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13

단차 | 2023.11.22 11:16:04 댓글: 0 조회: 153 추천: 1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19936
13


네 번째 별은 사업가의 별이었다. 일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사업가는 어린 왕자의 도착에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어린 왕자가 사업가에게 말했다.
"담뱃불이 꺼졌네요."
"셋 더하기 둘은 다섯. 다섯 더하기 일곱은 열둘. 열둘 더하기 셋은 열다섯. 안녕. 열다섯 더하기 일곱은 스물둘. 스물둘 더하기 여섯은 스물여덟. 다시 불 붙일 시간도 없네. 스물여섯 더하기 다섯은 서른하나. 휴우! 전부 더해 오억일백육십이만이천칠백삼십일이군."
"뭐가 오억이에요?"
"엥? 너 여태 거기 있었냐? 오억일백만... 앗 뭐였더라... 할일이 너무 많아! 나는 진지해. 실없는 소리 하며 노닥거릴 시간따위는 내겐 없다구! 둘 더하기 다섯은 일곱..."





"뭐가 오억일백만인데요?" 한 번 던진 질문은 절대 거두지 않는 어린 왕자가 다시 물었다.

사업가가 고개를 들었다.
"내가 이 별에 산 지 54년째인데 방해를 받은 건 딱 3번이야. 첫 번째는 22년 전으로 어디서 날아들었는지 모를 풍뎅이가 떨어졌지. 어찌나 기괴한 소리를 내던지 4곳이나 실수를 했지 뭐야. 두 번째는 11년 전으로 류머티즘 발작이 왔어. 운동 부족때문이었지. 산책할 시간이 내겐 없거든. 진지한 사람이니까. 난. 세 번째는... 바로 지금이야! 어디까지 했었지? 오억일백만..."
"몇억 개인 개 뭐냐고?"
고요해지기를 기대하긴 글렀다는 걸 사업가는 깨달았다.
"가끔 하늘에 보이는 수많은 작은 것들 말이다."
"파리떼?"
"아니 아니, 반짝이는 작은 것들."
"벌 말인가?"
"아니 아니, 반짝이는 작은 것들."
"벌 말인가?"
"아니. 게으른 이들을 몽상에 잠기게 하는, 금빛 도는 그 작은 것들 말이다. 그런데 나는 진지한 사람이라 몽상할 시간 따위 없다고."
"아! 별 얘기구나?"
"맞아. 별."
"오억 개의 별로 뭘 하는데?"
"오억일백육십이만 이천칠백삼십일 개야. 난 진지해. 정확하고."
"그 별들로 뭘 하는데?"
"내가 그걸로 뭘 하냐고?"
"응."
"아무것도. 그냥 소유하는 거지."
"별을 소유한다고?"
"응."
"근데 전에 내가 만났던 왕은 말이지..."
"왕들은 소유하지 안하아. 그들을 '통치'할 뿐이지. 그 둘은 전혀 다른 거야."
"그럼 별을 소유한다는 건 어떤 쓸모가 있지?"
"부자가 되게 해주지."
"부자가 되는 건 무슨 쓸모가 있는데?"
"또 다른 별이 발견되면 그 별을 살 수 있어."
'이 사람, 전에 만난 술꾼이랑 생각하는 방식이 좀 비슷하네.'
어린 왕자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질문을 이어갔다.
"어떻게 해야 별을 소유할 수 있어?"
"별이란 게 누구 거니?" 까탈스러운 사업가가 재빨리 되물었다.
"글쎄. 그 누구 것도 아니지 않나."
"그러니까 내 거라는 거야. 왜냐면 내가 제일 먼저 그걸 생각했으니까."
"그걸로 다 되는 거야?"
"물론이지. 만약 네가 주인 없는 다이아몬드를 찾았다면 그건 네 거야. 네가 주인 없는 섬을 발견했다면 그것도 네 거구. 네가 어떤 생각을 그 누구보다 먼저 했다면 특허를 내겠지. 그 생각은 네 거니까. 그런 식으로 나는 별을 가지는 거야. 별을 소유하겠다는 생각을 나보다 먼저 떠올린 이는 없으니까 말이야."
"그건 그렇네."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럼 그 별로 뭘 하는데?"
"관리하지. 별을 세고 또 세는 거야." 사업가가 답했다. "어려운 작업이야. 그래도 난 진지한 사람이니까!"
그의 답은 어린 왕자의 마음에 차질 않았다.
"내가 스카프를 가졌으면, 나는 그걸 내 목에 두르고 다닐 수 있어. 내가 꽃을 가졌다면 그 꽃을 따서 가지고 다닐 수 있고. 근데 아저씨는 아저씨 별을 딸 수도 없네!"
"그건 그렇지. 그래도 은행에 맡길 수는 있어."
"그게 무슨 뜻이야?"
"작은 종이 위에 내 별들의 번호를 적는 거야. 그런 뒤 서랍안에 넣고 열쇠로 잠근다는 뜻이야."
"그게 다야?"
"그걸로 충분해."
'재미있네.' 어린 왕자는 생각했다. '나름 시적이기도 하고. 근데 그다지 진지한 일은 아니네.'
어린 왕자는 진지하다는 것에 대해 어른들과는 아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내게는 매일 물을 주는 꽃 한 송이가 있어. 매주 청소를 하는 3개의 화산도 있고. 불 꺼진 사화산도 청소해. 어찌 될지 아무도 모르니까. 내가 꽃과 화산을 소유한다는 건 화산에도 꽃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야. 근데 아저씨는 아저씨 별들에게 도움 되는 게 하나 없네..."
사업가는 입은 열었지만 답할 말을 찾지 못했고 그 길로 어린 왕자는 떠났다.
'정말이지 어른들은 무지 특이해.' 여행하는 동안 어린 왕자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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