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에서 보낸 잊을수 없는 100일 (3)

연집하 | 2014.08.16 17:28:36 댓글: 2 조회: 2812 추천: 1
분류타향수기 https://life.moyiza.kr/mywriting/2338131

회사의 조선족 직원들을 쭉 만나보았고  서로 인사말도 나누었다. 그리고 허기진 배도 저그만치 달래고 타향의 보름달도 우울한 기분으로나마 구경했으니 인젠 한가지 중요한 대사만 남았다. "떡주기 먼저 김치국을 다 마셨으니" 떡을 줄 회사 사장님과 면접 해야 하였다. 나는 일반직원의 신분으로 입사 하는것도 아니고 이 회사의 기술 책임자로 임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저으기 긴장해 났다. 회의실에 들어서니 말이 회의실이지 기실 사무실이다. 중국에서 사무실들을 두로 보면 일반적으로 부동한 부서지간에 모두 간벽으로 격리 하지만 한국의 사무실은 회의실처럼 통칸이다. 물론 사장님의 집무실을 제외하고 말이다. 그리고  어느 풍수쟁이 집안을 설계하셨는지 사장님의 집무실로 들어가자면 반드시 회의실 출입문을 열고  전반 회의실을 가로 질러 들어가야 했다. 마침 장양이 회의실의 한모퉁이에서 무슨 장부를 정리하고 있었다. 사장님이 안에 계신가고 조심스레 문의하니 안에서 국제전화를 치신단다. 그래서 관청에 들어선 촌닭처럼 의자에 앉을념을 하지 않고 사무실 시설들을 이것 저것 구경하였다.

말짱 한국에서 수입한 책상 의자에 심지어 서류함과 전화기, 팩스기 그리고 그 무거운 금궤마저  한국에서 수입해 들인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한국의 사무실을 통채로 옴겨왔다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벽 한켠에는 중국판 중국지도와 한국판 한국지도가 서로 마주 걸려있었고 다른한켠 바람벽에는 달마다 생산업적을 표기한 그라프가 못난 뱀새끼 몽둥이에 맞아 쓰러져 있는것처럼 기록판에 그려져 있었다. 그냥 덤덤히 앉아 있기도 그러해서 탁상우의 고뿌를 하나 얻어다가 정수기 물을 뽑아 마시려는데 장양이 곁에 다가와 커피가 듬쁙 담긴 캉통을 건늬준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둬 숟가락을 푹푹 떠넣고 끊인 물을 받아 넣었다.  한국산 커피라나? 한컵 마셔보자. 그런데 아차. 무슨 커피가 이렇게 쓸가. 전에 어릴때 개열이 기침에 좋다는 말에 약처럼 먹다가 그만 뱉은적이 있었는데 오늘 오래간만에 그 쓴맛을 다시 본다. 그냥 쏟아 던질수도 없어서 망설이는데 집무실에서 장양을 호출하는 남성 테노르 하중음 소리가 그대로 들려온다.

"동북에서 왔다는 박기사가 도착했나?"
하느님 맏시사. 이 박기사는 사장님덕분으로 귀밣이 술은 못 마셨지만 대신 산동 만투로 배를 든든히 "무장"한지도 이슥한데  말이다.  
"네~ 박기사 어서 들어가 봐요."
장양이 눈치질 하였다. 나는 예절스레 옷매 무새를 단정히 하고 조용히 사장님의 집무실 문을 떼고 들어갔다.
상상밖으로 흰 백발이 된 어르신이다.  얼핏봐도 나이 예순은 잘 되는거 같았다. 후에 알고보니 그시기 나이가 겨우 쉰하고 셋이다. 나이보다 좀 늙어 보였다. 하지만 옷차림만 깨끗하고 깔끔했다. 병 밑굽같이 두터운 돋보기를 끼고 무슨 서류를 검토하시다가 나를 호출하는거 같았다. 기실 그 서류가 나를 면접하기 위하여 미리 고심참담하게 작성한 과제들이였는데 그때까지는 나는 그런 눈치도 모르고 들어가 마준켠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안경너머로 말없이 나를 보더니 반나절이 지나도 말씀이 없으시다.

순간 저으기 긴장해 났다. 내가 지금 이 회사의 취직여부는 전적으로 사장님과의 면접에 달렸다. 그런데 면접은 그렇게 쉽게 넘어갈거 같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홀연 나는 맘속으로 미리 두가지 준비를 하였다. 물론 통과되면 좋겠지만 통과되지 못할 최악의 경우 나는 래일 이 회사에서 곧추 보따리 싸고 고향으로 돌아 가려고 기획하였다. 다른회사를 찾아 취직 하려면 곧 바로 직업소개소로 찾아갈수는 있었다.  당시 청도에는 조선족들이 경영하는 직업소개소가 여러곳에 있었는데 모두 여관방을 겸해서 경영하고 있었다. 직업을 얻어준다 해놓고 며칠씩 주숙하게 하는데 품팔이 하러온 불쌍한 사람들에게서 날마다 주숙비로 주숙자들의 호주머니 돈을 야금 야금 흐무려 냈다. 돈이 거의 바닥이 날 무렵 다시 말해서 기름을 더 짤낼여유가 없을때야 회사를 소개해 주었는데 회사에 입사할 시기면 당하는 사람들은 거의 백수가 되다싶이 되니  회사가 맘에 들던 말던 억지로  입사하여 적어도 집으로 돌아 갈 차비라도 벌어야 했다.
이는 내가 연길을 떠나기전에  어느 고마운 지인한테 들은 얘기인지라 나는 이곳에서 탈락되면 곧추 보따리 싸고 집으로 "북상"할  만단의 준비를 하였다.
       

드디어 면접이 시작되였다. 처음으로 나의 이름, 나이, 현주소 및 최종 졸업한 학교. 신분증 번호를 낱낱이 체크 한다. 이미 직업소개소에서 팩시로 다 보냈기에 사장님은 팩시에 제시된 사항을 그냥 되풀이 하는격으로  물으니 난 거침없이 대답했다.
다음으로 기술에 관련된 과제를 꺼내 놓았다.
45号钢 에 대한 碳素含量.등 재료력학에 관련된 문제와  电动机动作原理. 등 전기와 기계가 결합된 동작원리을  묻는다. 이미 대학시절에 재료력학과 전공학,기계원리에서 배운것이라 난 막힘없이 대답할수 있었다. 물론 사장님은 모든 기계에 관련된 명사들을 영어로 묻는데 그것이 힘들게 들려왔다. 례를 들면 압력기를 프레스라 하였고 발동기를 엔진이라고 하였다. 이렇게 약 반시간 흘러서야 사장님이 자리에서 일어 나신다.

"내가 중국 청도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맞는 기계학부를 나온 대학생이네요. 일을 잘해봐요."
그런데 사장님은 내가 제일 관심하는 로임에 대해서 일언반구도 언급하시지 않는다. 솔직히 말해서 이곳에선 로무일군들이 구뎅이를 하나 파도 일하기전에 주인한테 값을 흥정하는데 말이다. 그래서 용기를 내여 물었다.
"사장님 로임을 어떻게 정 했어요?"
"그거야 박기사가 얼마만큼 일하면 곧 그만큼 주니 근심마세요."

"죽지않으면 살소리"
내가 제일 관심 가지는 대사가 이렇게 미찌근하게 미스터리로 남았다. 좌우간 회사면접에 통과 되였으니 래일부터 무순 부서에서 일을 시킬지 몰라도 열심히 일을 해야 하였다. 당시 청도 로임은 매우 낮아 당지의 한족 일반로동자는 기본로임 250원. 연장작업 하면 최고로 400원 쯤 밖에 안 되였다. 나는 고민이 많았다. 단위에서 빈 사무실을 지켜도 얼마든지 300원이 나오는데? 나는 별라별 생각을 다하면서 무거운 발걸음으로 힘겹게 후근부에서 담당 봉호 군한테서  이불과 깔개 그리고 회사마크가 새겨진 유니폼을 지급 받아 가지고 2층에 있는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에 제4부가 계속 이어 짐니다. 기대하여 주십시요.)  

추천 (1) 선물 (0명)
IP: ♡.136.♡.196
달밤에토끼 (♡.219.♡.153) - 2014/08/16 22:18:02

다음집 기대 합니다 회사에서 많은 일이 일어났을 같해요

연집하 (♡.136.♡.146) - 2014/08/16 22:56:06

네. 잼 있는 일들이 많했슴다. 동복3성에서 온 조선족 청년들 아무런 기술도 지식도 없이 무작정하고 찾아 왔다간 인차 짤리우구.ㅠㅠㅠㅠ지금은 한국길이 쭉 열려서 그곳에 가서 모두 고생하지만 96년대 그시절에 청도지역으로 몰려드는 조선족들이 특별히 많했슴다. 래일 다시 글을 올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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