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피노키온 | 2014.12.06 15:59:11 댓글: 14 조회: 5076 추천: 12
분류실화 https://life.moyiza.kr/mywriting/2488969
거짓말1
그녀를 만난건 6월의 어느 토요일이였다. 광동에서의 생활을 접고 연길에 온지 한달이 지나가고 있었고 지루한 시간을 때우기 위해 나는 아는 형님의 소개로 주말마다 한 운동모임에 나가 신체단련할겸 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날도 운동하고 회식 자리가 이어졌다. 1차가 끝나고 형님 둘과 함께 2차에서 가볍게 맥주를 하고 있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술 마시고 있는데 운이 형 위챗소리가 울린다.
몇번 문자 하더니 갑자기 그런다.
"내 와이프가 친구들이랑 있다는데 합석하겠니?"
"응. 니 와이프만 괜찮다면 우리는 당연히 괜찮지." 현이 형이 옆에서 대답한다.
"헨님에. 우리 지금 패션이 합석할 패션이 아니우."나는 얼른 가로챘다. 오후에 운동하고 운동복 차림 그대로는 너무 매너가 없어 보였다.
"뭐 어떻니. 널 선보라는것두 아닌데. 짜식." 현이 형이 내 어깨를 툭 친다.
그렇게 나는 형님들 따라 운이 형 와이프 친구들이 있다는 빠에 가게 되였다.
우리가 룸에 들어가니 그분들이 일어서시면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신다. 운이 형님 와이프가 친구들을 소개하고 악수하고 자리에 앉았다.
"오빠, 우리 오늘 다 예뿌지?"
"냐. 곱소. 뒤풀이 어째 끝까지 안가고 먼저 나왔소?"
"오빠 보고싶어서 먼저 나왔지용~"
"그래서 내 왔재요~"
얘기를 들어보니 운이형 와이프랑 친구들이 친구결혼식 갔다가 뒤풀이에서 먼저 나온거 같다.
"야. 거참. 탠미미는 집가서 실컷해라. 우리 투명인간이야? "
둘의 닭살 대화를 누군가가 싹둑 잘랐다. 머리를 들고 쳐다보니 영이라고 소개받은 그 친구였다.
나는 솔직히 초면에 사람을 잘 기억하지않고 별로 쳐다보거나 하지 않는다.
"그래~ 미안미안~ 없는것들 앞에서 내 잇는티를 좀 냈다 히히~"
"에잇! 한여름에두 옆구리 시려서 등산복 입구 다녀야겠다."
그녀의 말에 우리 모두 하하 웃어버렸다.
나는 왠지 그녀에게 눈길이 갔다. 높게 올려 심플하게 묶은 일명 여자들 말하는 똥머리에 여자들이 흔하게 하는 목걸이도 팔찌도 없이 라인만 살짝 드러나게 디자인한 미백색 원피스에 고급스러운 굽 높은 샌들을 신고 있었는데 신발이 포인트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예쁜 신발이였다.갸름한 얼굴형에 턱선이 날렵한게 어딘가 강인함이 보였고 어딘가 다가가기 어렵다는 인상을 주고 있었는데 생긴것과 달리 말은 털털하게 하고 성격도 좋아보였다.
서로 권하면서 술을 마시는데 그녀의 전화가 울린다. 그녀는 실례 좀 하겠다고 나가더니 좀처럼 들어오지 않는다.
화장실을 핑계로 룸에서 나왔다.
홀에 나와 기웃기웃하면서 그녀를 찾았다. 그녀가 저만치 멀리 구석진 자리에 앉아 전화를 받고 있었다.
이 밤중에 전화 오는거 봐선 남자가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기분이 울컥한게 화가 났다.
토요일인데도 홀에 손님이 없는걸 봐서 장사가 잘 안되나 보다 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그녀에게 걸어갔다.
"설이야. 울지마.. 괜찮아 질꺼야. 내가 너에게 해줄수 있는게 이런말 밖에 없구나.."
전화를 들고 듣기만 하던 그녀가 갑자기입을 열어서 나는 도적질하다가 들킨 사람처럼 깜짝 놀랐다.나는 이내 걸음을 멈췄다. 저만치에서 그녀의 말소리가 다 들렸다.
"울지마.. 울지마.. 니가 울면 나도 눈물이 흡.. 나.. 흐흑.."
그녀는 울고 있다는걸 들키지 않을려고 안깐힘을 쓰는거 같았다.
"괜찮아.. 잘될꺼야. 나도 지금 잘 보내고 있잖아. 힘든게 다 지나가면 다 잘될꺼야. 우리 다 잘 살자.. 설이야.. 울지마.."
나는 울고 있는 그녀 앞에 갈수가 없어서 다시 룸에 들어왔다.
'설이는 여자였군.. 친구인가 보네.. 뭐가 힘들어서 여자들은 친구들끼리 저나하면서도 우나보군..'
나는 혼자 생각하면서 그녀가 들어오길 기다렸다. 한참 지나 그녀는 언제 울었냐싶게 환하게 웃으면서 들어온다.
"야.. 넌 전화를 뭐 그렇게 오래 하냐?!"
운이 형 와이프가 핀잔한다.
"내 없을때 너하구 신랑 닭살 해라구 자리 비켜줬는데 이분들 옆에서 눈치없이 다 앉아있데?"
"하하하하" 그녀의 말에 우리는 또 다 같이 웃었다.
나는 그녀가 맹랑한지 뻔뻔한지 아니면 털털한지 헷갈렸다.
금방까지 눈물 흘리며 울다가 아무렇지 않은듯 웃으면서 받아치는 모습에도 자못 놀랐다. 다들 술마시느라 그녀 눈가 주변에 일어난 변화들을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 변화들은 내 눈에 훤히 보였다.
나는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눈을 피하지 않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녀의 미소에 나는 적잖게 당황했다. 많은 여자들을 봐왔지만 이렇게 흔들림없는 눈빛으로 여유롭게 미소를 보내준건 그녀가 처음이였다.
"자. 마시기우."
현이형의 술잔에 우리 다같이 건배를 했다. 서로 권커니 작커니 하면서 마시다 보니 시간이 가는줄도 몰랐다. 벌써 새벽 1시가 거의 된단다. 이제 일어나야 된다는 생각에 난 안달아났다. 그녀의 연락처를 묻고 싶었는데 줄곧 기회가 없어서 못 물어보고 있었다.
이때 술이 잘된 운이 형이 노래방에 가자고 한다. 이시간에 노래방은 마감시간에 가까워 손님도 잘 안 받는데 말이다.
"괜찮아. 내가 잘 아는데 가면 돼."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녀도 부디 같이 가주길 바랬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집이 멀어서 먼저 가겠다고 운이형 와이프한테 소곤소곤 말한다. 운이형 와이프는 너 가면 우리 다 안간다며 집은 우리가 널 집까지 데려다 줄꺼라면서 밀어부친다. 나는 그러는 운이형 와이프가 너무 고마웠다.
그녀는 하는수없이 따라 왔다.
노래방에 오니 과연 늦었다고 태도가 그닥지 않다. 운이 형은 그래도 한시간만 술 마시다 간다고 마담을 꼬드겨서 룸에 들어갔다.
다들 노래를 한곡씩 돌려가며 불렀다. 그녀는 노래를 참 잘했다. 나는 연락처를 물어봐야지 하면서 줄곧 기회를 찾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내숭이 없는지 초면인 이성친구들인데도 내가 봐온 다른 여자들과 달리 우리 앞에서 다소곳이 앉아 있지 않고 활동적이였다. 쉽게 말해 크게 우리 눈치를 보거나 초면이라는 사실에 개의치 않아 하는거 같았다. 나는 그런 그녀가 왠지 말못할 끌림이 있었다.
현이 형이 블루스 타임이라면서 곡 하나 신청했다.
그러자 그녀가 웬일로 자리에 들어오더니 혼자서 맥주를 한컵 마시더니 방울토마토 하나 집어서 먹는다. 운이형과 운이형 와이프는 마주 서서 블루스를 추고 현이 형은 눈 감고 노래에 취해있다.
나는 이것이 절호의 기회라고 그녀와 블루스 신청을 하려고 입을 떼려는 순간 그녀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려 말한다.
"어이 총각. 나랑 춤 출까?"
나는 순간 허무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건 남자가 먼저 해야 되는데 말이다.
그녀와 춤을 추는데 내내 말이 없다. 운이형과 와이프는 자꾸 이쪽을 쳐다보면서 둘이 소곤소곤하면서 킥킥 댄다. 그녀와 무슨 말을 하고 싶은데 무슨 말부터 해야 될지 모르겠다.
이리저리 어떻게 물어볼까 궁리만 하다가 블루스 타임이 끝나버렸다. 그녀는 눈을 잠시 내리 깔고 고개를 까딱 숙여보이면서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자리에 들어가 앉는다. 나는 그녀의 옆에 가 앉았다.
그녀는 말이 없다. 누군가 노래하는 도중 그녀가 화장실에 가는지 나간다. 나는 한참있다가 뒤따라 나갔다. 화장실 문앞에 거의 도착할즘 그녀가 화장실에서 나온다. 나를 보더니 멈칫하다가 그대로 쑥 지나서 룸에 들어간다. 나는 순간 화가 났다.
내가 그녀를 따라 나온게 들킨거 같아서 너무 화가 났다. 나는 아니라는걸 굳이 증명하려는 쓸데없는 생각에 화장실에 갔다가 룸에 다시 들어갔다. 그녀는 역시나 서서 박수를 치면서 호응해주고 있었다.
'지가 무슨 방청객도 아니고...'
나는 속으로 심술궂은 생각을 하면서 자리에 앉았다. 노래 타임이 끝나고 드디어 다들 자리에 앉아 술한잔 한다. 그녀는 핸드폰을 들고 누군가와 문자를 하는거 같았다. 손에 들고 잇는 핸드폰과 이 늦은 시간 누군가와 문자를 한다는것도 거슬렸다. 스스로 설이라는 그 친구인가 보지 하면서 자아 위안도 해봤다.
술이 몇순배 돌자 또 노래를 시작한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일어나는걸 나는 잽싸게 그녀의 팔을 나꾸어 채서 도로 자리에 앉혔다. 그녀는 놀란듯이 나를 쳐다본다. 나는 그런 그녀을 빤히 쳐다봤다.
그녀도 내 눈길을 피하지 않는다.
"... ..."
"... ...."
우리는 기 싸움이라도 하듯 서로 쳐다봤다.
기실 나는 무슨 말을 할까하고 머리속으로 생각중이다.
갑자기 그녀는 상체를 내쪽으로 기울면서 내 귀에 대고 말한다.
"이 손 좀 놓겠슴까?"
"아...미안.."
나는 불에 덴것처럼 바로 그녀의 팔을 놨다. 그녀는 아픈지 손목을 돌린다.
"저기 전화번호 알려주쇼."
나는 더는 질질 끌면 안되겠다 싶어서 물어봤다. 이건 참 내 스타일이 아닌데 말이다.
나는 솔직히 바람둥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고 여자가 늘 끊이지 않았다. 내가 꼬시고 싶은 여자면 바로 망설임없이 들이대는데 왜 그녀앞에선 이렇게 머뭇거리게 되는지 참 리해가 안됐다.
"미안함다. 거절하겠슴다."
나는 의외의 대답에 또 한번 놀랐다. 경험상 전화 번호를 달라고 그러면 거절도 이렇게 거절하는건 난생 처음 봤다. 그리고 에둘러 거절해도 결국엔 여자들은 알려줄꺼면서 왜 그렇게 튕기는지.
"그럼 위챗 있으면 알려주시겠슴까?"
거절을 당했다고 물러설 내가 아니다. 나는 내가 원하는건 꼭 해야 되는 못된 성격이 있다.
"있는데 검색이 안되서 추가못할건데?"
"예? 있는데 어째서 검색이 안됨까?"
"검색허용을 꺼놔서."
"아...그럼 나를 추가면 되겠네."
나는 그녀의 손에서 핸드폰을 나꿔채다 싶이 해서 내 위챗을 추가하고 도로 그녀한테 줬다.
노래방에서 두시간 넘게 죽치고 있다가 새벽 4시 될쯤 우리는 노래방에서 나왔다. 동녘에서 아침해가 뜰 기미가 보이는지 날은 어슴푸레 하다.
운이형과 운이형 와이프는 그녀 데려다준다며 택시에 같이 탄다.
나는 그녀에게 문자를 했다.
"집 잘 들어가면 문자를 하쇼."
그녀는 답장이 없었다.
나는 집에와서 바로 곯아떨어졌다.
잠에서 깨보니 오전9시이다. 깨나자마자 그녀한테 문자를 보냈다.
"깨났슴까?"
졸린데 그녀의 답장을 놓칠까봐 핸드폰만 쥐고 있다.한참뒤 그녀의 답장이 왔다.
"네."
"아.. 지금 뭐함까?"
"병원 가는 길임다."
"예? 어디 아픔까?? "
"친구 애기 낳은데 가보느라구."
"아.. 놀랬슴다. 그럼 잘 다녀오쇼."
"네."
그녀와 더 말하고 싶은데 할말이 없었다. 어제 그렇게 술 마시고도 아침 일찍 일어나 자기 일 보러 다니는걸 보니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나는 이생각 저생각 하다가 다시 잠들었다.
늦은 점심시간쯤 배가 고파서 깨났다. 나는 어머니가 끓여주신 해장국에 밥 말아 먹고 운이형 한테 전화를 걸었다.
"헨님에 내요."
"응. 잘들어갔니?"
"냐. 헨님은 속이 갠찮소?"
"응 괜찮다. "
"헨님에. 내 뭐 한나 물어보기오."
"오 말해라."
"어제 그 아즈마이 친구 영이라는 사람 결혼했소?"
"... 왜?"
"아니.. 그냥.. 뭐 물어보느라구."
"음... 결혼했었는데 얼마전에 리혼했다."
"아.. 그랬소. 알았소 헨님에. 아즈마이하구는 비밀이요 냐?"
"알았다. "
나는 전화를 끊고 머리속이 복잡했다.
추천 (12) 선물 (0명)
IP: ♡.245.♡.183
장난아니야 (♡.85.♡.92) - 2014/12/06 19:00:18

잼잇음다~

눈의여왕 (♡.36.♡.185) - 2014/12/06 20:14:36

눈팅만 하다가 로그인 햇어요.잼나는 이야기가 될것 같네요.담집 기대하면서 추천 밟습니다

elen (♡.89.♡.164) - 2014/12/06 22:29:05

아....그래 많이 로련해보인다 했더만 결혼을 했던 분이였군요.후기 또 있었으면 좋겠네요.

북위60도 (♡.60.♡.229) - 2014/12/07 14:59:35

댓글적으면 다음집안올릴까봐 댓글달려고 로그인했습니다.

애심88 (♡.188.♡.50) - 2014/12/07 15:39:11

ㅎㅎ.자작글중에 오랫만에 재밋는 글을 읽엇습니다.

다음집도 기대하면서,추천 날리고 갑니다.

애심88 (♡.188.♡.50) - 2014/12/07 15:42:35

이런 글 읽으면 꼭마치 저자신이 연애하는것처럼 싱숭생숭하네요.

다음집 빨리 올려주세요.

낭랑새 (♡.244.♡.32) - 2014/12/08 10:26:20

잘 보고 갑니다. 담집 기대해요.

songhu1004 (♡.36.♡.155) - 2014/12/08 10:31:56

잘 보고 갑니다.
다음집 언제 올리시는지 기다릴게요.

가슴앓이 (♡.68.♡.243) - 2014/12/08 11:22:41

재~~~밋슴다 ~~
기대기대

선션 (♡.106.♡.2) - 2014/12/08 17:49:42

다음집 보고 싶어요~~

WENBIN (♡.110.♡.21) - 2014/12/08 18:11:45

재밌네요. 잘보고 갑니다.

guo79 (♡.150.♡.58) - 2014/12/09 15:16:51

간만에 잼있는 글 하나 건졌네요. 후훗~!
작가님 글 좀 잘씁니다예~
1집부터 쭈욱 따라가리로 맘 먹었습니다...잘 부탁드립니다.

쑌드리 (♡.50.♡.181) - 2014/12/14 11:09:32

글 참으로 섬세합니다 작가님 글솜씨 대단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wmh555 (♡.243.♡.164) - 2014/12/27 08:05:55

저두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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