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년을 회억하여 (14) - 둘째 숙부 규호(圭鎬)

영우맘 | 2014.11.03 14:58:57 댓글: 0 조회: 1879 추천: 1
분류실화 https://life.moyiza.kr/mywriting/2449074
둘째 숙부 규호(圭鎬)

둘째숙부는 온화하고 세심한 분이다. 나는 우리 숙부들중에 할아버지를 닮은 분은 보지 못했다. 할아버지의 과격한 성격이 좋지 않다고 여겨서인지 아니면 할머니의 온화한 성격을 닮아서인지 자식들의 성격은 아버지와는 완전히 달랐다.

둘째숙부와 셋째숙부는 소학교를 졸업하고 당시 일본놈들의 징병을 피하여 시내에 가서 일하였다.

둘째숙부는 해방전에 도문철도에서 부기관사로 있었는데 일본이 패망하기전인 1944년에 공산당을 기차에 실어보냈다는 혐의로 일본놈들에 의해 로투구감옥에 투옥됐었다. 둘째숙부는 일본놈들이 운영하는 험악한 감방에서 전염병에 걸리였다.

둘 째숙부의 말씀에 의하면 당시 전염병에 걸렸다는것은 사형선고를 받은것이나 다름없었다고 한다. 특히 일본놈들은 환자들을 치료하지도 않고  사경에서 헤매며 죽어가는 사람들을 그냥 그대로 내 버려두었다. 놈들은 병에 걸린 환자들을 격리 시키지도 치료하지도 않아 환자들이 날마다 더 많이 죽어만 갔다.

그때 숙부의 병도 날마다 심해져 정신이 몽롱한게 제정신이 아니여  틀림없이 죽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하루, 그놈들은 곧 죽는다고 여겼는지 숙부를 한쪽 땅바닥에 내버리였는데 숙부는 목이 말라 허우적거리다가 저도 모르게 그 옆에 구정물소래에 물이 있는것을 우물가에 간것으로 착각하며 그 물을 들이켰는데 시원한 물 한사발 마신것 같더니 차차 정신이 들기 시작했다한다. 이튿날 놈들이 와서 숙부를 보니 이 사람은 죽지 않았다며 온돌우에 다시 올려놓았다.

이때 이 사실을 알게 된 노투구에 있던 먼 친척이 소식을 전하여 큰 형님(나의 아버지)이 전염병도 마다하고 먹을 음식을 가득 챙겨가지고 갔는데 일본놈들은 면회에 가져간 음식을 자기들이 다 먹어버리고 조금만 주었는데 그래도 그 음식을 먹고 나니 살 것 같더라 말씀하셨다.

둘째숙부는 감옥에서 걸린 전염병 어혈로 다시는 원기를 되찾지 못하고 허약한 신체로 평생을 보냈다. 해방 후 도문 철도에서 복귀하라는 통지를 보냈으나 할아버지는 자신의 명담인 ‘땅이 주인’ 그리고 절대 강국이라 뽐내던 일본이 패전하고 조선이 량분된 어수선한 정국을 보고 숙부들을 땅에 꽁꽁 묶어 놓고 보내지 않았다.

둘 째숙부는 아주 세심하고 무엇을 하나 실패없는 분이다. 둘째숙부는 또 토 원예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한 그루 배나무에 돌배, 배, 사과배가 같이 열리게도 하였고 오얏나무도 이렇게 여러가지로 접종을 했었다. 해마다 과일밭주위 돌밭을 개간하여 새로운 품종의 사과배, 오얏, 살구나무를 심고 접종하기도 하여 봄만 되면 둘째 숙부의 집은 마치 과일나무 꽃밭에 뭍혀있는것 같았다. 그래서 매년 과일수입도 만만치 않았다. 어머니와 합작해서 키우던 벌도 잘 되여 3년사이에 50여상자나 되여 양봉 대호로, 양봉 전문가로 되였다.

그뒤 1970년 좌우에 용정으로 이사하여 부유하게 살지는 못하였지만 아들딸을 기르며 오붓하게 사시다가 82세를 일기로 이세상을 하직하셨다.

둘째숙부, 넷째숙부는 장풍동에서 함께 살면서 우리집의 어려움을 자기집 일처럼 늘 보살펴 주셨다. 특히 자루지의 밭갈이, 후치질, 나무싣는 일은 당연한 두 숙부의 일이였다. 그덕분에 우리 두 형님은 외지에서  마음놓고 공부할수 있었다.


* 숙부는 우리가 흔히 부르는 삼촌, 즉 아버지의 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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