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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길시 신화서점 조선말 도서

[수필]개고기

네로 | 2002.01.17 10:09:16 댓글: 0 조회: 1290 추천: 1
분류일반 https://life.moyiza.kr/mywriting/1560455
요즘 한국은 개고기때문에 자그마한 소동이 일어나고있다.사건제공은 프랑스의 모 여배우인데 개고기를 먹는다는 이유로 한국인을 야만적이라고 했다는것이다. 게다가 반대운동까지 한다고 하니 성질급한 한국인들이 가만있을리 없다.자기네들은 달팽이에다가 벼라별 흉물스러운걸 다 먹으면서 한국흉을 본다는둥,심지어 거위간을 빼먹을려고 호스를 거위입에 틀어박고 억지로 먹이를 먹이면서 살찌운다는둥 맞받아치면서말이다.저 멀리 바다건너 사는 그 프랑스여인은 워낙 별로 한국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덕분에 아주 유명해졌다.

일찌기 88올림픽때에도 서양형님들의 눈치때문에 서울의 개장집이 몽땅 뒷골목으로 쫓겨나고 그마저도 보신탕으로 이름을 바꿔야 했던 피눈물에 겨운 역사가 있으니 한국인들이 반발하는것도 무리가 아니였다.아무렴,그때는 찍소리 못했지만 오늘의 한국은 그때의 한국이 아니라니깐.ㅎㅎㅎ 많이 컷다 아이가?

중국인들은 별로 개고기를 즐겨먹지 않는다.보편화돼있는것도 아니고,<나는것은 비행기를 빼고 다 먹고 네다리가진것은 책상을 빼고 다 먹어치운다.>라는것도 언제까지나 중국의 요리재료가 다양하다는것을 보여주는 뜻일뿐 일반 중국인들은 충실하게 돼지고기와 야채를 즐겨먹는다.

한때 북경에서 쎄인트버나드를 식용으로 한다고 해서 한국에서 화제가 된적도 있다. 쎄인트버나드는 스웨덴산 개인데 덩치가 큰데다가 수영도 잘하고 성격이 온순해서 인명구조견으로 스웨덴인민의 사랑을 한몸에 안고있는 개다. 하지만 중국사람들한테는 덩치가 커서 고기꽤나 나오는 먹거리로밖에 안보이는 모양이다.스웨덴사람들이야 화가 나서 펄펄 뛰건말건 중국인들은 후후 불며 뜨거운 쎄인트버나드고기를 먹고 그들의 항의는 픽소리한번 없이 간단히 무시해버렸다.아마 모기가 앵앵거리는 정도쯤으로 여겼으리라.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색다른 음식으로 가끔 먹어본데 지나지 않는다.하물며 개고기의 임자는 따로 있었으니"중국의 개는 조선족이 먹는다!"

연변에 와보면 색다른 풍경을 볼수 있다.가끔 적재함에 4층,5층되는 우리가 달려있는 커다란 트럭을 볼수 있는데 그안에는 수백마리의 개가 초췌한 모습으로 밖을 내다보고있다.기운이 없어서 잘 짖지도 못한다.차가 한번 지나갈때마다 풍기는 누린내는 심지어 옷에까지 배여들 지경이다.

드디여 연변의 개를 싹쓸이하고 외지에서까지 구입해야 했던것이다.
지금도 연변에서는 개를 키우는 집이 많지만 왕성한 수요에 비해 공급이 엄청나게 딸리는것이다. 게다가 개라는 눔이 물구뜯기를 잘하고 소란스러워서 대규모의 사육이 불가능해서 울며 겨자먹기로 외지개를 넘보는수밖에...먼곳에서 실어와야 하므로 개차가 많이 드나드는 요충지에는 개먹이를 주기 위한 "식당"마저 있다.

"개고기는 뭐니뭐니해서 연변개가 최고"라는 말이 있다,거짓말은 아닌듯 싶다.연변에서는 개를 먹다남은 밥이나 반찬같은걸로 알뜰하게 먹인다. 그런데 한국에 와보니 개를 키우시는 분들은 토끼똥처럼 생긴 알맹이 개사료를 포대에서 와그르르 개그릇에 쏟아붓는다.그러면 개라는 녀석도 별 거부하는 눈치가 없이 부시럭 부시럭 씹어먹는것이다,가끔 꿀꺽하고 마른침을 넘기는 소리도 난다.뭐 개키우기는 편리해졌겠지만 마른사료로 키운 개가 무슨 맛이 있으랴?

중국의 내륙지방에서는 개를 키우기는 하는데 알뜰하게 먹이는것이 아니라 풀어놓아서 풀을 뜯어먹던 닭모이를 훔쳐먹던 수수방관한다.즉 강하게?키우는것이다.이녀석들은 거개가 빼빼 여윈데다가 육질마저 형편없다.그나마 연변에 실어와서 두어달쯤 "영양강화"를 시키면 털에도 반지르르 윤기가 돌고 포동포동 살이 찌기 시작한다. 즉 "아쉬운대로 먹을만한"정도가 되는것이다.

어릴적에는 개를 잡는 광경도 퍼그나 볼만했다.개를 쇠줄로 전선주나 가로수에 매달고 개의 네 발목을 칼로 에여내는것이다.그러면 삽시간에 피가 밑에 놓은 대야로 철철 흘러내리고 아픔을 못이긴 개가 애절하게 짖는 소리는 철석간장이라도 눈물을 지을지경이였다.하지만 이런광경을 무수히 봐온지라 지나가는 사람들은 눈길하나 안돌린다.

지금은 물론 이런 다소 야만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있다.얼마간의 돈만 내면 개도살장에서 깨끗하게 처리해주기때문이다.옛날에는 길옆의 가로수나 전선대마다 선혈이 낭자했으니...

소고기나 돼지고기같은것은 요리법이 아주 다양한데 개고기만큼은 한국이나 연변을 물론하고 그냥 개장국으로만 만들고있는같다. 연변에서 개장국을 끓이는 방법은 나름대로 오랜세월동안 갈고 닦아온거라 뛰여난 맛을 자랑한다.

연변남자들은 집안일을 안하는것은 기본이고 더구나 주방에는 얼씬거리지도 않는데 개를 잡을때만은 예외다.잡고 튀하고 양념만드는것까지 손수 해야 성이 찬다.따라서 개를 잘잡는다는 소문이 나면 저으기 존경받고 모셔다니기까지 해야 했으니...

연길에 있을때 건축회사를 다녔었는데 전직원이 모두 한족이다시피 했다.워낙 집짓는것은 한족들이 도맡아하다시피 하니까,그중에 나빼고 황씨성을 가진 조선족용접공이 있는데 별명이 꺼우버쓰<개박사>였다.그러니까 개를 잡고 요리하는 실력이 어느정도인가 가히 짐작할수가 있다.

건축은 워낙 험한 일이라 회사직원들 거의가 모두 공정사나 관리일군같은 사무직이였지만 성격도 털털하고 술마시기 좋아해서 개추렴을 달마다 빼놓지 않고 한두번씩 했다.워낙 한족들은 개고기를 먹는 습관이 없었지만 먹과 같이 있으면 검어진다고 조선족이 밀집한 연변에서 살다보니 시원한 배추김치나 냉면은 물론 개고기라면 다들 오금을 못쓰니 개를 잡을때마다 그때마다 황씨가 도맡아하다시피 했다.

그럴때마다 자기만 고생한다고 툴툴거리는 황씨지만 옆에서 수고많다고,이일은 당신이 해야지 우리가 하면 도저히 먹을수가 있겠냐고 너스레를 떨어주면 금세 배시시해서 팔뚝을 걷어올린다.술좌석에서도 당연히 황씨가 스타다,침방울을 튕기며 개이야기를 할라치면 모두들 넋을 잃고 듣는다.

한창 개의 털색과 성별,나이별에 따른 맛의 차이를 열띠게 강의하던 황씨는 느닷없이 정색해서 한마디 한다.<나는 죽으면 지옥가기가 두렵단 말이야.><왜서?>황씨는 용접공답지 않게 새하얗고 섬세한 손을 쭉 펴보이며 <이손에 숨진 개가 수도 없이 많으니 개귀신들이 나중에 다 달려들면 어떻하라구?>라며 고민에 잠긴 모습을 한다.그러면 사람들은 웃다가 까무러칠 지경이다.

집에서 개를 잡을때에는 보통 개를 푹 삶는 한편 내장으로 개즙이라는 기묘한 양념을 만든다. 개밸이나 간따위를 잘게 썰어서 "내기"라고 부르는 향내가 있는 풀과 함께 간장이나 고추가루를 같이 넣으면 만들어진다. 다 삶아진 개고기탕에다가 개즙을 푹 퍼넣으면 연변식 개장국이 되는것이다.그리고 개장국을 할때에는 야채나 기타"불순물"을 넣지 않는다.토란잎이나 파잎을 잔뜩 넣어서 끓이는 한국식 개장국하고는 전혀 다르다.

그런데 요즘에는 집에서 해먹는 오리지날 개장국보다는 다 편리하게 밖에 나가서 사먹는 추세다.아무때나 생각이나면 개장국집이나 개고기신선로전문점에가서 먹을수 있으니 뉘가 귀찮게 잡고 튀하고 집안에 냄새풍기려고 하겠는가? 게다가 요즘은 집집마다 아파트라 개를 안칠 그릇도 없다.그래서 섭섭해하는 분들이 혹시 있을지 모르지만 이게 다 시대의 발전이고 여유있게 살게 되니까 그런거라 나쁜일은 아닌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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