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전집4-태항산록-(수필)나의 처녀작

더좋은래일 | 2024.05.07 14:45:03 댓글: 0 조회: 97 추천: 1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66765


수필


나의 처녀작


나는 한평생 곡절 많은 길을 걸어온 사람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의 처녀작이란것도 심상찮아서 륙상경기의 한 종목처럼-<<삼단 뛰기>>로 되여있다.

서울서 중학교를 다닐 때 나는 <<조선문단>>이라는 잡지사에 <<지원병>>으로 참여하여 심부름을 다닌 일이 있었다.(물론 무보수다. 차삯과 점심값만은 나온다.) 동대문밖 청량리 솔밭속에 서양 별장으로 원고를 채근하러 가서 당시 신문련재소설 <<마도의 향불>>로 유명하던 작가-방인근이 있어서 제 주제도 돌보잖고 나는 <<타락자>>라는 단편소설명색 하나를 써서 <<대담무쌍>>하게 편집부에 한번 들여놓아보았다. 그 결과 예료이상으로 아주 간단명료 한것이였다.

<<이봐 총각, 이두 안 나서 뼈다귀추렴부터 하겠나?>>

편집장 리학인선생의 이 한마디 말씀으로 나의 처녀작 <<타락자>>는 보기 좋게 쓰레기통으로 직행을 하였다. 직행을 안하면 도리여 괴변이지! 하지만 나는 지금도 그 편집장 리학인선생을 대단한 인물로 평가한다.

이상이 나의 <<처녀작 삼단 뛰기>>의 첫단 뛰기이다. 다음은 둘째단 뛰기다.

시간적으로도 공간적으로도 일대 비약을 하여 때는 1938년 가을, 곳은 일본침략군의 폭격기편대가 날마다 같이 날아들어 폭탄을 퍼붓는 항전의 도시-무한.

민중의 항전투지를 고무격려할 목적으로 각 사회단체가 한구에 있는 청년회관에 모여서 연극공연들을 하는데 우리 조선의용대에서도 단막극 하나를 올리기로 하였다. 헌데 불행하게도 그 각본을 맡아쓰게 된것이 다른 누가 아니고 바로 나였다. 당시 아마 우리 의용대에 인재가 씨가 졌던 모양이다. 그러찮고서야 지도부에서 나를 지명하였을리 만무하니까 말이다. 녀자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 순전한 <<남성극>>이였으나 그래도 <<서광>>-이름만은 그럴듯하였다. 극중에서 특무역을 담당한 사람을 물색하다가 중앙군교 광동분교출신의 진경성이라는 친구를 골라잡았는데 이치가 대번에

<<못해 못해! 특무역은 못해. 용사역은 해두 특무역은 못해. 죽어두 못해. 못한다면 못하는줄 알아!>>

하고 머리를 송충이 대가리 내두르듯하여서 그것을 설복하느라고 숱한 사람이 입을 닳리기까지 하였다.

이런 장관의 연극을 무대에 올려놓고 관객석에 쪼그리고 앉아서 보다가 나는 얼굴이 뜨뜻해나서 몸둘바를 몰랐다. 한마디로 말하여-형편이 없었다. 여럿가운데 제일 못하였다. 문자 그대로 따리지였다. 그렇건만 항일전쟁에 외국벗들이 참전하였다는 정치적의의를 평가해주어서 이튿날 신문에 자그마하게 한토막 좋다는 극평을 읽어보고 우리는 다들

<<야 그 잘난 연극을 또 괜찮다구 했다야. 희극이다!>>

하고 게면쩍게 앙천대소를 하였다.

마지막 단 즉 셋째단 뛰기는 또 한번 시간적 공간적으로 일대비약을 하여 때는 1945년 겨울, 곳은 해방이 된지 겨우 서너달 밖에 안되는 서울.

서술하는 순서가 좀 바뀌지만 이보다 앞서 나는 일본감옥의 독감방속에서 이궁리저궁리가 많았었다.

(인제 다리가 한짝 없어졌으니... 나간대두 군인은 다시 못할게구. -어떡헌다?)

(에라, 모르겠다, 문학의 길루나 한번 나가보자. -해서 안될일이 있을라구!)

이래서 나는-28살의 젊은 나이였으므로-서울에 있는 누이동생에게, 철창속에서 신음하는 오빠의 처참한 운명을 념려하여 비탄에 잠겨지는 누이동생에게, 호기스럽게 자신만만하게 편지를 띄웠다.

<<사람의 정의(定义)는 <인력거를 끄는 동물>이 아니다. 다리한짝쯤 없어도 문제없다. 걱정말아!>>

여기서 서술의 순서가 다시 제대로 돌아온다.

서울에서 발간되는 반월간지 <<건설>>(주필 조벽암)에 실린 나의 단편소설 <<지네>>는 난생처음으로 활자화된 나의 처녀작이였는데 그 내용인즉 군공을 많이 세운 어느 용사가 지네만 보면 무서워서 쪽을 못쓴다는 우스운 이야기였다. 그것이 발표되자 작자인 나는 자아도취되여 대단한 걸작으로 생각이 들어서 아침부터 밤까지 구름을 타고 날아다니는것 같은 기분이였으나 독자들의 반응은 그닥잖은것 같았다. 까놓고 말하면 반응이 시들푸직하였다. 그때 나는 마땅찮아서 혼자 속을 게두덜거렸다.

(눈은 있어두 망울이 없구나. 걸작을 몰라보고. 체, 가련한 인생들!)

이러나저라나 <<지네>>는 나의 40여년에 걸친, 곡절 많고 풍파 많은 문학항로의 천 출범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이상에 적은것이 나의 심상찮은 처녀작이 삼단 뛰기가 된 전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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