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처럼4

고소이 | 2015.03.17 23:07:52 댓글: 0 조회: 2015 추천: 0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2605676
안녕하세요 고소이입니다~ 부득이한 이유때문에 2013년 십이월에 3화까지 올린뒤에 오늘에서야 4화를 올립니다. 읽고 계셨던 분들이 계셨다면 죄송하게 생각드립니다~~




오랜만에 바쁘신 몸의 차상희님을 만나게 됐다. 황송스럽게도.

그래서. 그냥 나왔다고. 전번두 안남기구?”

대학교 일학년때와 다름없이 청순한 얼굴을 하고는 레몬차를 마시고 있는 차상희다.

세월도 비켜가는 년. 대단하지. 난벌써 잔주름이 늘기 시작하는고만. 어쩜 넌 이렇게

모든게 다 완벽하냐.그래서 넌 그렇게 살고 난 이렇게 사나보다.

나 또한 레몬차를 들고 심드렁히 대답을 했다.

? 니말 들어보니깐 딱 니 이상형인데. 진지하지 않구 유머러스하구. 그기에다 또 훈남이라며 좀 만나보지 그래. 딱 니 이상형이잖아.”

그니깐 안되는 거지. 이상형은 이상형일뿐 진짜 만나게 되면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지도 모르는데. 안만나지.”

다 빼줄만큼 니가 그렇게 순진했어?”

순진 그자체지. 백지야 막

스스럼없이 이런말도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말할수있는것은 차상희라서 그럴수

있는것이다. 대학교때부터 알고지낸 같은반 친구.이기적인 외모에 화려한 집안까지.

거리감이 들수밖에 없는 애라서 처음엔 서로 말도 나누지 않는 사이였는데 오년이

지난 지금은 내 베프로 남아있다니. 세상 참 아이러니하다.

차상희만의 특유한 음색으로 나의 문제에 대해 지적해오기 시작한다.

보통남자를 만나도 싫다. 이상형을 만나도 싫다. 그럼 도대체 어떤 사람을 만날건데.

니가 뭐 아직도 소녀인줄 알어? 심장이 쿵쿵뛰고 볼이 빨개지는 사람을 만나게?

너가 선택할 폭도 그리넓지 않어. 얼른 하나 물어서 니꺼로 만들어. 너 그러다

노처녀 된다

왜이리 비관적이야 다들. 아직 나 싱싱해. 이슬까진 안 머금었다고 해도 아직 활짝

피어있다고. 그리구 노처녀도 괜찮지 않나? 노처녀사랑이 더 뜨거울수도 있잖아 핫

노처녀라. 이단어 너무나 생소한데?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일이다. 내가 노처녀가

된다는건. 하지만 설마 내한테 그런일이 오겠어 라는 생각에 근거없는 자신감이 또

잘난체를 한다.

야 너 마시지마. 그거 마시구 있으니까 세상이 다 달콤해보이지. 냉수줄까 속좀

차리게

다 필요없어. 이남자 저남자. 다 내사람이 아닌데뭐. 결혼할 사람은 따로 있는거야.

그 인연이 나를 향해 다가오고있어. 난 그사람만 기다릴꺼야. 그런말 들어봤어?

사랑은 냄새라잖아. 그사람 냄새만 맡아도 아 이 사람이구나. 라고 느낄수 있는거.

냄새에 제일먼저 끌리고 설레고 잊지못한대. 나도 그런사람을 찾을려구.”

내말에 진지하게 생각하는듯한 상희다. 그러더니 아~라는 제스처와 함께.

너 우유 냄새 좋아하잖아. 차라리 젖소랑 살지?”

그리곤 싱긋 웃는 상희다.

그래 기꺼이 받아주지.

안그래도 다음생엔 젖소부인으로 태여날 생각이야

잘 생각했어. 젖소남편은 그래도 사람보다는 고르기 쉬울꺼야. 그지

윤대영보단 나은 젖소랑 살께

죽는다 너.”

눈을 크게 치켜 뜨고는 그말 당장 취소해라는 표정으로 날 노려보는 상희다.

가볍게쯤 시선을 유리창너머 눈을 맞으며 총총히 걸어가는 사람들에게 옮겼다.

그나저나 니언니는 가만히 안있었을텐데 니가 이러고 나온걸 알면

당연히 가만히 안있었겠지. 내가 밥같이 먹자는 그사람을 거절하고 나왔다고 한다면.

집에 도착하자마자 옷 받아주고 목욕물 덥혀주고 커피 내려주고평소의 그 마녀는

대체 어디간건지. 하긴 자기가 어지간히 날 난처하게 한게 아니니까. 이 모든걸 다

마치고 드디어 조심스레 내가 집 들어오는순간부터 물어보고싶었던 질문을 던진다.

어때? 사진은 못봣는데 학교때 인기가 좀이 아니라던데

어 잘생겼어.”

정말? 야 그..”

겉만 반지르르하게 잘생기구 청산유수구 제일 중요한건 선수야. 여자 들었다

놨다하는 선수. 여자두 많이 만나본것 같구.”

배시시 웃던 언니가 웃음기를 가만히 거둔다.

니가 점쟁이야 니가 어떻게 알어. 가만. 그럼 무슨뜻이야? 니가 차인거야?”

어쩜. 언니 맞아? 내가 이런말을 할땐 아 그런 남자라서 니가 거절했구나 가 아닌

차여?

그남자가 너싫대?”

.차였어,내가 차였어, 애송이라서 나같은 순진한 꼬마는 못만나겠대. 상대가

안된대

그니까 왜이리 맹해 빠졌어. 아휴 속터져. 그럼 도대채 어떤 사람을 만나야

되는거야. 잘난 남자도 안돼. 돈많은것도 안돼.보통남자도 안돼

그 상냥함은 온데간데 없고 평소의 마녀로 돌아와버린 나신애.

왜 한방면만 보는거야. 잘났지만 선수고 돈많지만 변태고 보통남자지만 애인을

잊지못한거고. 왜 다른한방면을 부정하는건데.

바를 팩을 준비하면서 정말 진지하게 고민을 하는 언니를 보고 걱정이 생겼다.

다음부턴 어떤 분을 소개시켜줄지. 너무 잘난 남자는 나같은걸 보지 않을거란 생각에

나한테 어울리는(?) 그저 그렇고 맹해 빠지고 지지리 가난한 남자만 소개해주는거

아닌지. 왜 내가 이런 고민을 하냐고 참.

니네 언니도 참 존경스러워. 이 시대 드믄 여자 장군감이야

같이 있어봐라 존경스럽다는 말이 나오는지. 이 평화시대에 장군은 독재만

제공할뿐. 필요없어.”

그때 사년째 바꾸지 않고 있는 차상희 핸드폰벨소리가 울리고 입꼬리가

말려올라가는걸 봐서는 안들어도 뻔한 윤대영이다.

어 그래 응 알았어. 기다리고 있을께 조심히 운전해

고백했을때 불러줬던 노래라며 핸드폰 벨소리와는 어울리지 않는 그 노래를 어연

사년이나 벨소리로 쓰고있는 상희다.참 보기와는 다르게 끈질기단 말이지

벌써 데리러 오는거야?”

.”

니가 이제 결혼하면 우리 한달에 한번씩은 볼수 있으려나. 목까지 올라온 말을 꾹

밀어버렸다.

맞다.이번주 일요일에 동창모임이 있어. 너나간다고 했으니까 그렇게 알어

동창모임? 별로 썩 내키지 않는데

다 가는거야?”

응 니가 싫어하는 초연이도 꼭 오니까 너두 꼭 가야대

별로 썩 내키지 않는 동창모임에. 이초연도 온다고? 표정하나 안바뀌며 요런말을

전해주는 차상희도 참 얄밉다.

얼마안돼 곧 윤대영의 차가 유리창 너머로 보이고 상희는 미안해 나중에 전화할께

라는 말 대신 안돼라는 말만 못을박듯 꾹 남겨놓고 포로롱 윤대영한테 날아가버렸다.

가고싶지가 않아. 안가면 안돼?”

안돼

집으로 향하는 뻐스를 타고 창밖을 멍하니 내다 보다가 뻐스안 사람들이 다들

놀랄정도로 큰 소리로 뻐스를 세웠다. 미안합니다 사과를 연속드리고 뻐스에서 내린

나의 발걸음이 향한곳은 별소리 소극장. 별소리. 극장이름이 너무 예쁘다. 시릴만큼

예뻐서 한참이나 쳐다보다가 극장안으로 들어갔다. 여섯시부터 시작되는 공연하나가

있었지만 그 사람이 아니였다. 예쁜 포스터였지만 내가 원하는 소울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쉽다거나 공허하진 않았다. 생각외로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오는데 이렇게나마 빨리 만날줄 몰랐던 그남자를 마주쳤다.

어 설영씨

나의 세번째 맞선남 김재규.

깔끔한 옷차림새에 시원시원한 이마까지. 이 남자 볼수록 훈남이다. 라는 생각과

함께 지구는 정말 작구나 라는 생각. 저번날 내가 했던 말이 싱거워질만큼 이렇게

빨리 만나다니.

여기서 다 보네요

그러게요 의왼데요

의외요? 흠 아직 나에 대해서 많이 알아야 될것 같은데.하하하 아무튼 정말

반갑습니다.”

반갑다니 고맙네요

. 사흘전에 설영씨가 그랬죠 다시 만나게 되면 밥먹으면서 연락처 주겠다고

사흘전이라고 꼭 말을 해야 당신 속이 뻥 뚤리나 보지.

그래그래 기억하지 당연히. 고작 사흘전인데.

…”

그럼…”

듣지 않아도 뻔하다.알았어. 밥 먹자는 아니야. 분위기 좋은데 가서 날 한번

유혹해보시라구. 내가 기꺼이 다 받아줄께.

밥은 나중에 같이 먹구요. 일단 연락처 알려주세요. 제가 오늘 시간이 없어서

얼음물 한바가지가 쫘악~

아 네 핸드폰 줘보세요

전번을 남겨주긴 했지만 웬지 이 찌뿌둥한 기분이 날 잡고 놓치를 않는다. 그래서

고작 한다는 말이

사실은 저도 오늘 시간이 없거든요 정말 다행이다

하하하 네 다행이네요

눈앞에 한강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뛰여들고 싶었다. 왜 왜 왜! 할말이 겨우 고작

그것밖에 없었냐고. 정말 실망이다 나설영.

그렇게 이틀째. 핸드폰번호를 남겨준지 이틀째, 내가 할일도 없어서고 아니고, 남자에

목말라있는것도 아니고, 그남자가 마음에 들어서그런건 저절대로 아니고,,, 그냥 단지

남겨준 번호가 틀리지는 않았나 싶은마음에..(--) 내귀는 수시로 핸드폰에 집중하고

있었다. 아니 집착이랄까. 아니 근데 왜 연락이 없는거야. 늘 하던대로라면 바로 그날

문자나 혹은 전화가 와서 집 잘들어갔냐. 오늘은 시간이 없었다 언제언제 보자.

이게 그나마 가장 보통이 아닌가. 아니 왜? 그렇게 번호를 따고 싶어하더니(그래

그렇게 까지는 아니였다). 그나저나 나설영 넌 뭐 다시 만날 마음이 있는거야. 위에봐

위에. 위험하네 어찌네 하더만. 역시 너도 똑같은 여자였어. 훈남엔 한없이 약해지고

작아지는.

설영아.기다리는 전화있냐?”

너무 노골적이였다. 내가. 큰아버지께서 다물어보시다니.

그러게다. 너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알고는 먹어?”

언니까지.

밥상에 앉아서 핸드폰만 들여다보니 그럴수 밖에.

아니에요 전화는요

믿지못하는 세쌍의 눈동자가 진실을 토해내라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이런.

하하, 사실은 친구가 첫돌된 아들사진을 보내준다고 해서 기다리는중이예요.”

그래? 너도 아기가 이쁘지? 그니까 친구 아들만 보지말고 니가 직접 낳아서 키워

얼른

아니나 다를까 치고 들어오시는 우리 큰엄마, 내 탓이지. 많고 많은 이유중에서,,

하필이면.

그때 울리는 전화 진동소리다. 연락처에 없는 처음보는 낯선 번호. 내몸이 갑자기

반응해오기 시작한다. 분명히 그남자다. 온몸의 직감이 신호를 보내고 있다. 진동이

네번쯤 울렸을때 생전 안하던 목소리를 가다듬고 조심스럽게 받았다.

여보세요

설영씨

오마이갓, 예스 예스! 그래 그래 이중저음. 예스예스!!!

잔뜩 흥분된 마음을 숨기느라 꼭 다문 입술이 실룩실룩거린다.

아네, ..재규씨?”

한번쯤 뜸들여주는건 예의지 예의

김재규라고? 하면서 바로 옆에 있는 언니가 돌진하듯이 나한테로 붙어든다 정확히는

내귀에 있는 폰에.

네 저에요. 지금 뭐하세요

지금요? 지금 밥먹고 어어~”

핸드폰이 갑자기 귀에서 멀어지다가 언니손에 쥐여진것이 보인다. 스피커를 꽉

막은채

밥먹고 있다고 하기만 해봐라.딱 보면 모르겠냐. 지금 데이트하자는거잖아

협박아닌 협박을 받은뒤 귀에 고스란히 돌아온 내폰.

설영씨. 설영씨?”

네 재규씨

방금 뭐라고요

~ 밥 밥 먹으려고 준비하고 있다고요

제가 타이밍 또 기가 막히죠 하하 그럼 나오실래요?”

타이밍은 무슨. 정확히 타이밍으로 친다면 넌 아웃이야 이미. 하지만 내

스타일이니깐 봐준다.

오케이를 한 언니손이 내눈에 클로즈업한채로 들어온다.

오케이..아 아니아니 좋아요 네

아니. 내가 뭐 거절하겠단것도 아니고 나 나름대로 품위있게 나가고 싶었건만.

나신애때문에 품위고 품격이고 다 갖다버리고 어서옵쇼 하는식이 돼버렸다. 젠장.

원망의 눈초리로 언니를 돌아다보았지만 언니는 방금의 자신한테 완전 만족했는지

싱긋웃어보이며 어깨를 가볍게 툭 치는것이다.

굳이 데릴라 오겠다는 재규씨때문에 집주소를 문자로 찍어주고 어느새 가족들은

마시고 있던 국으로 건배를 하고 아주 그냥 경사분위기다 이건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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