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불? 물?(상)

재도전ing | 2015.03.12 12:26:18 댓글: 0 조회: 2417 추천: 0
분류일반 https://life.moyiza.kr/mywriting/2598054

미국 이라크 전쟁 폭발 뉴스가 티비에서 한창이던 그해 봄날, 난 대학교 2학년생이였다.
같은 숙사 친구들이랑 수업이 있는 교실로 향하며 조잘조잘 수다 중인데 내 씨먼즈 핸드폰이 삘리링 울린다.
여보세요?
아르바이트 광고를 경한광고 잡지에 올린 중이라 울리는 핸드폰을 잽싸게 받은 나...상대쪽에서 중국말로 뭐라 하는거 같다....알바정보가 아니라 잘못 건 전화라는 실망감에 난 퉁명하게 중국어로 전화번호 잘 보고 다시 거세요....라고는 전화를 끊었다....
막 교실로 들어가는데 또 울리는 전화...엥? 또 잘못 건 전화네....수업중에 또 걸려올가봐 난 최대한 또박또박한 중국어로 잘못 건 전화라고 강조하고 끊었다...
전화건은 이렇게 지나갔고....난 그렇게 잊어가고 있었다....

약 한주 뒤, 하루는 큰 교실에서 지루한 정치수업을 듣고 있는데 핸드폰에 문자 멧세지가 들어온다...
모모야, 잘 지내니? 오랜만에 문안한다는 내용....
큰 교실 정치수업은 여러 반이 합쳐서 대교실에서 듣는 수업이라 사람도 많고 내용도 지루해서 시간 보내기 힘들어 할 때라 마침 잘못 보내온 멧세지에 난 처음으로 장난기가 발동했다....
그래, 잘 지내고 있어...넌?
옆에 앉은 친구들이랑 이제 올 답장을 맞추며 킬킬 거리는데 진짜 답장이 온다.
나도 잘 지내고 있지. 근데 넌 누구니? 란씨....
헉! 잠깐 잊고 있었다. 그때 내 핸드폰 문자에 자동으로 서명이 설정되어 있었는데 이름에 란자를 따서 서명으로 보내지고 있었다.
들켰잖아.....
사과는 해야 될것 같아서 조심스레 답장 보냈다.
죄송합니다...잘못 보낸 문자인줄 알았는데, 지금 지루한 수업시간이라 ..
그렇게 내용이 오고 갔고 우리는 아주 모호하게 상대를 알아갔다.

난 학생. 상대방도 학생...같은 도시에 있고 어쩜 이 도시에 온 시간도 비슷한....
그러다 우리의 화제를 이끌어간 포인트는 상대방이 군인이라는것,
마침 이라크 전쟁이 진행중이라 나는 미국이 다음 타켓으로 조선을 진공할지...
만약 조선에도 전쟁이 발생된다면 내 고향도 불안하다며 군사형세 분석을 물었고,
그쪽에서는 조선족이라는 민족에 궁금한 내용들을 물어왔다.

그러면서 알게 되었는데 상대방 전우가 새로 산 핸드폰 번호가 내 핸드폰 번호랑 마지막 자리수 한자리가 차이 났는데 6과 9의 차이로 며칠전에 잘못 건 전화가 그 사람이라는것. 며칠뒤 잘못 보낸 문자마저 나한테로 와서 우린 너무 웃긴다며 대화를 이어갔다.

그때 나는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엄마가 아프셔서 나랑 동생 생활비를 한동안 대줄수 없는 상황이라 수업이 끝나면 과외 알바, 번역 알바, 통역 닥치는대로 일감을 받군 했다. 주말에 여러 과외생들 집 돌아다니며 9시간 돌고나면 해나른하게 학교로 돌아가게 된다. 그때면 아무리 늦어도 밥은 챙겨 먹으라는 그 사람의 문자에 따뜻한 힘을 받군 했다. 그렇게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랑 드문드문 문자를 주고 받으며 시간을 보내다 사건이 터졌다....

사스....
우리 학교는 제일 먼저 방학을 해서 고향으로 뿔뿔이 흩어져 갔다. 고향에서 들은 소식이라면 다른 학교들은 미처 방학을 못했고 긴 몇달 학교에서 봉페식 생활을 했어야 했다고 한다. 그 사람도 그렇게 봉페식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우리는 문자가 아닌 편지로 서로의 주소를 바꿨고 그때서야 진짜 이름과 주소를 알게 되었다.
나보다 3살 위고 모 군관학교 재학중.
나는 고향에서 마침 중3인 동생 챙겨주고 있었고 우리는 아주 드문드문 편지로 연락을 주고 받았다. 가운데 몇번이나 편지가 잃어지는 사건도 발생 하면서...

9월에 나는 학교로 복귀했고 내 바쁜 일상을 다시 시작하였으며 그 사람과는 생각나면 가끔 연락하는 내 생활에 감초같은 존재였다. 하루는 과외를 마치고 돌아오는 뻐스에서 갑자기 근 두달 연락 안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잘 지내냐고 문자 넣었는데 문자 주고받다가 그날이 마침 그 사람 생일이란다. 이런 우연도 있나며 난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줬었고 그 뒤로 또 한동안 잠적상태로 보내군 했다.

잊고 지낼만 하면 연락이 되군 했는데 한번은 학교에서 헌혈을 조직했고 난 피가 잘 안 나와 두 팔에 다 바늘을 찔러서 두 주먹을 하늘 향해 쥔채로 기숙사로 돌아오고 있었다. 마침 그 사람 연락이 와서 헌혈 한 일을 이야기 했는데 그 이튿날에 큰 박스에 대추랑 쵸콜렛을 보내왔다.

그렇게 낯도 코도 모르는 생면부지지만 또 어느 정도 친구처럼 일상을 주고받는 사이로 1년 넘어 지내오다가 3학년 여름 방학에 한국 갈 일이 생겼다. 몇달간 인터넷으로 신청해왔던 재외동포재단 대학생 모국방문에 당첨된 것이다. 난 더 많은 아르바이트를 해서 티켓을 샀고, 한국에서 앓고 계시던 엄마한테 줄 약에 선물을 챙기고 나니 수중에 2백원밖에 남지 않았다.

나랑 통화하다가 그 사람이 갑자기 물어온다. 만약 한국에 도착해서 순리롭게 엄마 만나지 못하거나 집합장소에 찾아가지 못하게 되면 비상금이 있냐고...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한 나는 멍했고, 그 사람이 다니는 학교가 마침 공항 부근이였다. 그 사람은 나한테 공항까지 나와서 비상금을 줄테니, 갖고 갔다가 일이 순리로우면 그대로 가지고 돌아오라고 제안했다. 그렇게 생각밖으로 우리는 공항에서 잠깐 만남을 약속했다.

공항입구 11번 문, 약속 장소에서 난 군복을 입은 사람을 찾고 있었고, 그런 사람은 눈에 나타나지 않았다...내 옆에 농구운동복 차림을 한 사람도 주위를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그 사람도 나도 서로를 힐끗 보다 설마하며 전화번호를 눌렀고 그렇게 우리는 서먹서먹하게 첫 대면을 하게 되였다. 농구 훈련 마치고 그대로 뛰여 나왔다는 그 사람, 나보다 머리 두개정도 더 큰 키에 난 올려다 보는게 불편했고 짧은 머리 까만 그슬은 피부에 큼직한 오관은 아주 전형적인 타민족 모습. 나는 그렇게 그 사람이 찔러주는 비상금 봉투를 받아쥐고 비행기에 탑승했다...
서로 알게된지 1년 반이 지나 짧은 5분 정도의 만남....

후에 들은 이야기지만 그 사람은 내 작고 약한 체구에 깜짝 놀랐단다...아마 머리속에 165이상의 여자를 상상했겠짐...나 또한 그런 큰 체구의 상대방을 상상 못했는데....첫 대면이 좀 쇼크쪽이였는지 난 한국에서 돌아와 공항에서 바로 학교로 돌아갔고 그 사람의 비상금은 은행 계좌번호를 물어서 이체해줬다. 작은 선물은 우편으로 보내줬고....그렇게 깔끔하게 정리하고 꽤 오래동안 연락 안했던것 같다.

나는 대학4학년 생활을 시작했고 아르바이트에 논문에 실습에 취직 준비까지 예전보다 더 바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4학년 후학기에 들어서면서 일본 젠니끄 항공회사에 면접을 갔고 1차 면접에 통과 되여 2차 면접 시간을 통보 받았다. 공항에서 지면근무하는 일이였고 학교에서도 6월까지 기숙사를 정리하라는 통보에 난 어쩌면 공항 부근에 가서 집 맡아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 부근에 익숙한 그 사람이 생각 났고 그렇게 오랜만에 다시 연락 되였다.

주말에 공항 부근에 가서 집을 알아보려고 그 사람과 약속 잡았다. 그때 한동안 너무 바삐 보내서였는지 난 입술이 부르텄고 목소리도 변해 있었다. 그런 나를 보고 뻐스역 바로 옆에 있는 약국부터 뛰여가 약부터 챙겨주는 사람. 예전부터 느꼈지만 배려심이 아주 많은 사람인거 같았다. 이게 우리의 두번째 만남이였고 우리는 공항 바로 옆 생활구역에서 방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주말이라 쇼핑 나왔던 그 사람 전우들이랑 길에서 마주쳤고 나를 여자친구로 오해하고 인사하는데 자연스럽게 인사를 받아넘기는 그 사람...내 반항의 눈빛도 무시한 채 우리는 그 사람 전우들 한테 끌려 점심 먹으러 들어갔고 같은 숙사에서 지낸다는 전우한테서 그 사람에 관해 이야기 들었다. 우리의 재밌는 만남에서부터 내가 알바를 얼마 많이 하고 있었고 어떻게 동생을 챙겨주고 있는 어떻게 강한 사람이라고 미래의 쮠쏘우는 이런 사람이여야 된다고 그 전우랑 몇번 이야기 했다고 ... 오늘 만나서 반갑다고....

헉!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사람 여친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그 다음주, 내 2차 면접은 미끌어 졌고 나는 공항 부근에 가서 집 맡을 이유가 없어졌다.
이제는 그 사람이 주동적으로 연락이 자주 온다.

나는 그 다음번에 면접한 다른 회사에 입사했고 국영단위 기업이라 졸업증 받기 전까지는 하루에 30원인 실습생 월급을 받는 가난한 생활을 시작해야 했다. 드디어 졸업 시간이 다가왔고 난 그 사람 도움으로 회사 부근에 집 맡아 나갔고 사회인 생활을 시작했다.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을 정리해보면 가슴뛰는 설레임이 있어 본적이 없었다.
너무 우연히 알았고 군인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에 연락해갔고, 잔잔한 관심에 따뜻함을 느꼈지만 그게 사랑은 아닌것 같았고....정식 고백도 없고 자주 만나는 데이트도 없고....있다는 것은 출근날 아침은 그 사람 모닝콜로 시작했고 내가 감기에 걸리면 약이 배달되어 오고, 전화 끊기 전에는 꼭 뜨거운 물 마셔라든지 옷 더 입어라든지 그런 말이 추가되고....

이런게 사랑이라면 좀 억울할것 같았다...
가슴 설레이는 사랑 꿈꾸어왔는데....
두근두근 콩닥콩닥이 사랑의 징조라고만 믿고 있었는데....이건 너무 미지근한 물 같았다....
또 타민족이라는 것도 무시하기엔 너무 큰 산으로 존재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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