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못하는 안녕-설상가상(4)

레드체리 | 2015.02.12 14:10:53 댓글: 14 조회: 3820 추천: 8
분류실화 https://life.moyiza.kr/mywriting/2565131


*
복은 쌍으로 안 오고 화는 홀로 안 온다더라*

밖에서 바람을 쐬고 돌아오는 영수를 여태 병원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던 홍매는 고개를 푹 숙이고 영수의 뒤를 따라 병실
로 들어갔다
. 6인병실 맨 끝 창문가 침대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있는 옥자가 보인다. 0.5초안에 옥자의 얼굴을 스캔한
홍매는 알수없는 표정을 지었다
. 울어서 퉁퉁 붓거나 눈주위가 빨갛게 부어있어야 할텐데 옥자의 얼굴은 늘 그랬듯이 원
래 고운 피부색 그대로 하얗다
. 조용히 앉아 아무렇지 않은 듯 TV를 집중해 보고 계신다.


"여기 올라와 앉아라"


홍매가 옥자곁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가자 침대시트를 손바닥으로 한번 쓱쓱 털더니 앉으라고 한다.

영수는 보호자침대에 털썩 맥없이 주저앉는다. 한동안 침묵이 흐른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마른침만 꼴깍 꼴깍 삼키고 있는 두 사람을 향해 옥자가 입을 열었다.



"
정우한테는 말하지마쇼. 기계앞에서 일하는 애가 나 때문에 정신줄 놓고 일하다가 사고라도 생기면 나는 그냥 여기 6층에서 뛰여내려 죽어버리겠슴다. 그렇게 알구 있으쇼"


이건 아들을 향한 진심어린 염려였다. 그리고 또 명령이고 경고였다.

영수와 홍매는 대답대신 그저 고개만 힘차게 끄덕였다.



혼자 집으로 돌아온 영수는 줄담배만 피워댄다
. 간 때문에 술을 끊은지가 십년이 넘는데 이렇게 속타는 날인데도 술은 그다지 땡기지가 않는다. 또 다시 담배를 꺼내려고 보니 마지막 한대가 남아 있었다. 마지막 한대에 불을 붙여 담배연기를 한모금 길게 뱉어냈다. 안개 낀것 같이 자욱한 연기때문인지 눈앞이 흐릿해진다. 그러고는 잠깐 망설이다 정각9시를 확인하고 휴대폰 버튼을 눌렀다.


"퇴근했니?" 기운이 하나도 없는 목소리다.

"예 아부지, 옷바꿔입는 중임다."

"흑흑..."

아버지가 우신다. 우려했던 일이,설마 햇던 일이 사실이 되는 순간이였다. 정우는 아무말도 안하고 말없이 기다렸다. 울컥하는 마음을 애써 눅잦히며 아버지가 말씀을 이으시길 그렇게 기다렸다.

.......

.......

3분여간의 짧은 통화가 이어졌다. 옥자의 명령과 경고를 무시하고 영수는 정우에게 사실을 얘기해준다. 토요일날 집에 가겠다는 말을 남기고 정우는 전화를 끊었다.


다음날, 퇴원하고 집에 돌아온 옥자는 한시도 앉아 있지를 않는다. 주방에 그릇들을 전부 꺼내 씻고 뜨거운 물을 끓여 소독하고 옷들을 마구마구 꺼내서 세탁기에 집어넣고 하루종일 돌려 옥상에 갖다 널어놓고 그 작은 집 방바닥을 닦고 닦고 또 닦는다.그런 옥자를 보면서 홍매는 쉬라는 말 한마디를 안한다. 아니 할수가 없었다. 복잡하고 힘든 심정 그렇게 몸을 괴롭혀서라도 잊고 싶었을테니까...울고 싶으면 우시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말이 떨어지질 않는다. 하루 이틀 시간이 좀 지나면 괜찮겠지...기다리자.

토요일 정우가 집에 오고 홍매는 대구로 내려갔다. 홍매한테서 자초지종을 상세하게 들은 정우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하려고 애쓴다. 그러나 원래 말수가 적은 정우였지만 오늘 만큼은 어머니앞에서 말이 조금 많아 졌다. 오랜만에 정우얼굴을 보아 좋기만한데 더욱이 살갑게까지 구니 옥자는 기쁘기만하다. 어떤 말로 어머니를 위로할까 주말내내 고민하고 있었지만 마땅히 그런 말을 해드릴 기회를 찾지못해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저녁에 삼겹살이 드시고 싶다는 어머니말이 끝나기 바쁘게 정우는 가까운 정육점으로 향했다. 푸짐하게 사들고 집에 들어오니 어머니가 휴대용부탄가스그릴렌지랑 상추랑 다 준비해놓고 기다리고계신다. 알로에음료수를 아버지와 어머니께 한잔씩 부어드리고 정우가 입을 열었다.


"엄마, 아무걱정말고 치료 부지런히 받으쇼. 든든한 아들이 있잼까"

아버지는 아무말도 안하시고 음료수를 꿀꺽꿀꺽 원샷을 하신다.

"그래잰쿠. 죽더라도 아들딸 시집장가 다 보내고 죽어야지. 걱정말라. 먹고싶은거 다 먹구 항암치료 잘 받고 병이 나으면 돈 많이 벌어서 아들 장가갈 때 집이랑 사줘야지."

"엄마! 엄마 건강해야 시집오겠다는 며느리두 생기지. 그리구 죽는다는 말 좀 하지마쇼"


"
.내 소힘줄보다 더 질겨서 절대 일찍 안죽는다"

모자간의 톤이 살짝 업되는듯한 대화를 말없이 듣고 있던 아버지께서 한마디 하신다.


"
맞소, 저는 일본놈보다 더 독해서 오래사우."


아버지는 시물시물 웃으시며 어머니의 눈을 피해 고기를 부지런히 집어 입으로 가져간다
. 정우도 어머니의 눈치를 힐끔 보고는 조용히 웃는다. 옥자는 그런 부자를 번갈아 보다가 어이가 없는지 따라서 소리내여 웃으신다.

걱정으로 가득찼던 2주가 훌쩍 지나고 혈액종양내과예약날짜가 돌아왔다. 병원에 가서 입원수속을 마치고 몇가지 검사를 하고 닝겔을 꽂았다. 검사결과를 보고 다음날 오전 교수님만나고 오후에 첫번째 항암주사를 맞을거라고 한다. 가족들은 옥자가 그 힘들다는 항암치료를 제발 잘 버텨주기만을 바라고 있다.



입원 둘째날 아침
, 홍매는 교수님을 만나는 시간에 맞춰 인천으로 달려왔다. 교수님방문을 노크하고 들어갔다.


"
오늘부터 항암치료 시작할겁니다. 정밀검사결과 항암치료제는 알림타와 시스플라틴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항암주사를 오래 맞다보면 내성이 생깁니다. 그러면 환자분한테 맞는 항암치료약물을 찾아 맞으셔야합니다. 항암치료 시작하면 환자분이 많이 힘드실거에요. 식욕도 없고 구토가 심할거고 어지러워 걷기도 어려울수 있습니다. 주사맞고 일주일 지나면 괜찮아 지실거에요. 그때 부지런히 영양보충을 하고 2주 쉬고 다시 항암주사맞으러 와야합니다. 지금 최옥자분 몸이 너무 허약하여 사실 걱정입니다. 몸무게라도 많이 나가야 항암치료를 버틸수 있습니다."

교수님은 상세하게 치료방법과 환자상태에 대해 설명을 길게 해주셨다. 더 궁금한거 있으면 암코디네이터실에 가서 설명을 듣고 상담받으라고 한다. 고맙다는 인사를 연신 하고 영수와 홍매는 밖으로 나왔다.

병실에 들어서니 옥자가 귤을 먹으면서 침대머리에 달려있는 미니tv를 보고 있다.


"
이 닝겔 좀 뺐으면 좋겠다. 쓸데없는걸 그냥 달고 있어서 불편해죽겠다."

어제 밤부터 꽂고 있는 닝겔이 맘에 안드는 모양이다. 영수가 들어오자마자 옥자는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이것도 저것도 다 마음에 안든다며 불평을 늘여놓는다.오후1시쯤에 항암주사를 맞을거라고 영수가 말했다.


"
의사 뭐라디? 항암치료 얼마나 받으면 된다니? 암이 심하다니?"


암이라는 사실을 알고 여태 아무것도 안물어보던 옥자가 영수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물었다
.

영수와 홍매는 동시에 서로를 쳐다봤다. 그날에 했던 약속이 생각나서였다.


"
~~초기랍데. 항암주사 맞으면 낫는다오. 완치확률이 대단히 높다오."


"
그램 수술하면 안되는가? 암이 있는 폐를 뚝 잘라 버리면 되지"


"
그 그 머이요~..수술하자면 위험하다오. 어깨쪽으로 좀 전이 된거 같답데."


"
어깨에? 왼쪽 어깨? 그래서 이 어깨 계속 아팠는가?"


옥자는 팔꿈치를 들어 왼쪽 어깨를 빙빙 돌려보며 낮게 혼잣말 비슷하게 말한다
.


"
이모~수술하다가 암세포 다쳐놓으면 더 안좋담다. 항암치료해서 암을 작게 만든다음에 수술은 그때 생각해보자고 교수님이 그랩데다. 너무 걱정마쇼. 항암치료 열심히 받고 빨리 낫기쇼"


말을 더듬는 영수가 불안한지 홍매가 괜한 걱정을 하지 말라며 동을 달았다
. 2주동안 얼마나 궁금했을까~얼마나 속으로 혼자 끙끙 앓으셨을까~ 본인 상태가 어떠한지 궁금하지만 차마 물어볼수가 없어서 얼마나 답답했을까. 혼자 강한척 아무렇지 않은 척 애쓰느라 마음고생 하고 힘들었을 이모를 생각하니 또 다시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오후
1.

항암주사를 맞을 거라며 간호사가 닝겔병을 들고 들어온다. 그냥 보면 일반 닝겔병이다. 항암주사는 세시간을 좀 넘게 맞았다. 처음이라 그런지 수액이 천천히 몸안으로 들어가게 한다. 의사선생님이 항암주사를 맞고 저녁이 되면 약반응이 일어날수 있다고 했다. 그전에 식사도 하고 마음 편하게 있게 하라고 했다. 다음날 퇴원을 하고 집에 가면 저녁부터 힘빠져서 움직일수도 없을수 있다고 말했다. 홍매는 너무 걱정이 된다. 과연 잘 버틸수 있을가?


저녁7시반. 누워서 mp3로 음악을 듣던 이모가 벌떡 침대에서 일어나신다.

"갑자기 막 덥더니 식은 땀이 왜 이렇게 나니? 약반응인가? 힘이 쫘악 빠진다야"


"
약독이 퍼져서 그런것같슴다. 그래도 옷은 벗지말고 이대로 있으쇼. 감기걸리면 큰일임다"


"
수건에 물 젖혀 와야겠다. 더워서 어디 살겠니"

비틀~ 침대에서 내려 신발을 신으려던 이모가 휘청~한다. 제꺽 부축해드렸다. 빈혈증상이 생긴단다. 수건에 물젖혀 갖다 달라고 한다. 홍매는 제꺽 화장실로 뛰여가 수건에 물으 젖혀갖다 드렸다.수건으로 얼굴과 목을 닦으시던 이모가 갑자기 눈물을 보이신다. 당황한 홍매가 어찌할 바를 몰라 커다란 두 눈을 깜빡이며 서 있는다. 그런 홍매를 쳐다보며 옥자는 힘들게 입을 열었다.

"내 죽는 건 무섭지 않다. 근데 우리 애들이...애들이 얼매 불쌍하니"

"이모!~~~"

알아요, 이모 마음~.무섭고 두렵겠지요. 하지만 마음 독하게 잡수셔야해요. 그래야 병도 이기고 오래오래 자식들 곁에서 자식들 행복하게 사는 모습 볼수 있자나요. 자식들 불쌍하게 안 만들고 싶으면 이제 마음 굳게 먹으셔야 합니다. 이모~오늘만 울고 이제 울지마세요. 꼭 병마와 싸워 이길거에요. 힘내요,이모!

"어릴 때도 넉넉하게 키우지 못했는데 이제 돈 좀 벌어서 애들 맛있는것도 많이 사주고 변변한 옷 한벌 사입히고 시집장가 내 손으로 보내주고 싶었는데 내 죽으면 저것들이 또 불쌍해져서 어쩐다니~ 튼튼하지 못한 에미 만나 별고생 다 시키는것같아서 그게 마음에 걸려 죽을 때도 눈 못 감을 것 같다. 흑흑"


"
이모오~~~~~~~~~~~~~!"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밀려오는 북받치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터져버렸다
.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눈물이 비오듯 흐른다. 한참을 그렇게 이모와 병실에서 서로 부등켜안고 울고 또 울었다.

23일 입원하고 항암주사를 맞고 퇴원을 한다. 그렇게 3주에 한번씩 반복하며 치료를 받는다.

다음날 퇴원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홍매는 주방에서 밥을 짓고 옥자에게 이부자리를 깔아주고 누워있으라고 했다. 힘든지 옥자는 싫다는 말을 안하고 이불을 덮고 누웠다. 속상하다. 앉아서 좀만 쉬라고 해도 예전같으면 고집부리시며 벌떡 일어나도 열번도 일어나셨을텐데 진짜 힘들고 아프신거같아서 그게 더 속상하다. 약반응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밥상을 차려놨는데 둬숟가락을 뜨더니 메슥거려서 밥알이 안넘어 간다고 한다. 녹두죽을 쑤어서 드렸더니 그것도 둬숟가락 입에 넣으시더니 못먹겟다고 도리머리를 흔드신다. 이렇게 못드시고 어떻게 병을 이길수 있나.~

병원에서 쪽잠을 잤더니 너무 피곤했던 홍매는 10시전에 잠들어 버렸다. 자다가 부스럭 소리가 나서 눈을 떠보니 옥자가 이불을 개여서 놓고 그 위에 베개를 3개 쌓아놓고 엎뎌있는다. 누우라고 하니까 누우면 하늘이 빙빙 돈다면서 엎디는게 편하다고 한다. 그렇게 엎뎌 있다가 허리가 아프면 벽에 기대여 앉았다가 다시 엎디고 그렇게 밤새 뒤척이며 한잠도 못자고 있었다.


퇴원 이틀째
, 증상은 더 심해졌다. 먹은 것도 없는데 계속 토를 한다. 토하러 화장실로 가야되는데 힘이 없어 걷지를 못하겠단다. 어린애처럼 기어서 화장실을 가신다. 부축해서 일으켜 세우려고 해도 하늘땅이 빙빙 돈다면서 도저히 일어설수가 없다고 한다.


곁에서 지켜보는 영수와 정우도 너무 힘들어 한다
. 치료를 하려고 주사를 맞은 건가 죽자고 주사를 맞은 건가~저렇게 고통스러워 하는 걸 보고만 있자니 영수마음도 정우마음도 모두 고통스럽기만하다. 어서 빨리 일주일이 지나가기만을 바라고 있다. 하루 이틀 약반응은 더 심하게 나타나서 입안이 다 헐고 찢어져서 물도 넘기기 힘들어한다. 대답도 하기 힘들어서 눈만 깜빡깜빡하는 옥자가 너무 불쌍해서 홍매는 옥상에 올라가 매일 혼자 꺼이꺼이 울고 내려왔다. 영수는 애매한 담배만 부지런히 태웠고 정우는 회사로 돌아간뒤에도 하루에 아침 저녁으로 전화를 계속 걸어와 어머니의 상태를 묻고 걱정했다.

주사맞고 일주일 되는 날, 홍매가 일어나 아침밥을 짓고 있는데 옥자가 천천히 벽을 짚고 일어서면서 화장실로 향한다.


"
이모~일어설수 있씀까?"

"오늘은 집천장이 안도는구나"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 화장실에서 나오던 옥자가 홍매에게 시원한 콩나물국을 끓여달라고 한다. 얼른 국끓여 아침밥상을 차렸더니 옥자가 숟가락을 들고 밥상에 마주앉는다. 시원한 콩나물국에 밥반공기 말아서 뚝딱 드시더니 이제 좀 살것같다고 하신다. 그 말에 너무 기뻐 홍매는 코끝이 찡해나면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 날 저녁부터 옥자는 먹고 싶은 것이 너무도 많아 졌다. 옥수국수도 땡기고 닭밥도 먹고 싶고 돼지고기 푹 삶아서 썰어 간장에 찍어먹고 돼지고기 삶은 물에 밥말아 먹고 싶다고도 했다. 일주일동안 아무것도 못드시고 기력이 떨어졌다가 이제 막 음식이 땡기나 보다. 영수는 오랜만에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며 웃었고 옥자가 먹고싶다는 말을 끝내기 바쁘게 밤중에라도 밖으로 나가 사들고 들어온다. 옥자가 애 둘을 임신했을 때 먹고싶다고 했던 곶감도 한번도 사들고 집에 들어온 적이 없었다면서 지금은 늙어서 그런지 점점 가정적으로 변한다면서 이런 영수에게 고마움을 표현한다.

두번째 주말 집으로 돌아온 정우는 어머니께서 언제 누워서 앓은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예전처럼 씩씩한 모습으로 계신 걸 보고 마음이 한층 놓였다. 지난 주에 왔을 때에는 정말 눈뜨고 볼수 없을 만큼 어머니의 그 고통이 보는 사람에게 고대로 전해지는 듯 했으니까...

"아부지, 병원 언제 갔다왔슴까?"

샤워하고 나오는 영수를 보며 정우가 물었다.



"
...기억이 안난다야. 6월에 했나?"

"어머~동무, 검사받아야 하는데 이제는 몇달 지났네. 내 이렇게 정시없다 정말"

3개월에 한번씩 피검사와 CT등 필요한 검사를 하는데 옥자의 병때문에 정신없이 뛰여 다니느라 다들 영수의 건강검진은 다 잊고 있었다.

"아부지, 월요일날 병원에 가서 검사하쇼. 어째 얼굴색이 안좋슴다. 좀 많이 까맣슴다"

"여름에 해빛에 타서 그렇다. 걱정마라"

"이모부, 요즘 코피도 자꾸 나고 그런데 병원에 가보쇼"

영수는 옥자가 병원에 입원하러 가는 날 하루 쉬면서 오전에 병원에 가보겠다고 대답을 했다. 월요일날 일 하루 쉬고 병원에 다녀오라고 권했지만 영수는 하루라도 돈을 더 벌어야 먹고 산다면서 고집을 피우셨다. 월요일날 아침, 5시에 일어나 옷을 입는 영수를 홍매가 말렸다. 이모부가 건강해야 아픈 이모 잘 챙겨줄 수 있지 않냐고 이모부건강 이제는 이모부가 알아서 잘 챙기셔야된다고 일나가지 말고 아침에 병원에 다녀오시라고 사정사정해서 겨우 영수를 설득시켰다.

목요일, 옥자가 병원에 입원하러 가는 날이다. 월요일날 안산병원에서 피검사를 하고 CT검사를 한 영수의 검사결과가 아침에 나온다고 해서 옥자와 영수는 오전에 병원으로 먼저 들렀다. 옥자는 오후 2시에 병원에 가서 입원수속을 하므로 안산병원에 들렀다가 점심먹고 오후에 인천으로 가기고 했다. 그런데 집에서 점심준비를 하고 있던 홍매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옥자다.


", 이모~지금 오세요?"

"홍매야~지금 인천병원으로 가야겠다. 천천히 준비하고 오라"

"왜요?"

"너 이모부.....CT결과가 안좋게 나와서 큰 병원에 가라고 하더라"

"? 어떻게 안좋은데요?"

"간암...이라는구나. 작은 암세포 3개가 보인단다."

홍매는 한동안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지금 전화기 저쪽에서 들려오는 말들이 사실이 아니길 속으로 바라고 또 바라고 있다. 꿈일거야~ 잠깐 낮잠을 자고 있는 동안 꿈꾸고 있는 걸거야~

말도 안돼...~이건 아니지. 이건 그냥 사람 기막혀 죽으라는 거지. 이럴수는 없는거야.

"홍매야~홍매야~" 홍매가 아무말이 없자 옥자가 홍매를 부른다.

"지금 어디에요?" 겨우 입을 뗀 홍매가 물었다.

"안산역앞이다. 인천가는 버스 기다린다."


통화종료버튼을 누르고 부랴부랴 코트하나 걸치고 홍매는 미친듯이 안산역앞으로 뛰여갔다. 이제 겨울이 다가오니 날씨도 춥고 바람도 너무 차다. 미친듯이 뛰니 바람에 코가 시리고 눈이 맵다.

눈물이 주르륵 주르륵 계속 흐른다. 추운 날씨 탓인지 눈물이 그칠 줄을 모르고 바람에 날린다.

이모와 이모부가 안산역앞에 서있는 것이 보인다. 그 옆에 이모부의 누님 두 분이 서 계신다. 홍매는 천천히 천천히 숨을 고르며 이모옆으로 다가갔다. 사돈두분께 허리굽혀 인사를 하고 이모부를 올려다 봤다. 추운데 왜 나왔냐고 한다. 오후에 천천히 병원에 오면 되는데 하신다. 사돈 두 분이 우셨는지 눈이 빨갛게 충혈이 돼 있었다. 홍매를 보더니 옥자가 눈물을 훔치신다. 홍매는 옥자를 꼬옥 안아드렸다. 그리고 아무말도 못했다. 그 어떤 말로 위로를 해야할지를 생각이 나질 않는다.

인천행 버스가 도착했다. 영수와 옥자와 홍매는 버스를 타고 인천으로 향했다. 영수는 혼자 뒤쪽으로 자리를 찾아 앉으셨고 홍매는 앞쪽으로 옥자와 자리를 함께 했다. 달리는 버스안은 조용하기만 하다. 버스안 손님들이 이런 옥자네 분위기를 알고 있는 듯 말 한마디 하는 사람이 없었다.

훌쩍훌쩍~

훌쩍훌쩍~

눈물과 콧물이 한데 엉켜 흘러 내리는 걸 애써 참으려는 이모의 훌쩍임 소리가 들린다. 울고 있는 이모의 얼굴을 차마 볼 수가 없어 홍매는 만지던 휴대폰을 가방에 집어 넣고 창문으로 고개를 돌렸다. 왈칵~뜨거운것이 쏟아져 흘러 내렸다. 두 눈을 꼬옥 감고 입술을 깨물었다. 아프다. 이건 꿈이 아니고 현실이였다.


추천 (8) 선물 (0명)

IP: ♡.203.♡.233
꿀꿀이35 (♡.170.♡.98) - 2015/02/12 15:50:23

너무나 불쌍한 부모님들 보는 내내 눈물이 저절로 흐르네요.진짜 실화인가요?어떻게 이겨내요?휴~~

레드체리 (♡.203.♡.233) - 2015/02/13 14:28:32

꿀꿀이님 댓글 감사해요.실화맞습니다.저의 가족에겐 현실이네요.그래도 시간이 흐르면서 꿋꿋이 이겨내고 있더라구요.

푸른 장미 (♡.255.♡.237) - 2015/02/12 17:11:54

많이 힘들었겠어요 너므 힘들어서 주저앉고 싶을정신마저도 없을것같네여

레드체리 (♡.203.♡.233) - 2015/02/13 14:31:33

푸른장미님 안녕하세요.처음엔 죽을것같았지만 하루이틀 그래도 잘 버티고 있더라구요.오늘도 응원감사합니다.

바닷가조개 (♡.238.♡.22) - 2015/02/12 19:23:11

언제 글이 올라오나 기다렸습니다.
진짜 실화인가요?ㅠㅠ
설상가상도 이런 설상가상이 어디 있나요 ....
걍 소설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너무나 가슴이 아파서 ...

레드체리 (♡.203.♡.233) - 2015/02/13 14:34:55

바닷가조개님 안녕하세요.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실화맞아요. 저도 꿈이기를 매일 간절히 기도하고 있습니다.이런 현실이 실제로 일어나고 또 맞닥치고 보니 참 인생이 씁쓸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늘도 응원감사합니다.

misunkim74 (♡.209.♡.195) - 2015/02/12 20:01:02

너무 맘이 아프네요.....ㅠㅠ

레드체리 (♡.203.♡.233) - 2015/02/13 14:36:15

misunkim74님 댓글감사해요. 고맙습니다.

곰세마리 (♡.162.♡.141) - 2015/02/13 11:13:13

이집은 뭐 가족 돌림병두 아니구 다 암이야...ㅠㅠ
한국간 사람들 어째 암 걸리는 사람 이리 많다냐...
한국물에 암세포 만드는 성분 있재? ㅠㅠ

레드체리 (♡.203.♡.233) - 2015/02/13 14:38:20

글쎄말임다.한국에서 병치료하는 사람들 너무 많아서 안타깝슴다. 건강하게 돈많이 벌어서 고향으로 돌아가 잘 살아야 할텐데. 언니는 한국에 절대 오지마쇼. 별루 좋은곳이 아닌것같슴다 ㅠㅠ

노란 반지 (♡.112.♡.202) - 2015/02/14 22:30:22

님글을 며칠째 기다랴서 봣는데....세상에...첨부터 그냥 눈물이 줄줄....한심 합다에...휴..무슨 세상인지...진짜 요즘은 암이 넘

많네요....그래도 잘 견디여 냇으면 좋겟에요....

레드체리 (♡.203.♡.233) - 2015/02/15 15:25:08

노란반지님 감사합니다. 요즘 암걸리는 사람들 참 많죠 ㅠ,ㅠ 사람이 병을 이긴다는건 진짜 감기빼고 힘든거같습니다.잘 견디고 잘 버텨주시네요~아직까지는...님도 꼭 건강하세요.

강니 (♡.214.♡.35) - 2015/03/02 11:59:11

흑~ 너무 슬퍼서 사무실에서 챙피한줄도 모르고 훌쩍대는중(이럴줄 알았더면 집에나 가서 읽을껄...)
어쩌다 부모님 두분다 암에...
머라고 해줄말도 해줄거도 없어서 더 슬프네...

레드체리 (♡.239.♡.7) - 2015/03/02 15:38:37

고마워요~ㅋ 근데 사무실에서 그렇게 울면 어떻해요ㅋㅋ다음부터는 혼자 계실 때 보세요. 혹시 또 울가바 ㅜㅜ
언니 댓글 감사해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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