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6

피노키온 | 2014.12.21 01:45:05 댓글: 7 조회: 4957 추천: 6
분류실화 https://life.moyiza.kr/mywriting/2505230
우리는 구름이 많이낀 흐린 날에는 모아산에 등산을 가고 화창하게 개인 날이는 공원에 가서 산보하고 힘들면 나무 그늘 아래 앉아서 쉬기도 했다. 복잡한 거리를 두손 꼭 잡고 걷고 있을때면 그녀를 지켜줘야 된다는 책임감에 어깨가 무거워지기도 했다. 볼일이 있을때면 서로서로 같이 다녀주고 급한 일에는 잠간 자리를 비웠다가 몇시간만에 다시 그녀의 옆으로 가곤 했다. 나는 무엇이든 그녀와 함께 하길 원했다.
나는 내 친구들 형님들 사촌형님 누나들한테 다 그녀를 소개했다. 물론 그녀의 동의를 얻은건 아니였고 그녀가 남들앞에서 나를 야단치지 않는걸 리용해서 몰래 자리를 만들어 그녀를 데리고 다녔다. 그녀는 단둘이 있을때 여러번 나한테 얘기를 했다.
"원이. 앞으로 이런 공식적인 자리는 나랑 상의 좀 했으면 좋겠슴다."
"예예. 알았슴다." 나는 대답은 늘 그렇게 해놓고 실제로는 그러지 못했다. 그녀한테 거절을 당하는게 두려웠다.
이제 주변에서는 그녀와 나의 만남을 다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주변 사람을 현이형 와이프 빼고 소개받은적이 없었다. 나는 그런 그녀가 신중하고 있다는 생각에 리해는 됐지만 내심 섭섭했다.
그녀의 출근 날자가 정해지고 당안을 옮겨갔는데 당안안에 뭔가 하나가 모자라다고 했다. 아마도 잃어버린 모양이였는데 연변에서는 분실신고를 못떼준다는것이였다. 장춘 어디어디에 가서 해오라고 한다.
우리는 일단 연변대학에 가서 그녀가 잃어버렸다는 서류에 대한 분실증명을 떼고 그걸 들고 일보사에 가서 등록을 했다. 분실신고를 실은 신문을 원본을 들고 가야 된다는거다. 참. 복잡하다. 목요일 퇴근시간쯤에 가서 등록한거라 월요일 신문에 나온다는것이였다. 일을 다 마치고 우리는 저녁 먹으러 갔다.
"여보. 장춘 언제 가겠소?"
"월요일 신문 나오면 갈까하구. 자기 장춘 나랑 같이 갈까?" 같이 가자는 말에 나는 뛸듯이 기뻤다. 그녀가 같이 가자는 말을 안하면 먼저 말할 참이였다.
"당연하지. 여보 혼자 거기서 어떻게 다니겠소. 그래두 옆에 사람이 있으면 든든하지."
"네." 그녀는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만나서 쭉 같이 있으면서 얼마전부터 나는 그녀의 동의도 없이 여보라고 불렀다. 나는 그녀를 내 마누라 될 분이라고 소개했고 남들 앞에서도 스스럼없이 우리 마누라 우리 각시 우리 여보라고 했다.
나는 우리가 진짜 부부라도 된듯 기뻤고 처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여보라고 부르는 기분은 너무 날아갈것처럼 좋았고 나도 이제 가정이 있구나를 착각할 정도로 정신을 못 차렸다. 남들 하나둘 가정을 이루니 나는 그게 솔직히 너무 부러웠다. 그녀와 있으면서 나는 이제 그녀를 내 가족처럼 생각했다.
저녁 식사를 하면서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핸드폰으로 기차표를 예약하고 하고 호텔을 예약했다.
그녀는 요번 주말은 가족들이랑 보내겠다면서 집에 가겠다고 했다. 매일 아침 눈 비비면서 집 들어가는게 힘들다고 했다. 나는 그런 그녀가 안쓰러워 큰 맘 먹고 그러라고 했다. 어차피 여행내내 같이 있으니 그녀를 못보아도 며칠만 참기로 했다.
그녀를 보내고 나는 오래간만에 집에 들어갔다. 아버지 어머니는 말도 없이 들어온 나를 보더니 웬일인가 하는 표정이다.
"다음주에 장춘 감다."
"왜서? 무슨 일이 있니?"
"영이 거기 일이 있어서 가는데 같이 가자구."
"같이 가자던?"
"아니. 내 같이 가겠다고 했슴다."
"... ..."
어머니는 대답대신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셨다. 오래만에 집에서 어머니가 해주는 밥을 먹고 침대에 드러누워 게임을 했다. 그녀가 없는 공간은 너무 허전했다. 매일 옆에 있던 그녀가 없으니 나는 밤에 도무지 잠을 잘수가 없었다. 그녀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오래동안 지속됐던 불면증이 다시 머리를 쳐드는거 같았다. 나는 시도 때도 없이 그녀한테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해서 만나자고 졸랐다. 그녀는 남자가 약속을 지켜야 멋진 남자라면서 떼쓰는 나를 다독여주였다. 나는 그저 빨리 그날이 오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우리는 연길 기차역 앞에서 만나서 짐을 하나로 꾸리고 기차에 올랐다. 비록 그녀가 일보러 가는거였지만 우리한테는 첫여행이나 다름이 없었다. 나는 대학을 장춘에서 다녀서 친한 친구들 형들이 많았다. 장춘에 도착해서 나는 그녀를 친구들한테 소개했다. 친구 녀석들이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자리 잡고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간만에 만난지라 회포를 풀었고 친구들은 나랑 같이 온 그녀한테 관심을 보였다.
누가 뭐래도 그녀는 늘 나한테 자랑스러운 존재였다. 친구녀석들 앞에서 그녀 자랑을 좀 했더니 팔불출이라고 놀려준다. 그녀가 잠깐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 친구들이 묻는다.
"어떻게 만났니?"
"형님 와이프 친구야. 술마시다가 알았어."
"그래? 그냥 봐선 그녀가 많이 아까운데? "
"당연하지. 공무원이야. "
"흐메? 정말 니가 땡 잡은거냐 아니면 니 새기가 운 나쁜거냐? 니 색시는 널 뭘 보고 만나냐? 하하"
"이 자식이. 말 함부로 하지말라. 내 영이하구 각오하고 잘해볼 생각이니까 이렇게 같이 다니는거다."
"얼굴 도장 다 찍어놓고 니 색시 못 달아나게 할려구?" 친구녀석들이 집요하게도 물고 늘어진다.
"... ..."
"너에 대해서는 아니?"
"응. 내가 여자 많았던거 안다. 쿨하게 넘어 갔다."
"야. 세상에 쿨한 여자 어디있니? 특히 자기 남자한테. 너를 좋아하지 않지 않으면 자기도 예전에 남자 많으면 보통 쿨한척 하긴 하드라."
"이것들이. 내 아무리 못났다고 좋은 여자 만나지 말란 법이 있니. 자씩들이. 부러우면 부럽다고 해라!"
우리가 한창 열을 올려 얘기하는데 그녀가 들어왔다. 친구들의 눈길이 그녀를 따라간다. 분명 부러워하고 있다.
그녀는 식사 내내 말이 없이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우리가 하는 얘기를 듣기만 했다. 간혹 가다가 같이 웃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화에 동참하고 있슴을 보여줬다.
식사가 끝나고 친구들은 노래방을 예약했다고 했다. 그녀는 피곤하니 먼저 호텔에 돌아가겠다면서 오랫만에 친구들 만나 얘기도 하고 술도 마시라고 했다. 여자 하나 있으면 불편하다고 말이다.
나는 싫었다. 그녀와 떨어지는게 싫어서 칭칭 감기면서 같이 가자고 떼를 썼다. 큰 덩치를 그녀 어깨에 기대면서 같이 가자고 애교를 부렸다. 그녀는 그런 내가 우스웠는지 쿡하구 웃더니 볼을 꼬집는다.
친구녀석들이 고급 노래방(사실은 룸살롱)에다가 한국 노래가 없는데 사장한테 부탁을 해서 금영 기계까지 준비해줘서 그녀한테 내 어깨가 한껏 올라가게 했다.
장춘에 있는동안 그녀는 쇼핑을 하고싶다고 졸랐다. 그러나 점심 저녁으로 친구들이고 형이고 식사약속을 잡다보니 그녀는 내내 나한테 끌리워만 다녀서 입이 댓발이나 나와있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그녀가 일 보기로 한날 일 다 보고하루 종일 데이트 하자고 달랬다.
그녀가 분실 증명을 떼는데는 참 빨랐다. 반시간도 안돼서 금방이였다. 그리고 그녀와 나는 장춘 번화가에 가서 쇼핑도 하고 길거리 음식도 먹고 영화도 보고 사진도 찍으면서 놀았다. 그녀랑 있으면서 자주 하는 거였지만 다른 도시에 와서 하니 느낌이 새로웠다. 3박4일 장춘행이 끝나고 우리는 연길에 돌아갈 차비를 했다.
나는 예민한 편이라 기차에서 잘 자지 못한다. 장춘에 갈땐 대낮에 가는거라 그나마 괜찮았는데 돌아가는건 저녁기차라 기차에 올라 나는 그녀를 데리고 차간 식당에 가서 맥주 한잔을 했다.
"자기..."
"응~ 울 여보 왜?"
"고맙슴다." 그녀는 나를 쳐다보면서 말하고는 어색한듯 눈을 내린다.
"뭐가 고맙소?"
"같이 와줘서."
"울 여보 가는데 내 없어서 되겠소? 당연히 같이 가야지."
"장춘에 아는 사람이 없어서 혼자 오면 진짜 힘들었을건데 자기 같이 와줘서 너무 든든했슴다."
"새삼스럽긴.. 울 여보 옆에는 내가 항상 있어야지. 하하"
덜커덩 덜커덩 하는 기차우에서 우리는 기분 좋게 술을 마셨다. 그녀와 함께 라는게 더욱 좋았다.
밤이 깊어가고 우리는 다시 차간에 돌아왔다. 그녀는 졸리다면서 침대에 올라갔다. 나는 자는게 불편해서 그냥 게임이나 하면서 시간을 때울려고 밑에 앉아 열심히 게임을 했다. 내 핸드폰과 가지고 온 아이패드도 배터리가 다 나가서 나는 그녀의 핸드폰으로 게임을 했다.
게임을 하다말고 나는 그녀의 위챗을 훔쳐 봤다. 사실 그녀와 있으면서 그녀가 화장실을 간 틈이거나 자리에 없을때 몰래 그녀의 위챗을 보다가 그녀가 돌아오는 기척이 보이면 게임 하는척 하면서 딴청을 부렸다. 그녀는 핸드폰을 들여다 보고 위챗을 보았는가고 물으면 나는 아니라고 딱 잡아뗐지만 최근 조회목록에 버젓이 위챗 어플이 표시된게 딱 걸려서 그녀한테 혼이 난적이 있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지켜야할 선이 있고 사생활을 침범하면 안되는거라고. 그리고 이런 행동은 자기를 못 믿는게 아닌가고 몰아부쳐 나는 그저 잘못했다는 말밖에 못했다. 필경은 내가 잘못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사실 나는 그녀를 믿지 못했다. 그녀가 내옆에 있어도 나는 그녀의 전화통화와 문자 만나는 사람 모든것에 민감했다. 그녀가 나한테 믿음을 보여주지 못해서가 아니라 아마 내가 과거에 많은 여자들을 만나면서 했던 꿀발린 말들 뻔뻔하게 했던 거짓말들이 나를 괴롭혔다. 그녀도 그렇지 않을까하고...
대화창을 보니 설이라는 친구와 며칠전 장춘에 오기전날 주고받은 대화가 보인다.
"그 서류는 장춘에서 밖에 안된다니?"
"응. 시끄럽게 됐어."
"혼자 가니?"
"아니. 원이랑 가기로 했어.히히."
"얘가 입 찢어지네. 다행이다. 니가 좋아보여서."
"응.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을 정도야. 그래서 조금 불안해 ㅠㅠ"
"쓸데 없는 생각 하지 말구 행복할때 마음껏 누려라."
"응. 나 원이 많이 좋아하나봐. "
"나는 저번에 널 딱 보니까 알리드라. 니가 원래 남의 눈치 안보구 제 마음대로 하면서 다니다가 원이 만나구서부터 완전 습관 안되게 고분고분해지구."
"그거야 뭐... 글쎄.."
"니 얼굴에 딱 나타나있다. 원이를 좋아한다구. ㅋㅋㅋㅋ 티 팍팍 나."
"진짜? 아... 표정관리 해야겠다."
"넌 그게 문제다. 원이를 좋아하면 좋아하는 만큼 보여주고 그럼 되지 왜 그렇게 니 마음을 보여주는거 두려워 하니."
"무서워서... 언젠가는 헤여질거 같아서.."
"바보야... 지금 이순간만 생각해. 앞으로는 생각하지 말구."
"나 있잖아. 전남편이랑 리혼하구 별로 후회를 안 했어. 글구 다시 이 좁은 연변에 와서도 남들 눈치 안보고 수군 거리것도 별로 신경쓰지 않구 그랬는데... 원이 만나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 나도 처녀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가하구... "
"너 원이를 사랑하는구나... 원이도 너 리혼한거 알고서 만난거니까 널 잘 이해해줄꺼야. 리혼했다고 해서 꿀리거나 그런거 없어. 그러니까 그런 생각 하지 마."
"응... 나는 원이가 내 마지막 남자였으면 좋겠어."
나는 처음으로 그녀가 나를 이렇게 깊이 사랑하는줄 알았다. 항상 내가 더 많이 보여주고 내가 더 많이 사랑하고 내가 더 많이 주는거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단지 내가 필요해서 내 옆에 있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늘 그녀와 있으면더 불안했는지도 몰르는 일이다.
'울 여보를 더 마니 고바하고 사랑해야겠네.' 나는 속으로 흐뭇해하며 대화창을 내렸다. 대화창을 아래로 잡아 당기니 화야라는 친구와 한 대화가 있다.
그 대화에서 나는 정말 내 눈이 뒤집히는줄 알았다.
"원이랑 잘 되여가?"
"응. 매일 붙어 있는거 보면 모르겠니.ㅋㅋㅋ"
"원이를 좋아해?"
"글쎄?"
"그런데 왜 같이 있어?"
"이 나이에 리혼한거도 알고 죽자 살자 따라다니는데 그런 남자 또 어디 있겠어? 있을때 곁에 둬야지."
"택이란 사람하구는 어쩔려구?"
"이젠 별로야."
"원이는 널 좋아해?"
"글쎄? 좋아하니까 따라다니겠지?"
"니 조건보고 따라다니는건 아니고?"
"그럼 뭐 어때서? "
"야. 그럼 진심 아니잖아. 넌 집 잘사는거 알고 뭐라도 얻어낼려구 따라다니는거 일수 있재."
"날 행복하게 해주는데 그게 뭐가 아깝냐?"
"그때는 택이란 사람 기다릴꺼라며? 언제는 원이 비상 타이어(备胎)라며?"
"지금도 비상 타이어야. 택이는 이제 별로 관심이 없어. "
"다시 연락오면 어떡할랴구?"
"글쎄... 만나볼까?"
"원이랑은 헤여지게?"
"글쎄... 헤여져 줄래나 모르겠어. 너무 나한테 푹 빠져 말이야."
"그냥 헤여져. 니가 아까워. 앞으로 니 앞길 막으면 어떡하니?"
"넌 날 보면 헤여져라는 말 밖에 할말이 없나보네? 왜 헤여지면 니가 만나게?"
"얘는~ 니가 니꺼 건드리지 말라며."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왼쪽 손은 어느새 주먹이 꽉 쥐여 있었다.
'무시게?? 비상 타이어?? 택이?? 택이는 또 누구야!! 이런 쌍!!!'
나는 더 생각할것도 없이 그녀한테 씽 달아가 자고 있는 그녀를 깨웠다.
"으응? 왜?" 그녀는 눈을 비비며 돌아누웠다.
"니절로 봐라 응?" 나는 그녀한테 핸드폰 대화창을 흔들어 보였다. 그러고는 차간 복도 나가 담배를 입에 물었다. 목구멍에서 나오는 연기는 마치 내 몸속에서 화들이 부글부글 끓어 나오는 연기 같았다. 당장이라도 고래고래 소리치며 그녀랑 따지고 싶었고 정말 장춘까지 따라온 내가 너무 바보같은게 자존심이 여지 없이 상했다. 담배 한대를 다 피웠는데도 그녀는 나한테로 올 기미가 없어 보이는듯 했다. 나는 씩씩 거리며 그녀한테 다시 갔다. 그녀는 원래처럼 벽쪽으로 돌아누워 있었다. 그런 그녀의 행동에 나는 더 화가 났다. 변명이라도 하면 못이기는척 받아줄 생각이였고 잘못했다고 사과라도하면 다 지나간 일이니 그냥 넘어갈 생각이 였다. 허나 그녀는 아무 말없이 평온하게 있는다.
그녀를 어떻게든 해야했다. 나는 그녀의 머리 맡에 있는 그녀의 가방을 뒤적거렸다.
"내 돈가방 달라. 내리겠다."
기차에 오르면서 나는 돈가방을 그녀의 가방에 넣었었다.
그녀는 머리를 들고 일어나더니 가방에서 돈가방을 꺼내 나에게 건늬여 주더니 도로 자리에 눕는다.
"하..."
그녀의 행동은 정말 내 상상밖이였다. 그녀는 그 순간 정말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돈가방을 달라고 한건 단지 먼저 다가와서 얘기를 풀어주길 바랬는데 그녀가 잠자코 있으니 옆구리라도 쿡쿡 찔러 그녀가 해석해주길 바라는 의도였다.
나는 돈가방을 들고 차간과 차간을 연결하는데에서 다시 담배를 꺼내 물었다.
기차가 전방 역에서 일분간 정차 한다고 방송이 나온다.
"젠장!!!"
타이밍도 정말 개코같이 이때에 정차하니 말이다. 자존심때문에 내리겠다고 큰소리 쳤지만 정작 이 밤중에 내려서 개고생할 생각을 하니 한숨부터 나갔다. 그녀가 얼른 와서 잡아줬으면 얼마나 좋을까..
기차가 정차하고 문이 열릴즘 그녀가 나타났다. 간이역이라 그런지 내리는 사람이 없다. 나는 그녀를 보자 차에서 내릴 시늉을 했다. 그녀는 말없이 나를 잡아당긴다.
"놓소. 내리겠소."
"내리지 마쇼."
그러고는 더 꽉 잡아다닌다. 나는 그녀를 내려다봤고 그녀는 나를 올려다 본다. 눈빛이 슬프다. 당장 울것 같다.
우리가 대치하는 사이 문은 잠겼다. 문이 빨리 빨리 잠겼으면 좋겠는데 일분이 왜 그리 더럽게도 안지나는지..
"내리겠단데 어째 못 내리게 하우?" 이젠 문이 닫혔다고 그녀랑 센척 했다.
"저녁 날씨 쌀쌀한데 쓸데없는 고집 피우느라 고생하지 말라구."
"뭣이라고? 쓸데없는 고집? 정말 보자보자하니까 택이 누기야? 내 비상타이어라구??" 욱하는게 언성이 높아진다.
"소리 치지 마쇼. 다른 사람들 다 자는 시간임다."
"남들이 자던 말던 내가 무슨 상관이야!!"
그녀는 대답 대신 나를 쏘아본다. 그런 그녀의 눈빛이 나를 더 화나게 했다.
"택이 누긴가!" 나는 또 다시 소리를 질렀다.
"다시 소리 치쇼."
그녀는 나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한다.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나와 달리 언성이 변하지 않는 그녀는 이렇수록 냉정해 지는가 보다. 나는 한풀 꺽여 못소리를 낮추고 물었다.
"택이 누긴가!"
"자기 오늘 내 허락없이 내 핸드폰 본거잘못했슴까 안 했슴까?"
"택이 누긴가 물어보재!!" 나는 화가나서 또다시 버럭 소리를 질렀다
"잘못했슴가 안했슴까?" 그녀의 목소리와 표정엔 변화가 없다.
"그래. 본건 잘못이다." 화가 나니 그녀와 막 반말을 해댔다.
"사과하세요."
"... ..." 나는 움찔했다. 잘못은 그녀한테 있다고 생각했는데 따지고 보니 허락없이 그녀의 핸드폰을 본건 필경 내 잘못이였다.
"미.. 안..하우..." 택이라는 자식때문에 그리고 비상타이어라는 그 말때문에 내키지 않았지만 내가 잘못한거니까 나는 사과를 했다.
그러자 그녀가 얘기한다.
"내가 얘기하면 믿어주겠슴까?"
"들어봐야 알지."
"그러면 그냥 자기 생각하고 싶은대로 하쇼."그녀는 몸을 돌려 차간에 들어갈려고 하는걸 나는 잡아당겼다.
"하.. " 그녀는 사람을 돌게 하는데 참 수단이 있다.
"알았다. 얘기해. 얘기하우 믿으께. " 믿겠다는건 사실 거짓말이였다. 나는 일단 그녀의 변명이 듣고 싶었다.
"택이라는 사람 홍이 사촌오빠임다. 홍이랑 화야랑 밥 먹다가 우연히 마주쳐서 홍이 오빠네랑 합석하게 됐슴다."
"그래서? 넌 남자들이 합석하자면 다 하니?"
그녀는 대답 대신 나를 쏘아본다.
"알았다. 미안하다. 얘기해라."
"택이라는 사람 연락처 달라고 해서 연락하게 됐구 솔직히 호감이 있은건 사실임다."
"그래서 잤니?" 그녀가 합석했다는 사실도 택이란 자식이 호감을 보였다는 사실도 너무너무 화났다. 부글부글하는 화를 정말 도저히 참을수가 없었다.
"... ..." 그녀는 무서우리만치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그런 그녀의 눈빛에 움찔 놀랐다. 나는 얼른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잘해보고 싶은 생각은 있었슴다. 그런데 잘 안됐슴다."
"그래서? 기다리는게 심심해서 나를 만나는거야? 장난하니 지금?"
"원이... 어떤 얘기는 하기 곤란한게 있슴다."
"내 지금 널 떠날수 있는것을 감수할만큼 더 곤란하냐?"
"... ..."
"오해를 하지 말게 만들어란 말다!! 변명이라도 하란 말이다!!" 나는 버럭 소리를 지르면서 벽의 쾅쾅 쳤다.
그녀는 깜짝 놀란듯 몸을 떨더니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녀의 눈물에 나는 당황해서 어쩔바를 몰랐다.
"... ..."
"휴!!!" 나는 왔다갔다 하면서 한숨을 쉬었다. 아무말도 안해주는 그녀가 너무 야속했다. 속이 정말 괘번저진다는게 무슨 말인지 알것같았다.
"택이라는 사람 딱 두번 만났슴다. 홍이네랑 만난 날하고 그 이튿날에 홍이 전화와서 택이 오빠 밥사준다고 전화와서 식사한것 그저 그렇슴다. 문자로 연락 하다가 어느순간 연락이 없으니까 그냥 그렇게 끝났슴다."
"왜 연락이 없었는데?"
"아마 안될 인연이니까 내 곁에 남지 않았겠지."
"저는 잘해보기싶았다면서 먼저 연락 안해봤소?"
"아니... " 사실 나는 알고 있다. 그녀는 잘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도 먼저 다가가지 않는다는걸 나는 알고 있다.
"비상 타이어... 내가 진짜 비상타이어요??"
"그건 화김에 한 소리임다. 내 자기한테 미안한 일 한거 없슴다. 하늘에 대고 맹세할께." 그러나 나는 그녀의 말을 100프로 믿을수가 없었다.
그녀는 왠지 뭔가를 숨기는거 같았다. 숨긴다기보다 무언가를 얘기하기 꺼려하는거 같았다. 내가 어떻데 얼리고 닥치고 해도 그녀는 끝내 말하지 않았다. 그저 나한테 미안한일은 절대 없었다고 했다.
한번 터진 울음이 쉽게 멈추지 않는가보다. 그녀는 울지 않을려고 안깐힘을 쓴다. 어깨의 들썩임을 자제하려는 모습도 내 눈에 훤히 보인다. 그런 그녀를 보고 있는게 너무 가슴이 아팠다. 다가가서 그녀를 껴안았다.
"미안하오. 소리질러서... 울 여보를 믿을께. 울 여보 나를 버리고 떠날까봐 그랬소. "
"흑흑흑..." 그녀는 내 품에 안겨서 서럽게 울었다. 나는 그녀를 꽉 안아주었다. 그녀의 눈물이 가시가 되여 내 가슴에 박히는것 같았다. 나는 여자의 눈물이 제일 두려웠다. 내가 상처 받지 않으려고 먼저 상처를 줬던 여자들이 나에게 보인 눈물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큰 트라우마로 남았다. 그러나 나는 울고 있는 그녀를 달랠줄 몰랐다. 그저 그녀가 눈물을 멈추기를 기다렸다.
나는 그녀의 어깨를 다독여 잠자리에 올려보내고 나도 내 침대에 올라갔다.
나는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마음이 복잡하다.
"여보. 늦었는데 얼른 자."
"네. 자기도 잠을 청해서 눈좀 붙이세요."
누워서 오만가지 생각을 하다가 어느샌가 잠이 들었다. 눈을 떠보니 아침이다. 이제 슬슬 내릴 차비를 해야 할 시간이다.
기차에서 내려 그녀와 아침을 먹고 집에 가겠다는 그녀를 데리고 호텔에 들었다. 집까지 가면 한참 가야 하니까 눈 좀 붙이고 오후에 천천히 가라고.
그녀는 피곤했는지 내 품에 안겨 인차 잠들었다. 그녀를 안고 있는 건 참으로 평온한 느낌이였다. 그러나 머리속은 복잡한 실타래같은게 찝찝함을 떼야버릴수 없었다. 나는 살며시 그녀를 품에서 빼내고 화장실에 가서 운이형한테 전화를 했다.
"헨님에 내요."
"응, 장춘 잘 갔다왔니?"
"냐. 헨님에 내 뭐 물어볼게 있소."
"응 말해라."
"헨님이 택이라구 아우?"
"응? 어째?"
"글쎄... 아우 모르우?"
"기다레라."
"... ..."
"옆에 각시 있어서 작은방에 왔다. 택이라는 사람 홍이 사촌 아니야? "
"옳으께요. 헨님두 아우? 둘이 무슨 사이요?"
"야. 다 지나간 일이다. 그걸 따져서 뭐하니?"
"영이 화야란애하고 나를 비상타이어라고 그래는데 내 안 돌겠소??"
"... ... 영이 화나긴 났는매구나."
"냐? 무슨 소리요?"
"이건 그때 예전에 우리 각시한테서 들은거다. 우리 각시 친구 홍이라구 있다. 영이랑두 다 친구지. 택이란 사람 홍이 사촌오빠라더라. 어느날에 영이 우리 각시하구 그러더란다. 아까 홍이 전화와서 그랬단다. 영이 니 혹시 바람펴서 리혼했는가구? 뭔소리인가 하니까 택이 오빠 자기한테 전화와서 하는 말이 화야란애가 위챗 추가 들어와서는 택이보고 그러더란다. 영이 지금 괜찮은 남자 소개 들어왔는데 택이 자꾸 연락이 와서 싱경질 난다고. 글구 영이 바람써서 전남편 한테 쫓겨나서 연길에 다시 왔는데 택이는 아는가구? 택이란 사람 아무리 생각해도 화야랑 다 친구인것 같은데 뚱딴지처럼 저런 소리 하니까 미심쩍어서 홍이한테 전화왔더라구. 그래서 홍이 그랬다더라. 영이 리혼한거 맞는데 영이 잘못으로 한게 아니구 영이는 성격상 원래 그걸 감추려고 할 애가 아니라고, 자기네 남자친구 소개하겠다할때도 자기 리혼한거 꼭 먼저 말해라구 그랬단다."
"근데 왜 택이랑 끝났소?"
"시작두 안한게 무슨 끝나구 머구 있니. 택이란 사람 아마 영이 리혼한게 걸렸겠지."
"근데 나를 비상타이어라구 그랬소. 정말 밸이 나우."
"야. 니 생각해봐라. 동미라구 생각했는데 중간에서 리간질한거 알면 너는 밸이 안나겠니? 우리 각시 말하는게 화야란애 자긴데두 여러번 전화와서 영이하구 원이 잘 만나구 있는가하메 둘이 안 어울린다구 만나지 말라구 말해줘라구 자꾸 그러더란다. 그래구 말하는게 화야란애 학교때부터 동미들이 만나는 남자를 건드리구 다녀서 소문이 안좋았다더라. 우리 각시두 영이보구 화야랑 가깝게 지내지 말라니까 영이 하는 말이 다른 사람과 어찌던간에 자기하구는 안 그러면 된다고 그랬단다. 그런데 니 생각해봐라. 오랜 친구 남자두 건드리는게 영이꺼라구 안 건드리겠니? 영이두 이번이 직접 겪구 나니까 생각이 있겠지. 그날두 봐라. 분명히 니 영이한테 잘 보이기 위한 자리인거 알면서 대놓고 들이대는거."
"그건 나두 알고 있소."
"이건 내 니하구 안 말했는데 니 영이를 의심하니까 하는 말이다. 이튿날에 철이 전화와서 그러더라. 영이 남자친구 있는가구. 어째 그래는가 하니까 화야란애 옆에 앉아서 그러더란다. 영이 지금 솔로인데 잘해볼 생각이 없는가구? 그때 면바로 니 자리를 비왔을때꺼다 아마. 그러면서 혼자 앉아있을때 들이대쇼 하면서 철이를 영이 옆에 보내드란다."
"햐...화야란 여자 아즈마이랑 영이랑 다 동미 아니요?"듣다 듣다 정말 이런 개같은 년이 다 있구나 싶었다.
"응. 동미였는데 말 들어보니까 화야란애가 친구들 남친하구 신랑한테랑 자꾸 꼬리쳐서 이젠 친구도 없다더라. 저번에 택이 그일때문에 영이랑 우리 각시랑 이젠 잘 안 노는거 같더라."
"그럼 영이는 내 물어보면 얘기해주면 될꺼 내하구는 끝내 그 말 안 합데."
"아마 영이도 말하는게 자존심 상했겠지. 자기 동미라구 데레왔는데 그렇게 뒤통수 맞은거 자기입으로 말하는기 자존심 상한다고 생각했을수두 있지."
"냐...알았소. 헨님에. 오늘도 부탁이지만 내 전화 온건 비밀이요냐."
"알았다. "
운이형이랑 전화를 끊고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첫째는 그녀와 택이라는 사람 아무런 사이도 아니였다는것에 안도를 했고 둘째는 그녀가 나를 종말로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를 했다. 그리고 그녀가 화야라는 여자하고 했던 대화들은 단지 기를 채워주느라고 그랬다는 확신에 안도를 했다.
화야라는 여자와의 대화는 솔직히 내가 봐온 그녀 모습답지 않았지만 그녀도 처음 겪어본 그런 상황에서 많이 당황했고 믿었던 만큼 분노도 컸으니까 어느정도 과격한 그녀의 말투도 리해가 됐다. 그리고 이제 나를 자기의 곁에서 지키고 싶어한다는 잃고 싶지 않아 한다는 생각에 기분이 흐뭇했다.
추천 (6) 선물 (0명)
IP: ♡.64.♡.51
장난아니야 (♡.85.♡.92) - 2014/12/21 13:06:48

잘보고~갑니다~잼잇긴한데~쪼끔 위태위태~해서~ㅋ

서방짱 (♡.36.♡.99) - 2014/12/21 15:53:42

열렬한 애독자인데,오늘에야 글 남기네요, 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 진짜 부부가 되었다는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네요 ^^

풀잎사귀 (♡.75.♡.113) - 2014/12/21 16:20:54

님 너무 상대방을 피곤하게 하는 스타일임다
여자친구한테두 숨돌릴 시간을줘야하지 않겠어요?
결혼하면 속박이 심할것같네요

산드리 (♡.209.♡.26) - 2014/12/21 19:36:38

오늘도 잘 보고갑니다~~추천~~

하나나 (♡.87.♡.202) - 2014/12/21 19:59:10

기차역에서 일분이 더럽게 안지나간다는 장면에 빵 했네요.
참 생동하네요.
담집 기대할게요.

이뽀지자 (♡.116.♡.176) - 2014/12/22 09:17:33

이번집도 잘 보고감당 ~ .. 기차역 일분 진짜 잼잇슴다 ~ 글다가 타이밍 못 맞춰서 내렸으람 ㅋㅋ~ .. 담집도 기대함다 추천~

진실시즌 (♡.50.♡.82) - 2014/12/25 20:27:37

재미있게 보고 갑니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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