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못하는 안녕-행복(6)

레드체리 | 2015.03.09 15:23:55 댓글: 14 조회: 3389 추천: 4
분류실화 https://life.moyiza.kr/mywriting/2593718

안녕하세요~글을 시작하며 제가 실화라고만 밝혔지 저 본인이 글속의 누군지를 안밝혔어요. 저는 글속의 조카이자 정우의 외사촌누나인 홍매라는 인물입니다.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시고 걱정해주시고 같이 아파해주셔서 글 시작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많은 분들이 주시는 좋은 기운이 이모가 오래오래 더 살수 있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글읽어주신는 분들 항상 감사합니다.


*
부모님이 아프시고 내가 깨달은 효도는 부모님이 날 걱정하지 않게 믿음을 주고 행동으로 보여야한다는 것, 그리고 부모님이 주신 무한한 사랑을 조금이라도 돌려드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달리지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 인 것 같다.*


화창한 5...곧 돌아오는 어머니의 생신. 정우는 어머니의 생신에 뭘 사드릴까 고민하고 있었다.

회사에서 기계앞에서 물건 포장을 하시는 아주머니들 도와 박스에 물건을 담아주던 정우는 친하게 지내는 회사 이모님한테 슬쩍 물었다.


"이모님~ 자식들 생신 때 뭘 선물하면 좋으셨어요?"

"? 용돈주면 그렇게 좋드라~그것도 좀 두툼하게 호호호"

"~하하하 돈이 좋죠"

정우는 고민고민 하다가 어머니생신날 고구마케익을 사들고 집으로 향했다.집으로 가면서 점퍼 안쪽 호주머니를 자꾸 만지작 거린다. 처음으로 챙긴 용돈 어머니께 드리면 기뻐하실 것 같아서 그저 자꾸만 웃음이 나온다.

저녁에 도착하니 친척들도 벌써 다 모여서 음식점으로 갈 준비를 하고 계셨다. 음식 잘하는 중국음식점으로 가서 상다리 부러지게 많이 주문했다. 케익에 초를 켜고 다 같이 생일축하 노래도 부르고 음료수 따라 드리고 정우가 생신축하드린다고 먼저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조용히 봉투를 건넸다.


"어머니~처음 드리는 용돈 많지 않지만 잡숫고 싶은거 사드쇼" 어머니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

"돈이니? 애두~ 돈 필요없어. 이런거 말고 얼른 색시나 데려오라~"

"
좀만 기다리쇼. 며느리 보고 손군보게 해드릴테니 빨리 건강해지십시오"


손에 돈봉투를 꼭 쥐고 잇몸을 보이며 웃으시는 어머니를 보자 정우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 용돈 드리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정우도 너무 기뻤다.

다들 옥자에게는 음료수를 따라주며 생일축하인사와 하루빨리 병이 낫길 바란다고 덕담을 건넨다.

옥자의 막내동생 음력설에 많이 울던 그 마음 여린 처남이 음료수를 따르며 누나를 부른다.
두근두근 긴장된다. 오늘은 누구도 옥자앞에서 울지 않기로 약속을 했는데 또 작은처남이 우는 건 아닌가 옆에 앉은 영수는 처남광호의 얼굴에서 눈길을 못떼고 있다.


"누나~생신축하드리오. 다른건 몰라도 그저 ....그저 우리 엄마아부지께 불효만 저지르지마오. 그거면 되오. 더 바라는게 없소."

"고맙다.그래 엄마아부지보다 먼저는 죽지않을게"
눈물이 핑~돌았다. 애써 웃음지으며 원샷을 웨치는 옥자덕분에 아무도 눈물을 흘리지않았다.



홍매차례다. 음료수를 따르고 잔을 들었다.

"이모~...ㅜㅜ"

바보같이 그저 이모만 불렀을 뿐인데 왜 그렇게 눈물이 쏟아지는지 알수가 없다. 다들 조용히 홍매의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훌쩍 훌쩍~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린다.



"
이모~생신축하드려요. 지금처럼 매일 매일 건강해지는 모습 봤으면 좋겠어요. 다음 생신때는 항암치료도 끊고 병원에 안다녀도 될만큼 건강해지세요. ...꼭이요~그리고 이모부~아프신데 매일 일나가고...흑흑 암튼 고마워요. 이모부도 꼭 건강해지세..."

목이 꽉 메여 겨우 눈물을 참고 말을 끝마친 홍매는 고개를 푹 숙이고 티슈로 눈물을 닦는다.

"고생많았다. 홍매야~" 이모부가 말씀하신다.

홍매는 그저 고개를 끄덕끄덕였다. 이모부의 진심어린 말 한마디에 참고 참았던 설음이 폭발한것이다. 어렸을 때 일찍 부모님이 외지로 외국으로 돈벌러 다니면서 부모님 사랑 못받고 자랐던 홍매는 늘 이모가 곁에서 챙겨줬다. 학부형회의 할때면 이모가 왔었고 방학만 되면 이모집으로 갔다. 홍매는 부모님이랑 함께 산 세월이 8년뿐이 안되지만 이모랑 함께 산 세월은 십년도 넘는다.이모부는 혼자 밥도 제대로 못먹고 다니는 홍매가 안쓰러워서 방학이 되면 그 이튿날로 얼른 집에 데려오라고 이모한테 시켰고 그런 이모와 이모부를 홍매는 엄마아빠처럼 따랐었다.

근데 이런 불행한 일을 겪고 있는 이모와 이모부에게 아무것도 해줄수 없어서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기만하다.


"
엄마~올 여름휴가 때는 우리 바다놀러가기쇼"

"그래~올해는 물놀이 같이 꼭 가자"


무더운 여름
7월 중순.

이모생일 때 했던 정우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홍매는 가계문을 5일이나 닫았다.


아픈 부모님과 좋은 추억을 남기고 싶다며 여름휴가때 먼 곳은 아니더라도 가까운 곳에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정우의 생각에 동의를 하고 같이 23일 여행을 떠났다. 큰이모 막내삼촌네 전부 비자땜에 중국으로 간 상황이 였고 큰 삼촌네 딸인 사촌여동생은 임신중이라 놀러다닐수 없어서 정우네 3식구랑 홍매만 여행을 가기로 했다. 여행 전날 대구에 있는 홍매네 집으로 내려왔다. 대구에서 출발해서 경주들러 포항으로 여행 갈 계획이였다.



아침일찍 일어나 여행가방 짐을 확인 하고 또 확인하는 옥자
~

자각적으로 일찍 일어나 세수까지 다 하고 스킨로션 바르고 앉아 있는 영수~


"
엄마~좀 더 쉬쇼. 이재 몇심까."

"늙으면 원래 잠이 없다. 여행 간다는게 밤에 떠나겠니 일어나라. 이제는"

"이모~지금 6시인데.ㅜㅜ 좀만 더 자기쇼."

"누나 잘 자야 운전하지. 졸음운전하믄 어찜까. 8,딱 8시출발하기쇼"

졸음운전하면 안된다는 말에 그제야 옥자와 영수는 더 이상 아무말도 안하고 조용히 TV를 보고 계셨다.

어린애처럼 들뜬 마음을 눅잦히지 못하고 새벽부터 일어나 움직이는 이모와 이모부를 보며 홍매는 좀만 이불안에서 꼼지락 거리다가 안되겠다 싶어 자리를 차고 일어났다. 대충 아침을 챙겨먹고 8시도 안됐는데 출발준비를 한다.



"
야야~바라 멋있니?"

그 때
현관앞에 서서 거울을 보던 옥자가 홍매가 준 선글라스를 끼고 정우를 향해 물어본다.

그리고 피서 밀짚모자를 영수에게 씌워주고 잘 어울린다면서 두 분이 마주서서 웃고 계신다.

정우는 엄지손가락을 척 들어보였다. 정우의 칭찬에 어깨를 으쓱하고는 얼굴에 소녀미소를 띄우며 현관문을 나가신다.

정우와 홍매는 그런 옥자와 영수의 뒷모습을 보면서 하하하 크게 웃었다.

"와 진짜 애들처럼 ㅋㅋㅋ 진짜 좋은 매요~"
"그러게다. 자주 모시고 다녀라 이제는"
"냐 그래야겠소"


[사는게 뭐 별거 있더냐~

........너털웃음 한번 웃어보자 세상아~

시계바늘 처럼 돌고 돌다가......]라라라라라라~

[야야야 내나이가 어때서 ....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인데..

세월아 비켜라~내 나이가 어때서...]라라라라라랄라라라

옥자는 차에 틀어놓은 트로트를 계속 따라부르고 있다. 노래라면 산토끼토끼야 어디로 가느냐 밖에 모르는 영수도 웬일인지 흥얼흥얼 따라부르기 시작한다. 이렇게 행복하시는 모습 처음 보는것같아서 기회되면 아니 시간을 내서 자주자주 모시고 여행을 다녀야겠다고 정우는 또 한번 다짐한다.


경주에 있는 블루원워터파크에 도착했다. 국내최대 높이 파도풀이 유명한 이 워터파는 규모는 그렇기 크지 않았다. 구멍조끼를 하나씩 입고 실외로 나갔다. 매시간마다 30분동안 진행되는 파도풀~홀수시간 짝수 시간에 따라 파도크기가 다르게 훅~몰려오는데 너무 신났다. 정우랑 영수는 수심이 제일 깊은 안쪽으로 들어가 파도타기를 즐겼고 옥자랑 홍매는 조금 얕은 곳에서 파도를 맞았다.

파도가 훅 덮치면 아수라장이 된다. 파도에 몸을 맡기고 뒤로 슬쩍 누워야 되는데 처음 맞아보는 파도에 꼴깍 꼴깍 물을 얼마나 먹었는지...퉷퉷~ 옥자와 홍매는 정신이 해롱해롱 해졌다. 하지만 옥자는 지칠줄 모르고 재밌다면서 계속 놀자고 한다. 파도가 다시 덮치자 쓰고있던 야구모자가 날아갔다. 뒤쪽에서 사람들이 주운 물건을 들고 흔든다. 그럼 주인은 그 물건을 찾아 받아쥐고 고맙다고 인사한다. 그래서 나도 모자를 찾았고 또 옥자는 발바닥에 걸린 선글라스를 주어서 주인을 찾아줬다.

그렇게 둬시간을 물놀이 하고 점심을 워터파크 안에서 먹고 또 오후에 몇시간을 물놀이를 했다.지칠줄 모르는 두 분을 보면서 정우는 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을 몇번이고 하는지 모른다.



이제 슬슬 지쳤는지 썬베드에 가서 쉬는 시간이 길이졌다
. 물놀이 너무 신나게 잘 놀았다면서 더 놀 힘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다음 장소로 이동을 하기로 했다.

다음은 경주의 유적지를 돌아보기로 했다. 대릉원을 후딱 돌고 바로 옆의 첨성대에 들러 사진찍고 교촌마을에 들러 구경하고 최가밥상에 들러 밥먹고 불국사로 향했다. 불국사로 올라가는 산길이 좀 멀긴 했지만 사진도 찍고 이런 저런 이야기하면서 금방 도착했다. 불국사를 구경하고 나오니 으슥으슥해졌다. 다시 바로 안압지로 향했다. 안압지의 야경은 참말로 이뻤다. 옥자는 멋있다는 말을 연신 하면서 스치는 풍경 하나하나를 다 카메라에 담으려고 하고 멋진 배경으로 사진을 많이 찍어 달라고 한다. 좋은 곳에 구경다녀도 남는건 사진뿐이 없다면서 포즈도 다양하게 하고 사진찍기 삼매경에 빠졌다.



9시30분 예약한 경주의 한옥민박으로 향했고 그렇게 여행의 첫날을 무사히 마쳤다. 저녁에 정우와 홍매는 밖에 널판마루에 앉아 맥주 한캔씩 하고 각자 잠자리에 들었다. 피곤했지만 즐거웠던 하루였다. 옥자와 영수도 피곤했던지 코까지 드렁드렁 골면서 주무시고 계셨다.

두번째날 아침 일찍 일어나 밥먹고 포항으로 향했다. 예약한 펜션으로 먼저 가서 짐을 풀고 포장죽도시장에 가서 장보고 고기 사고 해산물도 가득 샀다. 그리고 다시 수영복을 챙겨 바다로 향했다. 워터파크랑은 또 다른 분위기~ 정우는 아버지랑 바다에 풍덩 들어가서 바다수영을 즐겼다. 홍매는 옥자와 바닷가모래밭에서 브이~를 날리며 사진찍기 여념이 없다. 여자들에게 여행은 사진찍는게 전부인것같다.후후훗~ 그리고 튜브를 몸에 끼고 바닷물에 뛰여들어가 놀다가 바닷물이 차가워 진다는 느낌이 들 쯤에야 모래밭으로 나왔다.



여행이틀날 오늘은 또 정우의 생일이다
. 홍매는 정우 몰래 시장에 들렀을 때 케익점에 들어가 케익을 사서 차뒷트렁크에 넣었다. 저녁이 되여 펜션에서 고기파티를 하기로 했다. 장에서 사온 고기랑 조개랑 새우랑을 숯불에 구어먹었다. 그리고 케익을 꺼내 정우의 생일도 축하해주었다. 마침 휴가에 여행에 생일에 아무튼 뜻깊고 의미있고 행복한 생일을 보내게 돼서 기쁘다고 한다. 한국에 와서 아들생일 이렇게 챙겨줄수 있어서 너무 좋다면서 옥자는 행복해했다.

이런 행복한 모습이 오래오래 지속되기를...그리고 이런 즐거운 여행을 많이 많이 할수 있기를...그리고 오래오래 서로의 곁에 남아 있기를... 모두가 마음속으로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
띵똥~" 그 때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생일축하해~휴가 잘 보내^^"

"땡큐~"

정우는 웃으면서 짧게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 어머니와 아버지를 쳐다 봤다.아버지어머니~조만간 효도할 일이 생길것같습니다.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어요... 정우는 그 날 밤 오래오래 잠을 못 이뤘다. 여자친구 생겼다는 말을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을 수없이 했다.


사실,
회사에 입사하고 며칠 지나도록 정우는 회사에 젊은 아가씨가 있는 지를 몰랐다. 여자는 전부 아주머니들이라고 생각했었다. 입사 오일쯤 지나 점심식사를 하려고 회사 식당으로 갔는데 정우를 잘 챙겨주는 아주머니가 정우를 보고는 이쪽으로 와서 앉으라며 손짓했다. 넉살좋은 정우는 손으로 오케이를 그려보이며 식판을 들고 그 아주머니쪽으로 다가갔다.

근데 그 아주머니 옆에 웬 눈이 큰 젊은 여자가 앉아 있었다. 새로 입사했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아주머니께서 입을 여신다.

"윤희 28살이랫지? 정우두 28?"

그 여자 이름이 윤희인가보다. 윤희랑 정우는 아주머니의 물음에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
둘이 동갑이 맞구나~윤희 아래층 다른 라인에서 일하다가 어제부터 일루 옮겼다. 동갑인데 친하게 지내~ 우리 이회사에 젊은이 들이 적어서 화기가 없어."


"~하하하" 정우는 너털웃음을 웃으며 아주머니의 말씀이 맞다고 동감을 표시했다.

그렇게 윤희랑 인연은 시작되였다고 말할 수 있다. 보름이 지나고 부모님이 걱정할가바 안산에 다녀오려고 시내버스를 기다리느라 정류장에 버스를 기다리는데 누가 말을 걸어왔다.

"어디 가니?"
갑작스런 윤희의 반말에 정우는 3초동안 멍때렸다.


"동갑이재?ㅋ
"

정우의 행동에 살짝 당황하고 민망했는지 윤희는 변명아닌 변명을 하려고 한다.


"
~~"

그렇게 얼떨결에 둘은 말을 놓게 되였다. 윤희도 주말에 부모님이 계시는 집으로 간다고 한다.



터미널까지 가는 버스안에서 고작
30분이라는 시간동안 둘은 참 많은 말을 했다. 원래 말을 잘 못하는 정우도 고향은 어디인지 어디로 가는지 회사는 언제 입사했는지...등등 30분 동안 둘은 가까워졌다. 정우는 친구가 생겨서 좋다고 생각했다. 회사에 모두 아주머니들 뿐인줄 알았는데 아가씨가 윤희 빼고 두명이 더 있었던 것이다.

다시 회사에 와서 일할 때, 점심시간 때, 퇴근하고 나서도 윤희랑 자주 부딪히는 일이 자연스럽게 많아졌다. 점심시간에 밥다 먹고 일어나려고 하면 윤희가 제꺽 정우의 식판까지 자기가 갖다 놓겠다고 먼저 가져간다. 정우는 자기가 하겟다고 말리면서 일어서지만 윤희가 잽싸게 먼저 갖고 쌩~하니 가져간다.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저녁에 퇴근하면 기숙사에 있는 사람들 끼리 모여서 배구나 족구를 하는데 날씨도 따뜻해지고 다들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졌다.

그렇게 또 배구를 치고 족구를 하면서 윤희랑도 더 자주 마주할수 있게 되였다. 가끔은 주말에 기숙사에 있는 사람끼리 배구나 족구를 하면 윤희는 정우의 옷이나 휴대폰을 챙겨주곤 한다.

그러던 어느날, 기숙사에 있는 아저씨가 생신이라고 하면서 밖에 술마시러 가자고 한다. 마침 주말이고 남자기숙사에는 남자 세명 여자기숙사에는 윤희랑 다른 아주머니 둘이 있었다. 5명이서 밖에 술마시러 갔다. 술을 잘 안마시는 정우는 아저씨들의 강박에 의해 참이슬 좀 마셨다. 간만에 마시는 소주에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맥주면 몰라도 소주는 마실줄을 모르는 정우는 소주를 못마시겠다고 하면서 술을 거부했다.

"제가 마셔도 되죠?"

모두 일제히 윤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윤희가 정우의 흑기사를 자청한것이다.


"
~정우야 윤희보다 못하니? 남자라는게..."

"말해바라~니네 둘이 무슨 사이니?"

짓궃은 한 아저씨의 말에 정우는 술기운인지 몰라도 얼굴이 화끈거리고 귀가 빨개졌다. 윤희를 쳐다보니 윤희는 히쭉히쭉 웃기만 한다. 머지? 이 상황은? 윤희가 나를? 아니면 내가 윤희를?

그렇게 윤희에 대한 마음을 정우는 조금씩 조금씩 의심을 했다. 나도 모르게 윤희한테 좋은 감정을 쌓아가고 있었단 말인가? 그리고 윤희가 그 동안 자신한테 했던 행동들을 하나 둘 생각해보았다. 나한테 관심이 있는거 맞구나 라는 생각이 들 때쯤 정우는 고민에 빠졌다.

부모님! 부모님이 아프다고 말을 해야하나? 윤희한테 사귀자고 말하고 서로를 더 많이 알아 가는 동안 부모님 얘기는 숨겨야 될까? 윤희는 어떤 반응을 할까? 나는 윤희를 진짜 좋아하는 건가? 부모님때문에 여자를 빨리 만나야 한다는 생각에 애매한 윤희가 희생양이 되는건 아닌가? 그렇다면 그건 절대 안되는 일이다. 나는 내 마음을 확실히 알아야 겠다.



아침에 출근을 하면 제일 먼저 윤희가 있는지 찾게 된다
. 윤희가 안보이면 문자를 보낸다.

"출근안해? 안보이네"

"지금 가는중~ ㅎㅎ"

답장을 확인하고야 안심이 되는 듯 정우는 히쭉 웃어보인다.

저녁에 퇴근하면 씻고 자리에 눕기전까지 윤희가 문자를 안보내오면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다 메시지를 보낸다.

"뭐해?"

"머리 말리고 자려고"

이런 일상이 반복되면서 정우는 윤희에게 점점 빠져드는 걸 확인했다.

그리고 토요일 저녁 윤희에게서 문자가 왔다.

"내일 집에 가?"

"안가려고. ?"

"나도"

"."

"내일 뭐해?"

"글쎄..."

"낼 영화보러 가자"

! 영화보러 갈까도 아니고 가자 라고 한다. 윤희가 먼저 데이트신청을 해왔다. 남자의 자존심이 허락되지는 않지만 그렇지만 마냥 좋은 걸 어떡해~ 정우는 윤희가 마음이 바뀌기라도 할까바

두근거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제꺽 답장을 보냈다.


"
할일도 없는데 그러지뭐"

좋아 라고 보내면 너무 티날까바 선심쓰는 척 입이 찢어지게 좋으면서 아닌척 답장을 보냈다.



외국영화를 보긴 했는데 내용이 하나도 기억이 안난다
. 팝콘 다 먹고 얼음넣은 콜라를 원샷하다싶이 하고 나온 기억밖에 없다. 그리고 돈까스를 먹고 기숙사로 돌아왔다. 영화 잼있게 잘 봤다고 한다. 다음에는 더 잼있는거 보자고 한다. 그렇게 말하며 빠이빠이를 하며 돌아서서 가는 윤희를 보며 잡을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다. 우유부단한 놈은 좋은 여자 다 놓치는 법이다. 잡을까 말까 깝자르며 고민하는 동안 윤희는 기숙사로 홀라당 들어가 버렸다. 에라잇~



아쉬움에 머리를 긁적긁적이며 기숙사로 들어온 정우는 벌렁 침대에 누워버렸다
. ~용기없는 놈아~ 이 모자란 놈아~ 혼자 자책을 하는 중이다.

"띵똥~"

"남자랑 처음영화관에 가봤다. 다음에 또 데려가줘"


정우는 기숙사 문을 박차고 밖으로 씨엉씨엉 나갔다
. 통화버튼을 눌렀다.

"~"

"기숙사앞으로 나와!"

! 전화를 끊었다. 여자기숙사 앞에 도착하자 윤희가 아까 입었던 옷 그대로 입고 나왔다.


"
? 어디 또 가게?"

정우는 조금 망설였다. 그러다 웃었다. 그리고 용기를 내여 입을 열었다.

"나는 모아 놓은 돈이 별루없어. 대학졸업하고 한국에 와서 취직해서 돈모으는 중이고~ 암튼 오늘 아니면~아니다. 우리 사귀자!"

"ㅎㅎㅎㅎㅎㅎㅎㅎ"

윤희는 말없이 오래 웃었다.



저 웃음은 뭐지? 나 혼자 좋아했던것이 였나? 실망과 후회가 쓰나미처럼 급속도로 밀려오는 순간~


"
오늘 부터 넌 내 남자다."


헉~아니다.
정우는 웃었다
. 하하하하 진짜 진짜 크게 웃었다.
그리고 기쁜마음도 잠시 정우는 잠간의 기쁜마음을 억누르고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할말이 있어."

"응 말해바"

둘은 회사앞큰길을 걷고 있었다. 어디 마땅히 걸어다닐 산책길도 없는 농촌이기에...


"
사실~ 우리 어머니가 많이 아프시거든."

"?" 윤희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우를 올려다봤다.


"
폐암이다. 항암치료받는 중이고...아버지도 간경화로 아프셔"

정말 잠깐 5초정도? 그렇게 잠깐을 뜸들이다 윤희는 입을 열었다.


"
힘들겠다. 치료 잘 받고 계신거야? 빨리 완치되셔야 하는데..."


"
그래서 말인데 윤희야~ 거짓말은 하기 싫고 우리 엄마 아부지 아픈게 마음에 걸리고 싫으면 오늘 일 없던걸고 하자. 널속이고 싶지않아서 솔직하게 말하는거다."

"부모님 아플수도 있고 자식이 부모님 병들면 치료해드리는게 당연한거자나? 너는 나를 부모님 암이라고 하면 그냥 됐다 꺼져! 이럴 여자로 봤니?반대로 우리 부모님이 지금 암으로 투병중이라면? 넌? 그냥 그만두자라고 말하겠니?"


커다란 두 눈을 깜빡이며 또박또박 말하는 윤희를 보자 미안함과 고마움이 한데 겹쳐 거짓말 보태 윤희가 날개달린 천사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쁠수가~말하는것도 미소짓는 저 얼굴도 그리고 마음씨도~


"
...아니...그런게 아니고" 당황하여 더듬거리며 말을 잇지못한다.

"그럼 됐지.또 뭐 필요하니?ㅎㅎ"

"고맙다, 윤희야~"

그리고 정우는 진심어린 윤희의 말에 감동했다. 그리고 꼬옥 윤희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표현이 서툰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먼저 마음을 표현해주면서 다가와준 윤희가 진심으로 고마웠기때문이다. 마음씨도 어쩜 얼굴처럼 이쁜지 윤희에게 잘 하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고맙다 윤희야~내가 이 회사를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잘 할게~아직은 서로를 알아가는 단계지만 점점 너가 더 좋아지고 있어. 오래오래 지금보다 더 많이 아껴주고 사랑해줄게. 윤희야~난 너가 정말 좋다.


부모님이 아프셔서 항암치료 받고 계신데 이렇게 연애질이나 하고 다니고 진짜 남들이 도리깨 아들이라고 생각하진 않을까 하는 그런 고민과 걱정은 싹 날아 갔다. 부모님께 하루빨리 이쁘고 착하고 성격좋은 윤희를 데려가 보여드리면 얼마나 좋아하실까 그 생각에 웃음이 절로 났다.

올해는 좋은 일만 생기는 것 같아서 정우는 너무 기뻤다.


추천 (4) 선물 (0명)

IP: ♡.239.♡.7
푸른 장미 (♡.40.♡.1) - 2015/03/09 15:54:28

힘들때 만난 인연 행복했음 좋겠어요....

레드체리 (♡.239.♡.7) - 2015/03/11 13:10:19

푸른장미님 안녕하세요. 저도 님생각처럼 힘들 때 만나 힘든 날을 함께 이겨내여 오래오래 행복하게 좋은 결실맺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댓글 감사해요.

바닷가조개 (♡.85.♡.244) - 2015/03/09 19:27:58

오늘은 참 행복한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레드체리 (♡.239.♡.7) - 2015/03/11 13:12:11

바닷가조개님 오늘도 들려주셔서 감사해요. 행복한 하루셨다고 하니까 저도 행복해지네요~ 항상 행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진해마미 (♡.220.♡.206) - 2015/03/10 08:00:33

부모님 꼭 완쾌하시길 바랍니다 ,하루빨리 우리 윤희양을 소개시켜드리면 부모님아주 좋아하실거 같네요 ㅋㅋ
이젠 행복한 일만 가득하길요

레드체리 (♡.239.♡.7) - 2015/03/11 13:15:42

진해마미님 안녕하세요^^ 덕담 진심 감사드립니다. 며느리감 집에 데려가면 만병이 뚝 떨어질것같다고 하시더라구요.빨리 집에 데려가야겟죠.ㅎ,ㅎ 님도 매일매일 행복하세요.

유학천사 (♡.162.♡.78) - 2015/03/10 10:01:00

작가님이 아드님이신가 해서 오해햇네요.조카이면서도 딸이상으로 이모님부부한테 잘하시는 작가님이 이쁜 마음씨에 더 많은 감동 받앗어요...이모님부부도 많이 완쾌되신것같구 사촌동생-정우도 좋은 인연 만난것같아서 참 기쁘네요...쭉 행복하시는 일들만 생기길 기도하겟어요..좋은 글,좋은 모습 보여주는 가족애실화에 자신을 뒤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된것같아서 또 감사합니다^^

레드체리 (♡.239.♡.7) - 2015/03/11 13:22:22

유학천사님 안녕하세요.님의 과찬에 그저 부끄럽습니다.이모에게 안좋은 일이 생기고 저도 참 많은 걸 깨닫게 되고 살아계실 때 부모님께 잘해드려야겠다는 생각 수없이 한답니다. 고맙습니다.님께도 행복과 행운이 함께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사잎클로버 (♡.212.♡.242) - 2015/03/12 16:32:11

친구의 소개로 님의 자작글 오늘 단숨에 읽어 봤습니다
이번집처럼 앞으로는 쭉~ 행복만 가득하길 바랍니다...

레드체리 (♡.239.♡.7) - 2015/03/13 08:15:59

사잎클로버님 안녕하세요. 님도 항상 행복하시길 바랄게요. 끝까지 응원부탁드려욤^^그리고 저의 글 추천해주셨다는 친구분께 고맙다는 인사 꼭 전해주세요.댓글 감사합니다^^

야아야아 (♡.109.♡.93) - 2015/03/23 13:42:46

재미익게 보구 갑니다.

레드체리 (♡.239.♡.7) - 2015/03/25 11:57:38

야아야아님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바닷가조개 (♡.249.♡.43) - 2015/03/25 12:48:48

다음집은 언제 올라옴까? 기다리다 못해 댓글 담다...

레드체리 (♡.239.♡.7) - 2015/03/25 12:57:22

오후에 밤이 되기전에 올리겠습니다. 기다려주시는데 속도를 못내서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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