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년을 회억하여 (13) - 인자한 할머니

영우맘 | 2014.11.01 15:04:22 댓글: 0 조회: 2126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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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자한 할머니

나는 할머니를 회억하면서 둘째숙부, 셋째숙부, 넷째숙부, 고모, 백모 그리고 노 할아버지도 간단히 쓰려한다.

나는 할머니와 마지막까지 가장 오래 같이있은 손자다. 할머니는 성품이 온화하며 성을 내거나 큰소리 낸적이 한번도 없는 분이다. 또 할머니는 아마 젊어서부터 허약하셨던것 같은데 내 어릴때 기억에 남아있는 할머니모습은 백발이 창창하고 수척하셔서 년세보다 더 년로하게 보이는 편이였는데 그래도 얼굴은 언제나 인자하고 부드러웠으며 점잖은 서울 새각시같은 분이였다. 

할머니는 가리는 음식이 너무나도 많았는데 네발가진 짐승이 고기는 하나도 자시지(드시지) 않았고 두발 가진 짐승인 닭고기, 꿩고기 그리고 물고기만 자시였다(드셨다). 그러나 당시 어려운 농촌생활에 이러한 음식들이 얼마나 있었겠는가? 이러하기에 건강상태는 더욱 좋지 못했다.

나는 할머니가 기음매러 밭에 나가시거나 집에서 쌀함박을 쥐고 쌀을 씻고 밥을 지으며 방아 찧는등 조금이라도 힘든 일을 하는것은 보지 못했다. 기억속에 할머니는 주로 불을 때거나 방아찧을 때에 방아호박을 막대기로 후비여주는 등 가벼운 일만 했던것 같다. 워낙 부지런한 할아버지는 특히 허약한 할머니를 위하여 항상 나무를 짤막하게 패여서 집에 들여왔기에 불 때는건 비교적 쉬운 일이였다.

내가 서너살때 집에서 나에게 진행하는 지력측험이 주요내용은 우리 친척들이 이름 나이 생일을 마추는것이다. 그때 나는 할머니에게 성함 생일을 물어보았는데 유독 할머니의 이름만은 괴상했다. 할머니는 오씨라고 하며 성은 오가며 이름은 씨라고 하였다. 그렇다. 이전에 녀자들은 이름이 없었다. 나의 어머니도 13살까지 이름없이 귀인녀라 불리웠다고 한다. 13살때 남의 집에가 일하러 가게되며 자기 스스로 이름을 성자라고 지었는데 그뒤로 지금까지 쭉 成子라는 이름을 쓰고 계신다.

할머니는 삼을 많이 삼았는데 늘 무릎에 바가지를 씌워놓고 손바닥에 침을 바르면서 삼을 가늘게 찢어 비비고 또 서로 이으면서 삼을 삼았다. 간혹 베틀에 앉기도 했지만 주요하게는 베는 어머니가 많이 짠것 같다. 그러다가 해방패 값싼 강목천이 많이 나오면서 베 짜는 일도 점차 사라졌다.

그때에 이불안같은 흰 빨래를 하기 위해서는 나무재를 며칠씩 물에 불구었다가 재를 걸여 내고 그 잿물로 흰 빨래를 삶아 씻었는데 잿물을 만들고 빨래를 삶는 일도 할머니의 일이였는데 이 일도 값싼 비누가 나오면서 점차 없어졌다.

할아버지가 세상 뜬 후 할머니의 건강상태는 더욱 나빠져 로동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어머니가 날마다 밖에서 남자들처럼 고되게 일했지만 할머니는 집에서 밥하기조차 힘들었다. 1955년 가을 우리가 외가집을 사고 이사해 와서부터는 바깥출입도 어려웠다.

할머니가 누워계시면서 가장 많이 했던 일은 겨릅대등피를 만드는 일이였다. 삼을 벗긴 삼대가 가늘고 손상이 없는것을 골라 잘 말리워 두었다가 조 아시겨에 쌀 씻은 뜨물 침전물로 반죽하여 삼대주위에 일정한 두께로 붙여서 말리워 조명으로 사용했는데 이것이 겨릅대 등피다. 공부하는 형님과 나는 하루에 적어도 두가지는 태웠다. 이처럼 우리 집에는 매년 엄청난 량이 등피가 수요되였다.

나는 할머니의 로년을 보면서 정열이 넘쳐 흘렀던 할아버지에게는 진짜 말 못한 유감이 있었을것이라 생각된다. 그것은 억척같이 분투하여 성공한 할아버지에게 할머니는 함께 힘내주는 훌륭한 동반자, 조수로 되지 못했다고 여겨지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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