奴婢之愛 (44)

해피투데이 | 2014.06.23 21:21:58 댓글: 1 조회: 1725 추천: 1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2193302


44 
出征(출정)

 

모든 것이 너무 빨리 진행되었다. 서거정을 통하여 전달된 교지의 기능은 당일로 효력을 발휘하였고, 남이는 이런 날이 오리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기라도 한 듯 분주하게 움직였다. 우선 북방의 각 도의 감영에 기별을 넣어 중앙의 북방정책에 변화가 생겼음을 알려 긴급회합을 열기를 요청하였다. 각 도의 수장인 관찰사들과 병마절도사 및 영향력 있는 호족들로 하여금 여연군에 집결하라고 명을 내렸다. 국가외교전략이 변경되어 전쟁이 불가피하게 되면 전쟁의 통수권자가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게 되어있었다. 남이는 자신의 응당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었던 것이다.

삼일이 지났다. 국경지역에서 암암리에 여진족의 각 부족장들과 물밑거래를 일삼던 북방의 세도가들이 여연에 나타났다. 그들은 자신들을 불러들인 장본인이 새파랗게 젊다는 것을 보고는 하나같이 화가 나거나 거만해져 있었다. 공문에 서명된 이름이 남이라는 것은 본 기억이 있었으나 남이가 구체적으로 누군지는 잘 알지 못했던 것이다. 생전에 들어보지도 못했던 자가 갑자기 삼도병마도통사의 권한으로 자신들을 호출하니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더구나 戰時에나 기능할 삼도병마도통사라는 어마어마한 직책이 경험과 연륜이 전혀 없는 젊은 자한테 주어져 있으니 그들로써는 굴복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속으로는 임금이 조카를 죽여 왕위를 찬탈하더니 인사처리를 형편없이 한다고 욕을 하였을 것이다.

남이는 여연군의 관아를 임시도감으로 설치하고 그 곳에서 모든 정사를 보았다. 평안도, 함경도 황해도 등지의 관찰사들이 관할지역의 세력 있는 호족들을 대동하였고, 병마절도사들은 긴 칼을 찬 채 기풍 있게 회합장소에 나타났다. 명부에 적혀있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집결되었지만 길주의 유력호족 이시애만은 보이지 않았다. 북방지역에서 내놓아라 할 여러 관리들이 한 자리에 모이자 남이는 그 동안 구상하였던 계획을 말하였다.

<이번에 명나라의 사신이 다녀가면서 우리 조선은 기존에 실시하던 북방외교정책을 전면적으로 수정하게 되었소. 그간 우리 조선은 자국의 평화를 위해 북쪽의 오랑캐들에게 온건적인 태도를 취했는데 저들은 우리들의 성의를 무시한 채 시시각각 쳐들어왔소. 이에 조정에서는 나 남이를 삼도병마도통사에 임명하여 저 야만적인 여진족을 토벌하라고 엄명을 내렸소. 우선은 조선땅을 밟고 있는 모든 여진족들을 속출하여 이북으로 내칠 것이요. 특히 간자는 철저히 색출하여야 할 것이요. 다음은…>

<저 말씀 중에 죄송하다만 장군께서 제시하는 계획은 지나치게 비이성적이요. 이미 조선땅에 귀화하여 자리를 잡고 사는 여진인들이 많은데 그들을 일거에 내친다는 것은 인간적 도리에 맞지도 않거니와 사회적으로도 큰 혼란을 야기시킬 크나큰 실책이요. 더욱이 지금은 한창 농사철인데 대토벌이라니? 이는 가당치가 않아요.>

긴 수염을 기른 늙은 사내였다. 희끗희끗한 흰 머리가 세월의 고초를 말해주는 전반적으로 연륜이 깊어 보이는 사람이었다. 그는 의주목판사 강순이었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주상전하와 조정의 중신들이 합의하여 내린 최종 결론입니다. 군인인 저로써는 거부할 권리가 없습니다.>

남이는 제의를 해온 사람이 자신보다도 한창 선배였기에 예의를 다 해 존대해주었다. 하지만 자신의 임무에 대해서만은 거부하지 않았다. 뜻을 관철시키고자 하는 최고 통수권자의 태도는 견결했고 회합장소에 모인 여러 관리들은 자기들끼리 수군댔다. 官心술렁임은 곧 바로 대토벌의 대의가 약하다는 뜻이었다. 남이는 그런 관리들을 향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였다.

<농사철이라서 군대를 차출한다는 것이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소. 그래서 중앙의 직업군인들을 지원받기로 했소. 이는 주상전하의 특별한 배려요. 여러분도 알다시피 우리 조선의 군역제도는 일반양인들로부터 충당하게 되어있소. 전시만 아니면 자신들의 생업을 유지하는 선에서 군역과 노역의 의무를 지게 하였소. 당년에 여진족이 강성하긴 했지만 몽골족이 들어서면서 그 힘이 약화되었고, 더불어 명나라가 건국되면서 변방의 토적에 불과하게 되었소. 중앙군의 지원만 받는다면 민생에는 폐가 되지 않는 선에서 쉽게 제압할 수 있을 것이요.>

<하지만 이는 필경 전투요. 전투에 있어서 지나친 자신감은 패배의 지름길이요.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귀화된 그 수많은 여진족들을 갑자기 추방시킨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어요. 46진이 설치되면서 안정책으로 내놓은 것이 사민정책과 화합정책이었소. 남방의 부랑민들을 북쪽으로 이사하게 하고 북쪽의 가난한 여진족들을 끌어들여 땅을 주는 혜택을 부여하면서 그들간의 충돌을 서서히 완화시켜왔소. 그리고 지금은 안정기에 접어드는 단계요. 그런데 갑자기 추방이라니? 무엇 때문에 이런 급진적인 외교전략을 내세웠는지는 모르겠지만 북방의 안정을 책임진 나로서는 도저히 간과할 수가 없소.>

역시 강순이었다. 명분에 목숨을 거는 儒者다웠다. 그리고 신면은 그런 강순이가 고마웠다.

10년 넘는 유배생활에 간신이 얻은 참모직, 참모는 반대를 하는 자가 아닌 지혜를 보태주는 자로써 상관의 기획에 토를 달 수가 없었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성공을 위한 책략만 내놓아야 했다. 힘없는 객기는 무모함이고 무모함으로 행하는 정치는 곧 자멸이라는 것을 신면은 지난 날의 경험으로써 익혀왔던 것이다. 비록 남이와는 사제처럼 동지처럼 지내오긴 했지만 군인계통에서 상하계급으로 있는 이상 상관인 남이를 존대해줘야만 했다. 그것이 이 며칠동안 남이의 행위를 반대 못하는 이유였다. 반대할 수 없으니 최대한 일이 되는 쪽으로 작전을 구상하고 있는 중이었다. 물론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여진과의 갈등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조정에서는 이미 결정을 내렸고 삼도병마도통사인 남이는 그 결정에 따라야 했다. 장군으로써 응당 짊어져야 할 책임이었다. 신면은 자신의 직분에 최선을 다 하는 남이를 원망하고 싶진 않았다. 다만 약소국으로써 명분 없는 싸움을 해야 한다는 것이 싫을 뿐이었다. 지난 역사서들을 읽어 그 시간들을 돌이켜보면 단군이래 얼마나 많은 시간을 외세의 침략과 간섭에 시달려 왔는지 모른다. 한나라에 멸망한 고조선, 망국에는 치욕과 능멸만 남게 되는 법이어서 조선의 이 땅은 한나라의 네 개의 군으로 설치되어 그 지위가 크게 격하되었고, 나당 연합군에 멸망한 고구려와 백제의 후손들은 정처없이 떠돌아야 했으며, 몽골족에 짓밟히운 고려는 스스로 원의 부마국으로 전락하였으며~ 생각해보면 얼마나 많은 고통과 억압 속에 살아왔던가! 그 수많은 시련 속에서 겨우 찾아낸 처방이란 것이 고작 대국에 사대하는 일, 나쁘게 말하면 머리 조아리고 비굴해져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더러운 면역력을 키웠다는 것이 통탄스러웠다. 나 자신만 강하다면, 이 나라만 부강했다면 어느 누가 감히 이런 치욕을 안겨줄 수 있었단 말인가! 백성들의 소망은 오로지 한끼의 배부른 밥에 있고, 추운 겨울날 몸을 덥힐 수 있는 헌 솜옷에 있을 뿐 이었는데하여 이 땅의 정치가들은 민본에 대의를 두어 한결의 땅이라도 더 개척하여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을 최상의 덕으로 알아야 할 터인데 잔혹스러운 현실의 이치는 왕왕 그 근본을 외면하게끔 만들고 있다. 다스리는 자의 중심이 바로 서지 못하니 폐해를 보는 건 힘없는 백성 뿐!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 모든 것이 얼기설기 혼잡한 이때에 강순이란 작자가 반대를 해오니 신면으로써는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조정에서는 좋아서 이런 결단을 내렸겠습니까? 명나라가 압력을 가해오니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여진과 관계를 끊지 않으면 명나라가 중화의 질서를 지키겠다는 그 더러운 핑계로 우리를 윽박지르고 나오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백성들을 뒤로 한 채 싸움부터 해야만 하는 저 자신이 싫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나라의 녹을 먹고 사는 군인이니 철저히 명령을 따를 수밖에요.>

남이는 끝내는 정치적인 발언을 하고야 말았다. 외교문제로 빚어진 사안, 그리고 그 문제로부터 시행되는 모든 군사적 행위는 오로지 주상과 조정의 몫이었는데 남이는 여러 관리들을 설득하기 위해 자신의 한계를 넘는 발언을 하고야 만 것이다. 팽팽하게 긴장되어오는 순간이었다. 설득을 위해 불가피하게 내뱉은 말에서 상대는 남이의 허를 찌르려고 고심하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남이의 무자비한 작전행위를 반대하던 상대는 더 이상 아무 말이 없었다. 예상 외였다. 상대도, 아니 반대파의 중심에 선 강순도 명나라의 압력이란 것이 어쩌면 이 나라 조선에 더 큰 화를 초래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모양이었다. 한 그루의 나무보다는 그 나무를 포함한 전체 숲의 안전이 먼저라는 것을 인지한 모양이었다.

<그 놈의 명국, 사대를 해주면 어른답게 굴어야지. 어른이 듬직해야 집안이 평안한 법인데…>

<그나저나 이젠 여진 부족장들과의 은밀한 거래는 끝나게 되는 것인가?>

<모든 관계설정에 있어서 딱딱함 보다는 유연함이 좋은 법인데…>

<천적이 있다 해서 그 천적을 모두 제거하게 되면 결국에는 자기 자신도 소멸하게 되는 법인데…>

좌중에 앉아있던 여러 관리들이 수군거렸다. 썩 동조한다는 뜻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반대한다는 뜻도 아니었다. 어쨌거나 힘 없는 자의 비참함을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남이는 그러한 실내의 분위기를 감지하고는 못을 박았다.

<파장은 짙어지겠지만 모두 감수해야만 하오. 지금부터 자신의 관할지역에서 철저히 조사하여 여진족들은 가차없이 추방시켜버리오. 조선인과 혼인한 여진인은 따로 분류하여 보류하여 두시오. 그사이 여러 제장(병마절도사)들은 휘하의 모든 군대들을 집결시켜주시오. 나 남이가 직접 그대들의 군사력을 시험해볼 것이니 만반의 준비를 해주길 바라오.>

남이는 말과 함께 회합을 마쳤다. 무거운 사안의 회합이었는데 생각보다 쉽고도 싱겁게 끝났다.여러 관원들은 차후의 일정변경을 검토하면서 물러갔고 신면은 씁쓸한 마음을 삭이면서 속으로 되뇌었다.

-()국을 위하여 소국끼리 싸워야 하는 이놈의 세상은 언제 쯤이면 사라져 버릴 것일까?… 라고 말이다.

 

싱겁고도 가벼운 회합 후, 시일은 흘러흘러 닷새나 지나게 되었다, 바꾸어 말하면 북방의 백성들에게 불행의 날이 가까워져 오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 동안 중앙의 지원군이 도착하여 야만인처럼 거친 지방군과 합류하였다.

지방군 5천 여명, 중앙군 3천 여명, 그 중 기병 2천 여명, 포병 5백 여명, 보병 55백 여명. 평소부터 훈련이 잘 되어있는 자들이라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 했다. 남이는 8천 여명의 군대를 좌우군으로 나누어 자신이 좌군장, 강순을 우군장으로 책정하여 좌군은 두만강유역, 우군은 압록강유역을 맡도록 하였다. 출전 전의 최후의 진법훈련을 마친 뒤, 무기들과 군량미를 챙긴 남이는 출정명령을 내렸고 군사들은 기세등등하게 북쪽을 향하여 행진하였다. 8천 여명의 대군은 서서히 박비와 가까워져 가고 있었다.

추천 (1) 선물 (0명)
사랑은 우리의 공유된 생활이다...
IP: ♡.70.♡.7
xingyu (♡.159.♡.18) - 2014/07/01 17:31:23

해피님 홧팅하시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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