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머리 앤 6권 13~14

나단비 | 2024.04.09 23:27:06 댓글: 0 조회: 42 추천: 0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59782
13






월터가 우울하게 말했다.
“엄마, 요즘 겨울은 옛날 겨울과는 다른 것 같아요, 안 그래요?”
11월에 내린 눈은 오래전에 녹아버렸고, 글렌 세인트 메리는 12월 내내 거무죽죽하니 우중충한 풍경이었다. 바다도 군데군데 얼음처럼 하얀 물방울을 일으키는 파도 물마루를 빼면 가장자리는 온통 잿빛이었다. 햇빛이 나는 날도 얼마 없었다. 햇빛이 얼굴을 내민 날이면 항구는 황금빛 팔을 벌린 언덕의 품에 안겨 반짝였지만 그렇지 않은 날이 더 많아 대부분은 고집스럽게 잔뜩 찌푸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잉글사이드’ 사람들은 크리스마스에 눈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지만 아무래도 눈은 내려줄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크리스마스를 맞을 준비는 착착 진행되었고, 드디어 크리스마스를 한 주 남겨놓고 ‘잉글사이드’는 궁금증과 비밀스러운 속삭임과 맛있는 냄새로 가득 찼다. 마침내 크리스마스이브가 다가왔고 모든 준비는 끝났다.
월터와 젬이 골짜기에서 전나무를 잘라와 거실 한구석에 세웠고, 문이며 창문에는 커다란 빨간색 나비 리본으로 장식한 초록색 리스를 걸었다. 계단 난간은 가문비나무 가지로 장식했고 수잔의 식품 저장실에는 맛있는 음식들로 넘쳐났다. 늦은 오후가 되자 모두들 올해는 칙칙한 그린 크리스마스가 될 것 같다고 포기하는 마음이 되었지만 창밖을 내다보니 하늘에서 어느새 하얀 눈송이가 깃털처럼 폴폴 흩날리고 있었다.
“눈이다! 눈! 눈!! 엄마, 화이트 크리스마스예요.”
젬이 외쳤다.
‘잉글사이드’ 아이들은 그날 밤 모두 행복하게 잠이 들었다. 창밖에서 눈보라 휘몰아치는 소리가 들려오는 밤에 따뜻하고 아늑한 이불 속으로 파고들면 무척이나 포근한 기분이 들었다. 앤과 수잔은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기 시작했다. 메리 마리아는 저 둘이 ‘마치 아이가 된 것처럼’ 들떠 소란을 피운다며 눈을 흘겼다. 그녀는 트리에 촛불 다는 걸 보면서 질색했다.
“그러다 집에 불이라도 옮겨 붙으면 어쩌려고 그래.”
그녀는 형형색색 공들도 마땅찮아 했다.
“쌍둥이가 그걸 삼키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하지만 메리 마리아의 말을 새겨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랬다간 절대로 메리 마리아와 같이 살지 못하리란 걸 이미 터득한 터였으니까.
“이제 다 끝났어요! 너무 예쁘지 않아요, 수잔? 크리스마스에는 아이로 되돌아갈 수 있어 좋아요. 아이처럼 군다고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고요. 눈이 와서 참 좋아요. 하지만 날이 밝은 뒤에는 눈보라가 가라앉았으면 좋겠네요.”
앤이 마지막으로 트리 꼭대기에 커다란 은빛 별을 매달고는 외쳤다.

“내일은 온종일 폭풍우가 몰아칠 게다. 내 등이 쑤시는 걸 보면 알아.”
메리 마리아가 단언했다.
앤은 복도를 지나 커다란 현관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세상은 하얀 눈보라 속에 휩싸여 있었다. 유리창은 바람에 날려 온 눈이 쌓여 희끄무레했고 창밖 스코틀랜드 소나무는 흰 천을 뒤집어쓴 거대한 유령처럼 보였다.
“네, 내일 날씨가 갤 것 같지는 않네요.”
앤이 마지못해 인정했다.
“하지만 날씨란 하느님이 주관하는 거예요, 사모님. 미스 메리 마리아 블라이드가 아니구요.”
수잔이 앤을 돌아보며 말했다.
“적어도 오늘 밤만큼은 누가 아프다는 전화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앤이 수잔에게 말했다. 수잔은 문을 닫아걸기 전에 음침한 밤을 다시 한 번 내다보았다.
“오늘 밤에 아기를 낳기만 해봐라!”
수잔은 글렌 윗마을 쪽으로 무서운 얼굴을 해보였다. 윗마을 조지 드류 부인은 네 번째 아기 출산을 앞두고 있었다.
메리 마리아의 허리는 여전히 아팠지만 눈보라는 밤사이 생명을 다했다. 날이 밝자 겨울 아침 해가 떠올라 언덕 사이 눈 덮인 골짜기를 붉은 포도주 빛깔로 물들이기 시작했다. 아침 일찍부터 일어난 아이들은 별처럼 눈을 반짝이며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눈보라가 치는데도 산타할아버지가 왔을까요?”
“아니. 산타할아버지는 몸이 아파서 감히 길을 나설 엄두도 못 냈단다.”
오늘 아침엔 기분이 좋은 메리 마리아가 농담이랍시고 한 말이었다.
“산타할아버지는 무사히 오셨으니 걱정들 말거라. 아침을 먹고 나면 산타할아버지가 트리를 얼마나 예쁘게 장식해놓았는지 보게 해줄게.”
아이들 눈이 눈물로 흐려지기 전에 수잔이 얼른 말했다.
아침을 먹은 다음 아빠가 살그머니 사라져버렸지만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 모두들 트리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트리에는 금방울, 은방울이 반짝거렸고, 환한 촛불이 아직 어두운 방 안으로 빛을 뿌렸으며, 온갖 아름다운 색깔 리본으로 묶은 선물 상자들이 트리 둘레에 수북이 쌓였다.
그때 어디선가 산타할아버지가 나타났다. 하얀 털이 달린 붉은 옷을 입은 멋진 산타클로스였다. 하얀 턱수염을 길게 길렀고 배가 무척이나 큰 것이 아주 우스꽝스러웠다. 앤이 길버트를 위해 만든 빨간 벨벳 옷 속에 수잔이 쿠션을 세 개나 쑤셔 넣어주었다. 처음에는 셜리가 무섭다며 소리를 질렀지만 방 밖으로 도망치지는 않았다. 산타는 아주 우스꽝스러운 목소리로 한바탕 연설을 하고는 모두에게 선물을 나누어주었다. 하지만 가면을 썼어도 어쩐지 목소리는 낯이 익었다. 그런데 마지막 선물을 주던 차에 그만 산타할아버지의 턱수염에 촛불이 옮겨붙어 버렸다. 이 소동에 메리 마리아는 조금 만족했지만 그래도 뭐가 못마땅한지 한숨을 지으며 슬프게 말했다.

“아, 크리스마스가 내 어렸을 적만 못하구나.”
그녀는 파리에서 엘리자베스가 보내온 선물에도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작은 활을 든 작고 아름다운 아르테미스 청동상이었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왈패 꼴을 한 그거는 뭐냐?”
메리 마리아가 못마땅한 듯 물었다.
“다이애나 여신이에요.”
길버트와 눈짓을 주고받으며 앤이 말했다.
“그러니까 이교도 물건이로구나! 그럼 그렇지. 애니, 내가 너라면 그런 것을 아이들 눈에 띄는 곳에 놓아두지 않겠다. 이 세상에 조심성이라는 게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니까. 우리 할머니는 겨울이든 여름이든 페티코트를 꼭 세 겹 이상씩 입으셨다.”
메리 마리아는 언제나 이렇게 좀 엉뚱한 이야기로 말을 맺고는 했다.
메리 마리아는 아이들 모두에게 빨간색 실로 짠 장갑을 선물했고 앤에게도 스웨터를 떠주었으며, 길버트에게는 화려한 넥타이를, 수잔에게는 빨간색 플란넬 페티코트를 선물했다.
수잔조차도 빨간색 플란넬 페티코트는 너무 촌스럽다고 생각했지만 대범하게 감사하다고만 말했다.
“가난한 선교사라도 그것보다는 더 잘 입겠구먼. 페티코트를 세 겹이나 입었다고! 내 참, 기가 막혀서! 나는 내 자신이 점잖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은색 활을 든 여자가 멋지기만 하더구먼. 옷이야 거의 입지 않았지만, 그렇게 멋진 몸매라면 감추고 살 것도 없지. 하지만 이제 칠면조 배 속 채울 일이나 신경 써야지. 아니, 뭐 양파를 넣을 수 없으니 많이 신경 쓸 것도 없겠지만.”
그날 ‘잉글사이드’에는 행복이 넘쳤다. 사람들이 행복한 것을 싫어하는 메리 마리아가 버티고 있었지만 모두들 한껏 행복했다.
“흰 살코기만 다오. (제임스, 수프를 조용히 먹어야지.) 길버트, 고기 자르는 게 그거 뭔가? 자네 아버지를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네. 자네 아버지는 모두에게 가장 좋아하는 부위를 제대로 잘라주었어. (쌍둥이들아, 어른들은 때로 말참견을 하고 싶어 하는 거란다. 내가 어렸을 때는 아이들이란 소리 없이 얌전하게 놀아야 한다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아니, 됐네, 길버트, 샐러드는 먹지 않을 테야. 난 날음식은 먹지 않아. 그래, 애니. 푸딩은 조금 먹겠다. 다진 고기 파이는 소화가 안 되는 음식이잖니.”
“수잔이 만든 다진 고기 파이는 예술이에요. 수잔이 만든 애플파이도 그렇고요. 나한테는 다진 고기 파이랑 애플파이를 한 조각씩 더 줘요, 앤 아가씨.”
“애니, 넌 그 나이에도 정말 그 아가씨 소리를 듣고 싶은 거니? 월터, 넌 빵을 전혀 먹지 않았구나. 그 빵을 주면 감지덕지할 가난한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니? 제임스, 코 좀 풀어라. 난 코 훌쩍거리는 소리는 좀체 참을 수가 없어.”
그래도 무척이나 즐겁고 행복한 크리스마스였다. 점심을 먹은 후에는 메리 마리아마저 기분이 좀 누그러져 좋은 선물을 받아 고맙다는 말을 했을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순교자 같은 태도로 슈림프가 곁에 있는 것도 참아주어 그 답례로 다들 고양이를 쓰다듬어주고 싶은 마음을 눌러 참았다.
“오늘 우리 꼬마들은 참 즐거운 하루를 보냈어.”
그날 밤 앤은 하얀 언덕과 저녁노을이 지고 있는 하늘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처럼 서 있는 나무들을 바라보며 행복한 마음으로 말했다. 아이들은 잔디밭으로 나와 새들을 위해 하얀 눈 위에 빵 부스러기들을 부지런히 던져주었다. 바람은 나뭇가지 위에서 부드럽게 한숨지으며 잔디 위로 눈가루를 날려 보내 내일은 눈보라가 더 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하지만 ‘잉글사이드’ 식구들은 충분히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그래, 아이들이 참 즐거워하더라. 꽥꽥 소리를 마음껏 질러댔잖아. 먹기도 많이 먹어댔고. 하기야 어린 시절은 또 오는 게 아니니까. 그리고 이 집에는 피마자기름도 충분히 있겠지, 뭐.”
메리 마리아가 말했다.




14






수잔은 이번 겨울을 줄무늬 진 겨울이라고 불렀다. ‘잉글사이드’ 처마 밑에 환상적인 얼음 장식을 해놓았던 고드름도 녹았다 얼기를 반복했다. 아이들은 규칙적으로 과수원에 찾아드는 일곱 마리의 어치에게 밥을 주었다. 어치들은 다른 사람 손에는 잡히지 않고 날아가 버렸지만 젬에게는 잡혀주기까지 했다. 앤은 밤마다 1월과 2월의 꽃씨 카탈로그를 보느라 바빴다. 얼마 지나지 않아 3월의 바람이 모래톱과 항구를 지나고 언덕도 지나 불어왔다. 수잔은 토끼가 부활절 달걀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엄마, 3월은 참 간질간질한 달이죠?”
바람의 아이인 젬이 소리쳤다.
젬은 녹슨 못에 손을 긁혀 며칠째 고생 중이었다. 그런데도 간질거리는 3월이 젬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다. 그동안 메리 마리아는 자기가 들은 패혈증에 관한 이야기를 모두 해주었다. 하지만 앤은 위험한 고비가 지나가자 모든 일을 다 해보고 싶은 어린 아들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런 일도 겪을 법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드디어 4월이 왔다! 비의 웃음소리와 함께, 비의 속살거림과 함께. 4월의 비는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기도 세상을 휩쓸기도 했으며, 몰아치기도 퍼붓기도 했고, 춤을 추거나 물방울을 튀기기도 했다. “오, 엄마, 세상이 깨끗하게 세수했어요!”
비가 그치고 다시 해가 얼굴을 내밀자 다이가 소리쳤다.
안개로 덮인 들판 위로 희미한 별이 반짝였고, 늪지대에는 갯버들이 싹을 틔웠다. 작은 나뭇가지들조차 갑자기 서늘한 기운을 잃어버리고 부드럽고 늘쩍지근해 보였다. 올봄 처음으로 울새가 찾아와 노래를 불렀다. 골짜기의 모든 것들도 또다시 기쁨에 넘쳐 보였다. 젬은 올봄 들어 처음 피어난 산사나무 꽃을 엄마에게 가져다주었다. 메리 마리아는 자기에게는 산사나무 꽃을 가져다주지 않았다고 화가 났다. 수잔은 다락방 선반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겨우내 자기 시간을 거의 가져보지 못했던 앤은 즐겁기 그지없는 봄의 옷을 입고 말 그대로 뜰에서만 살았다. 슈림프도 온통 오솔길을 뒹굴고 다니며 자기도 봄을 맞아 기쁘다는 마음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넌 어떻게 남편보다도 뜰을 더 아끼는 것 같다, 애니.”
메리 마리아가 비난하는 말을 했다.
“뜰이 저한테 아주 친절하게 대해주거든요.”
앤은 꿈꾸듯 대답했다. 그리고 자기 말이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생각하고는 웃음을 터뜨렸다.
“너는 정말 터무니없는 말을 참 잘도 하더라, 애니. 물론 난 네 말이 길버트는 친절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란 걸 잘 안다만 다른 사람이 들었으면 어떻게 생각했겠니?”
“메리 마리아 고모님, 전 봄철이면 제가 한 말에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답니다. 이 근방 사람들은 모두 그걸 알아요. 전 원래 봄이 되면 좀 미치광이가 되거든요. 하지만 신성한 미치광이죠. 고모님, 저 언덕에 서린 안개가 춤추는 마녀처럼 보이지 않나요? 그리고 저 수선화가 춤추는 것도 보이세요? 전에는 ‘잉글사이드’에서 저런 수선화의 춤은 보지 못했는데 이상한 일이네요.”
앤이 아주 쾌활하게 대꾸했다.
“난 수선화 따위에는 관심 없다. 잘난 체나 하는 꽃 아니니?”
메리 마리아는 숄을 걸치고는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있잖아요, 사모님. 저 그늘진 구석에 새로 심겠다고 했던 붓꽃이 어떻게 되었는지 아세요?”
수잔이 험상궂은 얼굴로 물었다.
“사모님이 외출한 동안에 저분이 뒷마당 가장 해가 잘 드는 곳에 심어버렸답니다.”
“오, 수잔! 우리가 다시 옮겨 심으면 고모님이 언짢아하시겠죠?”
“그렇게 할 생각이 있다면 말만 하세요, 사모님.”
“아니, 아니요, 수잔. 당분간은 그대로 두어요. 지난번에 내가 조팝나무는 꽃이 피기 전에 가지치기를 하면 안 된다고 했을 때도 고모님이 울음을 터트렸잖아요.”
“하지만 우리 수선화를 비웃었잖아요, 사모님. 이 항구 주변에서는 아주 소문이 자자한 꽃인데.”
“그럼요, 우리 수선화는 칭송받을 자격이 있죠. 지금도 고모님이 하신 말씀으로 마음을 쓴다고 수잔을 야단치고 있잖아요. 수잔, 저 구석에서 금련화도 나오고 있어요. 이젠 틀렸나 보다고 포기했는데 이제야 싹을 틔우다니. 저기 남서쪽 구석에 작은 장미원을 만들 생각이에요. 장미원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발끝까지 짜릿해져요. 저렇게 파란 하늘 본 적 있어요, 수잔? 그리고 요즘에는 밤에 귀를 잘 기울이면 여기 개울들이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려요. 오늘 밤에는 골짜기에서 제비꽃을 베고 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너무 축축하지 않을까요?”
사모님은 봄만 되면 그냥 지나가지를 못하고 꼭 저런 이상한 말을 하더라 생각하며 수잔이 대꾸했다.
“수잔, 다음 주에 생일 파티를 하고 싶어요.”
앤이 애교스럽게 말했다.
“글쎄, 뭐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가족 중 5월 말에 생일인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사모님이 하고 싶다는데 누가 왈가왈부하겠는가!
“메리 마리아 고모님을 위해서요. 고모님 생일이 다음 주거든요. 길버트가 그러는데 고모님의 쉰다섯 번째 생일이래요. 그래서 내 생각에는…….”
앤은 하기 어려운 말을 얼른 해버리고 싶다는 듯 말을 계속했다.
“사모님, 정말로 고모님 생일 파티를 열 생각이에요?”
“백까지 세어 봐요, 수잔. 백까지……. 그렇게 하면 고모님이 기뻐하실 거예요. 그분은 아무것도 가진 게 없잖아요.”
“그건 그분 잘못이에요.”
“아마 그렇겠죠. 하지만 수잔, 난 정말로 고모님을 위해 생일 파티를 열어드리고 싶어요.”
“사모님은 너그럽게도 제가 원할 때면 언제든지 일주일 동안 휴가를 주겠다고 하셨죠. 다음 주에 그 휴가가 필요할 것 같군요. 제 조카 글래디스를 불러 사모님을 도와주라고 하겠어요. 그러니 미스 메리 마리아 블라이드더러 생일 파티를 열두 번이라도 하라고 하세요.”
수잔이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그 정도라면 수잔, 내가 포기하겠어요.”
앤이 천천히 말했다.
“사모님, 저분은 지금 사모님을 속이고 있어요. 여기서 영원히 눌러 살 작정이라고요. 저 여자 때문에 사모님이 얼마나 속을 썩였어요. 그리고 의사 선생님을 또 얼마나 쪼아대게요. 그리고 아이들도 얼마나 불행하게 했어요. 내 사정이야 그렇다 치더라도요. 나야 뭐 대단한 사람도 아니니까. 날마다 야단치고, 잔소리하고, 은근히 사람을 기분 나쁘게 하고, 징징거리고……. 그런데 사모님은 그런 사람한테 생일 파티를 열어주겠다고요! 글쎄, 제가 할 수 있는 말은요, 정말 그러고 싶다면 하는 수 없다는 거지요.”
“수잔은 정말 마음이 너그러워요.”
수잔이 양보하자 파티를 어떻게 열 것인지 계획하느라 분주했다. 이번 파티는 ‘잉글사이드’의 명예를 걸고 아무리 메리 마리아 블라이드라 하더라도 흠잡을 것이 없어야 했다.
“점심때 파티를 하는 게 좋겠어요, 수잔. 그럼 파티를 끝내고 길버트와 함께 로브리지에서 열리는 콘서트에 다녀올 수 있으니까요. 우리 파티 이야기를 하지 말고 있다가 고모님을 깜짝 놀라게 해주자고요. 마지막 순간까지도 아무것도 모르게 비밀리에 준비해요. 고모님이 좋아하는 사람을 다 초대할 거예요.”
“그런 사람이 누군데요, 사모님?”
“글쎄요, 그럼 고모님이 참을 수 있는 사람들로요. 로브리지에 사는 고모님 사촌 아델라 캐리랑 시내에 사는 몇 사람도 초대해요. 커다랗고 통통한 생일 케이크를 만들어서 촛불 쉰다섯 개를 꽂자고요.”
“그야 물론 케이크를 만들어야겠죠.”
“수잔은 프린스에드워드 섬에서 과일 케이크를 제일 잘 만들잖아요.”
“난 사모님 말이라면 뭐든 거절을 못 하니까요.”
‘잉글사이드’가 온통 쉬쉬하는 분위기에 휩싸인 채로 그 주가 지났다. 모두가 메리 마리아에게는 이 파티를 비밀로 하기로 약속했지만 앤과 수잔은 소문이란 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파티가 있기 전날 밤 메리 마리아가 글렌으로 외출했다 돌아왔을 때 앤과 수잔은 지친 모습으로 불도 밝히지 않은 채 일광욕실에 앉아 있었다.
“너무 어둡지 않니, 애니? 그렇게 어두운 데 앉아 있고 싶다니 난 이해할 수가 없구나. 난 어두운 곳에 있으면 우울해져서 싫더라.”
“어두운 건 아닌데요. 그저 어스름할 뿐이에요. 빛과 어둠의 사랑이 이루어져 놀랍도록 아름다운 자식을 낳았어요.”
앤이 다른 사람에게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말하듯이 말했다.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하는 소리겠지, 애니? 그리고 내일 파티를 연다고?”

앤이 갑자기 몸을 꼿꼿하게 일으켜 앉았다. 수잔은 이미 꼿꼿하게 앉아 있어서 더 이상 몸을 꼿꼿이 세울 수 없었다.
“저, 저, 고모님…….”
“넌 언제나 내가 무슨 소리를 밖에서 듣고 오게 하더라.”
메리 마리아는 화가 났다기보다는 아주 슬픈 듯이 말했다.
“우리는, 우리는 고모님을 놀라게 해드리려고요.”
“도대체 날씨가 어찌 될지도 알 수 없는 이런 때 무슨 파티를 연다는 건지 모르겠구나, 애니.”
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메리 마리아는 단지 파티가 있다는 것만 알았지 그 파티가 자기와 관련된 파티라는 것은 모르는 게 분명해 보였다.
“전, 전 봄꽃이 다 져버리기 전에 파티를 하고 싶거든요, 고모님.”
“내일은 석류석 색깔 호박단 드레스를 입어야겠다. 오늘 마을에 내려갔을 때 파티 이야기를 듣지 못했으면 내일 무명드레스를 입고 네 점잖은 친구들을 만날 뻔했잖니.”
“오, 아니에요, 고모님. 적당한 시간에 옷 이야기는 하려고 했어요.”
“글쎄, 만일 내 충고가 네게 무슨 의미가 있다면, 애니, 아니, 내 조언 따위는 이 집에서 아무 소용도 없는 것 같지만 말이다. 어쨌건 앞으로는 무슨 일이든 그렇게 비밀로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해주고 싶다. 아, 그리고 장로교회 창문으로 돌을 집어던지는 장난을 치는 아이가 젬이라는 소문이 마을에 퍼진 걸 알고 있니?”
“젬은 아니에요. 젬은 절대로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고 했는걸요.”
앤은 조용히 말했다.
“그 말 확신할 수 있니, 애니? 젬이 둘러대고 있는 건 아닐까?”
“아니요. 전 젬을 믿어요, 메리 마리아 고모님. 젬은 지금까지 한 번도 제게 거짓말을 한 적이 없는걸요.”
“글쎄, 그래도 난 사람들이 뭐라고 말을 하는지 너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메리 마리아는 언제나의 그 우아한 태도로 걸어 나갔다. 자기 배를 긁어달라는 듯 바닥에 등을 깔고 누워 있는 슈림프를 보란 듯 과장된 몸짓으로 피해가면서.
수잔과 앤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난 자야겠어요, 수잔. 내일은 날씨가 좋아야 할 텐데 말이에요. 저 항구 너머에 끼어 있는 검은 구름이 심상치가 않네요.”
“날씨는 좋을 거예요, 사모님. 내 달력에 그렇게 쓰여있어요.”
수잔이 보증했다.
수잔은 일 년 동안의 일기 예보가 다 나와 있는 달력을 갖고 있는데 종종 그게 맞는 날도 있어 그럭저럭 신용을 유지해가고 있었다.
“의사 선생님이 들어올 수 있도록 곁문은 열어두세요, 수잔. 시내에 갔으니 집에 늦게 돌아올 거예요. 장미를 사러 갔어요. 쉰다섯 송이의 노란 장미요. 메리 마리아 고모님이 전에 자기가 좋아하는 꽃은 노란 장미뿐이라고 하는 소리를 들었거든요.”
30분 뒤 수잔은 잠자리에 들기 전에 성경을 읽다가 ‘너는 이웃집에 자주 다니지 말라. 그가 너를 싫어하며 미워할까 두려우니라.’6)하는 구절을 읽었다. 수잔은 그 책장에 조그만 쑥을 끼워 표시해두었다. ‘그 시절에조차 그랬다니까.’
수잔은 생각했다.
다음 날은 앤과 수잔 둘 다 메리 마리아가 눈치채지 않도록 마지막 준비를 마치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났다. 앤은 세상이 요정과 신 들의 것인 해 뜨기 직전 30분을 붙들려고 언제나 일찍 일어나는 것을 좋아했다. 앤은 교회 뾰족탑 뒤로 연한 장밋빛과 황금빛으로 밝아오는 아침 하늘을 좋아했다. 언덕 위로 엷고 투명한 햇빛의 광휘가 퍼지면 마을 지붕들 위로는 자줏빛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날씨가 꼭 주문해서 사온 날 같네요, 사모님. 아침 식사를 마치면 요즘 최고로 인기가 좋은 버터볼을 만들 거예요. 또 절대로 아이스크림을 잊지 말라고 카터 플래그 씨한테 30분마다 전화를 해야지요. 그러고는 베란다 층계도 닦아야 해요.”
수잔이 오렌지 설탕 절임을 얹은 케이크에 코코넛을 장식하며 아주 흡족해서 말했다.
“그런 일까지 해야 해요, 수잔?”
“사모님, 엘리엇 부인을 초대하지 않았나요? 그 부인은 우리 집 베란다 계단이 깨끗하지 않으면 눈길도 주려고 들지 않을걸요. 장식은 사모님이 살펴야 해요. 난 꽃 장식 같은 것에 타고난 재주는 없으니까요.”
“케이크가 네 개나!”
젬이 외쳤다.
“파티를 열어줄 때는 그렇게 많이 필요한 거야.”
수잔이 ‘파티를 열어줄 때는’이란 말에 힘을 주어 말했다.
손님들은 제시간에 당도했고 석류석 색깔 호박단 드레스를 입은 메리 마리아와 비스킷 색깔의 보일 드레스를 입은 앤이 손님을 맞았다. 앤은 날씨가 여름처럼 더운 날이라서 하얀색 모슬린 드레스를 입을까 생각했지만 마음을 바꿨다.
“그래, 애니, 그 옷이 낫다. 하얀색은 젊은 사람들이나 입을 수 있는 옷이야.”
메리 마리아가 말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었다. 식탁에는 가장 아름다운 접시들이 놓였고, 하얀색과 보라색 붓꽃이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더해주었다. 수잔의 버터볼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글렌에서 이런 음식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크림수프 또한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맛이 좋았다. 치킨 샐러드도 ‘잉글사이드’의 ‘닭 중의 닭’으로 만들었다. 몇 번이나 시달림을 받은 카터 플래그는 정확히 제시간에 아이스크림을 가져왔다. 드디어 수잔이 쉰다섯 개의 촛불이 꽂힌 생일 케이크를 세례 요한의 목을 담은 접시처럼 접시에 높이 받쳐 들고 방으로 들어와 메리 마리아 앞에 놓았다.
앤은 겉으로는 침착하고 상냥한 여주인 노릇을 잘하고 있었지만 언제부터인지 몹시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겉보기에는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되어가고 있었지만 어쩐지 일이 심각하게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앤은 집으로 속속 도착하는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너무 바빠 미스 코넬리아가 상냥하게 메리 마리아에게 생일 축하한다는 인사를 건네자 메리 마리아의 얼굴이 변하는 걸 보지 못했다. 손님들이 모두 식탁에 자리를 잡고 앉자 앤은 메리 마리아가 매우 불쾌한 낯빛을 하고 앉아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얼굴도 창백했다. 설마 화가 나서 그런 것은 아니겠지! 식사를 하면서도 그녀는 말을 걸면 무뚝뚝하게 대꾸할 뿐 자기 쪽에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먹는 것도 수프를 두어 숟가락, 샐러드 세 입밖에 먹지 않았고, 아이스크림을 앞에 놓고도 거기 아무것도 없는 듯 행동했다.
수잔이 깜박거리는 촛불이 켜진 케이크를 앞에 놓자 메리 마리아는 치밀어 오르는 흐느낌을 삼키지 못하고 목이라도 졸린 듯 으흑 소리를 냈다.
“고모님, 어디 불편하세요?”
앤이 소리쳤다.
메리 마리아는 얼음처럼 차갑게 앤을 노려보았다.
“기분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애니. 참으로 좋아. 정말이야. 나처럼 나이 먹은 사람치고는.”
이런 불길한 순간에 쌍둥이들이 쉰다섯 송이의 노란 장미를 담은 바구니를 서로 마주 들고 들어와 메리 마리아에게 바치며 혀도 잘 돌아가지 않는 소리로 “생일 축하합니다!”를 외쳤다. 식탁에 둘러앉은 사람들은 일순간 고요해졌다가 일제히 감탄의 소리를 외쳤다. 하지만 메리 마리아는 전혀 감동하지 않았다.
“쌍둥이들이 촛불을 끌 거예요, 고모님. 그럼 고모님이 케이크를 자르시겠어요?”

앤은 잔뜩 긴장해 물었다.
“내가 아직 그렇게 늙은 건 아니다, 애니. 나도 촛불을 끌 수 있어.”
메리 마리아는 아주 정성스레 천천히 촛불을 끄기 시작했다. 다음에 마찬가지로 정성스레 천천히 케이크를 잘랐다. 그런 다음 조용히 나이프를 내려놓았다.
“이제 난 그만 일어서야겠다, 애니. 나 같은 노인네는 이렇게 떠들썩한 자리에 있다 보면 곧 피곤해지거든.”
메리 마리아의 호박단 드레스 치맛자락 끌리는 소리가 났다. 그녀의 옷자락에 스쳐 장미 바구니가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메리 마리아가 또각또각 구둣발 소리를 내며 계단을 올라갔다. 이어 꽝하고 문 닫히는 소리가 멀리서 울렸다.
할 말을 잃은 손님들은 모두 식욕을 잃어 자기 앞에 놓인 생일 케이크조차 먹기 힘들었다. 이미 분위기는 싸늘해져 침묵 속에 잠겨버렸고, 에이머스 마틴 부인이 노바스코샤의 어떤 의사가 자기 환자들에게 예방주사를 놓는다는 것이 그만 디프테리아균을 주사해버렸다는 이야기를 해 잠시 침묵이 깨졌을 뿐이었다. 마틴 부인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데도 한번 깨져버린 분위기를 되살리지는 못해 손님들은 모두 실례가 안 되는 정도에서 일찌감치들 돌아가 버렸다.
뭐가 뭔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던 앤은 미친 듯이 메리 마리아의 방으로 달려갔다.
“고모님, 왜 그러세요?”
“내 나이를 모두에게 그렇게 꼭 광고해야 했니, 애니? 아델라 캐리까지 여기 불러 앉혀서는. 아델라는 몇 년 동안이나 내 나이를 알고 싶어 안달을 했어.”

“고모님, 우린 그저, 우린 그저…….”
“난 네 의도 같은 건 모른다, 애니. 네 마음속에 뭔가 있었겠지. 그것만은 내가 잘 안다. 그래, 난 네 마음을 훤히 다 들여다볼 수 있어. 하지만 그걸 다 밝히려고 들지는 않겠다. 그건 너와 네 양심에 맡기겠다.”
“고모님, 전 오로지 고모님 생일 파티를 해서 고모님을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단 생각밖엔 없었어요. 그렇지만 속이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메리 마리아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고 용감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물론 난 널 용서할 거야, 애니. 하지만 네가 내 마음을 그렇게 고의적으로 상처 입히려고 든다면 난 더 이상 여기 머물 수 없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고모님, 제 말을 믿지 않으시는군요.”
메리 마리아는 길고 말라 뼈가 앙상한 손을 들었다.
“이 이야기는 그만두자, 애니. 난 평화를 원한다, 평화를. ‘정신이 꺾인 사람은 희망이 없다.’”7)
그날 밤 앤은 길버트와 함께 콘서트에 갔지만 마음껏 즐길 수는 없었다. 길버트는 이번 일을 미스 코넬리아가 ‘사내가 다 그렇지, 뭐.’라고 말했을 태도로 받아들였다.
“내가 기억하기로 고모님은 원래 나이 문제로 좀 과민하게 굴고는 하셨어. 우리 아버지도 그 문제로 고모님을 화나게 하곤 했지. 내가 당신에게 그걸 미리 조심하라고 했어야 했는데 그만 깜박해버렸지 뭐야. 만일 고모님이 가시겠다고 한다면 말리지 말라고.”
길버트는 자기 핏줄 챙기는 마음에 차마 “잘됐지, 뭐.”라고까지 덧붙이지는 못했다.
“가지 않을 거예요. 그런 운이 있을라구요, 사모님.”
수잔은 회의적으로 말했지만 수잔이 틀렸다. 메리 마리아는 바로 그다음 날 가버렸다. 모두를 용서한다는 작별 인사를 남기고.
“애니를 탓하지 마라, 길버트. 난 애니가 날 의도적으로 모욕했다 하더라도 다 용서하기로 했다. 내게 비밀을 감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마음 쓰지 않기로 했어. 나처럼 예민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도 말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나쁜 일에도 난 언제나 애니를 좋아했다.”
애니 마리아는 도량도 넓게 말했다. 그리고 자기 결점을 고백이나 하는 말투로 덧붙였다.
“그렇지만 수잔 베이커는 종류가 달라. 내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수잔 베이커가 주제넘게 아무 데나 나서지 않도록 하라는 것이다, 길버트.”
처음에는 뜻하지 않은 이 행운을 아무도 감히 믿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정말로 메리 마리아가 집을 떠났다는 현실 속에서 잠을 깼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다시 마음껏 웃을 수 있는 날이 온 것이다. 창문을 다 열어놔도 찬바람이 든다고 불평할 사람도 없었다. 특히 좋아하는 음식이 나와 먹으려 들면 꼭 위에 암을 일으키는 음식이라고 겁을 주는 사람 없이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우리 집을 떠나는 손님을 그렇게 기꺼이 보내주어 본 적이 없어. 내가 진정한 내 모습으로 살 수 있다는 게 이토록 좋은 일일 줄이야.’ 앤은 반쯤 죄책감을 느끼면서 생각했다.
슈림프도 새날이라도 맞은 듯 몸단장을 했다. 고양이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정원에는 처음으로 작약꽃이 피어났다.
“엄마, 세상은 온통 시로 가득한 것 같아요, 그렇죠?”
월터가 말했다.
수잔이 예언을 했다.
“올해 6월은 정말 좋은 달이 될 것 같아요. 내 달력에 그렇다고 쓰여 있어요. 결혼식도 두세 건 있고, 장례식은 최소한 두 건이 있을 거라네요. 다시 자유롭게 숨을 쉴 날이 오리라고 믿었나요? 사모님이 그 파티를 하지 못하도록 막지 않았던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이게 다 신의 섭리였던 게지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사모님? 오늘부터는 의사 선생님도 구운 고기에 양파를 곁들여 먹을 수 있게 됐네요.”

6. 잠언 25장 17절.
7. 잠언 18장 14절: ‘정신만 살아 있으면 병도 이긴다. 정신이 꺾인 사람은 희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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