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한 달을 주기로 스트레스가 부침(浮沈)을 겪는다. 사람마다 스트레스가 극심한 날도 조금씩 다른데, 그 이유는 회사마다 급여 지급일이 다르기 때문이다. 월급이 나오기 일주일 전만 해도 하루에도 몇 번씩 “내가 확 이 회사를 그만둬 버려?”, “나도 집에서는 귀한 자식인데 이런 수모를 겪으면서 회사를 다녀야 하나?”하다가도, 월급이 들어와서 통장잔고가 두둑해진 것을 확인하고 나면 꽉 차올라 왔던 스트레스가 아주 빨리 떨어지는 경험을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일주일 정도가 지나고 나면 다시 힘들어지기 시작한다. 많은 직장인들이 일요일 밤에 ‘개그콘서트’의 마지막 코너가 끝나고 음악이 나오면서 모든 출연진이 무대로 나와서 인사하는 것을 보고 나면, 갑자기 가슴이 확 막히고 답답해진다고 하소연을 한다.
어떤 이는 “우리는 월급이라는 강력한 진통제를 한 달에 한 번씩 맞으면서 지내는 인생이다”라고 직장인의 애환을 자조적으로 얘기하곤 한다.
직장인들이 회사에서 겪는 스트레스는 상당하다. 심지어 이로 인해 질병이 생길 경우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정도다. 2013년부터는 업무와 연관된 스트레스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도 산업재해에 포함되었다. 그만큼 직장인 스트레스가 상당하고, 이로 인한 문제가 심각하며,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일로 인정한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직장인이 스트레스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질병 등으로 업무를 보지 못하거나, 업무 중 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높거나, 결근이나 퇴직 등으로 생산성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도 손해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돈을 주고 일을 시키는 것이라며 업무강도를 높이기만 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경쟁은 치열해지며, 성과에 대한 지침들은 전방위로 압박을 가한다. 꼭 하지 않아도 될 야근인데도,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인사고과 평가자인 직속 상사가 퇴근하지 않고 있으면 과감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직장인들의 업무 스트레스가 날이 갈수록 증가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직장인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스트레스 요인으로 대인관계 갈등을 들 수 있다. 우리사회의 경제규모는 커지고 선진화되어 있으며, 교육이나 사회문화적 환경은 갈수록 소통을 중요시 여기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렇지만 인간관계의 측면만을 놓고 보자면 여전히 전근대적인 요소가 남아 있다.
특히 직장에서의 인간 관계는 지극히 수직적인 구조로 쌍방향 소통이 어렵다. 일방적인 상하 관계 속에서 그저 상사에게 업무를 지시받을 뿐,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답답하고, 신이 나지 않으며, 뭔가 막힌 듯한 기분이 들고, 내가 이 일을 왜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일을 한다고 하소연하는 이들이 많다. 직장 내에서 바람직한 소통을 하지 못한 채 공회전 하듯이 뱅뱅 돌면서 행해지는 무의미한 문서 작업, ‘우리 팀만 잘되면 돼’라는 식의 부서간 이기주의, ‘나만 아니면 된다’는 편의주의에 치이고 상처받은 직장인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직장 스트레스를 줄이면서 정신건강을 유지하고, 업무적으로도 잘 적응하면서 지낼 수 있을까?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는 없으니 스트레스가 질환으로 이어지지 않고 순기능을 할 수 있도록 스트레스를 잘 관리해야 한다. 스트레스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우선 스트레스에 대한 중요한 법칙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또한 스트레스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삶에서 ‘예측가능성’과 ‘조절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생활을 예측가능하고 최대한 자기가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스트레스의 수준을 낮추는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내 주변 상황을 내가 장악할 수 있다고 느낄수록 스트레스는 줄어들고 심리적, 신체적 안정감은 커진다. 물론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업무, 급격하게 변화는 상황 등, 직장에서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이 더 많고, 끌려가는 느낌이 드는 날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불가피한 부분은 분명히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다른 영역에서만이라도 조절가능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하루의 업무 스케줄을 미리 짜 놓고 가능한 그에 맞춰 움직이며, 변동 사항이 생기면 그에 맞춰 다시 스케줄을 짜는 식이다. 긴 시간이 필요한 프로젝트 역시 스스로 기간별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맞춰 진행하도록 한다. 타임테이블 활용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자신의 업무영역에 대한 자기확신감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이 지금 하는 일에 대해 역량이 어느 정도이고, 어디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어느 정도의 시간 안에 일을 해낼 수 있는지 잘 파악하고 있다면, 무력감이나 피동적 업무로 인한 피로도를 훨씬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개인의 노력 외에도 회사 차원에서 직원의 스트레스를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들어 많은 사업장이 EAP(Employee assistant program)라고 하는 근로자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EAP란 근로자의 직무만족도나 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상담 코칭 등의 방법을 통해 지원해 주는 선진복지제도로, 직무스트레스, 조직내 관계갈등 뿐만 아니라 부부관계, 자녀 양육 등의 문제까지 상담받을 수 있다.
직장인들 중에서는 업무에 의한 스트레스를 당연하게 느끼고 스트레스에 대한 상담을 받는 것을 ‘자신의 무능력’을 밝히는 것이라 여기며 피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그냥 방치할 경우 더 큰 문제나 사고로 이어질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조기에 상담을 통해 전문적 평가와 함께 조언을 받고, 또 필요한 부분의 도움을 받는다면 직장생활 속에서의 스트레스를 삶의 활력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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