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와 분노

choco01 | 2015.02.04 20:42:03 댓글: 0 조회: 1191 추천: 0
분류건강·상식 https://life.moyiza.kr/lifetips/2556771

화와 분노

“네가 화낸 날들을 헤아려보라. 나는 매일같이 화를 냈었다. 그러던 것이 이틀 만에, 그 다음에는 사흘 만에 화를 내게 되었다. 그리하여 만일 너희가 성냄을 한 달 동안 잊게 되거든 그때는 신께 감사의 제물을 올려라.”
- 에픽테토스 -

1분노와 우울함은 종이 한 장 차이

분노하는 사진

분노는 괴로움과 동격인 감정이다. 어떤 형태의 우울증은 분노의 감정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는 분노를 뜻하는 영어 단어 ‘anger’가 괴로움을 뜻하는 ‘anguish’와 같은 어원이라는 면에서도 유사성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인에게 많은 ‘화병(火病)’은 형태적으로는 신체형 장애와 유사하지만 감정적으로는 우울증과 유사하다. 그래서 ‘울화병(鬱火病)’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화병’은 한국의 억압적 문화 속에서 변형된 우울장애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떠한 이유로 분노에 휩싸이면 사람들은 위압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 험한 말과 행동을 하기도 하고, 심하게는 폭력이나 살인 같은 극단적인 사건을 저지르기도 한다. 이러한 분노는 질투나 두려움, 원한 등 여러 가지 원인에서 시작되지만 대개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고 끝나버린다. 또한 분노의 대상은 가까운 가족이나 동료인 경우가 많아서 인간관계에 큰 악영향을 미치고 주변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고는 한다.

그렇다고 해서 억지로 화를 참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마음 속에 꾹꾹 눌러 담은 화는 스트레스가 되어 여러 신체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정서적으로는 우울감이나 불안감 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때론 이런 억압된 분노가 대상에 대한 수동공격형 방어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수동공격성이란 잘 드러나지 않는 방법으로 고집을 부리거나 삐딱한 태도를 취하고 지시에 꾸물거리는 등의 소극적인 방법으로 상대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것을 말한다. 요즘 말로 흔히 얘기하는 ‘소심한 복수’다. 직장이나 군대 등 조직사회에서 불만을 가진 부하들이 이런 식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결국 인간관계와 작업능률에 지장을 주어 스스로에게 피해를 가져오는 결과를 낳는다.

2화를 누르며 진화한 인류

많은 문화권에서 화와 분노를 직접 표현하는 것을 무례한 행동으로 간주한다.
영국이나 프랑스 등 서구 상류사회에서는 오랜 옛날부터 담담한 어조와 양보하는 예의, 신사적인 태도, 엄격한 에티켓 등을 매우 중요한 덕목으로 취급했다. 한국이나 일본과 같은 동양에서도 자제심과 차분함은 오랫동안 고귀한 신분을 암시하는 전통이었다. 특히 선비의 덕을 숭상한 유교에서는 아무렇게나 화를 내는 것은 아주 천한 행동으로 간주했다. <논어> ‘옹야편’에서 공자는 ‘유안회자호학 불천노(有顏回者好學,不遷怒)’라 하여 남에게 받은 분노를 다른 이에게 옮기지 않았던 제자 안회를 칭찬하기도 했다.

이런 전통은 현대에도 남아있다. 우리는 스스로를 쉽게 화내는 다혈질적인 국민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외국 광고기획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한국 이미지 조사에 의하면 그들은 한국인을 ‘공손하고 예의 바른 국민성’을 가진 사람들로 느끼고 있다. 2003년 문화관광부의 국가브랜드 가치 관련 보고서에서도 세계인들은 우리나라를 가리켜 ‘조용한 아침의 나라’, ‘정적이며 정신적 수양을 강조하는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전히 우리는 화를 내는 것을 자제하는 문화를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 외 여러 문화권에서도 화를 함부로 내지 않도록 하거나, 화를 평화적으로 다스리도록 발전해 왔다. 예를 들어 칼라하리 사막에서 원시적 수렵채집생활을 하고 있는 부시먼족은 집단 내에 분노와 갈등이 생기면 이를 노래와 웃음으로 승화시킨다. 분노를 어떤 틀 안에 가두어서 다스리는 것이다. 험난한 자연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분노를 얼른 잠재우고 부족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들은 경험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분노는 개인에게나 집단에게 대개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때문에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화는 집단을 해칠 수 있는 부정적인 감정으로 취급하고, 억누르도록 가르치고 있다.

3왜, 우리는 화를 내는가?

그러면 인간은 이러한 화와 분노의 마음을 도대체 왜 가지고 있는 것일까?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하루에도 수많은 만남을 통해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고 있다. 이 중에는 이해관계가 부딪히거나, 적대적인 감정 교감이 일어나는 등의 위협적인 대상이 생기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위협적인 대상과 맞닥뜨리게 될 경우 협상, 도망, 투쟁의 세 가지 전략 중 하나를 선택한다.

처음에는 우선 협상을 통해서 대상의 공격성을 누그러뜨리려고 하지만, 그것이 통하지 않으면 대뇌 편도체가 활성화되면서 도망치는 전략을 구사한다. 그러나 이마저 여의치 않으면 편도체가 최대로 활성화되어 분노가 동반된 적극적인 공격을 시도하게 된다. 이것이 화다.

신경경제학자(Neuroeconomist) 에른스트 펠과 시몬 가흐터(Ernst Fehr and Simon Gachter)는 분노의 표현이 주는 효과에 대해서 이른바 ‘무관용 접근(zero-tolerance approach)’이라는 개념을 제시하였다. 분노를 하면 당장은 큰 비용(비난, 신체적 고통 등)을 치르게 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분노하는 사람에게 다른 사람들이 함부로 대적하지 않게 되기 때문에, 원시사회에서 분노는 생존을 위한 유리한 전략이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연구자들은 컴퓨터를 이용한 게임이론으로 접근하여 이러한 가설을 제시했다.

그럴듯한 가설이지만, 이것을 현대에 적용하려고 하면 곤란하다. 현대 사회에서 투쟁이라는 전략을 사용하다간 원시시대보다 훨씬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자신을 나무라는 직장 상사에게 곧바로 분노를 보이면서 화를 내면 직장생활이 상당히 고달파질 것이다. 고분고분하지 않다고 하여 자신의 배우자에게 분노를 보이거나 신체적인 위협을 가하면, 즉시 이혼서류를 받거나 심지어는 경찰서 신세를 지게 될 수 있다.

때로 우리는 어떤 일이 옳지 못하다고 느꼈을 때 분노한다. 때문에 분노 표출은 부당한 대우에 항거하는 매우 정당한 행위라고 믿곤 한다. 사람들이 분노를 표출한 이후에 감정적으로 후련함을 느끼는 것도 어떤 면에서는 자신이 할 일을 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이 분노할 때는 분노 감정에 관여하는 편도체의 활성이 먼저 일어나고, 뒤따라서 상황을 해석하는 신피질이 작동한다. 쉽게 말해서 분노가 먼저 일어나고 그에 대해서 적당한 이유를 찾는 것이지, 정당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분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4할수록 커지는 분노, 분노도 중독된다

물론 사회적 부조리에 항거하는 정당한 분노는 우리 사회를 발전시키는 큰 힘이 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개인의 수준에서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는 것은 여러모로 대단히 불리하다. 한때 마음 속 분노를 모두 분출하면 신경증이 좋아진다고 하여 ‘카타르시스 치료법’이 인기를 끈 적도 있었다. 그러나 대다수의 의사들은 이런 방법이 거의 치료효과가 없다고 믿고 있다.

사실 분노는 내면 낼수록 점차 증폭되고 강화된다. 처음에는 소리를 지르던 수준에서 점차 물건을 던지고 사람을 때리는 수준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수준에 이르면 스스로는 도저히 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지곤 한다.

청소년의 우울장애는 종종 분노를 동반한 탈선으로 나타난다. 아이들은 자신의 부적절함과 불편감을 감당해내는 성숙함이 부족하기 때문에 분노를 원색적으로 드러내면서 폭력이나 비행으로 이를 표현하고는 하는 것이다. 성인이라고 할 지라도 화나 분노를 잘 참지 못한다면 마음이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분노가 잘 조절되지 않는 것은 상대가 나를 화나게 했기 때문이 아니라 나의 마음이 충분히 수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령, 정말 부당한 대우를 받는 상황이라도 분노를 직접 겉으로 드러내는 것보다는 평온하고 침착한 마음으로 차분하게 대처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분노로 감정을 쏟아내기 전에 자기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먼저 배워야 한다.

작성 대한신경정신의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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