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못하는 남자 (중독)

xingyu | 2015.02.01 22:25:46 댓글: 19 조회: 3427 추천: 9
분류단편 https://life.moyiza.kr/mywriting/2552474


여기 결혼 못하는 남자들이 있다.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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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면 내 아랫도리는 어김없이 사기충천이다.

이른 시간에 발기가 전혀 되지 않았던건 아닌데 지지난주 그녀와 새벽섹스를 하고 난 후부터 이렇게 새벽마다 더 단단하게 미쳐있다.

그날 새벽 그녀는 나에게 꿈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꿈 속에서 그녀 자신인지 누군지 모를 어느 여자가 자궁 속에서 새우를 기르고 있었다고 한다. 손님들이 주문하면 그녀는 질속으로 손을 집어넣고 새우 몇마리 잡아서 초밥을 만들었다고 한다. 말하자면 꿈속 그 여자는 초밥을 만들어 파는 여자였던 셈이였다.

<자궁속엔 바닷물이였겠지? 아마 세상에서 젤 안전한 가두리양식장이였을거야. > 그녀는 잠이 덜 깬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황당한 꿈이야기를 듣고 웃어버리며 나는 페니스가 급격히 부풀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녀석도 아마 새우잡이를 떠나고 싶었던 모양이였다.

그녀의 살뜰한 손길이 그립다. 난로처럼 따뜻한 흰 몸뚱이를 으스러지게 껴안고 싶다. 팔을 뻗으면 부드러운 솜사탕마냥 녹아드는 살결들... 그녀를 처음 품었던 그날도 그랬다. 너무나 따뜻해서 뭔가 잘못되가고 있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루종일 가스난로곁을 지켜서는 안되는 한 겨울 공사판처럼. 오야지목소리처럼 누군가 자꾸 떨어져 있으라 소리친다. 그러나 나는 내가 갖고 있던 성냥개비를 전부 불사를 수 밖에 없었다. 난로가 사라지기 전에...

단단하다못해 터져버릴 것만 같아 나는 잠시 그녀의 생각을 접기로 했다. 대신 골치 아픈 다른 일들을 떠올렸다. 지방 가서 일하고 밀린 일당들, 통장잔고 이백만원 3개월만 빌려 쓰고 갚겠다던 친구놈이 바람처럼 사라진 일, 애 딸린 이혼녀라도 좋으니 빨리 결혼하라는 엄마의 잔소리.. 등등. 이런 생각들을 하다보면 녀석은 어느새 풀이 죽어있다. 나는 손을 아랫도리에 얹고 한숨 더 자기로 했다. 모처럼 쉬는 날.

시장상인들 부산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역곡북부시장근처. 역곡역 2번 출구로 나와 북부시장안으로 쭉 걸어들어가다 오른쪽 두번째 골목으로 꺾어들어가면 내가 사는 집이 나온다.

역곡으로 이사오기 전, 그녀에게 물었다. 시장이 바로 옆이라 꽤 시끄러운데 괜찮겠냐고... 그녀는 위치가 좋다고 되려 기뻐했다. 지하철역과도 가깝고 장 보기도 한결 편리하고.. 또 자신도 여느 가정집주부마냥 아무렇지도 않게 장을 봐서 올 수도 있다고.

언제부터 남의 시선을 의식했던가. 전에 살던 동네의 마트주인에게 그녀는 우린 결혼할 사이라고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했었다. 그러고는 귤 하나로 흥정까지 벌였다. 그녀의 천연덕스러운 연기는 나조차도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 착각도 잠시, 이 세상이 두 쪽 난다해도 그녀가 나랑 결혼 할 일은 결코 없을것이다.

내가 사는 집은 3층이였고 맞은 편 건물엔 교회가 있었다. 일요일마다 찬송가가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그런가 그녀에겐 괴팍한 습관이 하나 생겼다. 일요일에는 되도록 오전에 찾아왔으며 섹스도 찬송가와 함께 시작하고 끝을 맺었다. 찬송가는 보통 오전내내 불려지는 것 같았다. 한 곡 부르고 나면 잠깐 설교하는 시간이 있고 그 시간이 지나면 다시 찬송가로 이어졌다. 그러니 전혀 서두를것도 무리할것도 없다. 찬송가가 끝나면 그녀도 함께 아멘을 불렀다. 그녀는 크리스찬이 아니였다.

어제 문자로 그녀에게 오늘은 오지 않는게 좋겠다고 했다. 왜냐고 꼬치꼬치 캐묻는 그녀에게 선을 보기로 했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잠깐 침묵을 지키다가 그녀는 생각이 바뀌면 다시 전화하라고 했다. 아마 그럴 일은 없을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녀는 유부녀다. 지독하게 이기적인. 아이는 둘이고 남편도 있다. 그것뿐이다. 그녀에 대해 내가 아는건 그것밖에 없었다. 아이가 딸인지 아들인지 몇살인지 , 남편은 뭐하는 사람인지도. 그녀는 가정얘기를 지극히 꺼려했다. 그녀는 철저히 그 선을 지켜왔다. 그것이 그녀의 마지노선인것처럼. 나도 알고 있다. 그 선을 넘는 순간 그녀가 연기처럼 사라져버릴거라는 사실을...

내가 또 알고 있는것이라면 그녀의 몸 구석구석, 그녀가 체리를 좋아하고 질서정연한 것보다 약간은 흐트러져있거나 널려있는 것을 좋아한다는것. 성격이 꼼꼼한 내가 조금이라도 제자리를 찾아놓으면 그녀는 일부러 흐트려 놓았다. 무슨 심보인지 뭔 조화속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그녀는 하늘을 닮은 파란색을 좋아했다. 지난 2년동안 나는 그녀가 집을 서서히 파란색으로 물들이는것을 지켜봤다. 가끔 나는 그런 생각을 한다. 요즘 들어 그런 생각을 더 자주한다. 어쩌면 나는 그녀가 어딘가에 몰래 숨겨놓고 키우는 개나 고양이같은 애완동물 비슷한 존재일지도 모른다고. 그런 생각을 하게 되면 나는 기분이 나빠진다. 점점 우울해지다가 화가 나기 시작한다.

뭐든 제멋대로인 여자다. 모든것을 자기 스케줄에만 맞춘다. 혼자 살고 있지만 나도 나름 생활패턴이 있고 약속같은것도 있는데 그런것 전부 무시하고 모든것을 자신에게 맞춰주길 강요하는 이 여자. 보고 싶을 때 볼 수도 없고 어떤 때엔 한달이상 얼굴조차 볼 수 없는 이 여자를 내 집에서 내 삶에서 쫓아내려 애썼던 적도 많았다. 문자 일주일 씹기, 그녀가 아끼는 파란 머그컵 내다버리기.

문자는 보통 사흘을 넘기지 못했고 머그컵은 두 시간도 못넘기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한번은 청소차량이 일찍 오는 바람에 정말 머그컵을 잃어버렸다. 급히 근처의 그릇가게며 다이소 같은 곳을 헤맸으나 똑같은 컵을 찾지 못했다. 나는 부주의로 깨트렸다고 둘러댔다. 그녀는 못내 아쉬워하는 표정이였다.

먼 친척이 주선해준 선을 볼 여자는 독실한 기독교신자라고 했다. 살면서, 그러니까 그녀를 포함해 일곱명의 여자를 만나봤지만 (금전적인 만남을 제외하고 ..) 기독교신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종교 없는 여자들이였다. 어릴적 할머니는 기독교인들을 미친사람 취급했다. 하릴없이 일요일마다 모여 수다?나 떨고 노래 부르고 춤 추는 모양새가 정신나간 사람같다고 했다. 그래서인가 크리스찬들은 내게 썩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

아무렴 어떤가. 나는 하루빨리 이 독초와도 같은 여자를 뿌리 뽑아야 했다. 약속시간이 한참 멀었지만 미리 샤워도 하고 면도하고 로션도 좀 발랐다. 그 다음 흐트러진 침대커버를 주름진 곳 없이 잘 펴놓고 침대머리에 베개 두개를 나란히 세워두었다. 맞은 편 교회에서 마이크 테스트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의 아랫도리가 점점 뻣뻣해졌다. 다른 생각을 하려고 애썼지만 그게 잘 되지 않았다. 드디여 목사의 예배기도문이 시작되었다.

목구멍이 타는듯한 갈증이 홍수처럼 밀려왔다. 그녀에게 당장 전화를 걸었다.

< 지금이라도 와줄래? >

< 그럴줄 알고 나 지금 시장입구. 뭐 사갈가? >

< 두부. >


사악한 여자! 나는 속으로 울부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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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을 때까지 흔들리는 어른아이다......
IP: ♡.159.♡.18
p0ngdang (♡.62.♡.118) - 2015/02/01 23:23:17

애 둘 난 여자가 그리도 매력적이면 참말로 대단한 여인인가 보네요

xingyu (♡.159.♡.18) - 2015/02/06 12:50:02

습관은 중독을 불러오고 중독은 매력 혹은 마력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건강한미소 (♡.48.♡.55) - 2015/02/02 07:52:31

글 참 깔끔하고 좋습니다. 다음편 기다립니다.

xingyu (♡.159.♡.18) - 2015/02/06 12:50:41

감사합니다 ~ ㅎㅎ

5333 (♡.30.♡.65) - 2015/02/02 10:07:45

참 남의 인생뭐라하기 그렇지만. 님이좀 과감하게 끊으셔야함다. 어휴.

xingyu (♡.159.♡.18) - 2015/02/06 12:53:03

끊어야죠, 어휴!

Miss 오 (♡.169.♡.18) - 2015/02/02 15:12:02

작가님 오셨네요.
담편도 기다리겠습니다

xingyu (♡.159.♡.18) - 2015/02/06 12:53:59

미스 오~ 반갑습니다 ㅎㅎ

들래 (♡.69.♡.81) - 2015/02/02 16:16:46

介个...是卖姑娘的小火柴么?
期待ing~前一阵有个日剧叫《昼颜》
建议写完文章再看,怕影响你的写作思路~~顶~~

xingyu (♡.159.♡.18) - 2015/02/06 12:56:51

일본애니메이션두 르쮜에 속한다면 엄청 보긴했는데 ㅋㅋ 이건 난로 지키는 남자~ ㅎㅎ

두나네엄마 (♡.161.♡.56) - 2015/02/02 18:18:34

이 글 보니 영화 인간중독이 생각나네요.
님 글에 인물들 모두 살아숨쉬고 있습니다.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

xingyu (♡.159.♡.18) - 2015/02/06 12:59:16

누군가 추천해주긴 했는데 아직 보지 않았습니다만. 감사합니다~^^

유까 (♡.31.♡.119) - 2015/02/03 13:36:08

이미 육체적으로는 결합됐으니까 이기적인 여자
임에도 끝내기 힘드네요..

xingyu (♡.159.♡.18) - 2015/02/06 13:00:40

뭘 좀 아시네요 ㅋㅋ

왕청동위자 (♡.193.♡.227) - 2015/02/04 14:35:43

아 그래서 결혼을 못한네요
아마 영원히 못할걸...
진짜 정신차려서 할려고할때는 이미 늦엇죠
자기절로 헤염쳐서 바다속으로 드러가 새우잡을수 없으니 말입니다.

xingyu (♡.159.♡.18) - 2015/02/06 13:03:29

세상에 <영원히>란 있을까요? ? ㅎ

다이다이 (♡.36.♡.139) - 2015/02/06 21:42:23

속궁합의 힘? 마력인가?
세상 참 좋아졋죠?
잘 보고 갑니당.
좋은 주말 되세요.

낙화류수 (♡.254.♡.64) - 2015/02/08 17:15:25

참 글 잘 쓰시네. 여기 쓰레기 같은 지 자랑 아니면 엉터리 드라마 진짜 질리는데 뜨믄 친구 글 보러 와요

낙화류수 (♡.254.♡.64) - 2015/02/08 17:16:58

참 글 잘 쓰시네. 여기 쓰레기 같은 지 자랑 아니면 엉터리 드라마 진짜 질리는데 뜨믄 친구 글 보러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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