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乡愁)

편풍 | 2015.04.30 02:27:20 댓글: 5 조회: 2162 추천: 4
분류수필·산문 https://life.moyiza.kr/mywriting/2669185
향수(乡愁)

사과배꽃 하얗게 피는 고향으로 가고 싶다.

이랴,아버지가 댄 보습에 갈아 엎어지는 밭고랑을 즈려밟으며 그윽한 흙내음에 흠씬 취하고 싶다.
민들레꽃 고옵게 피는 개울가에서 둥글소 타고 버들피리 꺽어 부는 개구쟁이 목동이 되어,
하얀수건 머리에 정히 쓰고 치마자락 허리에 살짝 동여매고 벼모 심는 어머니 정다운 모습을 보고 싶다.

이른봄 추위가 뼈속에 스며드는 두만강에 통발 놓는다. 이튿날 해뜰 무렵에 통발을 건지면 모래무치가 한무더기 쏟아져 나온다. 다래끼에 털어 넣고 집으로 돌아와 깨끗이 손질해 놓았다가 저녁밥을 지어 퍼내고 가마의 물기를 닦아낸 후 거기에 물고기를 쫙 편다. 물고기는 밥짓던 미열에 가마안에서 밤새 노랗게 바삭바삭 마른다. 그걸 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면 그 맛 또한 구수하기로 셋이 먹다 둘이 죽어도 모를 정도이다. 캬~, 한잔 쪽~~그 물고기는 대부분 아버지의 술 안주가 된다.

후미진 산비탈 초가집 마당에 화로불 피우고 생쑥 태워 모기 쫓으며 한집식구가 단란히 모여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싶다.
큰형의 손풍금에 맞춰 <손풍금 타는 총각>을 불러도 좋고 둘째형의 장단에 맞춰 <양산도>를 불러도 좋다.
그것이 너무 사치한 바램이라면 밤새도록 흐느끼는 두만강의 물소리와 한적한 밤하늘을 가르는 소쩍새의 울음소리라도 듣고 싶다.

동구밖의 감자와 옥수수를 훔쳐 두만강 백사장에 모닥불 피워 열기에 달아오른 백사장에 파묻어 구워먹으면 그 맛 또한 천하일미다.타지 않고 노오랗게 굽힌 옥수수와 감자의 그 향기, 그 맛, 고향 떠난 30여년이 지나도 다시는 그맛을 찾을수 없었다.

겨울이면 새덫, 꿩옹노, 산토끼 옹노를 놓아 산짐승을 잡는다. 옹노를 거두는 날이면 어버지가 취하는 날이다. "복지만리", "꽃피는 일터" 등 가락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한창 고조에 오르는가 하면 급기야 밥상이 땅바닥에 엎질러지고 어머니에게 욕설이 날아온다. 그러면 어머니는 이놈세상 못살겠다고 뛰쳐나간다. 막둥이인 나는 엄마가 죽을가봐 빌빌 울면서 허둥지둥 따라 나선다. 엄마~ 엄마~
가난에 허덕이던 그 세월에 어머니와 아버지의 삶은 행복한 삶은 아니였던 것 같다.
얄미웁던 아버지,가엾던 어머니. 지금은 한번이라도 다시 한번 마음껏, 목놓아 불러보고 싶다.
아부지~~~~ 엄마~~~~~

고향은 부모형제가 있어 고향이랬다. 그런데 부모님이 저세상에 간 고향, 형제자매들이 흩어진 낯선 고향마을에서 과연 누가 나를 반겨 줄가?
누가 나에게 윤기 반지르르한 햇쌀밥에 매콤한 배추김치 갖춰줄가?

그래, 오늘밤 꿈에서라도 고향에 가볼가~

추천 (4) 선물 (0명)
가야만 하는 길은 가야 한다.
IP: ♡.149.♡.191
애심88 (♡.237.♡.246) - 2015/05/02 18:49:03

감성이 진한 한편의 잘된 글이애요.

고향 가고싶은 저의 마음도 똑같아서,많이 공감햇습니다.

부모님 떠난 고향,형제자매들이 흩어진 고향에서 누가 나를 반겨줄가?이구절이 아련하게

찡해오네요.

타향에 사시는 분같은데,고생 많겟네요. 고향 가고싶으면 가세요.

돈을 많이 벌던,적게 벌던 맘편한 곳이 최고애요.

오랫만에 구수한 글 잘 읽엇습니다.

좋은글,많이 올려주세요.

편풍 (♡.149.♡.191) - 2015/05/02 22:34:26

애심님이 들려 주셨네요.
예전에는 세공에도 드든드문 들리시더니 지금은 가사 창쟉을 많이 하시더군요.
가사를 보면서 애심님은 바록 일본에 계시지만 젊은 시절엔 열혈 문학청년이였겠다고 짐작했었습니다.
저의 못난 글을 과찬해 주시니 어쩔바를 모르겠군요, 애심님에 비하면 너무 너절한 글인데 말입니다.
5.1절이 되니 고향생각이 나서 적어 보았습니다.
들려 주셔서 넘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애심88 (♡.78.♡.197) - 2015/05/03 17:45:10

ㅎㅎ.저는 개인적으로 자작글에 도전해보고싶은데,자작글은 웬지 쓰다가는 지우고,문장실력도 안되구요.

제가 꾸준하지 못한 탓인가봐요.

수필도 짧아서 읽기도 쉽고,좋아요.

다같이 열심히 살아서 고향 갑시다.

낙화류수 (♡.254.♡.64) - 2015/05/10 17:10:17

70허우 되는것 같네요. 좋은 글 읽었습니다

편풍 (♡.129.♡.202) - 2015/05/11 23:02:17

낙화류수 님 방문해 주셨네요. 근자에 세공에서 많이 뵈온것 같네요. 썩 이전에 많이 예리한 글을 쓰셨다고 기억나는데요.
60후 입니다. 쭉정이를 좋은 글이라고 말씀해 주셔서 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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