"주방장님이 저 그럼 더 챙겨 주셔야죠~ 저 아직 어리단 말이에요~"
석호가 때아닌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으~ 저리 가!"
"하하..."
조길은 징그러워 몸서리를 치고 다들 둘의 대화에 웃겨서 빵 터졌다.
그렇게 모두들 다 버스 한 대로 기분 좋게 야유회의 장소인 가평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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