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의 타향기 (1)--자살

단 비 | 2002.06.26 18:42:10 댓글: 4 조회: 1232 추천: 1
분류일반 https://life.moyiza.kr/mywriting/1560545
지겨운 학교 생활도 인젠 끝나고 새로운 일터로 나가게 되였다.
부모님들이 졸업 1년을 앞두고 부터 준비하였기에  연길에 호구도 옮겼고 고정 일자리도 찾아 놓았지만...
연변에서 태여나 연변에서 자라고 연변에서 학교까지 마쳤는데  연변에서 평생 일하려 하니 어쩐지 서운했다. 중국지도 보면 땅덩어리 얼마나 큰데 , 우리 연변은 잘 보이지도 않은 한쪽 구석에 있고...

그리하여 숱한 돈들여 찾은 회사에 출근도 안하고 북경에 있는 이모의 도움으로 북경에 갔었다.  하지만 사회생활은 학교 생활처럼 단순하지 못하였고 처음하는 객지생활에 음식마저 맞지 않았다. 불과 4달도 못되여 몸과 마음에 병만 지니고 겨우 집에 왔다. 병원에 가 검사하니 위, 간 ,담낭, 십이지장, (다행히 맹장은 학교때 수술하여 없었음) 하여튼 나의 신체 내장 기관이 성한데가 없이 다 고장났다고 하였다.
부모님들은 매일 매일 밥한술도 못먹고 맹물만 토하며 온돌에 누워있는 나를 보고 한숨만 시였고...
그들의 한숨소리 들을때마다 효성도 못하고 부담만 주는 나자신이 너무 미웠다. 살고 싶지 않았다.
그저 그 누구의 부담도 되지 않게 조용히 죽고 싶었다.
몰래 죽을 방법을 생각했다. 약먹고 죽을가? 기둥에 목매여 죽을가? 아니면 ...

결국 남들이 깊이 잠든 달밝은 밤 12시 좌우에 마을뒤의 부르하통하강을 향하여 천천히 지친 몸을 움직였다. 인가 없는 넓은 논밭에는 윙-윙하는 겨울의 찬바람 소리만 들리고 달 그림자만이 나를 동반하였다.
그러나 무섭지 않았다. 조금도.죽으러 간다고 생각하였기에...

반시간정도 걸었을가? 드디여 부르하통하강에 도착하였다.
물귀신이 어서 오라는 재촉소리인지 사방에서 찌르륵하는 얼음 갈라지는 소리와 출렁출렁하고 얼음밑으로 흐르는 강물소리만 들렸다. 여기저기 헤매이다 겨우 내 몸집이 들어갈만한 작은 얼음 구멍를 발견하였다. 얼음구멍 앞에서 확실히 이 길을 선택해야 하냐고 한참 생각하였지만 너무 나약하고 무능한 나자신에 조그마한 신심도 없었다. 솔직히 말해 살 용기가 없었다.

두손으로 찬 얼름을 집고 발부터 물에 잠그었다. 그리고 몸도 천천히...
인젠 찬물이 목을 넘겨 얼굴에 까지 다았다...
순간
살고 싶다. 이대로 죽고 싶지 않다. 이렇게 죽을수 없다는...
강한 살고 싶은 욕망을 느낌과 동시에 저도 모르게 두 손으로 얼음을 꽉 잡았다.

겁났다.
얼음이 너무 미끄러워 손으로 잡지 못할가봐 겁났다.
이대로 물살에 밀려 얼음밑으로 들어가 영원히 나오지 못할가봐 겁났다 .

구해달라 소리치고 싶었지만 인적없은 이 깊은밤에 그것도 마을 멀리 떠난 부르하통하강에 누가 구해줄수 있을가?
겨우 발버둥치며 그 얼음 구멍을 나왔다. 신 한짝이 물살에 잊어버렸지만 ...
찌르륵하는 얼음 소리와 출렁이는 물소리들 뒤에 두고 급급히 집으로 달음박쳤다.

살고 싶다. 이렇게 죽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마음속 깊이 외우며...

너무 깊고 어두운 이 밤- 홀로 인가없는 논밭을 지난다니 무서웠다.몹시 겁났다.

그후부터 나는 매번 절망에 빠질때,  살기 힘듬을 느낄때면 이 일을 상기하면서 삶의 용기를 얻었다.


**네로님에 의하여 <자작 글 마당>으로 이동 되였습니다.**
감사함니다.네로님...

추천 (1) 선물 (0명)
IP: ♡.171.♡.28
피아노 (♡.241.♡.82) - 2002/06/26 19:28:05

어~~! 정말 다행이다.정말 금찍하다.그순간 삶의 용기가 생기기가 정말 다행이다.단비님의 내일은 꼭 찬란할것임니다.행복할것임니다.......힘내세요...

영이 (♡.176.♡.198) - 2002/06/27 10:26:26

깜짝이야..... 지만 정말 다행이군요....

단 비 (♡.171.♡.191) - 2002/06/27 18:32:09

여러분들의 관심에 진심의 감사를 드려요.
(까뜻이 90도 경례!)^~^

사실 솔직한 이야기지만
나의 생애에 이런 일이 있었기에 항상 하루를 살아도 열심히 살련다 생각해요.
비록 지금도 많은 죄를 짖고 사는 죄인이지만...

jade (♡.160.♡.2) - 2002/06/28 16:42:38

한번 죽을 생각을 하였다면 이젠 아무것도 두렵지 않겠져...그거보다 더 두려운것이 없을테니까....단비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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