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소연나라 | 2014.11.07 15:34:25 댓글: 1 조회: 2093 추천: 1
분류일반 https://life.moyiza.kr/mywriting/2454728


꿈을 꾸었습니다.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밤,차가운 밤공기,한적한 길바닥...
멀리 저기 어디선가 누군가 소리를 질렀습니다.
시체가 발견됐다나 뭐라나.
그렇거니,나는 가던길을 걸었습니다.
소리질렀던 그 누군가가 나를 향해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가슴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쿵쿵쿵쿵.

어느새 내앞에 다다른 그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겨우 말을 이어갑니다.
너의 아버지가...

쿠웅!!!

나는 내려앉은 가슴을 겨우 미어잡고 뒤를 따라갑니다.
허름한 돌다리 아래 맑은 물 같지도 않은 물이 흘러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 언덕으로 돌처럼 굳은 시체 하나가 누워있었습니다.
내 아버지라고,

아버지는 왼쪽 손목에 문신이 있었습니다.
그것으로 내 아버지라 확인할수 있었고
그자리가 무언가로 인해 가죽이 갈라지고 살점이 드러난
버얼건 자국이 여러갈래로 뚜렷이 보였습니다.
도대체 왜.

하늘이 무너진듯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꿈에서도,깨어나서도.
너무나 생생해서,꼭 진실인것만 같아서
도저히 멈출수가 없어서 
깨어서부터 한 반시간 동안 
이불을 뒤집어 쓰고 
아예 통곡을 해버렸습니다.

아버지와 연락이 끊긴지 삼년째로 접어듭니다.
어떤 이유로 연락이 끊겼든 
반드시 찾아야함을 잊은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그렇게나 내가 무서워하고 미워했던 사람
지독하게 차갑고 강인했던 사람
내가 세상의 이런저런것을 겪고난 후부터는
어느정도 이해가 됐던 사람
하염없이 가엽게만 느껴지던 사람
나를 이세상에서 제일 많이 아껴줬던 사람..
그래서 너무나 보고싶은 사람...
진심으로.나는.단 한번도.잊었던 적이 없는데.
빨리 찾아 나서야 하는데...
내몸은.
출근길로 향합니다.

그러는 내가 나는 너무 싫었습니다.
꿈에서 그분은 앙상하게 말라 있었는데,
계단을 타고 있는 오동통 살찐 내모습이
내가 너무나 태연스레 잘지내고 있다는걸 
증명이라도 하는것 같아서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가는 지하철에서 
울분을 토하고 싶었습니다.

왜,
도대체 왜 이렇게 됐을가요.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고향에 갔다가 핸드폰에 담아온 한장 뿐인 가족사진을 들여다 봅니다.
내가 첫돐 되던 날,그렇게 다들 환히 웃고있었는데,
그때는 보다 나은 앞날을 꿈꾸면서 살았을터인데
어디서부터 엇갈렸기에 우리가족이 이지경까지 왔을까.
바로 잡아야 하는데,
지금 이 모습은 우리가족이 그렸던 미래는 아니였을텐데.
과연 내가 어디서부터,무엇을,어떻게 해야하는 것인지
한치앞도 짐작이 가지 않아서
답답하고 숨이 막힐 따름입니다.

가슴 한켠에 아버지 자리를 남겨두고 그냥저냥 살다가도
오늘처럼 이렇게 가슴이 찢어지날이 오면 너무나도 참기가 힘이 듭니다.
꿋꿋하게 잘 지내다가도 한없이 약해지면서 약간의 원망도 해봅니다.
내가 찾아가기전에,나를 찾아주지.
전에 그랫던것처럼,
전화번호 왜 바꼇냐? 하시면서
바뀌기 전에 미리 얘기를 했어야지 라고 야단치면서
아무일 없었던것처럼...
한번만 더 내이름을 불러주신다면 
목이 쉬도록 부르고 싶습니다.
아버지..

공부 잘해야 한다,그래야지 에미 애비보다 잘산다고
그렇게나 당부하셧는데 뜻을 거역해서 정말정말 미안하고요.
내선에서 노력은 하지만도 정말이지 엄마 아빠보다 잘살 자신이 없는
이 못난 자식을 다시 당신의 품으로 거두어 주세요.
아직도 철이 없어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무관하게 때가 되면 밥을 먹고
마냥 친구들이 좋아서 만나면 좋다고 깔깔거리며 웃고있는 나를
내 새끼니 어쩔수 없지 하시면서 한번더 이쁘게 봐주시구요.
나중에 아빠랑 바다 있는데 가서 살까? 
연변은 왠지 가기가 싫으네,,, 너는 계속 북경에 남을거니??
다 ~ 전부 다 아빠 뜻대로 따를테니,제발 돌아와 주세요.

대학 필업하면 고생길이 열리겠는데, 
왜 미리 사서 고생하냐고 대학 4학년은 놀더라도 학교에서 놀아라 하셧는데,
거짓말하고 일년 미리 사회에 나온거,제가 잘못햇습니다.
마음만 급급햇지,정말 맘같지 않은 사회생활로
첫 일이년은 남들 뒷꽁무니도 겨우 따라가는 내가 
그저 부끄럽기만 해서 끝내는 말씀을 못드렸습니다.

여자애가 어릴적부터 마른 멋 부리면 안된다고.
그러다 늙어서 고생한다고,입이 마르도록 주의주셨는데
내 나이 몇개 안되지만 추울때 옷 두껍게 않입고 다닌거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습니다.

열네살때,
이건 비상금이고 돈은 쓰는 놈이 임자이니 우리집에선 니가 제일 부자다며
우스개소릴 하시고 엄마 몰래 필요할때 쓰라면서
호주머니에 300원 넣어 주신거,처음으로 그렇게 큰돈 쥐어 주셧는데
하필이면 비오는날 철딱서니 없이 친구 만나 놀다가 길바닥에 흘려버린거.
아버지가 알면 얼마나 야단치실가 무서워서 다 써버렷다 했던거 지금에 나마 고백합니다.

다섯살때 추운 겨울날 아침,
우리 똥개지 일어났니?

우리... 똥개지... 일어낫니...
왜 바보같이 자꾸 눈물만 흐르는지 모르겠습니다.

돌이켜보면,
참 들을말이 많았던거 같습니다.
생김새도 성질머리도 아버지를 쏘옥 빼닮은 내가 
딱 아버지만큼만 고집이 셋던거 같습니다.
근데요, 다른 애들도 다 그렇게 컸대요..
그리고,이제 어른이 되었습니다,제가.
자랑은 아니지만 원하는 일을 하면서 받을만큼에 월급도 받고
퇴근하면 알바도 뛰면서 부끄럽지 않은 자신과 자식이 되려고
노력 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를 찾아갈수 있을때까지
나는 내 자리에서 악착같이 버티고 살아남을테니
그렇게 끝끝내는 성공하고 말테니
아버지도 고난이 덮쳐도 혹은 가난이 덮쳐도
굳건하게 살아남으셔야 합니다.

한낮 개꿈따위에 휘말려서 하루종일 정신을 못차리고 있지만
이것도 여기까지 입니다.
더 독하게 강하게 살아서
이세상 어느끝에 있던 꼭 모시러 가겠습니다.
약속합니다.

그때까지,
건강해주세요 아버지.


추천 (1) 선물 (0명)
IP: ♡.111.♡.170
그저잊고저 (♡.136.♡.143) - 2014/11/16 21:39:51

음~ 아~...

그 마음 다소는 알듯합니다, 그런 꿈을 꾸고 얼마나 울었을지도 뻔하고...
그러나 님은 너무나 잘 살고 있습니다, 아버님 보기에 너무나 흐뭇하고 대견하게 살고 있습니다!
더 노력하고 훌륭해져서 텔레비에 나고, 그 관중석에 아버지가 몰래 섞여 앉았다가
부녀가 극적인 상봉을 하는 상상과 바램을 합니다!

빨리 그런 날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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