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봄날이 올까 (25회)

죽으나사나 | 2024.01.08 10:54:10 댓글: 0 조회: 280 추천: 2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4538318
따스한 봄날이 올까 (25회) 지아와 희애의 첫만남.

21년 전, 행복 보육원

[엉엉 어엉… 오빠… 엄마 아빠… 어엉…]

보육원의 구석 한편에서 긴 머리의 여자아이가  한참을 큰 소리를 내면서 울고 있다. 그 끝 쪽 방문으로 또 다른 짧은 머리 여자아이가  우는 여자아이를  바라보았다. 원장님의 5살 친구가 왔다는 말에 정신없이 뛰어왔지만 너무 슬프게 우는 여자아이의 곁으로 가기에는 조금 망설여졌다.

[이지아?]

짧은 머리 여자아이는 용기를 내어 우는 여자아이의 앞으로 다가갔다.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울던 아이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방향으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자기 또래로 보이는 작은 여자아이가 밝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 너 5살이라며? 나도 5살이야. 우리 친구 하자.]

울음소리를 멈춘 여자아이는 활짝 웃는 여자아이를 멍하니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고사리 같은 손을 내밀었다.

그 모습을 유리창 밖에서 지켜보던 원장과 직원들이 서로 마주 보며 안심의 미소를 지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어떻게 구슬려봐도 울음을 멈추지 않았던 아이였었다.

보육원 직원은 긴 머리 여자아이한테 짧은 머리 여자아이랑 똑같은 옷을 입혀주며 감탄했다.

[와아~ 이렇게 입으니 너네 진짜 쌍둥이 같다. 헤어스타일만 다르지 자세히 안 보면 한 엄마 뱃속에서 나온 줄?]

그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둘 다 뽀얀 피부에 계란형 얼굴. 동글동글한  눈과 앵두 같은 작은 입. 정말 닮았다.

[우리 그럼 쌍둥이인 거예요? 이름도 같으니까?]

짧은 머리 여자아이가 맑은 표정을 지으며 직원의 팔을 잡았다.

[쌍둥이는 이름은 같지 않지. 근데 쌍둥이 같아. 이런 일은 드문데 이름까지 같기는. 너희들을 어떻게 부르지? 음… 머리 길이가 다르니까 긴 머리 지아랑 짧은 머리 지아라고 불러야 하나?]

[긴 머리 지아?? 좋아요!!!]

짧은 머리 지아는 금방 지어 낸 이름이 좋아서 방방 뛰었다.

그리고 아직 얼떨떨한 표정으로 쭈볏거리는 긴 머리 지아를 발견한 지아는 그 아이의  손을 잡으며 말한다.

[지아야. 너는 이제 긴 머리 지아고 나는 짧은 머리 지아야. 알겠지?]

긴 머리 지아는 짧은 머리 지아의 말에 머리를 끄덕끄덕했다.

[너도 그 이름이 맘에 드는구나. 우리 나가서 같이 놀자. 우리 여기 언니 오빠들이 많아.]

그렇게 긴 머리 지아는 짧은 머리 지아의 손에 이끌려 밖으로 뛰쳐나갔다.

[너도 엄마 아빠가 없어? 가족이 없으면 여기에 있는 거야?]

그렇게 신나게 놀고 밤이 되어 짧은 머리 지아가 자기 옆에 나란히 누운 긴 머리 지아한테 물었다.

그 말은 들은 긴 머리 지아는 표정이 구겨지면서 바로 화를 내면서 울먹거렸다.


[난 엄마 아빠가 있어. 그리고 오빠도 있단 말이야. 언젠가는 날 데리러 올 거야.]

긴 머리 지아의 말에 짧은 머리 지아는 그 아이가 부러웠다. 자신은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는지도 모르는데 엄마 아빠가 있기나 한지도 알 수가 없었는데 이 아이는 엄마 아빠뿐만 아니라 오빠도 있다고 하니…

[이것 봐. 이건 우리 엄마가 나한테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 거야.]

긴 머리 지아는 옷 속에 숨겨져 있던 핑크 곰돌이 목걸이를 보여주면서 자랑했다.

[와아~]

짧은 머리 지아는 이불을 박차고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 만져봐도 돼?]

이렇게 이쁘고 귀여운 곰돌이는 처음 보았다.

[으응. 잠깐만 만져야 돼~]

긴 머리 지아가 목걸이를 만지게 허락해 주자 짧은 머리 지아는 무슨 보물을 만지듯이 조심스레 곰돌이를 어루만져 줬다. 그러다 뒤에 뭔가가 적혀있는 걸 보고 물었다.

[이게 뭐야?]

[응~ 이지아라고 내 이름을 각인시킨 거랬어.]

[부럽다…]

[넌 엄마 아빠가 없어서 모르겠지만 우리 엄마 아빠는 나한테 선물을 많이 줘.]

천진난만한 긴 머리 지아의 자랑에 짧은 머리 지아는 토라져서는 그 아이한테 쏘아붙이고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홱 돌아누웠다.

[나도 원장 엄마가 있어!]

엄마 아빠가 있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주 많이 기분 좋은 일인 거 같았다.

새벽 화장실을 가고 싶어 일어난 짧은 머리 지아는 화장실에 후딱 다녀오고 어데서 떠돌다 피곤해서 곤히 자고 있는
긴 머리 지아를 바라보았다. 숨겨 넣었던 곰돌이 목걸이가 비스듬히 스며나와 그 아이의 가슴 옆에 있었다.

지아는 자고 있는 아이가 깨지는 않는지 유심히 보다가 그 곰돌이를 조심스레 또 만져 보았다.

이쁘다…

갑자기 잠결에 움직이는  그 아이 때문에 깜짝 놀라 다시 이불을 뒤집어쓴 지아는 긴 머리 지아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자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서서히 잠이 들어버렸다.

그렇게,  여느 때보다 정말 많이 추운 겨울이었지만 둘은 친구처럼, 때로는 자매처럼 친해졌고 긴 머리 지아는 짧은 머리 지아가 있어서 그런지 처음엔 그리 찾던 부모님을 더 이상 그렇게 자주 찾지를 않았다.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따스한 봄날이 돌아왔다. 보육원 앞에 심었던 꽃들이 만개할 무렵, 보육원에는 두 쌍의 부부가 찾아왔다. 두 부부 중 남자들은 다 깔끔한 정장을 입었고 한 여자는 하얀 원피스에 긴 머리를 늘어뜨린,  누가 봐도 고상한 여자였다. 그렇다고 옆에 같이 웃고 있는 여자가 어디 밀리는 건 아니었다. 하얗고 티끌 하나 없이 맑게 생긴 얼굴에 하얀 셔츠에 보라색 치마를 입은 그 여자는 멀리서 봐도 충분히 주목을 이끌만한 사람이었다.

긴 머리를 찰랑 거리며 하얀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처럼 친구같이 아이를 입양하러 오는 부부는 적을 꺼야. 그치? 희애야.]

[그렇겠지? 우리 둘 다 다른 건 부족할 게 없는데  천사 같은 아이가 없다는 게 너무 아쉬워. 입양은 계속 생각하고 있었는데 용기가 사실 없었거든. 너희 부부가 우리랑 같은 생각이라고 할 때 속으로 많이 기뻤어. 용기를 가지게 되었으니까 .]

말하면서 방긋 미소를 짓는 그녀의 하얀 얼굴이 꽃들이랑 참 어우러져 더 화사하게 이뻤다.

[오셨어요? 연락을 받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보육원 원장이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짤막한 인사들과 함께 이들 부부는 마침 보육원 마당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원장님. 저기 두 아이는 쌍둥이인가요?]

희애가 키 차이, 생김새가 비슷하면서 똑같은 옷차림의 여자아이들을 가리켰다.

[어? 나도 저 아이들을 보고 있었는데.]

그 말이 원장은 웃으면서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쌍둥이는 아닌데 나이는 똑같이 6살이에요. 후원자 중에  쌍둥이를 키우는 분이 계시는데 매번 똑같은 옷을 많이 보내주세요. 둘이 나이도 같고 또 티 없이 맑은 아이들이라 자세히 안 들여다보면 다들 쌍둥이로 알죠.]

[아…]

희애와 지은은 알겠다는 듯 머리를 끄덕였다.

[여보, 저 여자아이들 너무 맑고 귀엽지 않아요? ]

희애는 옆에 조용히 서 있는 남편을 쳐다보면서 아이들을 가리켰다.

[그래. 나도 아까부터 눈에 밟히더라고.]

공감하는 남편의 말에 희애는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다 시선을 돌려보니 친구 지은이도 남편이랑 그 아이들에 대해 말하는 거 같았다.

잠시 후,

이 부부들의 바람대로 두 아이를 이들 앞에 데려왔다.

[아이들한테 왜 여기에 계시는지 어느 정도는 말해줘서 알고 있어요. 편한 시간 가지세요.]

원장님은 간단히 전달하고 문밖으로 나갔다.

두 아이는 어색한지 먼발치에서 이들을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했다. 특히 긴 머리 지아는 짧은 머리 지아의 떨어질세라 손을 꼭 잡고 한 발짝 물러선 뒤에서 몸을 숨기기 바빴다.

[아가들아. 이리 오렴. 너희들이 어떤 걸 좋아할지 몰라서 이것저것 간식들 사 왔는데 여기 앉아서 먹어도 돼.]

[진짜 먹어도 돼요?]

지은의 자상한 말투에 짧은 머리 지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당연하지. 여기 와서 먹어.]

지은의 옆에 앉아 있던 희애도 웃으면서 아이들 보고 오라고 손짓을 했다.

그제야 안심이 된 짧은 머리 지아는 긴 머리 지아의 손을 잡고 의자에 가서 앉았다.

이것저것 고르면서 간식을 맛나게 먹는 아이들을  보며 두 쌍의 부부는 뭔지 모를 행복감을 느꼈다.

잠시 후 아이들의 식사시간,

원장이랑 두 쌍의 부부가 면담을 가졌다.

[저희 보육원은 애들의 정서도 고려해서 아이가 싫다고 거부를 하면 그 의견을 들어주려고 해요. 두 아이한테 잘 얘기는 해보겠지만 혹시나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도 이해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원장의 조심스레 전하는  말에 이들은 다들 묵묵히 고개만 끄덕였다.

한편, 밥을 먹고 있던 긴 머리 지아가 짧은 머리 지아한테 귀에 대고 속삭였다.

[지아야. 우리 그냥 여기 있을 거지?]

[아니, 난 갈 거야.]

[어디로???]

긴 머리 지아는 짧은 머리 지아의 말에 많이도 놀랐는지
입술을 삐쭉거리면서 울먹이기 시작했다.

[아까 원장 엄마가 그랬어. 지금 원장 엄마는 우리 모두의 엄마인데 저 사람들 따라가면 나만의 엄마 아빠가 될 거래. 좋은 사람이라고 했어.]

[싫어. 난 여기서 지아랑 같이 있을래.]

긴 머리 지아는 떼를 쓰기 시작했다. 짧은 머리 지아는 한숨을 내쉬더니 긴 머리 지아의 어깨를 토닥토닥해주면서 그 아이를 타일렀다.

[ 너 아까 못 들었어? 그 아줌마들 친구래. 우리가 여기서 나가도 자주 만날 수 있다는 거지.]

[진짜?]

[응!]

[그럼 지아 너는 어느 아줌마 선택할 건데?]

긴 머리 지아는 이 아이랑 같은 곳으로 가고 싶었다.

[나는… 하얀 치마를 입은 아줌마!]

왜냐면…치마가 이쁘니까.

[그럼 나도 그 아줌마!]

[아니야! 그렇게 하는 게 아니고 우리 같은 아줌마 선택하면 안 돼. ]

[왜? 왜 안되는데?]

긴 머리 지아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 아이랑 같이 가고 싶은데.

[몰라. 안된다고 했어.]

이제 6살밖에 안 된  아이들은 서로 이해가 부족한 채 같이 시무룩해 있다가 머리 긴 지아가 갑자기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내가 하얀 치마 입은  아줌마한테로 갈 거야.]

[안돼~~ 내가 먼저 간다고 했잖아.]

짧은 머리 지아가 쉽게 양보할 리가 없었다.

[싫어. 네가 먼저 날 버리고 간다고 했으니 네가 다른 아줌마한테 가.]

막무가내였다.

[싫은데…]

그러면서  창가 너머로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부부들을 발견하게 된 짧은 머리 지아. 하얀 원피스를 입은 지은을 보다가 옆에 있는 희애를 쳐다보게 되었다. 그러다 희애랑 눈이 마주쳤고 그 희애는 지아를 보고  활짝 웃었다.

저 아줌마도… 괜찮을 거 같긴 해…

[양보하기 싫으면 … 음… ]

긴 머리 지아는 갑자기 생각나는 게 있었다.

[대신 너 이거 가져. ]

[이건 네가 아끼는 거잖아!]

긴 머리 지아가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며 말하자  짧은 머리 지아는 속으로는 좋으면서도 이 아이가 또 나중에 빼앗아 갈까 봐 선뜻 손을 내밀지는 못했다.

[난 우리 엄마 보고 또 사달라고 하면 돼. 내가 저 아줌마랑 같이 살고 있으면 엄마 아빠가 다시 올 거야.]

[진… 짜?]

천진난만한 두 아이는 서로 마주보면서 웃었다.

그렇게 둘은 며칠이 지나고 서로 각자 선택한 집으로 입양이 되었다. 처음에는 친구인 지은과 희애가 친구인 덕에 아이들은 자주 만나서 같이 놀러도 자주 갔었다. 그러다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모르겠는데 머리 긴 지아네가 갑자기 외국으로 떠나게 되면서 다시는 만난 적이 없었다.

[우리 또 만나자.]

[응! 또 만나!]

분명히 그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던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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