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먼저 알리는 꽃

편풍 | 2015.05.12 18:21:30 댓글: 3 조회: 1419 추천: 2
분류수필·산문 https://life.moyiza.kr/mywriting/2681853

연변에 살던 동향들이든 나이가 지긋한 분들이든 모두 얼음사꽃(학명:복수초)이라고 하면 아는 분이 얼마 안될 것이다. 왜냐하면 두메산골이 아니고는 꽃을 보기 어렵고 설사 두메산골이라고 하여도 산골짜기를 누비며 싸다니던 개구쟁이 사내애들이 아니곤 그 꽃을 불수가 없기때문이다. 고방구석에서 베개를 업고 소꿉놀이나 하는 계집애들은 그 꽃을 없다. 그만치 너무 이른 초봄에 피기 때문에 산타기에 능하지 않는 계집애들은 구경할 기회가 거의 없다.

내가 10살가량, 때는 3월경이였던 같다. 내가 사는 마을은 장백산 줄기에 위치해 있어 그때는 아직도 산의 음달쪽에는 눈이 하옇게 덮여 있었다. 그날 땔나무하러 가는 큰형을 따라 마을에서 10여키로 떨어진 심산에 소수레를 몰고 들어 갔다. 형은 나무를 찍고 나는 할일이 없는지라 졸졸 물소리에 호기심이 동하여 내가를 찾아갔다. 해볕을 받는 쪽은 이미 얼음이 풀려 졸졸 흐르는 맑은 물이 보였지만 해가 들지 않는 음지의 개울가의 얼음은 푸석푸석해지긴 했어도 아직 풀리지는 않고 있었다. 근데 나를 놀라게 하는 물건이 하나 보였는데 그게 바로 몇송이의 노란꽃이였다.

얼음속에 무슨 꽃이냐? 내가 묻노니, 그대들은 얼음뚫고 피는 꽃을 정녕 본적이 있는가?

부러질것처럼 가냘픈 줄기에 노랗게 웃는 동그란 꽃잎사귀. 바람에 살랑살랑 흔드는 모습이 그렇게도 신기하고 아름다울수가 없었다. 아니, 신기한 것이 아니라 놀라웠다고 말해야 하겠다. 여우도 눈물 흘린다는 이른봄 강추위에 가냘픈 몸으로음을 뚫고 봄을 알리는 그 아련한 모습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였다.

나는 고향을 떠나 몇십년 객지 생활을 하게 되었다. 지구촌에서 사람이 사는 고장이면 우리 조선족을 만날 있다고 한다. 나도 나름대로 적지 않게 다녀 보았는데 가는곳마다 우리 민족을 만날 있었다. 특히는 딸로서, 누나로서, 안해로서 가정의 중임을 떠메고 연약한 몸으로 시련을 이겨나가는 조선족여성들이 넘 인상적이였다. 다른 민족 여인처럼 날카롭진 않지만 아련한 억양 뒤에 숨은 부드러움과 강인함이 아마도 그녀들이 세상을 이겨나가는 기질이자 품덕인것 같았다.

어느때부터인지 우리민족 여성들을 볼때마다 얼음사꽃을 생각하게 된다. 베개를 업고 소꿉놀이하던 소녀들이 비록 얼음사꽃은 모르고 자랐어도 어느덧 얼음사곷처럼 안간세상의 차거움을 이겨내고 용차게 이 세상을 이겨 나가고 있다. 그래 그녀들이 바로 얼음뚫고 봄을 알리는 얼음사꽃이 아니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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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만 하는 길은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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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심88 (♡.138.♡.67) - 2015/05/14 12:00:05

참 잘된 글입니다.

추위를 뜷고나온 강인한 복수초를 더불어 찬미합니다.

복수초처럼 인생의 춘하추동을 아름답게 꽃피우신 우리의 어머님들도 찬미합니다.

편풍 (♡.57.♡.143) - 2015/05/14 21:24:39

애심님 또 들려 주셨네요.
언제나 응원해 주셔서 송구합니다.
따스한 마음을 간직하고 계시네요. 감사합니다.

애심88 (♡.237.♡.197) - 2015/05/15 12:38:51

글을 참 잘 지엇습니다.

항상 응원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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