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1

삼순A | 2015.02.01 12:33:06 댓글: 2 조회: 1602 추천: 1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2551967
좋은 사람.1







시계를 보니 하교시간이 한시간이나 지나있었고 이제는 집에 돌아갈 준비를 하였다.
문을 나서면서 쓰레기통에 버려진 상장에 눈길이 갔다.
마 구 구겨진 글짓기 공모전에서 받은 상장을 다시 펴면서 탁탁 털어내고 자신의 가방속에 넣었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이제는 하도 당해서 익숙하기까지 해 헛웃음만 나온다.
하루중 가장 싫은게 낮이다.
아 무래도 낮에는 학교에만 있는 시간이 너무 기니까.


휴 식시간의 괴롭힘은 물론 수업시간인데도 내뒤에서 나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나에 대해서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시 간이 지나면 괜찮겠거니 했지만 벌써 애들이 씹는 껌이 된지 2개월 훨씬 넘었다.


시간은 빠르다고 하면 빠르고 늦다고 하면 지독하게도 늦게 지나간다.


점심을 굶는 원인도 애들과 마주치기 싫어서다.
그들은 내가 뭘 사거나 먹는 모습을 보면 "정신력이 참 대단해.","넘어가냐."라는둥 비웃기가 일쑤였다.
심지어 처음 보는 애들이 나를 보고 손가락질 하면서 입에 담기도 뭐한 말을 했을땐 심장이 답답해서 그냥 이대로 자신이 죽어버려야 편할듯 싶었다.


내 가 하루도 빠짐없이 학교에 나오면 애들도 그런 나에게 하루도 빠짐없이 "쟤 아직도 살아있네."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지껄인다.


처음부터 애들의 목표물은 내가 아니였다.
한창 괴롭힘을 당하고 있던 희정이를 도와준것이 잘못이라면 잘못인거다.
혼자서 밥을 먹던 희정에게 먼저 다가가 말도 걸어주면서 밥도 함께 먹었고 농담도 주고받으며 어울리는 사이가 되자 주변의 애들도 우리와 어울리기 시작했다.


희정이는 유쾌하고 성격이 시원시원해서 금방 애들과 잘 지낼수 있게 되였고 그 사실은 전에 희정이가 혼자였다는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다.그러던중 희정이 애들의 관심을 더 사고싶어서 과장된 말을 하기 시작했고 유머도 심각할 정도로 지나쳤다.


함께 어울리던 애들이 어느새 하나 둘 멀어져갔고 그때 희정에게 지나친 유머는 삼가하라고 했는데 내가 없을때마다 희정이 애들에게 내가 그들의 뒷담화를 했다고 그 내용까지 세세하게 그들에게 말해주었다.
나는 절대 뒷담화를 한적이 없다.


한번 왕따가 되어본 희정은 왕따에서 벗어나자마자 왕따를 만들어버리는 장본인이 되어있었다.
정말 어이가 없다.
어느새엔가 나는 누구에게나 미움을 받은 애가 되였고 나를 둘러싼 별의별 소문들이 나돌기 시작했다.
내가 모르는 애들마저 내가 그들의 뒷담화를 했다고 하는 정도였으니까.


다른 때는 모를 집단단결의식은 이런때에는 대단할 정도로 무섭게 발휘된다.
한명을 왕따 만들기 위해 여러명의 애들은 그것이 재밌다고 즐거워한다.
계단을 오를 때에도 화장실에 갈 때에도 마주치는 애들마다 나를 흘겨보았고 욕을 먹어야만 했다.


아니면 아니라고 하면 될것을 왜 이렇게 바보같이 왕따를 당하고 있냐면 그 사실을 안것이 바로 오늘 점심 화장실에서였다.
2개월반이나 괴롭힘을 당하면서 그 수많은 들려오는 욕중에 그 원인을 들은것이다.










"어?우리 학교 교복이네?"


옆을 보니 나와 같은 학교의 교복을 입은 남자애가 버스 손잡이를 잡은채 날 내려다 본다.


"어디서 내려?"


나 한테 말을 거는것 같지만 나는 모르는 애였다.
어디서 내리는지 알면 따라와서 삥이라도 뜯길까봐 꿋꿋이 입을 다물고 창밖을 바라보면서 아무것도 안드린다를 반복했다.
주문을 외우는 중처럼 반복하자 그것이 입밖으로 나와버렸다.


"아무것도 안......"


남자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쳐다보았고 난 다시 입을 꾹 다물었다.


"초면에 부탁해서 미안한테 같이 저녁 먹으러 가지 않을래?"


남자애도 난감한지 어색하게 웃으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난 돈이 없다고 말했고 남자애는 같이 가주기만 하면 돈은 굳은거라면서 자기만 믿어라고 했지만 썩 믿음이 가지 않았다.
처음 보는 상대한테 믿음이 갈리가 만무했다.


두정거장이 지나 남자애가 내 손을 잡고 버스에서 내렸다.
아,남자와 손잡았다.
남자와 손을 잡았다.
아빠가 그러셨다.
남자와 손을 잡으면 애가 생기니 항상 조심하라고.


그말이 스치듯 지나가면서 멍한채로 남자애의 손에 이끌려 어느 음식점으로 향하고 있었다 .

남자애가 뭔가 생각난듯 아차.하고 나한테 폭풍질문을 해댔다.


"너 이름이 뭐야?생일은?혈액형은?뭐 좋아해?취미는?"

"박하연이고 12월 20일.에이형이고 밤에 독서하는게 좋아해."


대답을 하고나니 자신이 왜 대답을 했는지 의문이 들었고 그걸 묻기도 전에 남자애가 입을 열었다.


"난 차인철.4월 30일.삐형이고 취미는 게임하는거야.기억해."


무언가에 홀리듯 고개를 끄덕이고 차인철의 손을 잡은채 음식점 안으로 들어왔다.
가게문 바로 옆에 위치한 테이블에 앉은 세명의 남자애들이 차인철을 보고 반갑게 맞이했고 세명중 한명이 배를 끌어안고 화장실로 뛰여들어갔다.


"오~진짜 왔네?너 공짜로 얻어먹으려고 아무나 막 데려온거 아니지?"


라고 말을 하는 귀신같은 한 남자애의 말에 난 침을 꿀꺽 삼켰고 차인철은 나와 잡고 있는 손을 들어보이면서


"보이냐?애틋한게?"


아무렇지 않게 넘겨버렸다.
자리에 앉고보니 나혼자 여자다.
가시방석이 따로 없었고 맞은켠에 앉은 남자애들의 눈은 나와 차인철을 번갈아 보면서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난 김동하.만나서 반가워."


악수를 청하고 있어 오른손을 내미려는데 차인철이 옆에서 "어허.너따위가 감히."라며 내 대신 김동하에게 악수를 청했다.


제일 바깥쪽에 앉아있던 한 친구가 이마살을 잔뜩 찌푸리면서 말했다.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지랄하네."


낙지를 잘근잘근 씹고있던 그 친구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이내 표정을 풀었다.


"난 조민재.어쩌다 저런 새끼랑 만난거야?"


어떻게 대답을 해야할지를 몰라 차인철을 보는데 그가 나한테 귓속말로 당활하지 말라면서 최근에 본 영화이야기를 하라고 해서 난 내앞에 놓인 찻잔을 바라보며 최근에 본 영화이야기를 했다.


"진짜?그,그,그 귀신이 차인철의 다리를 끊이려고 했다고?"


나느 스릴러를 좋아한다.
무덤덤하게 영화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려는데 옆에 앉은 차인철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신경 안쓰고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려고 손가락 다섯개를 내보이며 형상을 하나하나 묘사하려는 찰나 차인철이 내입에 뽀보를 했다.


남자와 뽀뽀를 했다.
아빠가 그러셨다.
남자와 뽀뽀를 하면 죽는다고.
그러니까 남자와 최대한 멀리 떨어져있되 말도 걸지 말라고 말이다.
필요한 순간엔 멀리서 말을 걸어라고 하셨다.
입을 덴 차인철이 내귀에 대고 속삭였다.(어디서 그런 말도 안되는 헛소리를 하고있어 이 여자가!)


난 곧 죽는다는 생각에 눈물이 나오려고 할때 아까 화장실에 갔던 남자애가 우리쪽에 와 앉았다.얼굴을 마주하니 우리반 반장인 신동민이다.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신동민이 놀라서 다시 일어났다.


"왕,왕따?!!"


그 소리에 그자리에 있던 모두의 눈길이 나에게로 향했고 아까부터 머리속에서 맴돌고 있던 아빠의 말이 세게 자리잡혀 있어 눈물이 흘러내렸다.차인철이 옆에서 휴지로 눈물을 닦아주면서 자기앞에 놓인 떡볶이를 슬쩍 내쪽으로 내밀었다.


"에고,많이 힘들었겠네~"


오늘 처음 만난 차인철이 내 등을 토닥이면서 저 말을 하자 그동안의 서러움들이 한데 모여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또 다시 휴지를 꺼내든 차인철이 신동민에게 반장인 새끼가 왕따가 있으면 구해줘야지 뭐하냐면서 욕도 함게 퍼부어댔고 신동민은 변명을 늘여놓았다.


"남자가 끼어들일이 아니잖아.여자들 문제는 여자애들이 알아서 해결해야하니까.나섰다가 또 말도 안되는 소문에 휩싸이게 될꺼고 솔직히 얘 여자애들사이에서 왕따지.남자애들은 싫어하는게 아니야. 그리고 너 박하연."


불려진 자신의 이름에 앞을 보니 신동민과 눈이 마주쳤다.


"너도 이제껏 잘 버텨냈잖아.지금처럼 걔네들 앞에서도 울면 그순간에 학교생활이고 뭐고 끝인거야,알겠냐?울지 말고.니가 차인철이 여자친구인거 오늘 알았으니까 앞으로 내가 도와줄꺼야.보니까 너 맨날 혼자 점심도 안먹던데 내가 같이 먹어줄께.아니,인철이랑 먹어도 되고.인철이 여자친구면 내게도 친구니까 반장으로써 인철이 친구로써 내가 더이상 너 못건들게 할꺼니까 울지마."


조민재가 낙지를 나한테 내밀면서 힘내라고 했고 김동하도 자기앞에 놓인 볶음밥을 내쪽으로 놓으면서 가방에서 수많은 사탕을 꺼내 나한테 주었다.
지 금 우리 테이블에 모든 먹을거리는 나에게로 몰려있었다.보기만 해도 배부르고 이들을 마주하기만 해도 행복했다.


그렇게 차인철의 사기극으로 시작된 그 자리로 네명의 번호가 핸드폰에 새롭게 저장되어있었다.
1번 차인철,2번 신동민,3번 김동하,4번 조민재.
단축번호의순서는 차인철의 마음대로였다.


그날을 계기로 서로 간간히 문자도 주고받으면서 친구가 생겼다는 느낌이 좋았고
차 인철에게 고마운 마음과 좋아하는 마음이 조금씩 피어나기 시작했다.










추천 (1) 선물 (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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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 오 (♡.163.♡.107) - 2015/02/01 16:35:22

요즘 모이자 르네상스인가요? 볼만한 글이 많네요
담편도 기대해요~

삼순A (♡.136.♡.253) - 2015/02/05 20:00:30

하핫,감사합니다.볼만한 글이 되기에 노력하겠습니다.다음편 곧 내올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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