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4

피노키온 | 2014.12.13 03:10:48 댓글: 11 조회: 4937 추천: 9
분류실화 https://life.moyiza.kr/mywriting/2496714
그날 나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후회와 모순때문에 머리가 복잡했다. 그녀한테 너무 저속하게 보인것만 같아서 화났고 확 힘으로라도 밀어부쳐보았으면 어땠을가 하는 후회때문에 모순이 크게 됐다.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기가 뭐가 그렇게 힘들었던지 나는 정말로 너무 너무 급해했다.
이튿날 나는 그녀에게 문자를 했다.
"영이 깨났슴까?"
그녀는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아마도 화가 많이 났나보다하고 생각하면서 나는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가는데 받지를 않는다. 연속 몇번을 걸어도 그녀는 도무지 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초조하면서도 화가 났다. 뭐가 이렇게 힘든지 확 다 포기해버리고 싶을만큼 욱했다. 나는 열번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 말에 무척 동감한다. 그러나 그보다도 열번이나 찍기를 시도하는 자체가 더 신기해보일 정도로 나는 인내심이 별로 없다. 그러나 그녀는 나절로 내 인내심의 한계를 한층 더 한층 알게 했다.
"영이. 대답하쇼. 영이."
일분이 일년같은 시간들이 지나고 그녀한테서 답장이 왓다.
"네."
나는 정말로 속으로 할렐루야를 불렀다. 할렐루야라는걸 어디서인가 주어듣긴 들었는데 무슨 뜻인지도 잘 모르면서.
"머함까? 어제 잘들어 갔슴까?"
"네"
그녀는 내 물음에 단답으로만 대답했다. 아예 무시를 하면 나는 그녀가 어제 나 때문에 화났구나 하고 생각했을텐데 그녀의 태도가 차갑다는것 빼곤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감을 잡을수가 없었다.그래도 요렇게 답장 해주는거 봐선 나를 완전히 싫어하는거 같진 않다는 생각에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오늘은 뭐함까?"
"일 봄다."
"아 그렇슴까? 내 뭐 도와줄께 있슴까?"
"없슴다." 아주 칼 같이 거절한다. 할말이 없었다. 뭐라고 얘기할까 고민하다가 나는 그녀한테 전화를 걸었다. 또 받지를 않는다. 아주 상습적이다 이젠. 하는수없이 문자를 보냈다.
"영이. 오늘 같이 식사하기쇼."
"오늘 일있슴다."
"점심 저녁 다 일있슴까?"
"네."
"무슨 약속이 점심에두 있슴까?"
"네. 친구랑 만나기로 해서."
"저녁에는?"
"저녁에는 선생님이랑 식사약속 있슴다."
"여자임까 남자임까."
"남자임다."
"둘이서만? "
"네."
"몇살임까?"
"어째 이램까?"
"무슨 중요한 약속이길래 남자선생님하고 단둘이 식사함까? "
"신세진게 있어서 갚는거뿐임다."
"그럼 나두 영인데 신세진게 있는데 갚기쇼."
"네?"
"어제 차비를 돌려주겠슴다. 차비는 남자가 내는거지 여자가 내는게 아님다. "
"괜찮슴다. 누가 내던 다 마찬가지이니까."
"거 참, 내 어제 택시사기앞에서 얼마나영사했는지(창피) 암까? 아니됨다. 차비 돌려주겠슴다."
"정 그러면 나중에 숙이 신랑 만나서 드리쇼."
"안됨다. 내 그럼 운이형한테 얼마나 욕 먹겠슴까. 영이를 돈내게 했다구."
"그럼 내 은행카드에 보내쇼."
"싫슴다. 내 또 은행가서 줄 서야 되잼까!"
"자동인출기에서 좐장하면 됨다."
"내건 다 저축통장이대서 아니 됨다. 저녁에 내 갖다 드리겠슴다." 막무가내로 떼쓰는 식이였다. 할머니 할아버지도 아니고 누가 귀찮게 카드 하나없이 다 저축통장만 있다는건 불보듯 뻔한 거짓말이였다.
그녀는 내 말에 어이가 없었는지 답장이 없었다. 나는 또 그녀를 닥달했다.
"영이. 내 돈 안 돌려주면 잠이 안 옴다. 오늘 좀 편하게 자기쇼. "
"그럼 오후에 일 보고 전화 할테니까 그때 보기쇼."
"알았슴다."
철판도 이런 철판이면 아마 고기도 구워먹을 두께이다. 이렇게 내심하게 설득아닌 설득도 그렇고 이뤃게 몰아부쳐서 만나보긴 또 처음이다. 그녀는 나를 나도 몰랐던 여러 경지를 많이도 보여줬다.
오후 4시즘 그녀는 문자가 와서 어디서 보겠냐고 묻는다.
"아.. 미안함다. 내 저녁 약속때문에 가봐야 돼서 지금 못 갈것 같슴다. 영이는 한 몇시에 끝남까?"
"그러면 나중에 보기쇼."
"식사만 하길래 7시면 끝나잼까? 그때면 나도 비슷하게 끝나니까 그때 만나서 주쇼."
나는 일부러 그녀와의 약속을 식사뒤로 미루었다. 식사전에 만나서는 선생님과의 중요한 약속이라는데 막무가내로 그녀를 못가게 할수가 없었다.
나는 현이 형이한테 전화해서 XX(그녀가 사는 동네)에 있는 현이형 친구가 꾸린 호프집에서 술을 마시자고 했다. 날도 저물지 않은 초저녁부터 술 마시자니 낮술하고 느낌이 또 다른게 주량이 한껏 줄어드는듯이 취기가 확 오른다.
모든 기다림은 참말로 고역이다. 더우기 안 올 가능성이 더 큰 기다림은 더욱 불안불안했다.
다섯시 약속이라는데 나는 5시 10분에 그녀한테 전화를 했다.
"영이."
"네."
"선생님 만났슴까?"
"네. "
"언제 끝남까?"
"금방 만났슴다."
"뭐 드심까?"
"꼬치 먹으러 왔슴다."
"술 마심까?"
"네."
"무슨 선생님하구 다 술 마심까????"
"친한 선생님임다. 지금 바쁘니까 전화 끊슴다에."
그녀는 내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전화를 끊어버린다.
이런 젠장. 입에서 저절로 욕이 튀여 나왔다. 누구 하구는 꼬치를 맛잇게 먹고 누구는 만나자해도 안만주구. 이거 원 내가 그선생보다 못한게 뭐냐 기분 더러워서 못해먹겠다는 생각이 욱하고 들었다. 천천히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전화를 하니 받지를 않는다. 그녀는 나를 대놓고 무시하는듯 했다. 그런 그녀를 나는 도무지 떨쳐낼수가 없었다. 그럴수록 나는 더 그녀한테 점점 빠졌다.
문자를 했다.
"아무리 친해두 그렇지 남자 선생님하고 술을 마심까? 그 선생님 몇살임까? 젊었잼까? 결혼은 했슴까?"
그녀는 대답이 없다. 현이형은 옆에 앉아서 계속 자기 할말만 하고 있고 나는 그저 "냐 , 냐." 성의없는 대답만 하고 있다 .
"영이. 대답하쇼. 지금 어딤까?"
"영이. 언제 끝남까 거의 끝남까?"
그녀에게 전화를 해도 문자를 해도 그녀는 받지도 답장을 하지도 않았다.
일곱시 훨씬 지났는데도 그녀는 소식이 없다. 전화를 얼마나 해대도 받질 않으니 속이 열불이 난다.
시간은 흘러 여덟시 아홉시 열시가 넘어간다.
'선생이라는 놈이 학생을 붙들고 지금시간까지 뭐하는거야. 또라이 같은 자식! 누군지 정말 알기만 하면 가만 안 놔둔다 씨.'
나는 씩씩 거리며 중얼 거렸다. 밥맛도 술맛도 뚝 떨어진다.
기분이 정말 뭐같이 꿀꿀한게 누가 건드리기만 하면 당장 폭발할거 같았다. 그저 죄 없는 모멘트에 화풀이 했다.
"약속이라는거 지키자 휴..."
열시 넘어 이제 술자리도 더 질질 끌 명목도 없어졌다. 이젠 체념하고 우울해 있으면서 습관적으로 전화를 걸었다.
"와이~"
그녀다. 드디어 그녀가 내 전화를 받았다. 뭐하다가 이제야 전화를 받는지 화나면서도 또한 내 전화를 받아줘서 너무 고마웠다.
"영이!!!! 어딤까???"나는 그녀가 전화를 끊을세라 다급하게 물었다.
"집 가는 길임다." 그녀는 술에 취했는지 목소리 톤이 한껏 올라가 있다.
"어디까지 왔슴까?"
"모름다. "
"집두 모르잼까?"
"내 집은 잘 찾아감다. 어째 전화 했슴까!" 그녀는 나랑 야단치듯 말한다.
"영이 돈 돌려주자구 만나기로 해놓구 내 전화 가득 했는데 받지두 않구!!"
"그랬다구? 못들었슴다. 프하하 미안."
"여기 오겠슴까? 현이형이랑 잇는데 OO호프집임다."
"어?"
그러고는 그녀는 말없이 전화를 뚝 끊었다. 다시 전화를 하니 또 받지 않는다. 정말 화가 상투끝까지 치밀었다. 정말 보다 보다 이런 여자는 처음 본다. 그녀의 말이 딱 맞았다!!!술 좋아하고 놀기 좋아하고 성격도 안 좋고 뭐나 제 멋대로이고!!!!
아무리 제 멋대로라고 해도 정말 내 자존심은 꼬물만치도 생각을 안하는듯싶다. 그런 그녀가 야속하기만 했다. 그녀한테 눈이 멀어 자존심 상하는줄도 모르고 그저 어떻게 내 여자로 만들지만 생각한다.
한참뒤, 가게에 누군가가 들어온다. 무심결 쳐다보니 그녀다!! 내가 벌떡 일어서서 그녀를 부르려는 순간 그녀가
"오빠아~~" 하면서 가게 주인인 현이형 친구 국이형이랑 인사를 한다.
"엉 영이야. 니가 어떻게 왔니?"
"오빠 보러 왔지~"
"뭐야? 너네둘 알어?" 현이 형이 묻는다.
"응. 영이 잘알지. 내 친동생 어릴때부터 친했던 동생이야. 다 한동네에서 살았지."
"아 그래? 세상 참 좁구나 "
"오빠~ 내 오빠 가게 와서 매출 팍팍 올려줘야 되는데 자주 못와서 미안함다."
"얌마 그런말이 어디있어, 미안하긴."
"에이~ 오빠 이렇게 눈치 무디단데. 오빠 보러 온다는게지~"
눈치 없는 현이형은 국이형이랑 곧 결혼할 여친이 옆에 버젓이 앉아 잇는데
"뭐야? 너네둘이 그렇구 그런 사이야?"라고 말한다.
국이형 여친이 눈살이 꼿꼿해지며 영이를 흘겨본다. 당장 한대라도 칠 기세다. 영이는 그런줄도 모르고 정이(국이형 친동생)는 언제 오냐고 너무 보고싶다며 국이형이랑 다정하게 얘기한다.
한참 얘기하다 말고 갑자기 그녀는 벌떡 일어나 밖에 나간다. 바로 자리를 차고 뒤따라 가보니 길옆에 화단에서 왔다갔다 한다. 뭐하지 라고 생각하며 그녀를 향해 걸어가는게 갑자기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화단에 몸을 숙이더니 토를 한다.
"풉."
나는 나도 몰래 웃어버렸다. 그런 그녀가 너무 귀여웠다. 뒤에 가서 그녀의 등을 토닥토닥 두들려주었다. 그녀는 미처 누구냐 쳐다볼 겨를이 없는지 아주 그냥 내장까지 토할 기세로 웩웩 거린다.
그런 그녀가 안쓰로우면서도 화가 났다. 도대체 무슨 선생이란 놈이 술을 이 정도로 먹여놨나 싶은게 정말 앞에 있으면 당장 한대 쳐놓고 싶었다.
그녀는 한숨을 푹 쉬더니 입을 슥 닦고는 상체를 일으키면서 훌쩍한다.
가로등 불빛에 그녀의 눈가에 고인 눈물이 반짝 빛난다. 그런 그녀를 보노라니 내 마음 한구석이 찡해 난다.
나는 살며시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녀는 내 손을 놓더니 비틀비틀 걸어간다.
"영이, 어디감까?"
"가방 가질라.. "
"기다리쇼. 내 들어가서 가져올께. 길에 나가지 말구 여기서 기다리쇼에?" 나는 그녀한테 신신당부를 하고 형네 가게에 뛰여갔다.
나는 잽싸게 영이의 가방을 챙겨들고 형들한테 먼저 간다고 얘기했다.
"뭐야? 어째 영이 가방 가져가니?"
"영이 밖에서 토합데.집에 데려다 주자구 그래우."
"니 영이를 아니?" 국이형이 의아한 눈치다.
"냐. 영이 내 여자친구요."
"아 그러야. 널 보러 왔겠구나. 그래 얼른 데레다 줘라."
그제야 국이형 여친 표정이 풀리면서 해시시해진다.
그녀는 화단옆에 쪼크리고 앉아 택을 무릎에 받치고 눈을 감고 있다. 나는 그녀를 일으켜서 나란히 걸었다.
"영이. 무슨 술 이렇게 많이 마셨슴까?"
"어째~ 아이 되니? 내 맘댈이다~"
술을 마시니 반말도 찍찍 갈긴다. 다른때 같은면 욱 하겠는데 콩깍지 씌여도 단단히 씌였는지 이렇게 귀여운 면이 있는가 싶은게 화난 마음은 어느새 눈 녹듯 사라져버렸다.
"그래두 마니 마시면 몸이 상하잼까. 내 아까 전화했는데 어째 아이 받았슴까?"
"아까 받았잼까. "그녀는 되려 자기가 억울한듯 눈 동그랗게 뜨고 퉁명스레 대답한다.
"아니. 아까 여러번 전화 했는데."
"그랬다구? 보기쇼." 가방을 뒤적이더니 핸드폰을 꺼낸다.
"어? 맞네. 몇개야 이거. 하나둘 셋... "
그녀는 가던 길을 멈추고 서서 왼손에 핸드폰을 얼굴에 당장 박을것처럼 가까이 들고 오른손으로 하나하나 짚으면서 센다. 한참을 그대로 서서 센다. 눈을 부릅뜨고 세는건 또 어찌 늦게 세는지 볼수록 그녀가 재미있는게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서른 네개.. 어이구~ 인내심도 있으셔라~ 그랜데 예 사람이 너무 끈질기무 안 좋슴다."
그녀는 혼자 중얼 거리며 또 비틀 비틀 걷는다. 그 높은 힐을 신고도 넘어 안지는게 정말 신기할 뿐이다.
나는 그녀의 앞에 뛰여가 그녀한테 등을 돌려 얘기했다.
"영이. 업히쇼."
그녀는 멈칫하더니 제자리에 서있는다.
"힐 신구 잘못하면 발목이 나감다. 업히쇼."
"내 무거운데.."
"이럽슴다. 우리 운동할때는 200근짜리를 업구 달아댕김다."
나는 주춤하는 그녀를 잡아끌어 등에 업었다. 그녀는 두팔로 내 목을 감싸 안더니 내 어깨에 머리를 파 묻는다.
"영이.. 하나도 안 무겁구나머."
"... ..."
"영이. 어제는 정말 미안했슴다.."
"... ..."
그녀는 말이 없다. 쌕쌕 코를 골며 내 등에 업혀서 잠들었다. 그런 그녀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저도 몰래 미소가 지어졌다.
나는 그녀를 호텔로 데리고 갔다. 그녀가 깨지 않게 침대에 눕혀놓고 이불을 덮어줬다. 침대에 걸터 앉아 잠들어 있는 그녀를 내려다 보니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녀가 너무 갖고싶어졌다. 시간을 좀 더 가지고 천천히 하나하나 밟아 나가면 좋으련만 나는 그걸 기다릴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잠든 틈을 타서 정복하고싶지는 않았다. 나는 그녀를 내려다 보면서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 그녀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더운가 보다라는 생각을 하며 에어컨 리모컨을 찾느라 부시럭 거렸더니 그소리에 깻는지 그녀가 벌떡 일어나 앉는다. 사방을 둘러보다가 나를 발견하고 반사적으로 "악!"하고 소리를 질러서 나는 움찔 놀랐다.
"영이. 냄다. 놀라지 마쇼."
"... ..."
"영이 더워 하는거 같길래 에어컨 켜자구.."
그녀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가방을 쥔다. 나는 얼른 가서 그녀의 팔을 잡았다.
"어디감까?"
"집 감다." 그녀가 내 손을 뿌리쳤지만 나는 더 꽉 잡았다.
"아픔다. 놓으쇼."
"영이. 가지마쇼. "
"가야됨다. 아빠 엄마 집에서 기다림다."
"영이. 나란 놈 가진게 쥐뿔도 없슴다. 그저 영이를 좋아하는 마음 하나뿐임다."
"그래서?"
"나란 놈하구 지내보겠슴까?"
"지금 하는건 그저 수작인거 알지에?"
"영이. 오늘 만나면 할려고 했슴다. 어떻게 하다보니 상황이 이렇게 됐슴다. 나는 성격상 하고싶은말 안하구 못삼다."
"원이 이런 말 하는건 나랑 잘해보겠다는겜까 단지 나랑 오늘 하루 자고싶다는겜까?"
"영이!! 이 놈 어디가서 여자 하나 잡아먹으려고 이런 수작 부리지 않슴다. 어떡하면 나를 믿어주겠슴까?"
"... ..."
나는 그녀를 꽉 껴안았다. 내 심장은 어느때보다 두근거렸다. 심장소리가 나의 귀에까지 들려서 귀가 화끈거렸다. 그녀도 아마 내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를 들었으리라.
나는 그녀의 볼에 입을 맞췄다. 그녀는 옆으로 살짝 피하기만 했다.
"영이, 오늘은 늦었으니까 여기서 자쇼. 내 소파에서 잘테니 영이 침대에서 자쇼."
"... ..." 그녀는 말없이 침대에 털썩 앉았다. 한참동안 목석같이 앉아 있더니 내가 베개가지고 소파에 드러눕는걸 보니 자기도 침대에 눕는다. 사실 날씨가 더워서 땀도 마니 흘려 샤워하고 싶었는데 그녀가 몰래 갈까봐 불편한채로 누워있었다. 눈이 슬슬 감기는게 소르르 잠이 온다. 부시럭 거리는 소리에 나는 벌떡 일어나 그녀를 불렀다.
"영이!!'" 사실 아까부터 나는 그녀가 나 몰래 갈까봐 내내 자다깨나서 침대를 건너다보고 안도하기를 반복했다.
그녀가 내 부름소리를 듣고 멈칫하는게 어렴풋이 보인다. 나는 재빨리 일어나 불을 켰다. 그녀는 서서 나를 바라본다.
"어디감까?"
"화장실에."
"아.. 나는 영이 나 몰래 가는가 했슴다."
"... ..." 그녀는 말없이 화장실에 들어갔다. 한참뒤에 샤워기 물소리가 들린다. 아마 샤워 하나 보다. 후에야 안 일이지만 그녀는 습관상 매일 잠자기전에 샤워를 한다.
그녀가 샤워 하는 소리를 들으니 마음을 진정 할수가 없다. 이건 오늘 나를 받아들이겠다는건가? 아마 열에 아홉 남자들은 다 그렇게 생각할것이다. 이리뒤척 저리 뒤척 해도 슬슬 끓기 시작한 열기는 식힐수가 없다.
그녀는 샤워를 마치고 다시 침대에가 눕는다. 그리고 이내 아기 숨소리처럼 쌕쌕 거리며 잠을 잔다. 내가 편한가 보지? 아니면 아무 남자하고도 이렇게 편하게 지내나? 하는 생각에 울컥했다.
한번 끓기시작한 열기는 쉽사리 가라 앉지 않았다. 여자가 옆에 없어도 왕성할 나이에 하물며 지금 죽자살자 따라다니는 여자가 금방 내눈앞에 그것도 내 앞에서 샤워까지 했는데 참아질리가 만무했다. 아무리 경건한 생각을 해고 그놈은 좀체 사그라 들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지금 이 상태로 그녀옆에 가면 동기가 어지럽혀진다는 생각에 눈 감고 누워서 내가 제일 힘들었던 시간들을 생각했다. 정말로 다시 기억하고싶지 않았던.. 될수만 있다면 영혼을 팔아서 지우고 싶었던 이십대 초반의 시간들... 몸은 천천히 원초적 상태를 회복했다. 그녀를 안고만 자자라는 가능성이 없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그녀옆에 가서 누웠다.
몰래 그녀의 손을 잡았다. 반응은 인차 왔다. 쓰디쓴 기억도 쓸데가 없었다.
그리고 ...
다시나는 악을 쓰고 거절하는 그녀를 달래고 또 달랬다.
예전같으면 싫으면 왜 따라 왔냐고 적당히 튕겨라고 비아냥 거리고는 원나잇으로 끝내버린 과거 여러 여자들한테 했던 내 행동들과는 너무 비교가 되였다.
나는 솔직히 그녀를 정말 좋아했다. 사랑한다고 말하기엔 우리가 만났던 시간이 너무 짧았지만 분명한건 그녀에 대한 내 마음은 좋아하는 감정 그이상이였다. 그녀를 소중히 함으로써 그 사랑을 승화시켜야 하는데 나는 그런걸 미처 몰랐다. 나는 입으로는 달래면서 힘으로 그녀를 밀어부쳤다 . 그녀는 내가 만난 어느 여자보다도 힘이 쎘다. 그러나 운동을 한 나를 상대로 하기엔 역부족이였다. 나는 내 사랑을 하는데만 급급했지 상대방이 나를 사랑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기다려주지 못했고 그 과정을 너무 초조해했고 불안해했다. 나는 솔직히 지금 나와 깊은 관계가 되면 그녀도 하루빨리 나를 사랑할수 있을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나는 그녀가 좋다고 따라다니면서 자기의 의사를 존중해주지 않은 나한테 정말로 큰 상처를 받았다는걸 그땐 미처 깨닫지 못했다.
그녀는 말이 없다.
내가 그녀를 가지면 더욱 확신이 설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오히려 그녀와의 잠자리에서 나는 내가 분명 이 감정의 게임에서 졌구나 라는 생각을 깊이 하게 되였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사랑하는 사람한테서 버림을 받을까봐 두려웠다. 그래서 늘 마음을 한껏 열고 누군가를 깊게 사랑해본적이 없었다. 나는 이런 두려움을 인정하기 싫었고 피하기만 했다. 또 아니라고 스스로 자기한테 보여주기식으로 많은 여자들을 만났다. 거기엔 정말로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도 있었지만 버림 받을까봐 내가 먼저 그녀들을 버렸다. 시간이 흐르고 나는 여자들에 눈에서 눈물 나게 하는 나쁜 남자로 소문이 났다.
나는 그녀가 그 소문을 들을까봐 겁났고 그녀가 나를 떠날꺼봐 겁났다. 그녀가 멀리라도 갈 세라 꼭 껴안았다. 너무 후회됐지만 그래도 그녀를 갖고싶었기에 어쩔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
그녀도 나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
"영이."
"... ..."
"영이. 미안함다. "
"... ..."
"영이. 내 잘할께"
"... ..."
그녀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녀를 껴안은 팔에 힘을 풀수가 없었다. 그녀가 나를 두고 그대로 가버릴까봐 너무 불안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나는 갑자기 눈을 번쩍 뜨고 머리를 쳐들어 그녀를 불렀다.
"영이!!!"
그리고는 벌떡 일어나 방을 둘러 보았다. 그녀는 머리를 묶는 중이였는지 두손으로 머리를 잡고 잇는 상태에서 그대로 멈추고 나를 보고 있었다. 어느새 옷도 다 입고 신발도 다 신었다.
"영이!! 어디감까!!"
"집에 감다."
"몇심까?" 나는 더듬더듬 핸드폰을 찾았다. 핸드폰에 4:30분이라고 깜빡이고 있다.
"무슨 꼭두새벽에 집 감까?"
"네. 엄마 아빠가 아침시장 일찍 나가기에 집에 들어가야됨다."
"아버지 아침 시장 가는거하고 무슨 상관임까?"
"일어나시면 바로 내 방이 보임다. 말없이 외박하면 걱정하심다."
"언제 오겠슴까?"
"예?"
"나한테 말임다."
"... ..."
"안 올려구 그러지?"
"아니. 아침 집에서 먹고 올께."
"정말임까?"
"네."
그녀는 말을 마치고 호텔 방을 나섰다. 멍하니 그녀가 나가는걸 지켜보곤 도로 누웠다. 잠이 오지 않는다. 영영 이대로 다시 그녀를 못보는건 아닐까?
"영이. 집 도착했슴까?"
"네."
"아빠 엄마 깨났슴까?"
"아직 안 깨났슴다."
"다행임다에." 나는 그녀를 대신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아침 먹구 오지에?"
"네."
"꼭 오쇼. 기다림다에."
그녀는 대답이 없다. 나는 텔레비죤을 켰다. 생각이 없이 이 채널 저 채널 돌리면서 시간을 때웠다. 다섯시, 여섯시 일곱시.. 그녀한테서 연락이 없다. 좀더 기다려봐야지 하면서 겨우 여덟시까지 버텼다. 죄없는 핸드폰만 열었다 닫았다 열었다 닫았다. 백번 확인해도 전화도 없고 문자도 없다.
먼저 그녀한테 문자를 했다. 답장이 없다. 전화를 했는데도 안 받는다.
'오겠다고 했는데..' 안 올꺼라는 불길한 예감을 떨치려고 나는 자그마한 희망을 가지고 그녀한테 다시 전화했다. 통화중이다. 나는 왠지 무엇인가에 홀리듯 전화를 끊고 운이형한테 전화를 했다.
"헨님에. 머하우"
"응, 아침 먹고 출근 준비하지.. (아니. 그건 시 인사국이구. 주 인사국은 그 챈낸 혼례청 그 뒤에 있다.)"
옆에서 운이형 와이프가 전화를 하는지 말소리가 들린다.
"아즈마이요?"
"응. 영이 전화 와서 인사국 물어보는거 같다... (응. 태평양 보험이 보이는 그 길로 들어서서 한 백메터 가면 바로 보인다. 응...못 찾겠으면 다시 전화해라. 찾기쉽다.)"
"머하는가 해서 전화했소. 그럼 출근 준비 하우"
나는 얼른 전화르 끊고 샤워하러 달아 들어갔다. 그 짧은 시간에 나는 그녀가 나한테 오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과 아마 단위 출근하는것때문에 인사국에 가서 볼일 본다는 판단이 섰다. 그리고 그녀가 어제 술을 그렇게 마시고도 이튿날 자기 일을 온천하게 하는게 그렇게도 대견했다.
'이 여자 꽤 괜찮군. 플러스 백점." 혼자서 개콘 유행어를 써가면서 중얼거렸다.
나는 무작정 택시를 타고 주 인사국으로 갔다. 택시기사한테 빨리 가달라고 급하다고 달달 볶아대며 왔다. 느낌상 내가 먼저 도착한것 같았다.
인사국에 1층 복도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언제 올지도 모르는 기다림이란 정말로 답답하다. 전화를 해도 받지를 않는다. 핸드폰을 꺼냈다 넣었다 밖에 나가 좌우로 어디서 오나 고개를 돌려가며 살피고 택시에 타고 내리는 사람들까지 관찰하면서 기다리는데 정말로 답답하다는 말로밖에 형용이 안된다.
한숨은 일분에 한번씩 저절로 나간다. 땅이 꺼져도 몇십번은 꺼졌겠다.
얼마나 지났을까 아니 정확히 한시간이 지나서 어디서 나타났는지 그녀가 인사국 정문을 향해 걸어들어온다. 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혼자서 뭐라고 중얼거리는듯 입은 쉴새 없이 실룩거면서 걷는다. 나는 얼른 인사국 홀에 잇는 벽뒤에 숨었다.
"또각또각.."
그녀의 발자욱 소리가 홀에 울려퍼진다. 나쁜 일 하다가 들킨 사람처럼 내 심장이 쿵쾅쿵쾅거린다. 그녀는 낮은 소리로 열심히 중얼거리고 있다. 얼핏 들으니 한족말 같다.
그녀는 엘리베이터를 놔두고 층계로 올라간다. 나는 뒤따라 올라 갔다. 그녀가 몸을 돌려 윗편 층계로 올라가면서 무심히 내려다본 눈빛이 내가 그녀를 올려다 본 눈빛과 딱 마주쳤다. 그녀는 아주 자연스럽게 눈을 피해 앞쪽을 본다. 면목 있는 사람을 본 눈빛치고는 피하는게 정말로 너무 자연스러워서 나는 그녀가 나를 못 알아본줄 알았다. 아니면 놀라도 표정에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그녀는 포커페이스가 유지가 잘되는건지.
그녀는 창구를 찾아 앉아 뭐라고 얘기한다. 나는 생각할 사이도 없이 그녀의 옆에 가서 섰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옆에 선 나를 올려다봤다. 눈이 딱 마주치자 당황한건 나였다. 그녀는 나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우리가 제일 처음 만났을때 나와 눈이 마주쳤을때 지어보였던 그 미소와 똑 같았다.
나는 아무말도 할수가 없어서 그저 서있기만 했다.
그녀는 당안을 처리 하는거 같았다. 창구에 공작일군이 몇번 왔다갔다하더니 그녀한테 수금표를 떼주더니 재회에 가서 돈을 물고 다시 오라고 한다. 그녀는 고맙다고 인사를 하더니 가방을 들고 일어난다. 나는 멋쩍게 그녀 뒤를 따라갔다. 남들 보기엔 나는 그저 그녀와 같이 일 보러 온 동행일뿐이였다. 재회실에가서 돈을 물고 도장을 맞고 다시 원래 창구에 내려왔다. 그녀는 자리에 앉고 나는 옆에 서 있었다. 창구에서 일봐주는 사람은 그녀를 한번 보고 나를 한번 보더니 그녀와 우스개 삼아 당안을 가지러 오는게 보디가드도 데리고 다니냐고 한다.
그녀는 말이 없이 웃어보인다. 나는 얼른 보디가드 맞다고 얘기했다.
그녀는 당안 한 꾸러미를 들고 층계를 내려간다. 나는 그녀한테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텐데 무슨 말을 할지 화제를 찾지 못해서 헤매고 있었다.
나란히 서서 인사국 문을 나서는데 그녀가 갑자기 입을 열어 깜짝 놀랐다.
"나는 여기로 감다. 잘가세요."
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머리를 살짝 숙여보이더니 주차장으로 걸어간다. 나는 그녀 따라 갔다.
삐삑 소리와 함께 그녀는 운전석에 올라 앉는다. 나는 재빨리 달아가 조수석에 앉았다.
그녀는 사뭇 놀라는 눈치다. 그러나 이내 묻는다.
"어디까지 감까? 가는 길에 세워드릴께."
"영이 가는데 감다."
"예? "
"가기쇼."
"내 아직 볼일이 남았슴다."
"이럽슴다. 오늘 하루종일 영이 보디가드 하겠슴다."
그녀는 어이 없다는듯한 표정이다.
"내 오늘 정말 할일이 많슴다. 원이하구 이랠 시간이 없슴다."
"예. 그러니까 얼른 가기쇼."
"하아..." 그녀는 나지막히 한숨을 쉬더니 차를 몰고 출발했다.
정말이지 나는 그녀가 튕기느라 볼일이 남았다고 그러는줄 알았는데 그녀는 온 오전 줄창 여기 갔다 저기 갔다 달아다니기만 했다. 그것도 오전엔 다 못해서 오후에도 또 가야될듯 싶었다. 하루종일 그녀의 보디가드를 톡톡히 했다.
점심쯤 그녀는 나보고 이제 자기는 집에 가야 된다면서 나보고 가라고 한다.
"집에가서 뭐함까?"
"점심 먹고 좀 있다 오후에 일 마저 봐야 됨다."
"점심 나랑 먹고 오후에도 보디가드 마저 해야지."
"점심에 일이 있슴다."
"이재는 오후에 일 본다구 해놓구!"
그때 그녀의 전화벨 소리가 울린다.
"예... 지금 집에 가서 점심 먹을려구 갈 준비 함다... 지금? 가느라면 시간이 좀 걸릴것 같슴다. 예.. 지금 갈께."
"우리 아빠 전화 와서 지금 오라고 하니까 가봐야 될것 같슴다. 점심은 나중에 같이 하기쇼. 오늘 같이 다녀줘서 정말 고맙슴다."
"에이 거짓말 하지마쇼. 무슨 지금 점심인데 아버지 당장 오란다는게 말이 됨까? 내하구 점심 먹기 싫으니까 그러는게 아님까?" 거짓말이 분명했다. 내가 귀찮은 여자를 떼 놓을때 써먹던 수법은데 이제야 쓰다니.
"정말임다. 빨리 오라는데 미안하지만 여기서 내리겠슴까?"
"못 내리겠슴다. 거짓말 아니면 날 데리구 가쇼."
그녀는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어이없다는 표정이다. 나는 철석같이 믿고있었다. 그녀가 나랑 거짓말을 한다고.
그녀는 한참 말이 없더니 차를 출발시킨다. 가는 내내 말이 없다.
'내가 너무 심했나? 너무 실망스럽게 행동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에 시무룩해졌다. 뭐라도 말을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이. 아까 보니까 영이는 혼자서 다니면서 말하던데.."
"언제?"
"아까 인사국 올때."
"아... 말하기 연습 하느라구."
"예? 한어말 하는거 같던데."
"여기 있으면 평소 한어보다 우리말 더 많이 하니까 혼자 있을때 한어 말 연습 함다."
"ㅡㅡ; 어떻게 연습함까?"
"보통 주제를 하나 정하고 그걸 둘러싸서 내 생각이나 관점을 말하기 연습하구 그렇슴다."
"아..."그녀의 이런 발상에도 조금 놀랐다. 늘 자기를 진보시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나는 부담감이 들었다. 운동을 빼고 별로 노력을 하지 않는 나와 너무 비교 되였고 나도 똑같이 노력하지 않으면 그녀한테 쉽게 뒤처지겠구나 라는 생각에 압력이 컸다.
그때 전화벨 소리가 울린다.
"아빠, 출발했슴다. 지금 가는 길임다. 조금만 기다리쇼."
순간 나는 아차 싶었다. 그녀는 거짓말을 한게 아니였는데 나는 내 기준에서만 생각하고 그녀가 거짓말을 했다고 바보같이 믿고 있었다. 휴..이미 아다모끼 한걸 되돌릴수는 없는 일이라서 어떡해야 하지 하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저.. 영이.. 우리 어디 감까?"
"우리 아빠 오라는데를 감다."
"거기 어딤까?"
"아빠 직장"
나는 순간 당황했다. 그녀도 막무가내로 따라온 나때문에 당황했겠지? 몰래 그녀를 곁눈질해 보았다. 무슨 생각일까? 왠지 그녀의 표정에서 나는 그녀의 생각을 읽을수가 없었다.
그러나 분명 그녀가 지금 난처한 상황에 빠진것만은 확실했다. 우리는 시내를 벗어나 점점 외곽진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저.. 아빠 무슨 직장 다님까.."
"공장에 다님다."
"아... 공장에 무슨 일이 있나봄다에."
"... ..."
"저... 아까는 오해해서 미안함다."
"... ..."
"아빠 공장 도착하기전에 길옆에 세워주쇼. 내 거기서 기다릴께."
"네."
그녀는 운전을 하면서 자꾸 주변을 두리번 거린다. 아마 어딘지 잘 모르는것 같다.
"공장 이름이 뭐임까?"
"... 잘 모르겠슴다."
"...예? 아빠 공장 이름으 모르.."
띠이리리 전화벨 소리가 울린다.
"예. 아빠... 아빠 알려준 길에 들어섰는데 어딘지 못 찾겠슴다.... 예... 여기00회사 금방 보임다.. 예... 알았슴다."
"어디람까?"
그녀는 두리번 대느라 내 말에 대답할 겨를도 없나보다.
넓다란 도로에 차가 몇대 없고 양 옆에 모두 공장들이다. 저만치 앞에 어렴풋이 사람이 둘 보인다. 그녀는 못 보았는지 계속 양 옆만 두리번거리고 있다.
저만치 앞에 사람이 차를 보고 손을 흔들고 있다. 직감적으로 나는 그녀의 아빠 엄마라는 생각이 확 들었다.
"어.. 저기.. 저기잼까!" 긴장하는지 말도 막 더듬는다. 나는 벌떡 자리를 고쳐 앉아 우에 대충 걸친 옷을 바로 입을려고 바둥거렸다.
"저기.. 저기..."
그녀는 공장 이름만 보다가 아마 길옆에 나와 계시는 아빠 엄마를 미처 발견하지 못한듯 싶었다.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는 그녀의 얼굴엔 당황하는 빛이 역력했다. 나때문에 괜히 그녀가 야단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걱정이 됐다. 그렇다고 지금 내려서 모르는척 하기엔 너무 가까이까지 와버렸다. 나는 이것이 하늘이 주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아마 우리는 숙명인가 보지 하는 실없는 생각을 하면서 헤벌쭉 웃었다. 그녀는 차를 아빠 엄마 앞에 세우더니 차에서 내렸다. 나도 덩달아 따라서 내렸다. 그녀의 아빠 엄마는 나를 보더니 조금 당황하는 눈빛이다.
"내 친구 원이임다." 그녀가 간단히 소개한다.
"예. 아버지 어머니 안녕하십니까. 영이 친구 원이라고 함다." 나는 굽석 인사를 했다.
"예. 그래요. " 영이의 부모님은 기타부타 말씀이 없으시다.
영이 엄마는 차에서 서류 한뭉치를 꺼내서 아빠랑 얘기하신다. 그녀는 불편해할 나를 생각해서인지 천천히 길을 따라 걸었다.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영이.. 배고프지."
"나는 아침 먹어서 괜찮슴다. 원이 배고프겠슴다."
"좀있다 나랑 점심 식사 하면 안됨까.."
"뭐 드시고 싶슴까."
거절하면 또 얼굴 두껍게 들이 밀 생각으로 얘기했는데 무엇을 먹고싶은가 하는 말에 순간 무엇을 먹어도 맛잇을것 같았다.
저만치 영이 엄마가 손을 흔들며 오라고 하신다.
"영이야. 엄마 오늘 오후 공장에 있어야 되니까 차 두구 가고 아빠 차 타고 시내 가라. 아직 점심 못 먹었겠구나."
"알았슴다. "
"어머님, 안녕히 계십시오."
"네. 잘가요." 영이 엄마는 상냥하게 인사를 받아주셨다. 느낌상 그녀는 엄마를 많이 닮은것 같았다. 엄마의 표정에서 마음을 읽기 어려운건 마친가지였으니까.
나는 굽석 인사를 하고 우리는 그녀의 아빠 차에 탔다.
시내에 들어서서 그녀는 택시가 잘 잡히는데를 골라서 여기서 세워주면 된다고 얘기한다. 나는 그녀의 아빠한테 태워다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차에서 내렸다.
그녀와 나는 말없이 식당에 들어갔다. 그녀의 표정이 굳어있다.
추천 (9) 선물 (0명)
IP: ♡.208.♡.68
hay15 (♡.48.♡.134) - 2014/12/13 10:06:29

남자분 너무밀어부치는게 좀도가지나치는것 같읍다 ~이기적인사랑입니다

우림이엄마 (♡.10.♡.80) - 2014/12/13 11:32:11

남자분 완전 빠져서 그냥 들이 대구만... 사랑에 빠지면 그런가 . 나도 한 사람 사랑할때 문자하고 회답기다리는게 1분이 한시간 같고 회답만 해줘도 기분이 좋더만 그 마음 이해합니다 . 암튼 잘 해봐요

북위60도 (♡.197.♡.69) - 2014/12/13 14:05:50

남자들도 정말 필이 꼿인다는걸 새삼 느끼게 하네요. 그리고 믿게 만드네요. 너무 심리 묘사잘하네요.

산드리 (♡.52.♡.219) - 2014/12/13 17:43:32

오늘도 잘보고갑니다~담집 기대할게요.추천~

newsky (♡.239.♡.170) - 2014/12/15 09:17:27

여자가 너무 부담스러울 정도로 자기 감정만 앞세워서 몰아부치네요.
이번 편은 보는 내내 불편하기만 하네요.

파란리본 (♡.11.♡.193) - 2014/12/15 12:02:16

윗분 말처럼 여자입장에서 엄청 불편하고 이건 뭐 성폭행이나 다름없군요 ..
지금은 두분이 어떤 사이인지는 몰라도 남자분이 반성했음 좋겠어요.

songhu1004 (♡.36.♡.155) - 2014/12/15 12:14:06

이번편은 남자,여자에 따라 보는 입장이 다르긴 하네요.
그 여자분 맘이 조그마치도 없었다면 샤워 안하고 갔을것두 같은데
남아 있었다는건 뭔가...암묵의 호감은 아니였을가 개인적으로 생각해봅니다.
다음집 언제쯤 올리시나요? 주말내내 기다렸네요.

이뽀지자 (♡.116.♡.176) - 2014/12/15 13:51:13

이번집도 잘 보고 감당~ 어망결에 부모님까지 만나게 됐네요 ㅎㅎ~ 근데 여자분이 넘 부담스러울꺼 같슴다 담집도 기대함다~

길문맘 (♡.140.♡.18) - 2014/12/15 22:06:36

재미나게 보고갑니데이 추천두 하구 갑니데이

엔젤하트 (♡.102.♡.219) - 2014/12/15 22:50:33

이글 추천하려고 로그인 일년만에 햇어요
글도 잘 쓰시고 무엇보다 생동감잇는 표현에 픅 빠졋습니다
다음편 손꼽아기다릴게요

하나나 (♡.92.♡.130) - 2014/12/15 23:35:25

술취한 모습부분 넘 생동하네요.
잘 읽고 담집 기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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